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 차르 VS 마피아 (2)
1925년 11월 20일 겨울.
슬슬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아 20년대 후반이 다가오고 있을 때, 나는 오랜만에 니콜라 테슬라를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헬싱키로 발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테슬라에게서 내가 개발을 맡긴 레이더의 시제품이 나왔다는 전언을 받았기 때문이다.
‘근데 테슬라의 능력을 생각해 보면 꽤 오래 걸렸단 말이지.’
게다가 이 시대 레이더 기술이 막 시대를 초월한 하이테크놀러지라면 또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당장 일본인이 만들었지만, 정작 일본에선 무시당하고 일본의 적들만 실컷 쓴 레이더인 야기-우다 안테나(Yagi–Uda Antenna)가 1년 후인 1926년에 나왔으니까.
이미 19세기에 초기 레이더를 연구한 양반이 시제품 개발에 10년이나 걸린 것은 나로서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대체 호수와 메탈(물론 나중의 이야기다)의 나라까지 간 괴짜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가 바쁜 틈에 짬을 내어 굳이 헬싱키까지 온 이유기도 했다.
“오랜만입니다, 테슬라 씨. 이제는 머리가 새하얗게 세셨네요.”
“공작님은 콧수염을 기르셨고요. 세월이란 참으로 빠른 법이죠. 물론 그 세월 속에서도 제 과학과 발명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식지 않았습니다.”
“하하, 그래 보이네요. 그나저나 헬싱키 대학교에서 교수로 계신다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얼굴이 좋아 보이는 것을 보니 교육자의 삶이 꽤 마음에 드신 모양이군요.”
“왕세자님이나 왕자님을 가르칠 때도 느낀 것이지만, 젊은이들에게 제 경험과 지식을 전해 주는 것은 꽤 보람찬 일이거든요.”
테슬라가 지금의 직업에 만족한다는 듯 밝은 미소를 지었다.
말년의 그가 경제고를 겪으며 외롭게 살다 죽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새옹지마가 따로 없다.
게다가 이제는 헬싱키 대학교에서 제자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물려주고 있으니, 어쩌면 수십 년 뒤엔 핀란드가 호수와 메탈뿐만 아니라 과학으로도 유명해질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핀란드엔 노키아가 있었지.’
한때 핀란드를 먹여 살렸을 정도로 잘나갔지만, 스마트폰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휴대폰 사업을 접었던 그 노키아 맞다.
참고로 노키아는 이 시대에도 존재한다.
노키아는 무려 1871년에 설립된 꽤 유서 깊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휴대폰을 팔지는 않고, 원래는 제지업 회사였다가 고무 회사로 업종을 변경했고, 최근엔 전선 회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가 나중에 무선 통신 장비를 만드는 회사와 합작을 하게 되어 탄생한 것이 우리가 아는 노키아다.
어쨌든 핀란드의 과학력이 무선의 왕, 테슬라 덕분에 발전한다면 노키아 또한 그 영향을 받아 원 역사와는 다른 길을 걸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인간의 수명 상, 나는 그것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그럼, 이제 레이더를 보러 가실까요?”
“물론입니다.”
내 대답에 테슬라는 빙긋 웃으며 헬싱키 대학교에 있는 자신의 연구소로 나를 데리고 갔다.
연구소 안에는 테슬라의 조수들과 핀란드 대학원생들로 보이는 좀비 비슷한 생명체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이걸 보니 테슬라도 교수가 다 되었구나 싶었다.
교수란 존재는 대학원생들을 굴리고 또 굴림으로써 완성되는 존재이니.
“자자, 다들 하던 일 모두 멈추고 ‘그 물건’을 가져오게나.”
“네, 교수님.”
테슬라의 명령에 대학원생들이 피곤함에 찌든 몰골로 상당한 금속 물체를 낑낑대며 가져왔다.
“테슬라 안테나입니다!”
“호오.”
“이 테슬라 안테나를 통해 우리는 전파를 쏴 멀리 있는 물체의 거리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레이더 기술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죠.”
“그렇군요. 그럼 실제로 레이더가 작동되는지 확인해 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실험을 위해 이미 이 연구소에도 설치해 놨거든요.”
자신감 있게 말한 테슬라는 조수들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곧 삐비빅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계식 레이더 표시기, 일명 PPI 스코프의 어두운 배경에 밝은 점(아마 건물인 모양이었다)들이 무수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안테나가 한 번 회전할 때마다 주변 정보가 스코프에 떠오릅니다. 아직은 물론 크기가 커다란 물체만 가능하지만,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한다면 그보다 훨씬 작은 것들도 포착 가능할 겁니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걸요. 카이저마리네와 루프트바페가 이걸 보는 순간 빨리 달라고 난리를 칠 겁니다.”
그야 적함과 적기를 찾기 위해 사람의 눈과 귀를 혹사하며 개고생할 일이 확연히 줄어들 텐데, 안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다.
야기-우다 안테나를 만들어 놓고도 레이더 기술을 등한시한 채 인간의 눈에만 의지한 일본 해군 같은 머저리들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아마 루덴도르프(육군뿐만 아니라 공군도 맡고 있다)와 해군장관 슈페 제독에게 레이더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당장 내 돈 가져가라며 마르크를 쥐고 달려오지 않을까.
“군 도입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아직 불안정한 면이 많아서 바로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손보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레이더 개발이 제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요. 전 못해도 4, 5년 안엔 완성될 줄 알았습니다만.”
“아…… 그게 말이죠…….”
내 물음에 테슬라의 얼굴에서 자신만만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눈동자를 굴리며 말꼬리를 흐리기 시작한 건 덤이다.
역시 뭔가 있을 줄 알았다.
“후…….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그…… 레이더를 만들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올라서 이것저것 실험을 하다 보니까 시간이 휙휙 지나갔달까…….”
“그러니까 딴짓을 하셨다고.”
그것도 내 돈으로 말이다.
이 망할 매드 사이언티스트 같으니.
“그, 그래도 공작님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제 새로운 발명품들은 독일군에게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내가 테슬라를 옆에 두고 굴렸어야 했나 후회하고 있을 때 테슬라가 말했다.
허, 대체 뭘 만들었기에 이런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테슬라 전차라도 만들었나?
“자, 뒤뜰로 오시죠!”
내가 의아함을 품는 사이 다시 자신감을 회복한 테슬라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한숨 쉬며 다시 발을 떼었다.
어디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다간 봐라.
* * *
“모두 주목!”
한편, 그 시각.
대서양 건너편 미국, 로마노프 유업 시카고 지부에선 우유 배달부들이 손에 무기와 폭탄을 들고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복수의 시간이 왔다, 형제들이여! 이탈리아 놈들에게 얻어맞은 수모와 땅에 버려진 우유의 원한을 갚을 시간이다!”
“와아아아!!”
시카고 지부장이 주먹을 쥐며 외치며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분노로 가득한 함성.
돌아가지 못하는 고향 땅에서 멀리 떨어진 타향에서 이제 좀 살림살이가 피나 싶었더니 탐욕스러운 마피아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당해야 했던 러시아 우유 배달부들의 분노였다.
“피는 피로 갚아야 하는 법이고, 우유는 우유로 갚아야 하는 법. 우리는 오늘 놈들의 우유 창고를 급습할 것이다. 참고로 마피아 놈들의 우유 창고 위치를 알아내는 데에는 여기 있는 알렉세이 이바노비치의 도움이 컸다.”
“흐흐, 말단 하나를 잡아서 손 좀 봐 주고 삼시 세끼 파인애플 피자만 주자 금방 입을 열더군요. 오랜만에 옛 생각도 나고 좋았습니다.”
“역시 전직 오흐라나야!”
“빨갱이 놈들 잡던 솜씨는 여전하구만!”
동료들의 칭찬에 전 러시아 제국 비밀경찰, 현 우유 배달부가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적이는 사이 지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것은 성전이다. 배달부 형제들을 지키고, 우유를 지키고, 차르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한 성전이다! 물론 그분이 나라를 망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적어도 그분 덕에 지금 우리가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지 않나.”
“그건 그렇지. 황제일 때는 머저리 같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열심히 하잖아.”
“차르께서 주신 월급과 보너스를 잊지 말자!”
“가자, 형제들이여! 우유를 위해! 차르를 위해!”
“우라! 우라! 우라!”
거친 만세 소리와 함께 우유 배달차에 오르는 러시아 우유 배달부들.
그들의 목표는 알 카포네의 우유 창고.
우유 창고였다.
* * *
화르륵──
“불이야!”
“빨리 물 가져와!”
“이런 씨발…….”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알 카포네는 도저히 말을 못 잊겠다는 얼굴로 불타오르는 건물을 멍하니 바라봤다.
자다 일어나니 하루아침에 자신의 우유 창고가 뜨거운 화마 속에서 완전히 잿더미로 변하고 있었다.
창고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우유들은 이미 회생 불가능이었고, 우유 창고를 지키던 부하들도 저 안에서 통구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씨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대체 어떤 개자식들이 내 창고에 불을 지른 거야!”
“러, 러시아. 러시아 놈들 짓입니다!”
얼굴을 악마처럼 일그러트린 알 카포네의 분노 어린 목소리에 마피아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적대 조직인 노스 사이드 갱단을 의심했던 알 카포네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린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로마노프 유업 짓이라고?”
“예, 예. 알베르토가 똑똑히 봤답니다. 러시아 놈들이 쳐들어와서 우리 애들을 패고 창고, 안에 가둔 채 불을 질렀답니다.”
“이 불곰 새끼들이 돌았나!”
알 카포네는 어이없는 얼굴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물론, 먼저 로마노프 유업을 건드린 것은 알 카포네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업이 이런 식으로 보복해 오는 것은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상식으로도 황당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기업들은 마피아들과 마찰이 생기면 변호사를 보내 돈으로 타협을 보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편이 훨씬 싸고, 빠르니까.
하지만 로마노프 유업의 행동은 솔직히 말해 다른 마피아 조직이 벌인 짓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과격한 것이었다.
“미스터 카폰(카포네가 선호했던 미국식 이름), 어떻게 합니까?”
“일단 불부터 끄지. 이 건에 대해선 일단 보스와 이야기를 해 봐야…….”
부르르릉──
그러나 알 카포네는 몰랐다.
“차르를 위하여!”
“?!”
휘익───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폭탄이다!”
“형님, 피하십시오!”
콰와앙!!
마피아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자동차를 타고 달려온 러시아 우유 배달원들이 마피아들에게 맞은 동료들에 대한 복수심을 가득 담아 던진 폭탄이 터지며 폭발이 일어나 마피아 몇이 땅바닥을 굴렀다.
“이 씨발 새끼들이 진짜!”
알 카포네는 부하들이 몸을 던진 덕분에 무사했지만 그의 마음은, 자존심은 무사하지 않았다.
창고가 불탄 것까진 참을 수 있다.
부하들이 뒈진 것도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향해 폭탄까지 던지는 행위는 참을 수 없었다.
알 카포네도 아일랜드 갱단을 향해 비슷한 일을 몇 번이고 저질렀고, 또 당하기도 했지만, 저건 우유 배달부들이었다.
하찮은 러시아 우유 배달부였단 말이다.
“타자기! 타자기를 가져와!”
“예, 미스터 카폰!”
알 카포네의 명령에 마피아들이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톰슨 기관단총(Thompson Submachine Gun), 일명 시카고 타자기를 자동차에서 꺼내기 시작했다.
시카고에선 이미 1,500 RPM이란 무시무시한 연사 속도와 45구경 탄환의 확실한 위력으로 마피아들이 적대 조직을 암살하는 데 애용하고 있는 무기이기도 했다.
“건방진 놈들을 처리하는 데 타자기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지.”
알 카포네는 시가를 꺼내 물며 으르렁거렸다.
시카고 전역을 불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러시아 우유 배달부들을 절대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탈리아 새끼들이 올 거다! 똥꼬 꽉 조이고 단단히 준비해라!”
“단 한 방울의 우유도 저놈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
한편 기름과 불꽃, 폭탄으로 시카고 아웃핏에게 화려한 선전포고를 던진 로마노프 유업 시카고 지부 또한 마피아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로마노프 유업 직원 중 상당수는 대전쟁과 러시아 내전, 러일전쟁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무기를 들고 싸웠던 경험이 있는 자들.
전쟁은 그들에게 익숙한 것이었고 그들은 제국도, 백군도 아닌 자신들의 직장과 밥줄, 우유를 지키기 위해 총과 연장을 챙겼다.
“차르를 위하여! 로마노프 유업을 위하여!”
“파스타 놈들을 갈아서 젖소들을 먹일 풀의 비료로 삼자!”
옐로우 캡 컴퍼니와 체커 캡 컴퍼니 간의 택시 전쟁에 이어 광란의 20년대를 더욱 뜨겁게 달굴 우유 전쟁(Milk Wars)이 시작이었고,
“마피아 새끼들을 조져!”
“러시아 놈들을 쓸어버려!!”
타다다다다! 타다다다다다─!!
원래도 마피아와 갱단의 항쟁과 택시 전쟁으로 정신없었던 20세기 미국의 마경, 시카고는 이탈리아산 마피아들과 러시아산 우유 배달부들이 양쪽을 향해 쏘아 대는 총성으로 더욱 혼란에 빠졌다.
조니 토리오가 가져온 단 한병의 우유가 만들어 낸 참상이었다.
“죽여! 죽여!”
알 카포네의 마피아들과 로마노프 유업 직원들은 양쪽의 우유 배달 차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은 물론, 폭탄까지 동원한 사보타주도 끊임없이 벌였다.
그리고 양쪽의 분쟁이 있을 때마다 좋은 대화 수단인 톰슨 기관단총의 45구경 총알이 사방에서 빗발쳤다.
“씨발, 그만 좀 해라. 개새끼들아!”
우체부(우편을 노리는 강도들 때문에 기관단총이나 샷건으로 무장하고 다녔다)들과 택시 기사들도 모자라 이제는 우유 배달부까지 총질해 대는 개판에 시카고 시민들의 원성이 빗발치는 것은 덤이었다.
그나마 로마노프 유업은 어디까지나 자기방어와 우유 수호를 위해 총을 들었을 뿐이라 민간인들이 휘말리는 것은 최대한 피했지만, 근본부터가 깡패 집단인 마피아들은 그와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경사님, 우린 뭐하죠?”
“우린 할 수 있는 게 없다. 가서 팝콘이나 가져와라, 경관.”
그러나 시카고가 20세기 고담이 되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시카고 경찰, CPD는 여전히 부패와 무능 속에서 이를 방관하고 있었다.
마피아들의 밀주 사업도, 택시 기사들이 서로를 향해 총을 갈겨 대는 것도 뇌물을 받고 입을 다문 CPD다.
당장 로마노프 유업도 경찰에 대한 기대를 접고 스스로 지키기 위해 나선 마당에 경찰은 뇌물과 마피아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시카고의 난장판을 여전히 먼 산 보듯 지켜보고만 있었다.
“개판이군.”
그리고 얼마 전 소장으로 진급하며 최연소 장군 타이틀을 달게 된 더글러스 맥아더는 이 광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