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 두 번째 코뮌 (3)
코뮌 진압 작전의 시작은 지난날 서부전선이 그러했듯 포격으로 시작되었다.
콰왕! 쾅!
“포격이다!”
“모두 피해!”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똑똑히 들려오는 포성과 함께 파리 주요 도로 곳곳을 막고 있는 바리케이드에 고폭탄이 작렬했다.
나무와 가구, 모래주머니와 기타 잡다한 잡동사니로 이루어진 바리케이드는 주변의 건물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고, 당황한 코뮌 병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전군 돌입을 개시하라.”
“옛, 사령관님!”
척척척척!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가믈랭은 때가 되었다는 듯 돌입 명령을 내렸다.
다만, 그 목소리는 코뮌을 진압하기 위해서라지만, 자신의 손으로 파리를 파괴해야 하는 것에 대한 씁쓸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프로사르 동지! 정, 정부군이 오고 있습니다!”
“크윽……!”
한편, 진압군이 부서진 바리케이드 잔해를 넘어 일사불란하게 파리로 진입하기 시작하자 프로사르와 코뮌 지도부는 창백한 얼굴로 침음성을 흘렀다.
사실 코뮌 측은 정부가 이렇게 빨리 진압에 나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푸앵카레와 두메르그가 최소 한두 번은 협상이나 대화를 시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3공화국 정부는 빨갱이들과 협상은 없다는 듯 곧바로 진압에 나섰고, 협상국 또한 코뮌의 협상 요청을 무시하고 프랑스군의 재무장을 일시적으로 허가까지 해 주었다.
거기다 어쩌다 보니 큰 효과를 낸 가믈랭의 빠른 공격 결정까지 겹치면서 파리 코뮌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되고 말했다.
‘한스 폰 초이 이 개자식. 러시아 놈들과는 협상했으면서!’
프로사르가 협상국의 얼굴마담인 한스를 향해 마음속으로 원망을 가득 담아 중얼거렸다.
물론, 한스로선 지랄한다고 눈을 찌푸릴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레닌과 볼셰비키는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항복 의지가 있던 이들이었고, 독일에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이란 선물을 안겨 주었지만, 프로사르와 협상해 봤자 얻어 낼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전쟁 중에 혁명을 시도했다면 협상국이 그들과 협상할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었겠지만, 불행히도 그때 프로사르와 카생 등 프랑스 공산당의 주요 요인들은 클레망소에 의해 감옥에 갇혀 있었다.
프로사르와 프랑스 공산당에겐 여러모로 때를 놓쳤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이대로 혁명을 끝낼 순 없소, 동무들. 반동들로부터 코뮌을, 혁명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오!”
그러나 상황이 불리하다고 하더라도 이대로 정부에게 파리를 내어 줄 순 없었다.
아무것도 못 해 보고 정부 놈들 앞에 무릎 꿇을 순 없었다.
제1차 코뮌도 70일은 갔다.
이대로 한 달은커녕 2, 3주도 안 되어 망해 버리면 죽어서 무슨 얼굴로 코뮌의 선배들을 보겠는가.
“시민 동지여, 노동자 동지여! 싸우십시오! 파리를 지키기 위해, 혁명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고 싸우십시오!”
“와아아아!!”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곧 코뮌 지도부의 선동과 함께 혼란에 빠져 있던 코뮌 병사들이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진압군에 맞서기 시작했다.
파리 코뮌은 골목골목마다 설치해 놓은 바리케이드와 파리의 건물들을 방패 삼아 끊임없이 저항했다.
승산이 없으니 항복하라는 가믈랭과 프랑스군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항복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운 채 진압군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은 흡사 공산주의란 신에게 경도된 광신도의 모습과도 같았다.
“가믈랭 사령관님, 폭도들의 저항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아군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입니다!”
“미치겠구만. 기갑부대를 투입하게.”
기어코 피를 보고 싶다는 코뮌의 태도에 가믈랭이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명령을 내리자 프랑스군의 르노 FT-14 전차와 푸조 1914 장갑차들이 바리케이드를 무너트리며 파리 시가지로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방에 다이너마이트!”
“쏴! 빨리 쏴!”
“죽어어어어어!!!”
콰아앙!!
그러나 바리케이드 하나가 무너질수록 코뮌 병사들은 더욱 악에 찬 얼굴로 총을 난사하는 것은 물론 자폭 공격까지 감행했고, 같은 프랑스인들이니 최대한 온건하게 진압하고자 했던 진압군 병사들도 덩달아 눈이 돌아가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타당! 타다다다다!
“으악!”
“그, 그만둬!”
“뒈져, 이 빨갱이 새끼야!”
샹젤리제와 콩코르드 광장, 몽마르트르 언덕과 에투알 개선문 등 파리의 거리란 거리가 피와 시체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코뮌의 저항이 치열해질수록 프랑스군의 손속도 점점 과격해졌고, 코뮌 병사들은 물론 휘말린 민간인들까지 쓰러진 시체들 또한 계속해서 늘어났다.
“모조리 불태워!”
“파리를 가지지 못한다면, 너희도 가지지 못하게 만들겠다!”
그리고 이 광기는 일부 과격파들이 건물들에 불을 지르면서 한층 더 과열되었다.
“신이시여…….”
가믈랭을 비롯한 프랑스 장교들은 물론, 프로사르를 비롯한 코뮌 지도부조차 이 광기 어린 현장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그저 신을 찾으며 이 미친 짓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바리케이드들이 계속해서 돌파당하고 있습니다, 프로사르 동지.”
“…….”
“이젠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늦기 전에 파리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전투가 벌어진 지 정확히 3일 후에 찾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진압군이 끝내 파리 코뮌의 본거지이자 적기가 내걸린 엘리제궁을 목전에 두면서 찾아왔다.
프로사르와 코뮌 지도부에겐 참담한 일이었다.
이 모든 광기와 전투 끝에 남은 것은 제1차 코뮌과 달라지지 않은 운명과 혁명의 실패뿐이었으니.
이제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도주’뿐이었다.
러시아 4월 혁명의 결말을 기대했던 그들에겐 안된 일이었고, 코뮌 때문에 죽어 나간 시민들에겐 쌍욕이 나오는 행동이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가믈랭 사령관님, 엘리제궁 점령 완료했습니다!”
“코뮌 지도부는?”
“몇몇은 도망치는 것을 붙잡았습니다만, 프로사르를 비롯한 핵심들은 놓쳤습니다. 아무래도 엘리제궁이 점령당하기 전에 파리를 빠져나간 모양입니다.”
“후우, 개자식들…….”
“추격할까요?”
“아니, 그 반역자들을 쫓는 것은 나중으로 미룬다. 지금은 이 난장판의 뒷수습이 먼저다.”
한숨과 함께 명령을 내린 가믈랭이 잿더미가 된 파리로 시선을 돌렸다.
아름다웠던 파리는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파리를 파괴한 것은 독일군도, 영국군도 아닌, 자신들 프랑스인이었다.
* * *
[제2차 파리 코뮌이 남기고 간 잿더미. 민간인 피해자만 수천 명에 달해.]“차라리 죽고 싶은 기분이군.”
스페인에서 제2차 파리 코뮌에 대한 소식을 접한 필리프 페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한 기분에 눈을 감았다.
협상국이 제 마음대로 프랑스의 영토를 갈라 먹는 것은 물론, 자랑스러운 프랑스 대육군이 연합군 놈들 가랑이 사이로 긴 것도 모자라 이제는 존재해 봤자 세상에 해악밖에 안 끼치는 빨갱이들 때문에 파리까지 불탔다.
그리고 한때 프랑스의 수호자라 불렸던 페탱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정부의 배려란 이름의 추방을 당해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스페인에서 늙은이의 한탄만 늘어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말씀 마시지요, 필리프 선생님.”
“프란시스코.”
페탱이 희망 잃은 눈으로 하늘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스페인 군복을 입은 젊은 장교가 페탱에게 다가왔다.
그의 이름은 프란시스코 파울리노 에르메네힐도 테오둘로 프랑코 이 바아몬데 살가도 파르도 데 안드라데(Francisco Paulino Hermenegildo Teódulo Franco y Bahamonde Salgado Pardo de Andrade).
카우디요 그 자체인 인물이자 훗날 스페인 내전 최후의 승리자가 되어 스페인을 차지한 독재자, 왕 없는 왕국의 섭정, 프란시스코 프랑코였다.
“베르베르족 때문에 여러모로 바쁠 텐데, 또 이 늙은이를 보러 왔구나.”
“후후, 스승님이 기운이 없으시니,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제자로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풋, 녀석. 전쟁 학교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니까.”
페탱이 좋았던 옛 시절이 떠오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프랑코는 과거 고등 전쟁 학교(École Supérieure de Guerre)에서 보병 전술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할 때 페탱이 가르쳤던 제자 중 하나이자 이탈리아군보다 더 무능한 스페인군에서 그나마 싹수를 보이는 인물이었다.
당장 1912년에 있었던 제1차 리프 전쟁 당시 모로코 현지인으로 이루어진 외인부대인 레굴라레스(Fuerzas Regulares Indígenas)의 지휘관으로 큰 공을 세운 데다가 얼마 전엔 스페인의 최연소 대위까지 될 정도였다.
스승인 페탱으로선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제자였고, 프랑코 또한 스승인 페탱을 무척이나 존경해 스페인에 온 이후에 그를 자주 찾아와 이렇게 말벗이 되어 주곤 했다.
“소식은 저도 들었습니다. 파리 코뮌 때문에 파리가 큰 피해를 입었다죠?”
“그래, 역시 그때 무능한 정부 놈들을 쓸어버렸어야 했어. 이젠 하다 하다 빨갱이들까지 설치게 만들다니.”
그도 모자라 프랑스군을 연합군의 감시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놓이게까지 했다.
당장 페탱의 옛 부하들이 프랑스군을 벌레 취급하는 오만한 연합군 장교들에 대한 성토가 담긴 편지를 몰래 보내올 정도니, 지금 프랑스군의 상황이 어떤지는 뻔할 뻔 자였다.
“그러니 선생님이 더더욱 돌아가셔야죠. 프랑스에는 선생님 같은 분이 필요해요.”
“돌아가 봤자 이 늙은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돌아가자마자 퇴역당하고 군복을 벗어야 할 텐데.”
그리고 자신은 퇴역을 막지 못할 것이다.
페탱은 이미 세계대전 직전에 퇴역을 준비하고 있었을 정도로 나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신을 퇴역시킬 이유로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프란시스코, 너는 나처럼 불행한 군인이 되지 마라. 무능한 정부에게 이용당하지 말고 군인으로서 언제나 조국을 위해 당당하게 행동해라.”
“명심하겠습니다, 선생님!”
프랑코가 언제나처럼 감명받은 얼굴로 힘차게 대답하자 페탱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얼마 안 가 다시 어두워진 채 하늘로 향했다.
파리 코뮌이 진압되었으니, 이제 강화 회의도 곧 끝날 거다.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치욕밖에 없었다.
* * *
“파리 코뮌이 더 날뛰기 전에 진압돼서 천만다행이로군.”
“동감입니다, 총리님.”
두 번째 파리 코뮌이 망했다.
제1차 코뮌이 70일은 버틴 것에 비해 이번 코뮌은 프랑스 정부의 강경한 태도와 프랑스군의 빠른 공격에 힘입어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삼일천하로 끝이 났다.
그러나 코뮌으로 인해 파괴된 파리와 프랑스인들이 흘린 피로 인해 생겨난 상처는 절대 씻어지지 않겠지.
여러모로 입맛이 쓰게 느껴지는 현실이다.
“하여튼, 로자 룩셈부르크 그 마녀도 그렇고, 공산주의자들은 도움이 안 된다니까.”
“그러게나 말입니다. 우리 사민당 정도로 온건해졌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요.”
그야말로 반공주의가 생기지 않으려야 안 생길 수가 없는 세상이다.
당장 런던으로 돌아간 호찌민조차 제2차 파리 코뮌이 가져온 파괴적인 결과에 충격을 받았는지 극단주의에 대한 비판이 담긴 편지를 내게 보내왔을 정도다.
프랑스 공산당 창당에 참여했던 원 역사의 호찌민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많은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만.
“하여튼, 이제 이 지긋지긋한 강화 회의를 정말로 끝낼 수 있겠군. 나도 좀 이만 은퇴하고 말이야!”
“물론입니다. 저도 얼른 아내와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농담이 아니라 이러다 우리 프레디가 아빠 얼굴도 잊어버리겠다.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프랑스와의 강화 조약 조인식이 열릴 장소에 대해선 정해졌습니까?”
“역시 폐하께서 원하시는 베르사유는 무리일 듯싶네. 나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이미 불난 집도 없어진 프랑스인들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밟아 버릴 필요는 없질 않나?”
“그건 그렇지요.”
내 물음에 빅4, 아니 이젠 빅3끼리 밀실에서 세계대전을 완전히 끝낼 조약을 치를 장소에 대해 논의했던 뷜로 총리가 대답했다.
하긴, 베르사유가 독일 제국 영광의 상징이긴 했지만, 파리 코뮌으로 엉망이 된 파리 바로 옆이라 현실적으로도 무리인 데다가 영국이나 다른 나라들로서도 ‘그건 좀’이란 반응밖에 안 나올 소리니.
“그 대신 상수시에서 조약을 맺는 것으로 이야기가 모이고 있다네.”
“상수시입니까. 나쁘진 않네요.”
어디든 좋으니 빨리 좀 끝내자.
이제 야근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