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 두 번째 코뮌 (1)
“혁명의 때가, 파리 코뮌의 부활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동지들.”
원 역사에서 SFIO를 탈당해 프랑스 공산당을 창당한 루도빅 오스카 프로사드(Ludovic-Oscar Frossard)의 말에 그와 뜻을 함께하는 공산주의자들이 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는 듯 열띤 미소를 띤 채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다.
반전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다 클레망소에게 체포되어 군대로 끌려가거나 감옥에 갇혔던 수모의 시간은 끝났다.
파리는 패전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의 분노로 들끓고 있고 정부는 강화회담에 신경을 쓰느라 이를 제대로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샤프 밀사 사건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과 비난의 목소리가 하늘 높이 치솟았으니 작금의 프랑스는 누가 등을 살짝만 밀어도 폭발하는 화약고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제 잠시 내려놓았던 붉은 깃발을 다시 들어 올리고 짓밟혔던 코뮌의 이상을, 부르주아 반동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 다시 한번 불태울 때다.
허울뿐인 제3공화국을 무너트리고 혁명의 나라 프랑스를 진정한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거다.
“하지만 괜찮겠습니까? 코뮌이 탄생하는 것을 협상국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습니다.”
프로사드와 함께 공산당을 창시한 인물이자 외국인 최초로 레닌 훈장을 받기도 했던 마르셀 카친(Marcel Cachin)이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대로 협상국은 두 번째 코뮌이 탄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직접 코뮌을 짓밟으려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협상국으로서 당장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고민할 것이다.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협상국이 움직이기 전에 파리를 장악하고 프랑스를 장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볼셰비키처럼 협상국과 타협해 코뮌의 존속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오오…….”
프로사드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탄성을 내지르는 강경파들.
물론 이것은 희망 어린 추측일 뿐이었고 여러모로 허점이 많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프로사드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너무 늦어!’
푸앵카레와 두메르그는 이미 자신들을 경계하고 있다.
그야 러시아 혁명과 독일에서 일어난 스파르타쿠스 봉기를 두 눈 뜨고 보았는데 경계하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하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결국 자신들이었다.
프랑스 제3공화국이 안정화되면 안정화될수록 혁명의 길 또한 점점 멀어질 테니까.
그러니 프랑스 제3 공화국이 혼란을 잠재우고 질서를 회복하기 전에 움직여야만 했다.
그리고 샤프 밀사 사건으로 제3공화국에 크나큰 빈틈이 생긴 지금이야말로 그 기회였다.
게다가 프로사드에겐 그를 초조하게 만드는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다름 아닌 혁명의 선배인 러시아의 레닌과 소비에트 위원회였다.
볼셰비키를 향한 도전을 거의 물리쳐 가는 레닌은 대전쟁으로 인해 상장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제2인터내셔널을 대체할 제3인터내셔널이자 공산주의 인터내셔널, 즉 그 유명한 코민테른(Коминте́рн)을 세워 전 세계 공산주의 혁명을 주도하려 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프랑스, 아니 전 세계 사회주의자들이 레닌과 볼셰비키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지금은 타락해 버린 독일 사민당과 함께 제2인터내셔널을 주도했던 프랑스의 사회주의자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대로 스키타이 촌놈들 밑으로 기어가 들어갈 순 없어!’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한 답은 역시 혁명뿐이었다.
혁명에 성공해 소비에트 러시아와 같은 위치에 서는 것뿐이었다.
“피에르 모네트(Pierre Monatte)를 비롯한 생디칼리스트들도 우리를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쥘 게드(Jules Guesde)와 레옹 블룸(Léon Blum)을 비롯한 SFIO의 다른 이들은?”
“아예 이야기도 안 꺼냈습니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자들이지 않습니까.”
“하긴 게드나 블룸이나 마르크스주의를 배신하고 스파르타쿠스 연맹을 처형장으로 보내는데 앞장선 독일 사민당이나 마찬가지인 작자들이니.”
당장 쥘 게드 같은 경우엔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에 그 어떤 타협도 거부하다 정작 전쟁이 일어나자 내각에 무임소장관으로 참여하는 등 독일의 수정주의자들처럼 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인물이고 훗날 프랑스 사회당 최초의 총리가 되는 블룸은 개량주의자인 장 조레스의 제자였다.
프로사드로선 차라리 악시옹 프랑세즈에 참여했다가 최근 러시아 혁명의 성공을 보고 레닌주의로 전향한 프랑스 생디칼리슴의 거두 조르주 소렐(Georges Eugène Sorel)를 믿고 말지 독일 사민당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두 사람을 믿을 순 없었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행동뿐이군.”
결심을 굳힌 프로사드의 말에 카친을 비롯한 SFIO 강경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것은 혁명뿐이었다.
* * *
“탈당하겠다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더는 당신들과 함께할 수 없소. 서로의 길이 다르고 뜻이 다르니까.”
우드로 윌슨이 끝장나고 베를린 강화 회의가 끝을 향해 달려가던 1915년 3월 5일.
프로사드, 카친을 비롯한 SFIO 내 강경파들이 탈당을 선언하고 SFIO의 문을 박차고 나갔다.
죽은 스승의 뒤를 이어 SFIO 지도부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던 레옹 블룸은 이를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SFIO는 개량주의자에 전통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강경파를 긁어모은 이합집산이었고 그렇기에 분열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강경파들의 탈당은 그 분열이 끝내 폭발한 것에 가까웠다.
“이제 우리는 SFIO가 아닙니다. 지금 이 시각 부로 우리는 프랑스 공산당(Parti communiste Français)입니다!”
“와아아아아!”
탈당한 강경파들은 곧장 프랑스 공산당으로 진화했다.
이들은 창당하자마자 생디칼리스트, 아나키스트들과 손을 잡고 대규모 파업과 시위에 나섰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시민들의 증오에 불을 붙였다.
“전쟁에 패배한 것은 프랑스 제3공화국의 무능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지키기 위해서만 움직였던 공화국의 정치인과 부르주아들 때문입니다. 이들은 러시아 임시정부와 다름없는 위대한 프랑스의 매국노들이자 반역자들입니다!”
“옳소! 옳소!”
“그러니 시민 동지여, 무기를 드십시오! 조국을 영국과 독일에 팔아먹으려는 쓰레기들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는 노동자들의 무익한 피가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의 노동자들을 이들을 하루라도 빨리 쓸어버려야 합니다! ”
“혁명 만세! 코뮌 만세!”
“엘리제궁으로 가자!”
파리 코뮌이 전쟁의 상흔이 스치고 지나간 파리에서 다시 한번 그 날개를 들어 올렸다.
보불전쟁이 첫 번째 파리 코뮌을 탄생시켰다면 대전쟁은 두 번째 파리 코뮌을 탄생시켰다.
“대통령님, 총리님! 큰일이 났습니다. 파리에서 코뮌, 코뮌이 일어났습니다!”
“……망할 빨갱이 놈들.”
그리고 윌슨이 몰락하고 알제리라도 챙겼다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베를린 강화 회의에 온 신경을 쏟고 있던 대통령 푸앵카레와 총리 두메르그는 이를 막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필이면 코뮌이 터진 날 볼일이 있어서 카요을 비롯한 주요 정부 요인들과 함께 파리를 잠시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은 빨갱이들에게 붙잡혀 목이 매달리진 않았지만 동시에 갑작스러운 파리 코뮌에 그 어떤 대처도 못 한 채 프랑스 공산당에게 파리를 내주고 말았다.
“운명의 여신이 우리를 가지고 노는 것 같군. 그렇지 않고서야 윌슨이 반병신이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코뮌이 터지고 파리에 적기가 휘날려?!”
프랑스 정부가 급히 베르사유에 임시 정부를 마련한 가운데 억까도 이런 억까도 없다는 듯 푸앵카레가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두메르그, 카요 또한 동감이라는 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의 근심거리인 공산주의자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혼돈은 빨갱이들에게 좋은 양식이고 지금의 프랑스는 혼돈 그 자체였으니까.
다만 공산주의자들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적어도 베를린 강화 회의가 끝난 후에야 움직일 줄 알았는데…….”
그도 아니면 강화 회의의 결과물이자 치욕스러울 수밖에 없는 조약에 서명하고 나서 움직일 줄 알았다.
프랑스 정부로선 머리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은 없네. 우리는 서둘러 코뮌 진압에 나서야 해!”
“으음…….”
푸앵카레의 조급한 목소리에 두메르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침음성을 흘렸다.
그 말대로 파리 코뮌을 빨리, 최대한 빨리 진압해야 한다.
협상국은 프랑스가 적화되는 것을 결코 두고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한차례 러시아가 공산주의자들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러시아에 이어 프랑스까지 빨개지는 것을 반공주의 정서가 강한 저 영국과 독일이 두고 볼 리가 없었고 아직 프랑스에 주둔 중인 군대를 파리로 진격시켜서라도 어떻게든 파리 코뮌을 막으려고 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우리 군대는 지금 비무장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압을 나설 순 없습니다.”
“심지어 페탱이나 포슈 같은 장군들도 프랑스에 없으니…….”
왜냐하면 페탱과 포슈, 카스텔노 같은 프랑스군의 주요 사령관들은 지금 스페인과 스위스 등 중립국에 망명을 가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프랑스를 위해 싸워 온 사령관들에게 전범 재판만은 피하게 해 주기 위한 정부의 배려이자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위험 요소인 군부 내 과격파들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프랑스에서 멀리 떨어트리려는 견제책이었다.
“어찌 되었건 협상국과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단 소리군.”
개입 건에 대해서도 진압에 대해서도 말이다.
“카요, 미안하지만 다시 베를린으로 가 주어야겠네. 가서 협상국 대표들에게…….”
“말 안 하셔도 알고 있습니다, 각하.”
푸앵카레의 말에 카요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상황은 한시를 다투고 있다.
카요도 프랑스 제3공화국에도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 * *
“지금 당장 파리로 군대를 보내 코뮌을 진압해야 합니다!”
러시아에 이어 프랑스에까지 혁명이 터졌단 소리에 눈이 돌아간 로이드 조지가 소리를 질렀다.
다른 협상국 지도자들과 대표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빨갱이들을 가만히 둬선 안 된다며 성토하고 있다.
심지어 브라이언 국무장관조차 소심하게 손을 들며 동의를 표했을 정도다.
그만큼 두 번째 파리 코뮌은 협상국 모두에게 매우 크게 다가왔다.
‘하여튼 프랑스 빨갱이들은 왜 하필 지금 사고를 쳐서!’
하긴 남 탓할 건 아니긴 하다.
지금은 삭제된 역사이지만 원 역사에서 스파르타쿠스 봉기도 베르사유 조약은 물론 파리 강화 회의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 일어났으니까.
전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그게 하필 강화 회의가 다 끝나갈 때쯤에 일어나서 짜증 날 뿐이다.
“독일 또한 이대로 프랑스가 러시아에 이어 적화되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평화와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코뮌을 반드시 막아 내야 합니다.”
러시아가 적화되도록 등을 밀어준 것은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프랑스는 아니다.
-나는 또다시 보았습니다. 수십 년 뒤, 꺼진 재에서 불꽃이 다시 일어 유럽 전체를 불태우는 것을. 동쪽과 서쪽에서 피어난 악의와 증오가 선한 이들을 집어삼키는 것을.
당장 내 귀에 비오 10세의 예언이 또다시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프랑스를 새빨갛게 변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간 소련 친구만 만들어 주는 꼴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내 구상과 상당히 어긋난 일이었다.
“다만 우리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모두 잊으셨습니까? 우린 랭스에서 이미 프랑스와 종전 협정을 맺은 상태입니다. 전쟁을 끝낸 상태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번복하고 연합군을 다시 파리로 진격시킨다?
모두가 전쟁이 끝났다고 믿고 있는 지금?
“이건 쉽게 내릴 결정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의 불만, 특히 프랑스의 어마어마한 반감을 각오하고 저질러야 하는 일이에요.”
당장 원 역사에서 프랑스가 배상금 연체했다고 루르에 군대를 보냈을 때 독일인들의 반응을 생각해 봐라.
물론 최악의 경우엔 어쩔 수 없겠지만 벌써부터 우리가 직접 코뮌을 때려잡는다는 선택지에 손댈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단은 프랑스 정부와 이야기를 나눠 봐야지요.”
그쪽도 어떻게든 코뮌을 해결하려고 몸이 달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