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284
284화 : 크론슈타트 반란 (1)
“이건 우리가 생각한 혁명이 아니다!”
“트로츠키와 볼셰비키는 전시 공산주의를 중지하라!”
1917년을 코앞에 둔 1916년 12월 1일.
발트함대의 모항 크론슈타트에서 수병들의 분노로 가득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한스가 예상하고 주도한 대로 끝나지 않는 내전과 전시 공산주의로 인한 기아,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공산당의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에 지친 이들의 절규 어린 목소리였다.
“동무들, 우리는 혁명 당시 볼셰비키를 지지했습니다!”
반란의 주도자인 스테판 막시모비치 페트리첸코(Степа́н Макси́мович Петриче́нко)가 참다못해 무기를 잡은 수병들을 향해 외쳤다.
그 말대로 발트함대 수병들은 러시아 혁명 당시 볼셰비키의 가장 큰 지지 세력 중 하나였고, 4월 혁명 당시 임시정부와 볼셰비키 간의 싸움 때도 볼셰비키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레닌과 볼셰비키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 아래 비참한 러시아의 현실을 바꿔 줄 거라 기대했고, 믿었기에 그리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의 모습은 어떤가?
볼셰비키들이 약속한 대로의 모습이던가?
페트리첸코와 크론슈타트 수병들은 단언컨대, 그리고 확실하게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지난봄 트로츠키는 내전을 순식간에 끝내겠다고 장담했습니다. 전시 공산주의도 일시적인 조치일 뿐, 금방 끝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붉은 군대는 여전히 이르쿠츠크에서 멈춰 서 있었고, 트로츠키는 러시아의 남자란 남자는 모두 시베리아로 끌고 가고 있으며 적군에게 무기와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란 명목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시 공산주의는 인민을 끝도 없이 쥐어짜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혁명 초기의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는 온데간데없어졌고, 공산당의 독재 권력은 날이 갈수록 몸집을 불려 가고 있으며 반혁명세력을 뿌리뽑기 위해 만들어진 체카는 노동자들과 농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에 더 큰 역량을 쏟고 있다.
이것은 러시아인들이, 크론슈타트 수병들이 꿈꾸던 세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결코 이런 결과를 바라고 혁명을 한 것이 아니었다.
“트로츠키와 소비에트 정부는 지금 즉시 무의미한 내전을 중지해야 합니다! 전시 공산주의를 중지하고 러시아를 좀먹는 관료집단을 해체해야 하며 소비에트 헌법에 따라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경제적, 정치적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혁명을 다시 올바른 길로 되돌려야 한다.
손을 쓸 수 없기 전에 소비에트를 다시 올바른 길로 되돌려야 한다.
크론슈타트 수병들은 오직 그것만을 위해 일어났다.
“우리는 결코 소비에트를 무너트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저 빵과 평화뿐입니다! 소비에트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유입니다!”
“소비에트의 권력을 다시 프롤레타리아에게로!”
“우리는 소비에트 자유 선거를 원한다!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원한다! 노동자 자결권을 원한다!”
수병들이 그동안 쌓여 온 울분을 터트리며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페트리첸코는 얼어붙은 바다 건너 거대한 도시를 가리켰다.
코르닐로프에게 암살당했다고 알려진 레닌을 기리기 위해 레닌그라드로 이름을 바꾼 구 페트로그라드였다.
“레닌그라드로 갑시다, 동무들!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모스크바가 그들이 약속한 것을 지키기 전까지 결코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입니다!”
“와아아아아~!!”
거대한 함성과 함께 크론슈타트 수병들이 적기를 하늘 높이 치켜들며 레닌그라드를 향해 밀려드는 해일처럼 전진하기 시작했다.
레닌그라드의 그 누구도 그들의 진군을 막지 못했다.
* * *
“반란? 반란이라고! 칼리닌은 대체 뭘 한 거야?!”
크론슈타트 반란에 대한 소식은 얼마 안 가 트로츠키의 귀에도 들어갔다.
물론, 트로츠키의 반응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극대노’.
트로츠키를 사탄으로 묘사하는 서방의 악의가 잔뜩 담긴 선전 포스터처럼 적기보다 새빨갛게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불과 연기를 내뿜을 것만 같은 얼굴로 책상을 쾅쾅 치며 고함을 내질렀다.
4월 혁명 때 볼셰비키의 주요 지지 세력이었던 크론슈타트 수병들이 무기를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은 레닌그라드 소비에트의 책임자인 미하일 칼리닌(Михаи́л Ив́анович Кали́нин)의 진정 시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레닌그라드를 장악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러시아의 옛 수도이자 혁명의 도시인 그 레닌그라드를 말이다.
“지금 당장 반란을 진압해야 합니다!”
“우리 군대는 죄다 시베리아에 가 있는데, 대체 무슨 병력으로 진압을 한단 말입니까? 게다가 페트리첸코와 크론슈타트 수병들은 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응해야 합니다!”
“대화라니, 지금 저들의 요구를 수용하잔 말이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당장 자아비판 하시오, 동무!”
덕분에 볼셰비키들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당장 진압해야 한다, 먼저 대화해 봐야 한다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물론, 반란을 어떤 형태로든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반란은 반혁명세력이 아닌, 볼셰비키의 정치적 기반이자 지지자들인 프롤레타리아들의 울분에 찬 반란이었다.
기나긴 내전과 전시 공산주의, 볼셰비키의 억압적인 통치에 지친 끝에 폭발한 인민의 분노였다.
괜히 레닌이 원 역사에서 크론슈타트 반란을 그 어떤 반혁명세력의 공격보다 가장 위험했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다.
크론슈타트 반란은 러시아 인민들이 얼마나 볼셰비키에 실망하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였다.
이는 최악의 경우 반란이 크론슈타트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위기감을 볼셰비키에게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젠장, 젠장, 젠장!’
그리고 이러한 위기감은 트로츠키에 이르러선 아예 공포로 다가왔다.
크론슈타트 반란은 트로츠키의 통치가 실패했다는 사례가 될 수 있었고, 이는 곧 자신의 약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자신에게 불만을 가진 자(트로츠키는 오만한 것이지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들이 늘어나는 판국에 이는 매우 좋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트로츠키는 짧은 고민 끝에 바로 결단을 내렸다.
“대화는 없소. 페트리첸코와 그 일당들은 소비에트에 반기를 든 혁명의 배신자들이자 시베리아의 반동들이나 다름없는 자들이오. 그리고 그런 배신자들에게 줄 것은 오직 총칼뿐!”
바로, 무력을 동반한 강경 진압이었다.
물론, 이는 웅성거림과 함께 볼셰비키들의 우려를 불러왔다.
“하지만 트로츠키 동지, 반란 진압엔 저 또한 동의하지만, 적군엔 여유가 없습니다. 병력 대부분과 지휘관들은 바이칼 전선에 있고, 나머지 병력은 사회혁명당 잔당들과 녹군 게릴라들을 막느라 정신이 없지 않습니까?”
“부하린 동무의 말이 맞습니다. 게다가 칼리닌 동무의 보고에 따르면 페트로그라드 노동자들도 상당수가 크론슈타트 수병들의 주장에 동의하며 그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 진압은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지…….”
“그렇기에 반란과 반혁명의 불길이 퍼지기 전에 그들을 처리해야 하는 거요. 게다가 내 생각엔 진압에 그렇게 많은 병력도 필요 없소.”
트로츠키는 자신은 이 정도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이번 반란은 오랜 준비를 거쳐 일어난 것이 아닌 참다못해 터진 급작스러운 반란이었다.
그러니 병력을 만 명 정도만 모아 여유를 주지 않고 바로 공격해 들어간다면 충분히 반란을 조기에 진압할 수 있을 것이다.
“지노비예프 동무, 동무를 책임자로 임명하겠소.”
“저, 저를 말입니까?”
“여기 다른 지노비예프가 있소? 동무가 맞으니 당의 이름으로 진압군을 맡아 속히 반란군을 진압하고, 소비에트의 위엄을 다시 세우시오.”
“끄응…….”
트로츠키의 매서운 시선과 함께 갑작스럽게 진압군 책임자가 된 지노비예프는 침음성을 흘리며 얼굴을 구겼다.
그도 그럴 것이 반란 진압군 책임자라는 자리는 이번 반란의 성격상 반란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 민심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정말 트로츠키의 말처럼 반란을 조기에 진압할 수 있을까?’
지노비예프는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감과 함께 지노비예프로선 이것이 정적인 자신을 숙청하려는 트로츠키의 함정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할 뿐이었다.
물론, 트로츠키는 지노비예프가 얼마 전까지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위원장이었고, 또 여기서 제일 할 일이 없어 보여서 그를 책임자로 임명한 것뿐이지만.
‘이 반동 놈의 새끼들……. 잡히는 족족 처형대로 보내 주마!‘
게다가 지금 트로츠키에겐 정치적 음모를 꾸밀 여유 따윈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지금 자기 뒤통수를 화려하게 찍은 크론슈타트 수병들을 즉결 처형해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으니까.
물론, 지노비예프가 관심법을 쓰지 않는 이상 트로츠키의 머릿속을 알 리가 없다.
덕분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돌아갔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회의를 관람하고 있던 스탈린은 이를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 * *
“전, 전군 공격! 레닌그라드를 되찾고 혁명을 욕보이는 반란 분자들을 당의 이름으로 토벌하라!”
크론슈타트 반란이 발생한 지 일주일 후인 1916년 12월 8일.
지노비예프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약 12,000명의 진압군이 레닌그라드로 진격하며 크론슈타트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볼셰비키의 진압 작전이 시작되었다.
“페트리첸코 동무, 트로츠키가 군대를 보내왔습니다!”
“트로츠키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안경쟁이 새끼, 네 놈이 그러면 그렇지. 타바리쉬! 당황하지 말고 자리를 지키십시오. 우리야말로 혁명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그러나 대화를 원하는 크론슈타트 수병들이 공격에 대비가 안 되어 있을 거란 트로츠키의 예상과 달리 크론슈타트 수병들은 정부가 강경 진압을 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미리 대비해 놓은 뒤였다.
레닌이 살아 있더라면 모를까 트로츠키의 비타협적인 성격상 대화를 할 확률이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크론슈타트 수병들은 레닌그라드와 크론슈타트에서 농성하며 진압군을 물리쳐 크렘린을 궁지로 내몰고 협상을 하자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고,
“포, 포격이다!”
“피해!!”
쾅! 콰광! 쾅쾅!
진압군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지휘관들의 말과 달리 굳건한 방어선을 마주한 것도 모자라 수병들에게 접수당한 대포와 군함에서 쏟아지는 포탄에 얻어맞아야만 했다.
“트로츠키의 행동은 레닌 동지에 대한 모욕이다!”
“레닌그라드 인민이여, 단결하여 트로츠키에 맞서자!”
거기다 트로츠키가 무리한 징병과 징발로 민심을 잃으면서 레닌그라드 노동자들 또한 원 역사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수병들을 도왔다.
그들 또한 크론슈타트 수병들처럼 끝나지 않는 내전과 전시 공산주의에 지쳐 있었고, 그들의 대의에 공감하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백군도 아니고, 왜 같은 혁명 동지들과 싸워야 하는 거야…….”
“솔직히 쟤들이 하는 말이 맞긴 맞잖아.”
그리고 이것은 진압에 동원된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또한 러시아의 농촌에서 강제로 징병 된 이들.
크론슈타트 수병들의 주장에 그 누구보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었다.
“지노비예프 동지, 병사들의 사기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진압을 이어 가는 것은 힘듭니다.”
“끄으응…….”
덕분에 볼셰비키의 크론슈타트 반란 진압 작전은 시작하자마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성과가 거의 없었던 것은 물론이었다.
“……젠장, 트로츠키가 날 여기로 보낼 때부터 이럴 줄 알았어. 이제 반란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했단 명분으로 날 쳐 내려고 하겠지!”
트로츠키는 내전의 승리를 위해 인민을 쥐어짰지만 그러한 행동이 오늘날 업보로 돌아온 격이었고, 모스크바를 떠나올 때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지노비예프의 의심암귀 또한 날이 갈수록 커져 갔다.
“지노비예프 동지, 스탈린 동지로부터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스탈린이……?”
그리고 강철 같은 인내심 속에서 기회를 엿보던 스탈린 또한 마침내 행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