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 세대교체 (3)
[슈트레제만와 아데나워, 둘 중 과연 누가 차기 총리는 누가 될 것인가?] [독일 인민당 대 독일 중앙당, 개신교 대 가톨릭, 프로이센 대 라인란트] [사민당 당수 헤르만 뮐러, 출사표를 던지다.] [프란츠 폰 파펜, 제국을 가장 잘 이끌 인물은 바로 나!]“이게 대체 무슨 일이여…….”
정신없이 일하다가 돌아와서 이제 막 바깥소식을 전해 들은 나로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총리 자리가 걸린 이상 슈트레제만과 아데나워가 서로에게 양보할 생각 없이 부딪힐 것은 알았다.
걸린 자리가 자리인 데다가 둘 다 정치가답게 야심 많은 사람이고, 또 원 역사에도 그렇긴 했지만, 사이가 상당히 나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둘의 싸움이 뜨겁다 못해 치열해졌다.
거기다 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총리에 욕심을 내고 있다.
뭐, 사민당이야 스파르타쿠스 연맹이 사고를 친 이후 그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라이히스탁 내에서 상당한 숫자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당이니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파펜 이 인간은 또 뭔데?’
심지어 원래부터 파펜과 가까운 사이였던 쿠르트 폰 슐라이허도 모자라 괴르델러랑 국내에서 파시즘 운동에 발을 담가 이미 경계의 대상이었던 룀까지 파펜 진영에 합류했단다.
그야말로 답 없는 쓰레기들이 모인 쓰레기장.
네 명의 얼간이를 보는 기분이다.
파펜과 룀은 말할 것도 없고, 파펜의 절친이자 훗날 갈라지며 애증의 존재가 된 슐라이허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파멸에 일조한 음험한 정치군인이고, 괴르델러는 나치에 반대하고 히틀러 암살에도 꼈긴 했지만, 그 근본은 발더제랑 거의 다를 바 없는 수구 그 자체다.
나로선 절대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는 인물들이란 거다.
‘물론, 히틀러에 비하면 솔직히 말해 이놈들 하나하나는 히틀러 없는 나치당 수준의 변변찮은 놈들이긴 하지만…….’
뭉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놈들은 혼자선 불만만 내뱉고 아무것도 못 하는데 같은 놈들끼리 모이면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사고를 치기 마련이니까.
내가 이 답 없는 사총사를 무시할 수 없는 귀찮은 이유기도 했다.
“정말이지, 이놈들을 때려잡을 수도 없고…….”
“그래도 꼭 나쁜 일만은 아니지.”
“시씨.”
“적어도 의회 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아간다는 소리기도 하니까. 그야 옛날 같았으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일이잖아?”
“그건 그렇지.”
지금까지는 카이저가 마음 가는 대로 총리를 뽑아서 총리 결정 문제로 이렇게 소란이 일 일은 없었으니까.
“요새는 어딜 가도 정치 이야기가 안 나오는 곳이 없다니까. 아빠도 고민이 많겠…… 크리스티안! 완두콩 남기지 말라고 엄마가 말했지?”
“띯어! 이거 띯어!”
“크리스티안, 싫은 것도 먹을 줄 알아야 어른이 되는 거야. 아니면 너는 어른이 되기 싫니?”
“히잉…….”
내 말에 편식이 심한 크리스티안이 얼굴을 찡그리며 완두콩을 입에 넣었다.
참으로 손이 많이 가는 둘째 아들이다.
장남인 라인하르트는 이름답지 않게 조용한 편인데, 이러다 감당 못 할 사고뭉치로 자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여튼, 걱정이야. 사민당이나 파펜 같은 듣보잡들은 둘째 치더라도 가장 유력한 후보 둘의 알력 다툼이 거칠어지고 있으니까.”
여러 번 언급했다시피 슈트레제만은 베를린에서 나고 자란 베를린 토박이고, 아데나워는 무뚝뚝한 라인란트 사람이다.
그리고 이 두 지역은 바이에른으로 대표되는 독일 남부와 독일 북부 수준으로 지역 갈등이 심각하진 않았지만, 서로 사이가 좋을려야 좋을 수가 없는 지역들이었다.
그야 라인란트는 나폴레옹 전쟁 이전까지 군소 공국들이 난립했다가 빈 회의의 결과로 프로이센에 통합된 지역.
특히 아데나워가 가톨릭교도인 것만 봐도 답이 나올 정도로 가톨릭과 자유주의가 강했는데, 덕분에 보수적이고 개신교 중심적인 프로이센의 지배를 반기지 않았다.
‘오히려 나폴레옹의 지배를 더 마음에 들어 했을 정도지.’
왜냐하면, 나폴레옹이 라인란트를 지배하면서 신분제를 비롯해 구시대적인 제도들을 없애고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쌓아 주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게 된 다른 독일 지역들이 침략자 나폴레옹에게 이를 갈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특이한 일이었다.
하여튼, 이러한 라인란트의 프로이센에 대한 반감은 소위 문화투쟁으로 알려진 비스마르크의 가톨릭 탄압이 일어나고 더 심해졌다.
당장 아데나워도 이때 경험 때문에 융커와 프로이센을 싫어하는 거니 말 다 했다.
베를린은 오랫동안 프로이센의 수도이자 중심이었던 곳.
이번 총선이 비단 슈트레제만, 아데나워 둘만의 싸움이 아닌 라인란트와 베를린의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는 이유였다.
이건 라이히스탁도 예외는 아니었던지라 아데나워가 속한 가톨릭 중앙당과 슈트레제만이 속한 독일 인민당이 하루가 멀다고 싸워 대느라 의회가 제 역할을 못 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슈트레제만 부인과 아데나워 부인 양쪽에게서 초대를 받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것은 사교계도 마찬가지였다
정말이지 슈트레제만이나 아데나워나 지나치게 열심이었다.
“둘 다 가야지. 중립을 자처하는 이상 어느 한쪽만 가면 그쪽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칠 테니까. 마음 같아선 그냥 둘 다 안 가고 싶지만…….”
“우리 입장 상 그렇지는 못하지.”
아무래도 우리 신분이 신분이니까.
게다가 사교계란 게 겉으로만 화려하지, 속은 라이히스탁보다도 더 음험하고 질척한 복마전 같은 곳이라 안 가면 분명 있는 말 없는 말 다 나올 것이다.
“아빠가 빨리 결정해 줘야 좀 조용해질 텐데.”
“그러게나 말이야.”
올해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러다가 내년이 되도록 총리 자리가 공석이 되게 생겼다.
그리고 그건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와 같았다.
왜냐하면, 베트만홀베크가 사직을 발표한 뒤 건강 문제 때문에 바로 시골로 내려가는 바람에 내각 서열 3위인 내가 대리로 일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외무장관 일도 많아 죽겠는데…….’
심지어 다른 장관들도 연이어 사임을 발표하는 바람에 그 뒤처리까지 내가 하고 있다.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당장 요즘엔 국가수상부에서 살다시피 해서 집에 일주일 만에 돌아왔단 말이다.
‘심지어 곧 다시 나가봐야 해…….’
이러다가 우리 애들이 아빠 얼굴도 잊어 먹겠다.
“아무래도 한번 상황을 보러 가야겠어.”
* * *
“끄으으응……. 이 망할 놈들, 나보고 대체 어쩌라는 거냐!”
독일이 난데없는 총리 경쟁으로 불타오르고 있을 때,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빌헬름 2세는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본래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답게 우유부단한 면이 있는 카이저다.
총리 후보자들이 뜨거운 경쟁을 펼치며 지지자들과 함께 내가 총리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시끄럽게 외치고 있으니, 빌헬름 2세로선 부담이 장난 아니었다.
‘차라리 마음에 쏙 드는 자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나 최유력 후보인 아데나워나 슈트레제만이나 딱히 빌헬름 2세의 호감을 살 만한 성격은 아니었다.
아데나워야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라인란트 사람이고, 슈트레제만 또한 살가운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사민당의 헤르만 뮐러는 애초부터 논외였다.
사민당이 소련의 빨갱이들과는 척졌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른 누구도 아닌 제 손으로 독일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게 만들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본능이 거부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선 파펜이 제일 마음에 들긴 하는데…….’
아부 하나만큼은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자들보다 끝내주더라.
심지어 잘 부탁한다고 손맛 좋은 도끼까지 가져왔다.
솔직히 말해 총리 후보자 중 호감도로선 파펜이 제일 높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물론, 파펜을 총리로 삼을 생각은 없지만.’
한스를 포함한 모두가 놀랄 만한 일이지만, 빌헬름 2세의 눈은 옹이구멍이 아니었다.
카이저 또한 파펜이 훌륭한 광대의 재목일지는 몰라도 총리의 재목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야 미치광이가 아니고서야 광대를 재상에 올려놓는 군주가 어디 있겠나?
빌헬름 2세는 한스 폰 초이라는 외부 부착 외교 회로를 쓰고 있긴 해도, 적어도 내정 면에선 뛰어난 인물이었고, 제국을 위해서라도 그건 못 할 짓이란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건 최근 우유 사업이 절호조를 맞이하며 진지하게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친척 니콜라이 2세나 할 짓이었다.
‘게다가 사위 놈도 가만히 있지 않겠지.’
당장 사임 발표 후 요양 때문에 시골로 내려간 베트만홀베크의 빈자리를 임시로 메꾸느라 정신없는 사위는 파펜을 총리로 삼으면 외무장관 때려 치고 루이제랑 아이들을 데리고 프리드리히쇼프로 가 버릴 거라고 대놓고 협박하고 있었다.
딸바보에다가 손녀 바보인 카이저에겐 치명적인 협박이었다.
그는 사랑스러운 프리데리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몸이었다.
“한스 녀석, 나이가 들더니 비스마르크 그 노친네처럼 굴고 있어…….”
비스마르크가 알면 후계자 하난 잘 뒀다고 폭소할 안건이었다.
물론, 한스랑 비스마르크는 얼굴을 보긴커녕 서로 만난 적도 없을 테지만.
“하여튼, 골치 아프군. 누군가를 뽑긴 해야 하는데…….”
아데나워와 슈트레제만.
두 사람의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된 이상 누구를 뽑든 말이 나올 것이고, 그 부담은 자신에게 향할 것이다.
나이가 들며 정치보다는 나무나 베고 손주들이랑 같이 노는 게 제일 좋은 카이저로선 정말이지 귀찮은 부담이었다.
“폐하, 한스 폰 초이 공작께서 뵙기를 청하나이다.”
“한스가?”
그리고 보다 못한 한스가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신궁전을 찾아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 * *
“한스야, 마침 잘 왔구나. 이를 어찌하면 좋겠느냐. 누군가를 뽑긴 해야 하는데 뽑을 수가 없어!”
문을 열자마자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빌헬름 2세의 한탄에 자동으로 찡그려지는 내 얼굴.
이와 동시에 ‘차기 총리를 누구로 삼을 것인지 결정했습니까?’란 내 물음 또한 목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폐하, 진정하시지요. 상황은 대충 알겠습니다.”
그야 딱 봐도 답이 나온다.
상황이 과열되면서 오랜만에 특유의 우유부단이 발동하며 결정 장애가 생긴 게 분명하다.
‘베트만홀베크 총리님, 왜 이렇게 빨리 은퇴하신 겁니까!’
적어도 후계자 결정까지는 버텨 주지.
아픈 몸이라 뭐라 하지도 못하는 게 정말이지 천추의 한이다.
“그러나 폐하, 이제는 결정을 내려 주셔야 합니다. 제가 임시로 정부를 유지하는 것에도 슬슬 한계가 오고 있습니다. 속히 총리를 뽑아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구를 뽑아도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으냐. 독일이 완전히 반으로 갈렸다. 이건 이미 능력만으로 고를 상황이 아니야!”
“그러니까 처음에 확 결정했으면 좀 좋았겠습니까? 왜 굳이 뜸을 들이셔서…….”
“팍 오는 사람이 없어서 좀 천천히 고르려고 했지. 이렇게 될 줄 내가 알았겠느냐?!”
빌헬름 2세가 답답한 듯 가슴을 치며 외쳤다.
하지만 나란들 어쩌겠나?
총리 임명권이 황제의 권리인 이상 내가 대신 뽑아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여기서 총리를 대신 뽑아 줄 수 있는 이들은 ‘그들’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 정확히 말하면 폐하께서 부담을 느끼지 않고 총리를 선택할 방법은 단 하나뿐입니다.”
“하나?”
“예, 국민이 뽑게 합니다. 그리고 국민이 뽑은 후보를 폐하께서 임명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즉, 정상적인 입헌군주국 국가들처럼 선거로 총리를 뽑자는 말이었다.
다만, 나로서도 이 말을 벌써 꺼낼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데 카이저가 뽑든 국민이 뽑든 빨리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내가 과로로 죽을 것 같아.’
“그게 지금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다만 저도 지금 당장 제도를 뜯어고치는 자는 말이 아닙니다. 일단 이번만 임시 조치로 여론 투표라도 하자는 것이지요.”
그도 그럴 게 본래라면 총선을 열어야 하는데, 우리가 총선을 치른 지 몇 달도 안 됐다.
새롭게 치르기엔 시간도 별로 없고.
“으음, 여론 투표라. 그 정도면 괜찮으려나?”
“괜찮고 자시고 이게 최선입니다.”
사실 빌헬름 2세가 결정만 하면 끝나는 문제인데, 그걸 못하잖아?
그러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후, 알겠다. 이거라면 밖에 시끄러운 놈들도 인정하겠지. 한스야, 바로 투표를 준비하거라.”
“예, 폐하.”
독일 제국 최초라 할 수 있는 여론 투표라고 쓰고 총리 선거라 읽는 선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좀 어설픈 출발이긴 하지만, 독일인이 내디딘 위대한 발자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