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319
319화 : 샬롱 폭동 (1)
“이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영국이랑 독일 편을 들다니, 이건 상수시 조약에 버금가는 굴욕 중의 굴욕입니다!”
“옳소! 옳소!”
쿵! 쿵!
라 로크의 분노 어린 외침에 홧술이라도 들이킨 듯 얼굴이 새빨간 애국동맹의 일원들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두들기며 외쳤다.
“데샤넬의 행동은 조국에 대한 배신행위요! 나는 그를 이 시간부로 더는 같은 프랑스인으로 여기지 않겠소!”
“레이그나 정부의 다른 인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이 나라를 이끌 자격이 없어요!”
모라스나 뷔카르같은 다른 극우 지도자들의 반응도 다를 바 없었다.
스페인이 엿을 먹은 것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데샤넬은 영국과 독일의 편을 들었다.
다른 나라도 아닌 한 하늘에 설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인 해적 놈들과 크라우트 놈들의 편을 들었단 말이다.
무솔리니처럼 그들에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할망정 원수들의 손을 잡다니, 이건 절대 용서받지 못 할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애국동맹은 용서할 수 없었다.
물론, 데샤넬과 정부는 그 대가로 프랑스의 국제 사회 복귀와 차관을 얻어 왔다고 선전하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아무리 프랑스에 이익이 된다 한들 그것이 영국과 독일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서 얻어 온 것이라면 그 가치는 무(無)에 불과한 것을.
“형제들이여, 이대로 가만히 있어선 안 됩니다. 이대로 프랑스가 영국과 독일 밑에 들어가선 안 됩니다! 우리 프랑스는 언제나 유럽의 중심으로 군림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하는 나라란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라 로크! 라 로크!”
사람들의 열띤 호응에 입꼬리를 올리는 라 로크.
차라리 잘되었다.
이번 일로 견고했던 데샤넬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실리를 챙긴 현실 외교를 칭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영국의 편을 드는 것은 프랑스에서 반감을 살 수밖에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반대로 우리에겐 힘이 실리겠지.’
공화국에서 국민의 지지는 곧 권력.
그러니 이번 일을 기회로 세력을 더욱 확대한다면 언젠가 정권을 차지하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라 로크 선생의 말이 맞소. 우리는 움직여야만 하오! 이렇게 된 이상 엘리제궁으로 갑시다!”
“?”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번 일을 세력 확대와 원내 진출의 기회로 보는 라 로크와 달리 샤를 모라스는 그보다 더 강력한 행동을 보이길 원한 모양이다.
그는 엘리제궁으로 가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 의미는 명백했다.
쿠데타요, 반란이요, 봉기다.
무솔리니의 로마 진군의 재림이다.
“잠깐,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무슈 모라스. 마음은 알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시점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물론, 라 로크도 무솔리니의 영향을 받아 파시즘의 길에 뛰어든 사람답게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차지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보라.
지금 모라스가 말하는 쿠데타는 준비는커녕 무기조차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채 기세만 믿고 저지르자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정부가 쿠데타에 대해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을 리가 없어.’
이미 로마 진군이란 사례가 존재하는 마당에 바보가 아닌 이상 정부는 이미 자신들을 경계하고 있을 거다.
그리고 데샤넬은 바보 같지만, 바보가 아니었다.
“뭘 겁내는 거요, 라 로크 선생. 무솔리니도 성공했소. 우리라고 못 할 것이 무엇 있겠소?”
“모라스의 말이 맞다!”
“엘리제궁으로 가자! 데샤넬과 나약한 매국노 정권을 몰아내고, 우리 애국동맹이 프랑스를 다시 올바른 길로 이끌자!”
그러나 라 로크의 당혹스러운 마음과 달리, 모라스는 이미 파리 진군에 제대로 꽂힌 상태였다.
게다가 애국동맹, 정확히는 애국동맹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 극우 중 가장 거대한 세력인 악시옹 프랑세즈도 모라스가 소속된 곳답게 모라스의 강경한 태도가 마음에 든다는 듯이 오히려 환호를 보냈다.
히틀러처럼 분노와 증오에 집어삼켜졌을지라도 히틀러 특유의 광기는 없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던 라 로크로선 침음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무솔리니는 로마 진군 당시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이탈리아를 지배하는 것이라 말했소. 그러니 나는 이렇게 말하겠소. 우리가 원하는 것은 프랑스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와아아아!!”
로마 진군이란 너무나도 쉬워 보이는 길에 단단히 매료된 애국동맹이 함성을 내질렀다.
일개 정치깡패였던 무솔리니도 성공했는데, 그보다 더 뛰어나고 근본 있는 자신들이라고 못할 리 없다는 프랑스인 특유의 오만함이었다.
‘불의 십자단은…… 틀렸군. 이미 분위기에 눌렸어.’
라 로크는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바라봤다.
이래서야 더는 손을 쓸 수 없다.
모라스를 억누를 힘이 있다면 모를까 라 모라스는 로크가 생시르 생도였을 시절, 반드레퓌스파에서 열띤 활동을 이어 온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이제야 막 정치에 입문한 라 로크가 어찌할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이 상황에서 뒤로 내빼는 것은 겁쟁이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행동임과 동시에 정치적으로 자살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라 로크는 이대로 몰락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아직 프랑스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했으니까.
아직 독일, 영국과 대전쟁에서 죽어 간 모든 프랑스인의 복수를 하지 못했으니까.
“…….”
“라 로크 선생, 아까부터 말이 없군. 설마 아직도 반대를 고수할 생각이오?”
“……아닙니다, 무슈 모라스. 엘리제궁으로 가는 것이 애국동맹의 뜻이고, 프랑스의 길이라면 나는 기꺼이 죽음을 각오하고 따를 것입니다.”
“하하하하! 그래야 애국자고, 그래야 프랑스인이지! 좋소, 함께 대혁명이란 추악한 폭동 속에서 탄생한 이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공화국을 역사 속에서 완전히 지워 버립시다!”
모라스의 호탕한 목소리에 라 로크는 썩어 들어가는 속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1922년 10월 6일.
파리에 아침 해가 떠오름과 동시에 쿠데타의 날이 도래했다.
거사에 동참하기로 한 악시옹 프랑세즈, 불의 십자단, 왕당파 등 애국동맹의 일원들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준군사조직들이 태탱제의 살롱에 집결해 있는 가운데, 이들을 이끌 애국동맹 수뇌부들은 초조한 얼굴로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이는 결행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대체 모라스는 언제 오는 겁니까?”
이번 쿠데타의 주도자면서 결행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코빼기도 모습을 비추지 않는 샤를 모라스 때문이었다.
“설마 인제 와서 꽁무니를 뺀 것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작작 해. 모라스 씨가 그럴 리가 없잖아!”
곧 거사 시간인데, 정작 모라스가 나타나지 않자 불안에 떠는 애국동맹.
누군가는 그가 막상 행동에 나서려니까 겁먹고 도망친 것은 아니냐고 말했고, 누군가는 평생을 공화국을 저주하고 유대인을 저주하는 데 바쳐 온 샤를 모라스가 도망칠 리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후자의 말이 맞긴 했다.
샤를 모라스는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대체 이 망할 자동차는 언제 고쳐지는 거야?!”
“죄송합니다, 무슈. 저에게 시간을 좀 더 주시면…….”
“지금 그 시간이 없다고!”
샬롱으로 자동차를 타고 오다가 엔진 트러블이 발생해 거리 한복판에서 옴짝달싹도 못 하는 처지가 되었을 뿐이다.
만약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면 다른 차를 타고 가던가 할 수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모라스는 언제나 음식에 진심인 프랑스인답게 느긋하게 아침 식사에 커피까지 즐기고 오느라 출발을 꽤 늦게 했다.
즉, 그가 약속 시간까지 나타날 일은 없을 거란 소리였다.
“이거 좋지 않군요…….”
“라 로크 선생, 아니 당수. 이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리더 격인 모라스가 깜깜무소식인 것도 모자라 불안감이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자 태탱제와 뷔카르가 라 로크를 바라봤다.
‘씨발, 그걸 왜 나한테 묻는데?’
가뜩이나 불의 십자단 당수인 모리스 다토이(Maurice d’Hartoy)가 애국동맹이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말에 겁먹고 자신에게 당수직을 떠넘긴 것에 짜증 나 있던 라 로크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직도 모라스의 자칭 ‘엘리제궁 진군’에 회의감이 들고 있던 라 로크다.
그러나 정작 이 모든 사달을 일으킨 모라스는 보이지도 않고, 나머지는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으니, 어이가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태탱제와 뷔카르가 라 로크를 향해 물에 젖은 강아지 같은 시선을 보내는 것엔 다 이유가 있었다.
태탱제나 뷔카르는 애국자를 자칭하는 것처럼 대전쟁에 참전했고, 전시임관으로 대위 계급장까지 달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사병 출신이었다.
이에 비해 라 로크는 생시르까지 나온 제대로 된 군사 교육을 받은 군인 출신이었으니, 전쟁 중 장교 부족으로 장교가 된 자신들보다는 ‘이런 일’을 이끄는 것에 더 적합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해산할 순 없습니다. 그랬다간 파리 아니, 전 프랑스의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예, 게다가 칼을 뽑은 이상 실패할 때는 실패하더라도 미래를 위해선 바게트라도 잘라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부디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
“후,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무슈 모라스를 대신해 임시로 동맹을 이끌겠습니다.”
한숨과 함께 태탱제와 뷔카르의 추대를 받아들여 애국동맹의 임시 지도자가 된 라 로크는 마음을 가다듬고 애국동맹 앞으로 나아갔다.
“프랑스의 아들들이여, 약속된 시간이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자존심에 먹칠을 한 데샤넬 정부를 향해 정의의 철퇴를 가할 시간입니다!”
“엥? 드 라 로크?”
“라 로크 당수! 무슈 모라스는 어디에 있습니까!”
“무슈 모라스는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지만, 오는 길에 문제가 생겨 약속 시간에 맞추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오리무중인 모라스의 행방에 대한 변명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정답을 맞힌 라 로크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무슈 모라스는 우리가 멈추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우리를 향해 계속 앞으로 나갈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러니 그 드높은 의기를 받들어 나아갑시다!”
“와아아!”
“매국노 데샤넬을 몰아내자!”
라 로크의 짧은 연설에 샬롱 안에 감돌았던 불안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프랑스를 차지하러 간다는 열망과 공화국에 대한 증오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엘리제궁으로 갑시다. 그들에게 우리의 힘을, 프랑스의 힘을 보여 줍시다!”
“엘리제궁으로! 엘리제궁으로!”
“비브 라 프랑스! 비브 라 나시옹!”
함성과 함께 샬롱을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애국동맹.
“각하, 그들이 움직였습니다.”
“국가헌병대와 군대는?”
“이미 대기 중입니다.”
“좋습니다. 모라스가 어딜 갔는지 모른다는 것만 빼면 계획대로군요.”
“후, 이런 일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는데.”
“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레이그 총리. 하지만 이 또한 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일. 만약 나중에 심판을 받는다면 모든 죄는 내가 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애국동맹의 쿠데타의 사전에 감지한 프랑스 정부도 쿠데타에 맞서 행동을 개시했다.
훗날 1922년 프랑스 폭동, 또는 살롱 폭동이라 불릴 역사의 새로운 막이 올랐다.
* * *
“와아아아!!”
“프랑스를 지키자! 프랑스를 되찾자! 프랑스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파리 시가지에 수천 명에 달하는 극우들이 몇 달 안 되는 짧은 준비 시간 동안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무기들을 손에 쥔 채 행군을 시작했다.
목표는 그들이 계속 입에 떠들어 댔던 엘리제궁.
대통령 폴 데샤넬이 있고 총리 조르주 레이그가 있는 프랑스의, 파리의 심장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반란! 반란이다!”
“애들아, 집 안에 들어가거라. 어서!”
애국동맹의 엘리제궁 진군을 바라보던 파리 시민의 얼굴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그야 파리 시민들에게 있어선 피로 얼룩졌던 제2차 파리 코뮌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었으니.
“모라스는 아직도 안 왔습니까?”
“예,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건지…….”
“돌겠군.”
이제는 가지고 있던 존중심도 다 날아가 모라스 앞에 무슈도 붙이지 않는 라 로크가 혀를 찼다.
이러다가 정말 자신이 이 허술해 빠진 쿠데타의 주동자로 남게 생겼다.
“무슈 라 로크, 두려우십니까?”
“기느메르 대위.”
불의 십자단 멤버 중 하나이자 대전쟁 당시 황새 비행대의 중심이었던 프랑스의 에이스 파일럿, 조르주 기느메르의 말에 라 로크가 고개를 돌렸다.
“예, 두렵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쿠데타는 실패할 겁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오늘 땅에 묻힐지도 모르는 일이죠.”
“하지만 버텨 낸다면 당신은 모라스를 뛰어넘어 우파의 영웅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당신의 목표에도 큰 도움이 되겠죠.”
“마치 우리가 오늘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말이군요.”
“살 겁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살 겁니다. 반드시 살아서 내 형제들을, 퐁크의 희생을 무로 돌린 공화국과 빌어먹을 크라우트 놈들이 처절하게 몰락하는 꼴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볼 겁니다.”
그것이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원 역사에서 그의 목숨을 빼앗아 간 지병까지 이겨 낸 기느메르의 각오였다.
“후훗, 그렇다면 나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겠군요. 프랑스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라 로크 또한 기느메르의 말에 다시 각오를 다잡은 것인지 입꼬리를 올렸다.
“무슈 라 로크! 저 앞에……!”
“하, 결국 나타나셨군.”
그러나 두 사람의 각오가 무색하게 그들의 진군은 얼마 안 가 멈추고 말았다.
“프랑수아, 너와 이 자리에서 만나기 싫었건만.”
대전쟁의 영웅 중 하나, 두 번째 코뮌을 박살 낸 자, 그리고 과거, 라 로크의 옛 상관이었던 남자.
“드골 소령, 엘리제궁으로 가는 모든 대로를 봉쇄하게. 단 한 놈도 통과시키지 마.”
“예, 가믈랭 사령관님.”
모리스 가믈랭.
오늘 애국동맹의 사신이 될 자이자 공화국과 민주주의에 모든 것을 바친 수호자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