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 샬롱 폭동 (2)
“파리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고요?”
“예, 총리님. 이미 RND와 주불 대사관이 보내 온 정보를 통합해 교차검증도 끝냈습니다. 애국동맹이 프랑스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장관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는 표정이로군요.”
“그야 프랑스와 손을 잡기로 했을 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 어느 정도 예상했으니까요.”
그리고 이건 데샤넬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이제이를 노려 독일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프랑스 파시즘의 새싹을 자르고, 데샤넬 또한 제3공화국에 위협이 되는 존재인 애국동맹을 쳐 낸다.
즉, 서로의 이해가 일치했고, 그렇기에 과감히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저도 별다른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요. 프랑스 정부가 미리 대비했다면 순식간에 진압될 테니까요.”
“예, 그건 확실할 겁니다.”
이미 첩보를 통해 가믈랭이 지휘하는 진압부대가 행동을 개시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저들이 제대로 된 무장을 갖추고 있을 확률은 매우 낮으니, 진압 자체는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을 거다.
물론, 로마 진군이란 사례도 있긴 한데, 그건 국왕 아니었으면 100% 망했을 예외 중의 예외다.
프랑스 정부가 칼을 갈고 있는 이상 쿠데타의 실패 또한 명명백백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이후에 과연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요.”
* * *
[폭도들에게 전한다. 지금 당장 무장을 해제하고 항복해라! 이것은 내가 너희에게 전하는 마지막 경고이자 자비이다!]“무슈!”
“무슈 라 로크, 어떻게 합니까?”
확성기를 타고 전해지는 옛 상관, 가믈랭의 목소리와 겁에 질린 애국동맹의 목소리에 라 로크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예상대로 데샤넬과 레이그는 이미 자신들의 움직임을 진작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2차 파리 코뮌 때처럼 공화국 충성파인 가믈랭이란 칼까지 꺼내 들어 자신들을 박살 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곳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겠지.’
그 말인즉슨 곧 자신과 갈라져 다른 길로 진격하던 뷔카르나 태탱제 또한 같은 상황이란 거다.
그러니까 한데 뭉치자니까 정말이지 마음대로 돌아가는 일이 하나 없다.
“무슈 라 로크.”
“알고 있습니다, 기느메르 대위. 이렇게 된 이상 어디 갈 때까지 해 봅시다.”
그러나 라 로크는 도망치거나 두 손을 들고 항복하지 않았다.
어차피 각오는 이미 다졌다.
그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발버둥 쳐 보기로 결심했다.
“프랑스 국민이여! 두려워하지 말고 들으십시오. 눈이 있다면 보십시오!”
이윽고 라 로크의 목소리가 파리 한가운데 울려 퍼졌다.
소란스러웠던 애국동맹 또한 갑작스러운 라 로크의 돌발 행동에 입을 다물고 침묵에 빠졌다.
“저는 프랑스가 위대했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유럽 대륙의 제일가는 국가였고, 대지는 그 어느 땅보다 풍요로웠으며 문화와 과학의 선도자였습니다. 프랑스는 언제나 그랬습니다!”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연설에 쿠데타를 지켜보던 시민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라 로크의 열변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위대했던 우리의 조국은 대전쟁의 폐허 속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지만, 우리의 희생은 공화국 정부의 무능력함과 기만 속에서 자신들만을 정의이자 선이라고 외치는 가증스러운 연합군의 군홧발과 잔혹하게 짓밟혔습니다.”
[닥쳐라, 라 로크! 너의 말은 그저 선동에 불과한…….]“그리고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십시오. 취리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십시오. 우리 정부는 우리의 영광을, 과거를 되찾기에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적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굴복하기를 선택했습니다. 그저 주인이 주는 사료만을 기다리는 가축처럼 그대로 패배자로 살아가기를 선택했습니다!”
[라 로크!]가믈랭의 분노 어린 외침에도 불구하고 라 로크는 멈추지 않았다.
도리어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며 소리쳤다.
“그것은 우리 프랑스의 모습이 아닙니다. 백년전쟁을 기억하십시오. 나폴레옹 전쟁을, 보불전쟁을 기억하십시오! 우리는 수도 없이 패배했지만, 언제나 이를 극복했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우리는 패배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전 프랑스인이 단결한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나 싸울 수 있습니다!”
“프랑스 만세!”
“우리는 싸울 수 있다!”
애국동맹에서 환호성과 함께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들 상당수는 대전쟁의 참호 속에서 싸워 왔지만, 그 희생과 노고를 보답받지 못했던 참전용사들.
라 로크의 연설에 누구보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었다.
“프랑스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
“프랑스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
가믈랭의 군대에 겁에 질려 있던 애국동맹의 분위기가 다시 맹렬해지기 시작했다.
라 로크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듀엣, 트리오, 콰르텟을 넘어 곧 우레와 같은 외침이 되었고, 그 속엔 라 로크의 연설을 지켜보던 일부 시민의 목소리까지 섞여 들어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가믈랭에겐 전혀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라 로크의 연설에 시민들은 물론, 진압군 쪽에 서 있는 경찰들과 병사들까지 동요하기 시작했으니.
‘정녕 공화국의 적이 되기로 한 거냐, 프랑수아.’
가믈랭은 입술을 굳게 깨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위험했다.
저 남자는, 한때 그의 부하 장교 중 하나였던 프랑수아 드 라 로크는 위험했다.
이대로 그를 놔둔다면 머지않아 공화국 최대의 위협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전군! 진압을 개시하라!”
“사령관님, 하지만…….”
“라 로크의 괴변은 잘 꾸며진 폭도의 변명에 불과하다. 공화국을 지키는 너희의 임무를 잊지 마라!”
가믈랭의 일갈에 머뭇거리던 병사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총을 붙잡았다.
그 모습을 본 라 로크 또한 옆에 있던 기느메르를 비롯한 동지들의 손과 손을 붙잡았다.
“비브 라 프랑스!”
“비브 라 프랑스!”
타타타타탕!!
전장에서 라 로크가 언제나 전우들과 함께 내질렀던 함성과 함께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의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 * *
프랑스의 10월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샬롱 폭동이 끝났다.
폭동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정부군에 의해 순식간에 진압되었고, 주동자인 프랑수아 드 라 로크는 저항 끝에 체포되었다.
그러나 정부군과 경찰은 쿠데타를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론 아무것도 못 한 모라스나 라 로크랑 달리, 진압군을 보자마자 도주를 택한 뷔카르, 태탱제의 체포엔 실패했고, 그들은 정부의 손길을 피해 스위스와 스페인 등지로 도망쳤다.
덕분에 데샤넬은 평소와 달리 대체 뭘 하는 거냐며 크게 화를 내었지만, 이내 진정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친 세 사람은 말만 앞선 겁쟁이란 낙인이 찍혔고, 그동안 쌓아 온 정치적 영향력 또한 대거 날려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데샤넬과 프랑스 정부가 걱정해야 할 것은 그 세 겁쟁이가 아니었다.
찰칵! 찰칵찰칵!
“무슈 라 로크!”
“무슈 라 로크, 여기 좀 봐 주십시오!”
샬롱 폭동을 통해 결과적으로 프랑스 극우파의 아이돌로 떠오른 프랑수아 드 라 로크였다.
이미 정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쿠데타 당시 그의 연설과 행동이 신문과 잡지에 실려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갈 정도였으니, 그 유명세가 얼마나 대단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들 또한 이대로 라 로크를 놔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었으니.
그렇기에 1922년 11월 30일.
샬로 폭동으로부터 고작 한 달 만에 파리 고등법원에서 반란 주모자 프랑수아 드 라 로크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프랑스 제3공화국의 느려 터진 행정 처리 속도를 생각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였다.
덕분에 카메라를 든 기자들은 물론, 파리 시민들 또한 라 로크가 어떻게 될지 구경하기 위해 고등법원 위치한 시테섬 법원 청사로 몰려들었다.
다만, 파리 시민들이 라 로크를 대하는 반응은 현재 정치권 내에서 그를 두고 벌어지는 격렬한 논쟁처럼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졌다.
“진짜 죄인은 엘리제궁에 있는데, 왜 애국자인 라 로크가 벌을 받아야 하는가!”
“라 로크는 무죄다!”
“사랑해요, 라 로크!”
라 로크를 지지하는 민족주의자, 보수성향 지식인 등 우익들은 라 로크의 무죄를 외쳤고,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한 놈이 무죄는 무슨 무죄인가!”
“라 로크는 공화국을 파괴하려 한 악질이다. 그에게 사형을!”
“라 로크를 단두대로!”
진보 성향 지식인들과 시민들은 라 로크의 유죄를 외치며 그를 사형장으로 보낼 것을 주장했다.
다만, 라 로크가 사형당할 일은 절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왜냐하면 대통령인 폴 데샤넬이 확고한 사형반대론자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샤넬이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을 때 프랑스 제3공화국에선 극히 드물게도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신념도 신념이지만, 데샤넬는 라 로크를 순교자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가끔은 살아 있는 자보다 죽은 자들이 더 무서워지는 법이니까.
“모두 착석하십시오,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법원 밖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목소리가 빗발치는 가운데 판사의 엄숙한 목소리와 함께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죄수복을 입고 손에 수갑을 찬 라 로크의 눈동자엔 그 어떤 부담감도, 두려움도 없었다.
폭동이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은 모라스나 도망친 태탱제, 뷔카르 등에 대한 원망조차 지금 이 한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었다.
오늘 판결이 어떻게 나든 그는 이미 각오를 굳힌 뒤였으니.
“피고, 이름과 직업을 말씀하십시오.”
“프랑수아 드 라 로크. 불의 십자단의 당수입니다.”
“그렇군요. 지금 밖에 피고를 두고 여러 가지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화국 만세, 황제 만세, 또는 국왕 만세를 말하기 전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소리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만세라고.”
웅성웅성─
여러 의미가 함축된 대답에 방청객이 술렁였다.
동시에 자신은 공화국을 무너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프랑스의 애국자로서 행동했을 뿐이라는 대답이기도 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검찰 측.”
“예, 재판장님.”
흥미로운 눈으로 라 로크를 바라보는 판사의 말에 기소를 맡은 검사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찰은 피고 프랑수아 드 라 로크에 대해 무기 징역을 구형하는 바입니다.”
웅성웅성─
다시 한번 방청객에서 소란이 일었다.
다만, 이번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얼굴들도 있었다.
대통령의 성향상 사형이 안 된다면 그보다 한 단계 낮춰 무기 징역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무기 징역이라, 알겠습니다. 피고 측 이에 대해 할 말 있습니까?”
판사의 물음에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라 로크가 본인이 직접 대답하겠다는 듯 그를 제지했다.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동시에 후회도 하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결국엔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니까.
“그러나 제 행동은 어디까지나 프랑스 국민의 뜻에 반하는 정부의 행동에 대한 프랑스 국민이 가지고 있는 저항권, 그리고 시위와 집회의 자유를 행사한 것뿐입니다.”
“공화국을 전복하려는 행동이 어떻게 프랑스 국민의 권리란 말인가!”
라 로크의 말에 방청객 중 누군가가 급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에 판사가 미간을 좁히며 뭐라 하려는 찰나, 라 로크가 그를 똑바로 바라본 채 말했다.
“이곳은 프랑스이고 우리는 프랑스인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프랑스는 불의에 저항하고, 자신의 신념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1789년의 바스티유를 떠올려 보십시오. 1830년 영광의 3일(7월 혁명)과 1848년의 마들렌 광장(2월 혁명)을 떠올려 보십시오.”
아니면 그대는 혁명을 부정할 생각인가?
그리고 그 혁명으로 태어난 공화국을 부정할 생각인가?
그렇게 묻는 듯한 라 로크의 말에 방청객이 할 말이 없다는 듯 우물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야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탕탕!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이내 분위기가 진정되자 판사가 망치를 두들기며 말했다.
“이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