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106
106. 생목 라이브(2)
“호구냐?”
“사고 안 났으니 됐지. 리온이 말대로 오히려 관심을 끌 수도 있고.”
“그게 사고지, 쯧.”
현주인은 직원분을 그냥 보낸 게 못마땅했는지 뒤에서 혀를 찼다. 뭐,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기에 그냥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당사자가 입을 다물면 주변인은 말을 못 얹는 법이다.
‘말 많이 해서 그런가… 숨차.’
어찌 됐든 MC 서는 방송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아마 그랬으면 지금쯤 멘트를 치다 숨이 모자랄 수도 있었을 테니.
매니저 형은 겨우 감정을 가라앉힌 모양인지 다행히 운전을 난폭하게 하진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오늘 방영분을 재생했다. 확실히 내 파트 쪽에서 급격히 목소리가 작아지긴 했지만, MR 사이 끼어 있는 생목소리가 곡과 너무 동떨어지진 않아 다행이었다.
‘…생각보단 나쁘지 않네. 강약 조절 부분 잘 나타났고, 목소리도 이상하게 나오진 않았어. 다만… 연습을 더 해야 할 것 같네.’
하지만 완벽히 내 마음에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이건 내 기준이 높아서 그런 것 같기도. 폐활량 연습을 좀 더 했다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연습을 주야장천 하는데도 호흡이 늘지 않는 게 이 때문인가. 보컬 선생님께 한번 물어봐야겠다.’
어쩐지 가을이와 보컬 선생님이 귀찮아할 정도로 둘을 옆에 끼고 연습하고, 매번 통과까지 받는데도 보컬 스탯이 4.5에서 정체되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내가 자랑하긴 뭣하지만 이제는 인터넷 반응에서도 보컬에 대한 허점은 발견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5점이 될 수 없대도 실력이 더 늘면 좋은 일이다.
“형, 모니터링해?”
“응. 근데 썩…….”
“형, 근데 나랑 연습할 때 말고 혼자 더 했어? 옆에 있다가 깜짝 놀랐어.”
“응?”
옆자리에 있던 가을이 상체를 기울여 몸을 가까이 붙여 왔다.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나를 신경 쓴 것 같았다.
“그런가…….”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 넣었다.
“반응도 좋잖아.”
“…응…….”
“형 순발력은 보고 배워야겠다. 나한테는 이제 소년미 선배님들보다 형이 더 대단해.”
가을이에게 있어서 최상의 칭찬이다. 괜히 민망해 고개를 홱 돌리고는 가을이의 팔을 살짝 밀었다. 옆에서 키득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로 고개를 숙여 시선을 핸드폰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리온이의 예상대로 SNS에는 내 라이브 영상이 속속들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이거…….’
구독 계정 타임라인 대부분이 마이크가 꺼진 부분이 편집된 영상과 그 영상을 인용한 의견들이었다. 살짝 찌푸려져 있던 얼굴은 금세 펴지고, 점차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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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이슈 @k_dollissue
생목 라이브ㄷㄷ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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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미남수집가 @onlySilverC
음악센터 미친 거 아님? 방송 사고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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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덕입니다 @iamjobdeok
실시간 마이크 안 나와서 냅다 노래 부르는 거래 ㅇㅇ
ㄴ 씨디 집어 삼킨 줄 라이브 장난 없네
ㄴ 얘 누구? 신인인가? 처음 보는데
ㄴ 제네시스 리더 >유은찬제네시스<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 김광춘이 별로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멤버 조합 어디 가서 못 구합니다… 저의 진심이 느껴지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ㄴ ㅁㅊㄴ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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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표정 관리, 표정 관리.’
입술을 입 안쪽으로 말아 넣으며 입가 근육을 한번 재정비했다. 아무리 그래도 방송 사고인데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면 좀 웃기지.
확실히 기존 지니분들뿐만 아니라 타 팬분들까지 관심을 가져주셨단 점이 고무적이었다. 게다가 무사히 무대를 마무리한 덕분인지 가을이까지 알음알음 언급되고 있는 중이었다.
‘반응이 괜찮은데?’
확실히 위기가 기회가 됐을지도. 나뿐만 아니라 멤버들까지 언급이 되고 있으니까. 목 하나 희생하고 소리를 지른 보람이 있었다.
‘그나저나 커버곡이라… 이거, 해봐도 나쁘지 않겠다.’
저런 의견 하나가 크게 도움이 되는 법이다. 귀담아들어서 나쁠 것 전혀 없다. 추후에 기회가 되면 좋아하는 인디곡 하나를 꼽아 허락을 받은 뒤 커버 영상을 올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내 목소리와 잘 어울리고, 팬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가사가 있는 곡으로.
‘아, 맞다.’
“연가을, 이리 와봐.”
“응? 뭐야… 성 떼고 불러줘.”
“아, 알겠어. 가을아, 빨리!”
옆에서 핸드폰을 보던 가을이를 툭 쳐 불렀다. 이쪽을 봐주긴 했으나 불퉁한 가을이를 달래고 어깨에 팔을 둘러 이쪽으로 끌어당겼다.
찰칵-
그러고는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 드는 걸 잊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이밀고 빠르게 표정을 바꿔가며 여러 번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 찰칵-
갑작스러운 카메라의 등장에 당황했는지, 실시간으로 변하는 가을이의 표정 또한 실시간으로 사진에 남았다. 5장 정도 촬영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만족스럽게 가을이에게서 멀어졌다.
“뭐, 뭐야?”
당황한 가을이 다 찍은 사진을 살펴보는 은찬의 옆에서 기웃거렸다. 은찬은 제 맘에 드는 사진에 하트를 찍어두는 중이었다.
“잘 나왔다. 이거 올려도 돼?”
“뭐?”
그러고는 그런 가을의 속도 모르고 하트를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었다. 그에 가을은 잠시 동안 머뭇거리다가 뒷머리를 슬쩍 긁으며 다시 한번 자세히 사진을 살폈다.
“…나 이상하지 않아?”
“귀여운데? 표정 생동감 있고. 올려도 돼?”
“마, 마음대로 해.”
은찬이 너무 적극적으로 들이밀어서일까. 입만 뻐끔거리던 가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가을에게서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은찬은 눈에 띄게 기뻐하며 열심히 핸드폰 자판을 누르기 시작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이럴 때 지니들 찾아가면 딱 좋아하실 것 같단 말이야. 그리고 글만 딱 올리는 것보다 사진도 있으면 좋으니까.’
그러고는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다 몇 문장을 완성시키고는 흡족스럽게 웃었다. 방금 가을이와 찍은 사진 중에서는 카메라를 발견해 눈이 조금 크게 뜨인 가을과 검지와 중지로 브이자를 만들어 제 턱에 가져다 댄 사진을 골라 첨부했다. 실수한 부분이 없는지 다시 확인한 뒤, 글을 업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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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SIS @GENESIS_official
[x은찬] (사진) 여러분, 오늘 많이 놀라셨죠ㅠㅠ? 그래도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다행이에요ㅎㅎ 사진은 따끈따끈하게 방금 찍은 우리 자랑스러운 메인보컬 가을입니다!ㅋㅋ 곧 저녁인데 다들 식사 맛있게 하시고 늘 고마워요~!공유 1,291 인용된 글 382 마음에 들어요 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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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x가을] 이거 형이 말도 안 하고 찍었어요…ㅜㅜ
공유 248 인용된 글 101 마음에 들어요 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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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올린 게시글은 그동안 내가 업로드했던 것들 중에 최다 공유 횟수를 기록했다. 아마 이번 생목 라이브로 인해 새로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길 잘했다.
그리고 가을이와 둘이 묶여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믿듣보컬라인’이라나. 워낙 보컬로 출중한 가을이와 한데 묶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뿌듯한 것도 사실이었다.
별명이 남부끄럽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사기가 샘솟았다.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했다.
***
다행히 그날 퇴근 후, 숙소에서 따뜻한 물만 내리 마신 덕분에 목 컨디션도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2일 후에 있던 MC와 방송 무대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게다가 지난번 음악방송 라이브 사건은 우리에게는 정말로 호재가 되었다. 당황스러웠던 것도 잠시, 대중들이 좋게 봐주셨던 덕분인지 주말이 지나 오디션 프로그램 방영이 시작된 후에도 우리 제네시스는 꾸준한 언급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게 말이 쉽지. 오디션 프로그램 시작하면 다들 본진 따로 프로 따로라며 빠지는 추세니까.’
지금은 언급량이 늘지 않아도 괜찮은 시기였다. 적어도 줄지만 않는다면. 최고의 선방이 방어라는 말과 딱 어울리는 시기기도 하고.
“레슨 가자!”
이제는 활동 마지막 주 차다. 자율 연습이 어느 정도 줄고 레슨으로 스케줄이 채워질 때였다. 그 말인즉슨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실력을 다질 시간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번 달 레슨 시간 변동으로 가을이도 같이 듣게 된 건 다행이야. 현주인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해 주면 좋을 텐데… 그나저나 3 대 4로 나누려고 한 거긴 하지만 데덴찌가 그렇게 나뉠 건 뭐람.’
운명의 장난인지 뭔지 이번 달 함께 수업을 듣는 멤버는 가을이와 현주인. 어쩌다 보니 최고의 보컬 멤버, 그리고 적당히 하는 놈과 함께다.
숙소 방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나를 보며 가을이 키득거렸다. 가을이의 방문 안쪽에는 핸드폰 게임에 열중한 별이가 슬쩍 보였다.
‘으앗, 뭐야!’
슬쩍 열린 방문 틈 사이로 손을 흔들자 이쪽을 발견한 별이 윙크를 날렸다.
“형, 표정이 왜 그래?”
“그냥… 어후, 끼쟁이가 있다는 걸 잠시 잊고 마음의 준비를 못 했네.”
“근데 오늘따라 왠지 좀 신나 보이는데?”
“응. 오늘은 선생님께 여쭤볼 게 있거든.”
“연습 말고?”
“응!”
오늘은 반드시 숨을 깊게 내쉬고 발성을 내는 방법에 대한 물꼬를 터야겠다. 실마리라도 들으면 빈 시간 동안 주야장천 연습을 할 생각이었다.
“말이 많아.”
“으앗, 야!”
갑작스레 머리 위로 압력이 느껴진다 싶더니 현주인의 손이 머리를 꾹 누르며 흐트러뜨렸다.
“아, 진짜… 머리 나름 만진 건데.”
“어쩌라고.”
순간적으로 울컥 올라오는 짜증에 어금니를 콱 깨물었다.
‘아오, 진짜 저게…….’
하루의 시작부터 괜히 짜증을 낼 필욘 없으니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현주인 놈의 뒤통수에 한 방 갈기고 싶은 마음도 꾹 참고.
“쌤, 폐활량은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