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 베를린 강화 회의 (3)
“프랑스령 콩고를 벨기에에 할양하는 것에 반대하는 분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좋습니다. 다음은 우방기샤리(오늘날의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입니다.”
그날 회의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물론 그저 폭풍 전의 고요에 불과했지만, 이때만 해도 단 한 명을 제외한 그 누구도 폭풍이 불어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프랑스령 콩고는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벨기에에게 돌아갔고 포르투갈 또한 영국과 긴 협상 끝에 참전 대가로 원했던 프랑스령 기니를 포르투갈령 기니비사우에 합체시켰다.
“후훗, 어쩌다 보니 프랑스의 횡단 정책을 우리 영국이 대신 성공시켜 버리고 말았군.”
그러나 이번에도 가장 많은 식민지를 가져간 것은 데이비드 조지의 영국인 웃음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나 대영제국이었다.
영국은 프랑스령 기니를 제외한 세네갈, 니제르, 코트디부아르, 모리타니, 프랑스령 수단(말리), 프랑스령 다호메이(베냉), 오트볼타(부르키나파소) 등 프랑스령 서아프리카를 전부 차지하면서 대서양에서 홍해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영토를 획득했다.
독일령 동아프리카와 벨기에령 콩고 때문에 종단 정책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영국으로선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후원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 슈바이처 박사가 있는 가봉과 우방기샤리, 차드 등 프랑스령 적도 아프리카와 프랑스령 소말릴란드(지부티)에 마다가스카르와 레위니옹, 마요트 같은 인도양의 섬들도 영국이 차지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해졌고 로이드 조지 또한 입꼬리가 귀에 걸려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우리가 식민지 쪽을 거의 포기하고 동유럽 위성국과 오스만 제국으로 대표되는 중동, 오스트리아-헝가리와 불가리아, 그리스 등 동맹국들을 카이저라이히의 깃발 아래 집어넣는 대가였다.
다만 딱히 부럽다거나 질투 난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저렇게 아무거나 집어먹다가 탈 나지.’
제국주의의 전성기는 이번 전쟁으로 완전히 끝난 지 오래고 식민지를 아무리 쥐어짜고 자원을 갈취하더라도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는 식민지 유지비 때문에 점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식민지 사업이다.
지금은 웃을 수 있을지 몰라도 몇십 년 후엔 어깨에 짊어진 짐 덩어리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프랑스령 알제리와 보호령인 튀니지, 모로코 차례입니다.”
뭐, 이번에도 또 영국이 가져가겠지만.
당장 모두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로이드 조지 또한 벌써 손을 들어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지역들을 원하시는 분들은 손을…….”
“그 전에 먼저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때였다.
누군가가 내 말을 중간에 끊으며 로이드 조지보다 먼저 손을 들었다.
“윌슨 대통령님?”
우드로 윌슨이었다.
“알제리와 튀니지 그리고 모로코는 프랑스의 다른 식민지처럼 처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
윌슨아, 지금 그게 무슨 소리니?
“알제리는 그저 단순한 식민지가 아닙니다. 프랑스의 본토입니다. 그리고 튀니지는 알제리의 부속품, 샌드위치로 따지면 위에 놓인 빵과 밑에 있는 빵의 관계라고 할 수 있죠.”
“???”
“그리고 모로코는 프랑스가 가장 최근에 보호령으로 삼은 곳입니다. 그렇기에 전 이미 너무 많은 식민지를 상실한 프랑스에 이 세 지역까지 뺏어 가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드리운 가운데 윌슨이 안경을 쓰윽 올리며 말했다.
“그런고로 우리 미국은 프랑스에 문명인답게 관용과 자비를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만큼은 남겨 주자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쾅!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요!”
그리고 로이드 조지의 주먹이 테이블을 내리침과 동시에 북아프리카 문제란 장작에 거센 불이 붙었다.
“……이런 X발.”
어떻게든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할 의무가 있던 나로선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 * *
“프랑스에 식민지를 남겨 줄 순 없습니다! 우린 이미 프랑스를 갈기갈기 찢지 않고 본토를 최대한 보전해 주기로 약속하며 프랑스에 크나큰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그런데 인제 와서 갑자기 마그레브 지역을 프랑스에게 남겨 주자고요?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옳소!”
베를린 강화 회의 회의실에 로이드 조지를 비롯한 영국 대표단의 분노가 쏟아졌다.
이참에 모로코를 비롯한 프랑스 북아프리카 식민지를 가져와 지브롤터 해협의 완전한 통제는 물론 지중해를 완전히 영국의 바다로 만들려고 했던 영국이다.
그런데 그걸 윌슨이 ‘알제리는 프랑스의 본토니 다른 식민지처럼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라는 프랑스인들이나 할법한 주장을 내세웠으니 로이드 조지와 영국인들로선 폭발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알제리가 프랑스의 본토? 하,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는군. 당장 알제리 현지인들에게 물어만 봐도 답이 뻔히 나올 이야기를 윌슨 대통령께선 정말 믿는 겁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빨리 병원에 가서 정신에 이상이 있나 없나 검사부터 하시길 권합니다.”
로이드 조지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거친 말이 윌슨을 향해 쏟아졌다.
“영국이야말로 이미 협상국에서 가장 많은 영토를 차지했으면서 아직도 욕심을 내는 것입니까? 하늘에 계신 주께서 탐욕을 경계하라 했거늘 영국인들은 아직 이를 깨닫지 못한 모양이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에 윌슨 또한 예상보다 강하고 독한 영국의 반발에 빈정이 상할 대로 상했는지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서로 부모님 욕만 안 했을 뿐, 매콤한 독설로 유명한 영국 의회가 귀여워 보일 정도의 싸움이었다.
“이보게, 한스 군. 윌슨 대통령이 머리가 어떻게 되기라도 한 건가?”
“글쎄요. 일단은 맨정신으로 보입니다만.”
아직 1915년이라 뇌경색이 벌써 오진 않았을 텐데.
윌슨이 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도저히 안 간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윌슨의 주장에 심기 불편해지는 것은 보다시피 그가 견제하고 싶어 하는 우리 독일이 아닌 영국이다.
우리야 알제리, 모로코가 프랑스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게 손해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었지만 영국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초이 장관, 이건 이미 협상국 내부에서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제가 잘 못 알고 있는 겁니까?”
“아뇨, 저도 오늘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
로이드 조지처럼 게거품만 안 물었을 뿐이지 씩씩거리며 입을 연 그레이 장관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그걸 미리 알았으면 이리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겠는가?
아마 윌슨이랑 미국 대표단만 빼고 여기 있는 모두가 몰랐을 것이다.
이건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미국 만의 독단적인 주장이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미국이 참전하기 이전의 이야기이지요. 게다가 공식적으로 명문화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상황에 따라 방법과 결과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법입니다.”
“뭐, 뭐요?”
“그리고 북아프리카 현지에 나가 있는 우리 미군 사령관들의 보고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프랑스의 통치를 원하고 있다는군요. 로이드 조지 총리님의 망상과 현실은 달랐단 그 소리입니다.”
“이, 이익……!”
그러나 윌슨은 미국에게 전혀 우호적이진 않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연자약한 얼굴로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 누구도 믿지 않을 북한식 설문 조사를 들이미는 것은 기본이다.
‘이 양반이 프랑스에 돈이라도 받았나?’
그러지 않고서야 영국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프랑스에 북아프리카를 남겨 주려고 애를 쓸 리가 없다. 쓰는 게 말이 안 된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
“이를 무작정 무시하는 것은 평화를 지킬 의무가 있는 우리에게도 분명 좋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비문명화되고 낙후된 상태인 마그레브 지역엔 아직 문명국인 프랑스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 그런 건 프랑스가 아니라 그 누가 와도 할 수 있습니다. 정말이지 미국이 이런 후안무치한 국가일지는 몰랐군요. 정말 몰랐어요!”
그러나 의문에 관한 해답을 구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자.
얼굴에 두꺼운 철판을 깐 미국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다 못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영국 간의 언쟁이 점점 격렬해지는 중이니.
당장 자신들의 두목이 크게 맞붙자 영국인들과 미국인들도 덩달아 서로에게 고함과 삿대질을 하고 있다.
심지어 서로의 멱살을 잡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이러다 주먹질까지 나오게 생겼다.
“남의 집 싸움보다 재밌는 건 없지.”
“이봐, 누가 좀 팝콘 좀 갖고 와!”
그리고 다른 나라 대표단들은 이를 말릴 생각도 없이 사황들의 정상 결전에 긴장하면서도 두근거림을 참지 못하겠는지 흥미로운 얼굴로 둘의 신경전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라는 것은 독일의 저명한 석학 아인슈타인 박사님을 데려와도 무리였다.
“모두 진정하십시오! 아무래도 이 이상 말다툼을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러니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무리 짓고 내일 다시 이야기합시다!”
“끄으응……!”
“후……. 알겠습니다.”
결국, 영국 해적 로이드 조지와 신대륙의 패자 윌슨 간의 정상 결전은 내가 억지로 둘을 떼어 놓고 나서야 끝났다.
그러나 이는 결국 싸움을 내일로 미루는 일시적인 휴전에 불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동자엔 여전히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서려 있었으니까.
* * *
“망할 신대륙 양키 촌놈들!”
“땅 욕심만 가득한 배불뚝이 존불 새끼들!”
한스의 예상대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미국과 영국의 다툼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덕분에 회의는 하나도 진행하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고 두 국가 사이에 독일 제국만 어떻게든 영국과 미국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고통받고 있었다.
“미국 측에선 아직도 소식이 없나?”
“예, 각하.”
“젠장, 미치겠구만.”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푸앵카레를 비롯한 프랑스 정부도 감지했다.
패전국인 프랑스는 베를린 강화 회의에 발을 들이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처절할 정도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를린 강화 회의의 결과에 따라 프랑스의 운명 또한 결정될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얼마나 덜 얻어맞는지의 차이일 뿐, 그리 희망찬 운명은 아닐 테지만.
“카요가 영국이 우리에게 식민지를 남겨 줄 생각이 없다고 전해 왔을 때부터 무언가가 싸하긴 했습니다.”
“이러다 우리 프랑스만 오히려 독박을 쓰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것이긴 하지만 두메르그를 비롯해 푸앵카레와 샤프 간의 밀약에 대해 알고 있는 프랑스 정부의 핵심들이 불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음, 확실히 이대로 양키 놈들만 믿고 있을 때가 아니오.”
푸앵카레의 얼굴이라고 딱히 다르진 않았다.
윌슨은 자신만 믿으라고 말했지만 정작 하는 것은 푸앵카레의 기대와 달리 영국과 멱살 잡고 싸우는 것뿐이었으니까.
물론 협상국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가장 큰 적인 독일이 멀쩡히 버티고 있고 전쟁도 이미 끝난 마당이다.
프랑스인들의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말곤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도 없었다.
“미국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소.”
베를린 강화 회의란 재판장 앞에서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는 죄수 신세인 프랑스다.
이러다가 미국 때문에 애꿎은 불똥이 튀기 전에 최소한 알제리라도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독일 제국이 나서 줘야 합니다. 미국의 주장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은 그쪽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푸앵카레와 프랑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사이, 불꽃 튀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베를린에서도 로이드 조지와 영국 대표단이 억울해서 못 살겠다는 듯 독일 정부에 매달려 왔다.
“…….”
그리고 한스는 영국의 애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채 여전히 생각에 잠긴 채 해답을 갈구하고 있었다.
“……윌슨 이 새끼가 설마?”
그리고 그 해답에 대한 추측이 만들어지는 순간, 한스의 얼굴은 무척이나 심각해졌다.
만약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