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322
322화 : 중원대전
“와아아아아아─!!!”
쾅! 콰광! 콰과광!!
수십만에 달하는 인간이 내뱉어 내는 거친 함성과 그에 뒤지지 않는 포성과 함께 전쟁은 시작되었다.
이날을 위해 돤치루이의 조련 아래 오랫동안 준비해 온 청군은 거침없이 국경을 넘어 중화민국의 영역으로 진격했고, 1923년이 찾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강에 도착했다.
그러나 청군은 조조가 그랬고, 몽골군이 그랬듯이 장강을 쉽게 넘지 못했다.
장강 건너편의 중화민국군 요새도 요새였지만, 무엇보다 중화민국군의 저항이 너무 강했다.
그들이 장강 이북에서 보여 준 한심한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이번에도 장강 도하에 실패했다고.”
“예, 각하.”
덕분에 전쟁은 시작된 지 몇 달 안 지나 장강 전선에서 시체를 수도 없이 쌓아 올리며 정체를 맞이했다.
“역시 쉽지 않군.”
그러나 총사령관으로서 전장으로 직접 나온 돤치루이는 이를 이미 예상했다는 듯 여전히 침착을 유지했다.
당연했다.
장강을 빼앗기면 끝이라는 것은 중화민국 측도 잘 알고 있을 테고, 손오와 남송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장강을 지키려고 할 테니까.
쉽게 말해 전쟁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당황할 것 없다. 국력에 차이가 있는 이상 이대로 소모전으로 가면 유리해지는 것은 결국 우리 청이다. 그러니 계속 공세를 유지하도록.”
“예, 각하!”
돤치루이의 말에 그의 앞에 선 두 사람이 경쟁하듯 힘차게 경례를 올리며 대답했다.
난징 방면 사령관을 맡은 장쭤린과 우한 방면 사령관을 맡은 옌시산이었다.
“펑위샹, 쓰촨 공세는 어찌 진행되고 있나?”
고개를 끄덕인 돤치루이는 이내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장쭤린, 옌시산과 함께 청군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세 사령관, 일명 청삼장(淸三將) 중 하나인 펑위샹이 마찬가지로 경례를 올리며 대답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습니다.”
“흠, 펑궈장은 전선에 나서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적 사령관이 누군지 알고 있나?”
“예, 차오쿤(曹錕, 조곤)과 우페이푸(吳佩孚, 오패부)입니다.”
“들어 본 이름들이군.”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한때 북양군의 일원이자 돤치루이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북양의 개, 펑궈장의 직속 부하들이었으니.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들은 그럭저럭 군재가 있는 자들이지. 거기다 쓰촨의 험한 지형을 생각하면 쓰촨 공세도 장강처럼 쉽지 않겠군.”
“그렇다 할지라도 결국은 군벌의 무리. 우리 대청군의 상대는 안 됩니다.”
“맞습니다, 각하. 남벌을 시작한 지 이제 고작 몇 달입니다. 게다가 적들은 지형의 유리함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있으니, 이것이 얼마나 가겠습니까?”
“중화민국을 자칭하는 저 반도들은 머지않아 대청의 깃발 아래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하하! 좋다. 내 그대들을 믿고 있겠다. 황제 폐하께 다시 하나 된 중국을 바치는 그 날까지 분골쇄신하도록.”
“핫!”
장쭤린, 옌시산, 펑위샹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금 경례를 올렸다.
다만 그들의 미소에는 청에 대한 충심만이 아닌 남쪽에 군벌들에 지지 않을 야심도 함께 서려 있었다.
그 야심은 다름 아닌 돤치루이의 자리를 향하고 있었다.
물론, 청삼장 세 사람이 하극상을 일으켜 돤치루이를 몰아낼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돤치루이는 부정할 수 없는 청의 영웅이었고, 어린 황제와 대소신료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었기에 이 세 사람으로선 쉽게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 사람이 노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돤치루이의 후계자 자리였다.
현 청 군부의 절대적인 일인자인 돤치루이의 치세는 사람의 수명이 유한하듯 언젠가 끝날 것이고, 장쭤린, 옌시산, 펑위샹은 원 역사에서 제각기 군벌로 역사 속에서 이름을 떨친 이들답게 하나같이 자신이 돤치루이의 뒤를 이어 청 군부의 정점이 되기를 원했다.
그것이 그들이 가진 야심이었다.
‘흥, 내가 만주에서 기병대를 이끌고 마우재 놈들과 싸울 때 일개 사단장에 불과했던 애송이들에게 밀릴 순 없지. 돤치루이의 후계자는 나다. 내가 못되면 우리 쉐량이라도 후계자로 만들고 말겠다!’
‘마적 놈 따위에게 대청군의 미래를 맡길 순 없지. 나 산시의 옌시산이야말로 청군을 이끌 재목이다!’
‘흥, 촌놈들 주제에 야심은 많아선. 나는 북양군 시절부터 각하를 모신 성골 중의 성골이다. 굴러들어온 돌 따위에게 내 자리를 빼앗길쏘냐!’
덕분에 청삼장은 겉으론 호호 웃으면서도 속으론 상대방에 대한 경멸과 조소를 숨기지 않으며 서로를 뛰어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세 사람이 각각 이끄는 난징 방면군, 우한 방면군, 쓰촨 방면군 간의 치열한 군공 쌓기 경쟁이 벌어진 이유기도 했다.
이번 전쟁은 누가 가장 돤치루이의 후계자에 어울리는지 평가하는 자리가 될 테니까.
“…….”
청삼장 사이에서 경쟁심이란 이름의 숨길 수 없는 감정이 흘러나오자 이들의 목표인 돤치루이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 또한 청삼장의 야심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세 사람의 경쟁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자리를 얻기 위해서라도 중화민국을 끊임없이 물어뜯을 것이고, 이는 결국 청군의 승리로 돌아올 것이기에.
‘나의 후계자 자리?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그러니 위안스카이가 남긴 오물 ‘중화민국’을 지도에서 지워 버려라.
가장 유능함을 뽐낸 자만이 자신의 뒤를 이을 자격이 있으니.
* * *
“청의 공세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다. 난징 방면에 진지를 더 건설하고, 화포도 더욱 배치하도록.”
“예, 위원장 각하!”
한편, 그 시각.
중화민국의 수도 난징에선 한 남자가 청의 남벌로부터 중화민국을 살려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중화민국의 위기, 그리고 쑨원의 신임 덕에 젊은 나이에 국민당의 당군이자 중화민국의 주력군인 국민혁명군을 총괄하는 자리이자 원 역사에서 그를 상징하는 자리이기도 했던 국민혁명 군사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장제스였다.
“모두 명심해라. 장강을 잃으면 난징을 잃는다. 난징을 잃으면 중화민국을 잃는다. 그리고 중화민국을 잃으면 5억 중국 민중들이 갈망해 오던 삼민주의의 꿈이 끝난다. 만주족 황실에 지배당하고, 착취당하던 그 무력한 시절이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목숨을 바쳐 반드시 장강을 지켜 내라. 서서 죽을 때까지 반드시 민국을 사수하라!”
“예, 각하!”
부하들의 용맹한 대답에 장제스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곧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전세에 대한 한숨으로 뒤바뀌었다.
병사들에겐 희망이 있듯이 말했지만, 아무리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과연 다시 한번 중국 통일을 꿈꾸는 청군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지 도저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쑨원, 그가 존경해마지않는 중화민국의 총통은 난징을 되찾은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평생을 바쳐 온 중화민국의 위기를 눈앞에 둔 탓인지 날이 갈수록 핼쑥해지고 있었다.
장제스로선 그야말로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을 매일같이 느끼는 기분이었다.
“공산당, 그 빨갱이 놈들을 더 빨리 쫓아내야 했어.”
그랬다면 상황이 조금은 더 나았을 것이다.
어쩌면 장강 이북을 내주지 않아도 될 수도 있었다.
장제스는 입맛이 써지는 것을 느끼며 사령부로 돌아왔다.
그나마 트로츠키와 중국 공산당을 쫓아내자마자 열강이 제재를 풀고, 다시 무기를 팔아 줘서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장강이고 뭐고 무기가 없어서 지켜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오셨습니까, 위원장 각하.”
“쓰찬과 우한의 상황은 어떤가?”
“쓰촨의 북양군벌은 아직까진 잘 버텨 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청군의 기세가 높다 한들 한중과 검각을 돌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오래전 이태백이 촉으로 가는 길은 하늘을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고 할 정도로 험하고 험한 땅이 쓰촨이다.
이에 더해 언젠가 돤치루이가 자신을 칠까 두려워한 북양군벌의 수장, 펑궈장이 쓰촨으로 들어가는 길인 한중과 검각을 철저하게 요새화하기까지 했으니, 쓰촨 쪽은 당분간 안심해도 될 터였다.
“문제는 역시 우한이군. 망할 군벌 놈들 같으니”
장제스는 군벌들에 대한 경멸을 담아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현재 중화민국의 군벌들은 청의 남벌을 맞이하며 국민당에 이빨을 드러내는 것을 잠시 멈추고 국민당의 지휘를 받아 청에 맞서고 있다.
중국의 권력이고 뭐고 일단 살아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출사표를 던지고 남벌을 선언한 돤치루이는 군벌들을 살려 둘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 불안 요소 그 자체이자 언제고 반기를 들 생각으로만 가득한 군벌들을 품어 대체 무엇에 쓰겠는가?
물론, 돤치루이가 조금만 융통성이 있다면 또 몰랐겠지만, 알다시피 그는 자신의 신념과 안 맞는다고 옛 주인을 물어뜯었을 정도로 완고하고, 비타협적인 성격이었다.
돤치루이와 청군이 생각하기에 중화민국의 반도들에게 주어질 것은 오로지 죽음뿐이었고, 덕분에 서로 싸우기 바빴던 군벌들도 지금만큼은 싸움을 멈추고 손을 잡았다.
장제스와 국민당 정부로선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일이었지만, 불안 요소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중국 군벌이란 작자들이 어디 남의 말을 잘 듣는 족속들이었던가?
야심과 탐욕으로 가득한 그들은 청과 싸우면서도 여전히 자신들끼리의 알력 다툼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장제스는 이런 군벌들을 어떻게든 멱살 쥐고 청과 싸우게 만들어야 했다.
그의 위장이 매일같이 남아나질 않는 이유기도 했다.
쓰촨은 군벌 중에서도 여전히 상당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북양군벌의 영역이니, 그들에게 맡기고 난징 방면은 자신이 지휘한다고 쳐도, 우한은 오로지 군벌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 내야겠지.”
중화민국을 위해서, 삼민주의를 위해서, 그리고 쑨원을 위해서 반드시.
* * *
“중국의 내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요.”
“청도, 중화민국도 필사적이니까요.”
청과 중화민국의 사생결단이 계속되고 있을 때.
다른 열강의 조계지들처럼 전쟁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키아우초우에선 한스를 대리해 극동 외교를 맡은 트라우트만과 어느덧 62세가 되어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 가고 있는 임시정부의 수장 민영환이 카페 초이를 홀짝이며 중원대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래도 다들 몇 년은 걸리더라도 결국엔 청나라가 이기리라 생각하더군요.”
“청과 달리 중화민국은 중세시대의 봉건제보다도 더 심각한 상태이니 말입니다. 다만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전쟁의 승패는 그들에게 달리지 않았단 말이죠.”
중원대전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배후에서 중국의 목줄을 쥐고 있는 서구 열강들이었다.
그리고 트라우트만의 주인을 비롯한 열강의 권력자들은 전쟁이 최대한 질질 끌어져 무승부 판정이 나기를 원했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한스의 생각은 둘째 치더라도 하나의 중국보단 여러 개의 중국이 뜯어먹기엔 더 낫거니와 이대로 중국이 다시 하나가 되는 건 열강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야 청이든 중화민국이든 중국을 통일해 서로 싸울 상대가 사라지면 가장 먼저 자신들을 뜯어먹던 열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할 테니까.’
그리고 이는 대전쟁 이후 다시 날개를 펴기 시작한 각 나라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지금도 신나게 중국에 무기와 물자를 팔아 치우는 열강들이 보기에 심히 좋지 않은 일이었다.
“시대가 변해도 서구 열강은 여전하군요.”
“모든 게 휙휙 바뀌진 않는 법이니까요. 자, 불편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중국 공산당의 동태에 대해선 뭔가 알아낸 게 있습니까?”
트라우트만의 말에 민영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임정 요원들이 조사한 결과, 트로츠키와 중국 공산당은 현재 신장성에 있다고 합니다.”
“신장성이라면 위구르 말입니까?”
“예, 거기 맞습니다.”
“거참 멀리까지도 갔네요.”
트라우트만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신장은 열강의 손이 닿지 않는 변두리 중의 변두리.
그 말인즉슨 곧 극동 최대의 위험인물로 찍힌 트로츠키가 무엇을 꾸미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거란 소리였다.
“앞으로도 임정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하하, 저희야 이래저래 독일에 신세를 많이 졌으니 최대한 도와드려야죠. 다만…….”
“다만?”
“저로선 언제나 그렇지만, 일본이 걱정이군요. 그치들이 중국에서의 전쟁을 계기로 다시 중국에 이빨을 드러낼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하긴, 얼마 전엔 중국 개입에 반대하던 가토 도모사부로 총리까지 급사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가 죽으면서 가까스로 이루어지고 있던 일본 군부의 억제가 다시 풀리기 시작했다.
민영환도, 트라우트만도 일본의 위험성에 대해선 잘 아는 사람들인 만큼 그들이 앞으로 보일 행동에 깊은 우려를 품을 수밖에 없었다.
“공작님께선 이에 대해 별말 없으셨습니까?”
“당장은 일본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라 하시더군요. 왜 그런 이야기를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공작님의 말이니 쓸데없는 말은 아니겠죠. 언제나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발자국 앞을 내다보시는 분 아닙니까.”
“예, 가끔은 무서워질 때도 있지만요.”
트라우트만은 껄껄 웃으며 커피잔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때였다.
“대사님, 대사님!”
“음?”
“헉…헉…… 여기 계셨군요.”
“무슨 일인데 이리 호들갑입니까? 청군이 장강이라도 돌파했습니까?”
“헉헉……. 아뇨, 아닙니다. 중국 때문이 아닙니다. 주일, 주일 독일 대사관에서 긴급 전보입니다.”
주일 대사관이란 말에 트라우트만과 일본의 일이라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민영환이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하니 한스의 말과 달리 일본이 또 무슨 사고를 치기라도 한 걸까?
“지진…….”
“예?”
“지진입니다.”
“일본 관동(간토) 지역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도쿄를 비롯한 관동의 주요 도시들이 붕괴하기 시작했고, 우리 대사관 또한 박살이 나서 주일 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직원들이 급히 피난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오, 시발.”
그러나 트라우트만의 부하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일본에서 벌어진 일은 두 사람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