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324
324화 : 1925년
“벌써 여기에 들어온 지도 2년이군.”
죄수복을 입은 프랑수아 드 라 로크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하늘은 그대로라도 세상은 여전히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영국에선 끝내 1924년 총선에서 자유당이 보수당에 패배하며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가 마침내 다우닝가를 떠났다.
그러나 그 전에 눈치 빠르게 보수당으로 당적이 옮긴 처칠은 올 초에 재무장관으로 취임하며 로이드 조지와 달리, 다우닝가에 남는 것에 성공했다.
정말이지 정치 생명줄 하나는 바퀴벌레보다 더 질긴 작자다.
한편, 영국에 뺨을 맞은 스페인에선 미겔 프리모 데 리베라가 알폰소 13세의 암묵적인 지지 아래 쿠데타를 일으키며 군사 독재 정권이 세워졌다.
그러나 리베라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스페인령 모로코를 아브드 엘 크림과 베르베르인들에게 헌납했고, 스페인령 모로코는 리프 공화국이란 이름으로 독립해 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프란시스코 프랑코 같은 젊은 장교들이 모로코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약속을 어긴 리베라에게 칼을 갈고 있다던가?’
살롱 폭동 이후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며 편지를 자주 보내오는 페탱 장군이 전해 준 정보였다.
이 밖에도 중국에선 청과 중화민국의 전쟁이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든가 미국의 허버트 후버가 재선에 성공했다든가 하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라 로크는 그쪽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바다 건너 대륙의 일들은 교도소에서 나간 뒤의 미래를 구상하느라 바쁜 라 로크가 관심을 둘 가치와 의미가 당장 없었기 때문이다.
“조르주, 가석방 심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이번에도 힘들 것 같습니다. 또 데샤넬이 손을 쓴 것 같다더군요.”
살롱 폭동을 계기로 자신에게 완전한 충성을 맹세하며 경어를 쓰게 된 조르주 기느메르의 말에 라 로크가 미간을 찌푸렸다.
항소가 우파들과 사법부의 방해로 기각되고, 기행을 일삼는 이유 중 하나였던 우울증이 악화하며 건강이 나빠졌음에도 데샤넬은 여전히 자신의 앞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불의 십자단, 악시옹 프랑세즈 같은 극우 세력의 해체를 진행하며 라 로크가 감옥에서 나오더라도 힘을 갖지 못하도록 온갖 방해를 일삼는 것은 덤이었다.
‘아마 작년에 나에 대한 암살 시도도 그의 짓이겠지.’
물증은 없었고, 당국도 미치광이의 짓으로 결론지었지만, 라 로크는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만약 기느메르가 재빨리 막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지금쯤 무덤 속에 있었을 것이다.
라 로크는 언젠가 프랑스를 차지하면 데샤넬만큼은 절대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펜과 수첩을 들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왜 살롱 폭동을 일으켰는지(물론 얼떨결에 주동자가 되었다는 것은 뺐다), 그리고 자신이 그리는 프랑스의 미래가 무엇인지 정리하고 남들에게 알리기 위해 책을 쓰고 있었다.
미국에서 새 작품을 구상하느라 디즈니, 아이웍스와 머리를 맞대고 있는 히틀러 같은 짓이긴 했지만, 라 로크에겐 꼭 필요한 일이었다.
라 로크는 2년 전, 살롱 폭동에서 명성을 얻으며 모라스, 뷔카르 등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프랑스 극우의 가장 앞에 섰다.
그가 걸어가는 길이 곧 새로운 극우의 길이자 새로운 프랑스의 길이 될 것이 분명한 이상, 미래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 줘야 했다.
무솔리니의 파시즘보다 훨씬 난잡하고 불명확한 자신의 사상을 보다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방향성으로 새로 정립하는 것은 물론이다.
“반유대주의는 역시 넣는 게 좋겠지. 우파의 입맛에도 맞고, 하나 된 증오는 사회의 단결을 가져오니.”
다만 과거 드레퓌스를 향해 막말을 내뱉긴 했지만, 그때는 그저 패전의 분노로 눈이 돌아가서 그랬던 것일 뿐, 라 로크 자신은 사실 다른 프랑스 극우들과 달리 유대인들에게 딱히 별 감정은 없었다.
그러나 대전쟁을 거치며 더욱 극심해진 프랑스 반유대주의는 그의 입장상 여러모로 써먹기 좋은 것이었고, 이에 반해 포기해서 얻을 이득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라 로크는 유대인을 증오하지 않음에도 자신의 사상에 반유대주의를 추가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보나파르트파나 오를레앙파, 정통왕당파(부르봉 왕조 복권을 주장하는 파벌이다)가 원하는 것처럼 프랑스를 제정이나 왕정으로 되돌릴 생각은 없네.”
“왕당파들이 라 로크님에게 끊임없이 관심과 호응을 갈구하는 것을 생각하면 매몰차고 차디찬 말씀이군요.”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프랑스를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야. 그러나 자칭 나폴레옹 5세나 자칭 필리프 8세가 과연 프랑스를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절대 아니었다.
이 시대의 나폴레옹도, 이 시대의 필리프 오를레앙도 죄다 선조들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머저리들이었으니.
그들은 공화국의 정치인들처럼 자신의 탐욕과 권력욕만 우선시할 뿐, 프랑스를 절대 위대하게 만들 수 없었다.
“프랑스를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초인은 단 한 명만이 될 수 있고, 그것은 오직 나밖에 없네. 살롱 궐기는 그것을 증명했지.”
한때 조금이나마 자신을 대신할 수 있을까 기대를 품었던 모라스는 물론, 뷔카르와 태탱제 또한 초인에 걸맞지 않다는 것도 증명되었다.
그러니 역시 자신밖에 없다.
프랑스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이 프랑수아 드 라 로크밖에 없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이 프랑스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신밖에 없습니다.”
기느메르가 라 로크를, 복수라는 꿈을 이뤄 줄 수 있는 유일한 이를 바라본 채 말했다.
“프랑스를 손에 넣으십시오, 라 로크 님.”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데샤넬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그저 자신이 감옥에서 나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극우들을 다시 한데 뭉쳐야 했다.
정치 연합체에 가깝던 이전과 다르게 하나 된 지도자 아래서 단결된 새로운 조직으로 만들어야 했다.
‘이름은 일단 프랑스 사회당…… 아니, 너무 이건 밋밋한 데다 빨갱이 냄새가 나니, 프랑스 국가사회당(Parti Nation Social Français)이 좋겠군.’
국가사회당은 기존의 상류층이나 가톨릭교도, 참전 군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극우들과 달리 대중적으로 변할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얻어 데샤넬이 그렇게 지키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방식으로 보란 듯이 프랑스를 손에 넣을 것이다.
‘그러니 그때를 기다려라, 데샤넬.’
라 로크는 고개를 들어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자신의 것이 될 프랑스의 하늘을.
* * *
“대체 언제까지 이 황무지에 있어야 하는 거지?”
라 로크가 감옥에서 미래를 그리며 야심에 불타오르고 있을 때.
레프 트로츠키가 중국 공산당을 이끌고 머나먼 신장까지 온 탓에 덩달아 중국의 서쪽 변경까지 끌려오게 된 젊은 마오쩌둥(毛澤東, 모택동)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트로츠키가 있을 당사를 바라봤다.
벌써 2년, 2년이나 이 모래 구덩이 속에 숨어 있었다.
그러나 트로츠키는 여전히 아직 때가 안 됐다며 여전히 신장에 머무르는 것을 고집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난징에서 쫓겨난 이래 중국에서 중국 공산당이 발붙일 곳이 없었다.
이미 한번 몽골 공산당 때문에 홍역을 치러야 했던 청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중국 군벌들도 서구 열강들에 밉보일까 중국 공산당과 손을 잡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신장은 청의 영토이긴 했지만, 변두리 중의 변두리라 정부의 손이 별로 닿지 않았기에 공산당이 안전하게 둥지를 틀어 세력을 키우기엔 딱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어디까지나 트로츠키의 주장에 따르면 말이지.’
그리고 트로츠키의 주장은 마오쩌둥이 생각하기엔 다 개소리였다.
애초에 변변찮은 자원도 없는 이 황무지에서 대체 무슨 세력을 일군다는 말인가.
당장 이 땅에 공산당이 끌어들일 자들이라 봤자 위구르인과 회족(回族, 한족화된 무슬림), 그도 아니면 청군에게 크게 패배해 몽골 변경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몽골 공산당밖에 없지 않은가.
‘중국 공산당은 중국인의 것이고, 중국의 인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거늘!’
그러나 트로츠키는 도리어 중국에서의 독립을 미끼로 내걸어 이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세계혁명이지, 하나 된 중국이 아니었으니까.
마오쩌둥이 트로츠키를 싫어하는 것을 넘어, 이를 갈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어이, 마오. 왜 또 이렇게 죽상이야.”
“또 트로츠키 때문이지 왜겠어?”
마오쩌둥과 함께 공산당의 탄생에 참여한 창당 멤버이자 그와 더불어 유이하게 중공의 고위 정치인으로 천수를 누렸던 둥비우의 목소리에 마오쩌둥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저 실패자 밑에서 대체 언제까지 굽신거려야 하는지. 솔직히 말해 저 안경 수염 놈은 소련에서 끈 떨어지는 바람에 여기서 허송세월하는 것뿐이잖아!”
“크큭, 그건 그렇지. 가끔은 차라리 중국의 시골로 가 빨치산을 이끌고 전쟁에 끼어드는 것이 더 나을 거란 생각이 든다니까.”
이러한 생각을 지닌 것은 비단 마오쩌둥과 둥비우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중국 공산당 내의 상당수가 트로츠키의 독선적인 행동에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으니까.
“이제는 여기가 중국 공산당인지, 트로츠키의 당인지 모르겠어.”
애초에 트로츠키만 아니었다면 그들이 이런 고생을 겪을 이유도 없었다.
당장 쑨원이 자신들을 난징에서 내쫓은 이유가 무엇인가?
장제스 같은 국민당 내 우파의 반발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론 서구 열강의 제재 때문이다.
그리고 서구 열강이 중화민국에 제재까지 걸면서 자신들을 난징에서 내쫓으라고 압박한 이유는 무엇인가?
트로츠키다.
트로츠키가 중국 공산당에 있어서 그런 것이다.
즉,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이 겪어야 했던 고난은 전부 트로츠키 때문이란 것이다.
“트로츠키 그놈만 없었으면 우린 아직도 난징에 있었을 거야.”
이 모래바람으로 가득한 황무지에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트로츠키 동지에게 불만이 많으신 모양이군요, 마오쩌둥 동무.”
“?!”
마오쩌둥이 둥비오와 함께 트로츠키의 뒷담으로 한참일 때 두 사람의 뒤에서 어눌한 중국어가 들려왔다.
“당신은…….”
러시아인.
그것도 트로츠키를 따라 중국까지 온 트로츠키의 파벌 중 하나였다.
그다지 눈에 띄는 사람은 아니라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너무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들의 말을 트로츠키에게 전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허, 당신은 트로츠키의 수하인 줄 알았는데.”
“겉으론 그렇죠.”
그리 말한 러시아인은 빙긋 웃으며 마오쩌둥과 둥비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당신들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뭐?”
“저는 트로츠키를 중국 공산당에서 쫓아내고 싶습니다. 아니면 아예 끝장을 내든가요. 즉, 우리는 서로 이해가 일치한다고 할 수 있지요.”
“우리가 뭘 믿고 당신과 손을 잡지? 트로츠키가 판 함정일지도 모르잖나.”
“하하! 그 염소수염이 여러분을 제거하기 위해 함정 같은 걸 팔 것 같습니까?”
그건 그랬다.
트로츠키는 지나칠 정도로 앞만 보는 인간이니.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신뢰가 가질 않는군. 우리를 끌어들이고 싶으면 네놈의 배후를 말해. 뒤에 누가 있지?”
마오쩌둥의 경계심 어린 목소리에 러시아인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스탈린 동지.”
“!!”
“이걸로 충분합니까?”
러시아인, 스탈린이 보낸 첩자의 말에 마오쩌둥은 놀란 입을 다물고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트로츠키를 향해 다시 스탈린의 검은 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끝에 남는 것이 과연 누구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
“어서 오십시오, 총리님, 그리고 부총리님.”
1925년 여름.
아데나워 정부가 순탄함을 유지하고, 눈 부신 태양이 하늘을 비추는 가운데, 나는 아데나워와 함께 루덴도르프의 환대를 받으며 넓은 연병장에 도착했다.
바로, 즐겁디즐거운 독일 제국의 신무기 시연을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그 많은 국방 예산을 쏟아부은 결과물들을 볼 수 있겠군요.”
“실망하진 않으실 겁니다.”
“제발 그러길 나도 바랍니다, 부총리님. 그럼 루덴도르프 장관. 어디 한번 그 많은 돈으로 뭘 만들었는지 봅시다.”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다간 바로 가만 안 두겠다는 듯 으르렁거리는 아데나워의 목소리와 함께 루덴도르프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은 작은 것들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후 익숙한 얼굴인 슈마이저 형제가 시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돌격소총, 기존의 Gew98를 완전히 대체할 독일 제국의 최첨단 무기이자 새로운 제식 병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