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108
108. 허물어진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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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득 가능 스킬 리스트](스킬 레어도 – 획득 확률)
[전용] ★5 – 0.00001 %★5 – 0.0001 %
★4 – 1 %
★3 – 10 %
★2 – 33 %
★1 – 55 %.
-현재 유은찬 님의 뽑기 사용 가능 횟수 : 2
‘2회라…….’
이 정도 경험이 쌓였으면 내 운이 믿을 만한 정도라는 것쯤은 안다.
‘해보지, 뭐.’
곧 숫자가 2에서 1로 변경되었고 눈앞에 황금빛이 번쩍였다. 이번에도 원하는 대로 5성이 나와주었다.
[전용] ★5 선호도 파악 – 상대의 호감도 등락 조건 중 하나를 알 수 있습니다. [ ‘현주인’ 님은 ‘위선’과 ‘가식’을 싫어합니다. ]‘호오…….’
문득 현주인이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 놈이 왜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했는지 단박에 이해가 가는 문장이었다.
‘정작 가식 떨며 생활하는 현주인이라 그런지 조금 안 어울리긴 하네. 동족 혐오라는 건가…….’
아무튼 뽑기 횟수 1회가 아깝지 않은 결과였다.
***
샤워를 하고 나오니 그 피곤함은 배가됐다. 따뜻한 물과 함께 긴장도 전부 녹아내렸는지 노곤노곤한 몸으로 숙소로 오는 동안은 정말 길에서도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은찬의 눈을 뜨게 했던 건 반쯤 감긴 눈으로 들어갔던 SNS 구독 계정의 몇 가지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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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ㅅㅅ 이번에 실력 엄청 는 것 같지 않음? ㅋㅋ 데뷔곡 회전목마 무대랑 비교하면 보컬이나 칼각 안정적으로 변함
ㄴ 아 ㅇㅈ 예전보다 더 보기 편해진 느낌 예전에는 몇 명 좀 튀는 느낌 있었는데
ㄴ 말 나온 김에 비교 영상 붙여 옴
ㄴ 교차 편집 영상 봐도 위화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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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교차 편집 영상 우리 그룹도 나올 줄은 몰랐는데.’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그룹만 보유했던 교차 편집 영상. 곡 흐름에 맞춰 여러 무대 영상들을 이어 붙여 의상과 컨셉만 변하는 영상이다. 볼 때마다 신기해서 내심 우리 그룹 무대로도 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리온이 없네?”
“나갔나 보지.”
“어디 간다는 소리 못 들었는데.”
“과보호 좀 그만해라. 걔도 이제 18살인데.”
“내 알맹이가 몇 살인지 잊었냐?”
“그것도 그렇군. 그럼 아저씨, 아까 했던 이야기나 이어서 해보세요. 스킬이었나?”
“아저씨……?”
‘어차피 지도 한 살밖에 차이 안 나는 주제에 뭐라는 거?’
살짝 발끈했던 마음을 찬찬히 죽이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방 바깥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차피 스킬 이야기만 하면 숙소 내부의 멤버들도 게임 이야기인 줄 알겠지만, 백무영 선배도 의심스러운 마당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별거 없어. 게임하는 것 같아. 횟수 하나 넣고 뽑기 하면 스킬이 나와. 그게 몇 가지 종류고,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알아낸 것만 말하자면 5성 전용 스킬로 선호도 파악이라는 게 있는데, 상대방의 호불호를 알 수 있는 거야. 다른 5성 전용 스킬로는…….”
술술 나오던 말이 순간 멈칫했다.
‘마인드 컨트롤을 말해서 이득 될 게 있나?’
아무래도 타인이 알게 되면 불쾌할 수도 있는 내용이고,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늘면 곤란해지는 건 내 쪽이다. 그게 동맹을 체결한 현주인이라도, 어디에서 이 이야기를 하게 되면 곧바로 나에게 칼이 될 수도 있으니.
“왜 말을 하다 말아?”
현주인이 상체를 꺾어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 의문 섞인 눈빛에 나도 모르게 목울대가 밀렸다.
‘아니다. 믿기로 했으니까.’
현주인이 나는 거짓말을 안 하기 때문에 믿는다고 했었다. 그 말의 무게감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스킬 같은 걸로 알게 된 놈의 불호 사항 두 가지보다 이 말 한마디의 무게가 훨씬 무거웠다. 그런 사람 앞에서 정보를 선별적으로 숨겨봤자 서로에게 도움 될 것이 없었다.
‘게다가 이놈도 제 개인정보 말고는 전부 말하고 있는 것 같으니.’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백무영 선배와의 관계인데. 그것에 대해서도 아예 말 안 한 게 아니거니와 때를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나한테는 거짓말할 필요성도 못 느끼겠다면서 연기도 때려치운 놈이니…….’
조용히 침을 삼키자 목울대가 크게 울렸다.
“마인드 컨트롤 할 수 있어.”
“뭐?”
역시 놀라긴 하는군. 하긴 그렇겠지.
“내가 생각한 게 맞냐?”
“어. 한 달에 한 번뿐이고 그것도 운이 좋아야 나오는 거지만. 확률이 극악이었던 것 같은데. 0의 개수도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내가 운은 좋거든.”
현주인은 뒷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리며 입술을 짓씹었다. 많이 황당한 모양이었다. 그러다 어떠한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 혀로 입술을 한 번 축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개같은 운수였던 과거에 비해 요즘 운이 좋긴 하지.”
사실 놈이 판타지나 미신 같은 걸 믿는 편은 아닌 것 같았는데. 하긴 스킬과 스탯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인 데다 회귀까지 한 마당에 지금 와선 못 믿을 것도 없겠구나. 생각보다 빠른 수긍에 놈의 반응을 좀 더 지켜보던 나도 마저 입을 열었다.
“또 특이한 점은… 그래, 4성에 호감도 등락이 있고. 이실직고하자면 이거 너한테도 한 번 썼다. 미안.”
“어차피 네가 그런 거 갖고 있다고 했을 때부터 나한테 안 썼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어.”
“…역시 머리가 좋다 해야 되나?”
너무 당연하게 나를 예측하고 있던 거 아니야?
민망함에 입술을 입 안쪽으로 말아 넣었다. 그렇게 입 꾹꾹이를 몇 번 하고 있자 현주인이 침대에 앉으며 덤덤하게 되물어왔다.
“그 횟수라는 건?”
“아.”
재빠르게 할 말을 머리로 정리했다. 업적을 달성하면 쌓이는 뽑기 횟수, 그 업적의 종류. 그리고 횟수가 없어도 뽑기를 돌릴 수 있게 해주는 대가 지불.
‘대가 지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무리한다고 할 게 분명해. 숨기는 게 아니라 걱정을 끼칠 수도 있는 부분이잖아.’
체력을 상당히, 아니, 쓰러질 정도로 깎아먹은 걸 경험한 후로는 나도 횟수를 오버해 사용해 보진 않았다. 앞으로도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사용하지 않을 것 같으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못 믿는 게 아니라 괜한 걱정을 사고 싶진 않으니 적당히 빼고 말해도 될 사안이다.
“업적을 달성하면 하나씩 쌓여. 그걸 사용해서 뽑기를 돌릴 수 있고. 뭐, 횟수가 없으면 스킬 사용도 못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잘만 쓰면 쓸 만하더라.”
“너, 운이 좋아서 다행이네.”
“어. 나 행운 스탯 만점이더라고.”
“흠…….”
현주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이제 대화를 더 이상 이어나갈 생각이 없는지 침대에 그대로 드러눕고서는 등을 돌렸다.
“궁금한 건 끝났어?”
“지금은.”
‘대답 한번 간결하긴…….’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현주인을 보고는 나도 책상 쪽으로 몸을 틀었다. 대화 중단의 확실한 제스처다. 또 책상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구석 한편의 소년미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백무영 선배가 먼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변승채 선배 만났을 때 스킬을 못 써봤네. 아직 모르는 게 많은 만큼 스탯이든 스킬이든 사용하면 마이너스가 될 일은 없을 텐데. 그 전까지 횟수를 모아둬야겠군.’
백무영 선배에 대한 질문을 하고 선배의 텐션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어 중요한 걸 놓쳤다. 조만간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선배의 정보를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멤버들이 좋아하는 걸 알기 위해 사용해 보는 것도 괜찮겠어.’
현주인에게 사용하고 보니 그 유용함은 생각보다 더했다. 멤버들의 선호도와 관련된 정보를 알아둬서 나쁠 건 전혀 없었다. 멤버들 사이를 조율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분쟁의 씨앗을 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니까. 분쟁 같은 건 봉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지 않는 게 베스트다. 게다가.
‘그룹 멤버끼리 사이가 좋은 건 티가 잘 나지 않아도 사이가 나쁜 건 티가 나게 되어 있어. 추후를 위해서라도 명확한 호불호를 알아둬 나쁠 건 없으니까.’
길게 봐서 팀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소리다.
이미 데뷔 초반에 확인한 주혁이와 오늘 확인한 현주인, 그리고 호불호가 확실하고 표현이 명료한 리온이를 제외하면 총 3명 남은 건데.
우웅-
턱을 괸 채 멍하니 생각만 하고 있는데, 옆에 밀어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리온이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 제네시스 리온 : 형 저 오늘 작업실에서 밤샘하고 갈게요 내일 MT 스케 가니까 할 게 쌓여서요 ]하여튼 성실한 막내다. 일에 의한 압박보다는 본인 스스로의 의지로 끊임없이 창작에 파고드는 모습은 여전히 신기했다. 존경스러웠고.
[ 밥 꼭 챙겨먹어!!! ] [ 제네시스 리온 : 넵 ]간단한 이모티콘과 함께 도착한 답장을 보자 입가에 미소가 고였다. 내일 목적지로 가는 차 안이나 숙소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최선의 배려겠지.
***
은찬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에 뻗어 있는 중이었다. 방에 들어가서 뻗어 있고 싶었으나 정말 차 안에서부터 까무룩 잠든 막내를 위해서 차마 그러진 못했다.
‘한 명이 들어가 있으면 한 명은 나와 있어야 촬영 분량 1분이라도 채울 거 아냐.’
누워 있는 건 매한가지지만.
바깥에서 신나게 공차기를 하고 있는 멤버들을 큰 창을 통해 흘긋 한 번 바라보았다. 이쪽으로까지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청춘이네~’
은찬은 그렇게 감탄만 한 뒤 몸을 뒤척이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형, 안 나와?”
“엉. 난 조금만 쉬다 나갈게. 나 빼고 몇 판 하고 있어.”
“아, 그럼 홀수인데… 일단 알겠어.”
“으응~”
양팔에 1.5리터 음료수 페트병을 하나씩 끼고 가을이 슉 지나갔다. 은찬은 그 뒷모습을 슬쩍 바라보고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체력도 좋다니까, 다들.’
왜 보컬 선생님이 체력부터 더 길러 오라고 말씀하셨는지 이해가 된다. 정말 지당하신 가르침이었지.
은찬은 아침부터 운전대를 잡았다. 멤버 수가 수이니만큼 차 두 대로 움직여야 했으니 다른 차는 주인이 운전을 맡았다. 은찬 쪽이 총 4명, 주인 쪽이 총 3명이었다. 공평하게 데덴찌로 결정한다더니 정말 중구난방이었다.
‘친해지길 바라 시즌 2 같았다고…….’
은찬 차에 탄 멤버는 이선, 별, 주혁이었다. 정확히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구성이었다. 어떻게 좀 얌전한 애들이 다 저쪽으로 갔나 순간적으로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결국 차는 장을 보고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시끄러웠고, 앞쪽에 달아둔 미니카메라에는 은찬이 당황스럽게 웃는 모습이 제일 많이 잡혔다. 아무리 투닥거리는 중이어도 운전 중엔 뒤쪽에 과하게 신경 쓸 수 없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거라면 잔고 신경 쓰지 않고 카트에 주워 담았던 소고기들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기사 엄청 떴네, 한번 반응 좀 볼까.’
반쯤 감겨 있던 눈이 번쩍 뜨였다. 어차피 카메라는 바깥에서 돌아가고 있을 테니 이 정도는 봐도 되겠지.
‘소속사에서 이미 소속사 계정에 공유를 했구나.’
그렇다면 인용한 글로 들어가 반응을 확인하면 되니, 굳이 여기저기 서치할 필요도 없었다. 곧장 인용 페이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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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TS Ent. @MINITSneighbor
‘미닛츠 엔터테인먼트’ 소속 A랭크 함정원, 첫 순발식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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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순발식 어케 선출한 거임?
ㄴ 프로필 보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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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밑에 기사… 함둥이 센터 안 주는 게 말이 되냐
내리사랑 될까 싶어서 함 봤는데 여기 얘 ㅈㄴㅅㅅ 멤버 누구 닮았는데 ㅋㅋㅋ 김광춘 취향 알겠고요
ㄴ 리더? ㅇㅇㅊ?
ㄴ ㅇㅇ쏘 리틀 윾찬
ㄴ 니네 갤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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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안 해도 돼 우리 함둥이 쭉쭉 상위권 유지해서 데뷔 가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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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다음 선발식 광탈할 놈 있는 갤인가요?
ㄴ 병먹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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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닮았거든?’
캡처본 몇 장 본 것뿐인데 괜히 기분만 언짢아졌다.
소속사 이름을 띄워주는 건 고마운 일이긴 한데, 괜히 인상 찌푸리며 돌려 까는 함정원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리는 듯했다.
‘멘탈이 많이 약해졌을 때이긴 했지만 그래도 뭐라 한마디 해줄걸.’
문득 회귀했던 날이 스쳐 갔다. 더 피곤해지는 것 같아 핸드폰을 엎고 엄지손가락으로 양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 마사지했다. 그러고는 양팔을 위로 뻗어 기지개를 켜며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나도 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