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117
117. 꽈당남(2)
곧바로 사진을 클릭했다 ‘은찬 형 꽈당남 됐다’라는 별이의 말을 보아하니 내 직캠일 텐데, 대학 축제 무대 때 찍혔던 직캠인가?
‘어제 혹시 몰라 자기 전까지 SNS 모니터링했는데도 별말 없었는데?’
홈마분들이 올려주신 프리뷰만 몇 장 정도 확인했다. 그리고 무대 하는 동영상 몇 개 정도. 그도 그럴 게 어지간한 열정이 아니라면 팬분들이 대학 축제까지 따라와 주시진 않는다.
그래서 내가 넘어진 것쯤은 그냥 몇 명한테서나 말이 조금 돌다가 말 줄 알았다. 무대 끝물에 카메라가 많아진 건 열심히 하는 걸 알아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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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 축제 꽈당남조회수 xxxxxx 20XX. 05. 17
축제 보는 중간에 갑자기 비 엄청 오더니 엄청 크게 넘어지셨던 분
보는 내가 다 아플 정도였는데 내색 안 하고 축제 분위기 안 망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인상 깊어서 올려봄 ㅇㅇ]
ㄴ 한국대학교 학생회 [공감] – 작성자가 고정함
이분 아이돌그룹 제네시스 은찬 님이세요! 학교 오셨을 때 학생들한테도 인사 잘해주셨고 비 쫄딱 맞으시고도 짜증 한 번 낸 적 없어요 ㅋㅋㅋ 인성과 얼굴에 감탄했습니다. 기획부 그날 칭찬받았어요~
ㄴ 와 개아프겠다 진짜 제대로 넘어졌네 발목 걍 접혔는데 ㄷㄷㄷㄷㄷㄷㄷ ㅈㄴ열심히 추네
ㄴ 물에 젖은 거 홀리하다 ㅋㅋㅋㅋ 생긴 것도 그렇고 무슨 물 속성 투디 캐릭터 같음
ㄴ 옆에 저 잘생긴 멤버 누구임 넘어졌을 때부터 계속 쳐다보네 멤버 엄청 챙기나 보다
ㄴㄴ 잘생긴 멤버라면 현주인? 헐 그러네요 신기하네
ㄴ 이거 내 알고리즘에 왜 뜬 거임 ㅋㅋㅋㅋㅋㅋ면접 영상 검색하다가 알고리즘 떠서 봤는데 대단하긴 하네
ㄴㄴ 저도 알고리즘;;
ㄴㄴㄴ 저도 알고리즘이 인도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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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가 보내준 캡처본 한 장을 확인하곤 곧장 링크를 타고 영상에 들어가 전문을 확인했다. 영상은 내가 크게 넘어진 뒤 일어나서 끝까지 무대를 끝내는 모습까지였다.
‘알고리즘? 진짜? 왜? 유튜브 알고리즘이 무슨 큰일을 한 거야?’
쭉쭉 내려 댓글 반응을 살폈다. 유독 알고리즘을 타고 왔다는 댓글이 많았는데, 어떤 원리로 새로운 분들이 유입된 건지는 몰라도 두 눈을 말똥거릴 만큼 신기하긴 했다. 게다가 학생분이 올리신 것 같은데 부정적인 반응도 거의 없었다. 이 정도 반응은 팬분들만 보시는 직캠 정도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아픈 보람이 있는데? 아, 이 말은 좀 그런가. 퉤퉤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부상은 치명적이지.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했다. 괜히 침 뱉는 시늉을 했다.
‘그나저나 현주인이 발목 부상 신경 쓴 건 댓글 보고 알았네. 별말 없더니…….’
유일하게 발목에 대해 아무 말도 얹지 않았던 놈이다. 그래서 관심도 없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결과적으로는 좋게 돌아가는 게 운의 영향이 있긴 한 것 같다니까.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춘 보람이 있다.
무어라 답장을 보내기 위해 제네시스 단톡방에 들어갔을 때였다. 읽지 않은 사람 수 1이 사라지더니 대표님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 대표님 : 꽈당남 예능 들어왔다. 꼭 참여해라~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감이 팍 왔다. 단언컨대 아까 변승채 선배가 말했던 것과 동일한 건일 것이다.
‘일이 들어오면 좋아해야 하는데.’
뭐든 열심히 해야 하는데, 이번 건은 역시 어딘지 꺼림칙하다. 자신에 대한 의문과 이런 의심에 대한 거부감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감정의 무게를 재자면 역시 전자가 더 무거웠다. 화면 속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무거웠다.
[ 무조건이겠죠……? ] [ 대표님 : ㅇㅇ ]대표님의 대답은 단호했다. 이건 명령이었고 대표님의 의지였다. 무조건 방송에 출연하라는.
[ 대표님 : 소년미 출신 변승채의 아이돌 친구로서 출연해 달라던데. 변승채라면 1군 출신인 데다 유명세도 있고 겸사겸사 이름 알리기 좋을 것 같으니 다녀와. 그런데 언제 이런 인맥을 만든 거냐? 너 성격 좋은 건 알아봤지.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ㅎㅎ ]게다가 다음으로 도착한 메시지는 대표님의 명령에 타당성을 더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끝부분에 칭찬을 덧붙인 걸 보아하니 신경은 쓰시는 것 같은데 의지는 강력하게 표출되는 중이었다.
짧고 가볍게 숨을 내뱉은 뒤 답장을 작성했다.
어쩜 이렇게 조금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단 말인가. 이쯤 되면 회귀 전의 똥촉 유은찬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듯하다.
‘변승채 선배랑 친구? 친구로 예능 동반 출연? 더 이상해.’
그렇긴 해도 표면적으로 거부할 이유도 없다. 변승채 선배는 지난번에 라디오 게스트로 날 불러주신 적도 있기에 내 쪽에선 감사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아니, 날 왜 친구로 생각하고 계신 거야… 그냥 술자리 한번 함께했을 뿐인데.’
다른 사유를 다 제쳐두고 날 이렇게 가깝게 느낀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다. 사람 자체가 워낙 사랑이 넘쳐서 그런 건가.
‘가벼운데도 불구하고 평판이 괜찮은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지금 불편한 건 순전히 백무영 선배의 정체를 알게 되어서 그런 것일 테다. 아무래도 그런 사람의 제일 친한 친구인 걸 알고 있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대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이런 사적인 감정을 숨기기 위해 연기 수업을 받는 걸지도.
‘따지고 보면 선배가 나한테 잘못하신 건 없잖아. 거리감이 과하게 가깝다 싶긴 해도.’
친근함의 표현이라면 이해는 간다. 나와 안 맞는다고 해서 상대방의 성격을 부정할 순 없다. 이번에도 에너지를 과하게 소비하고 와야 하는 스케줄이 되겠다는 짐작만 할 뿐.
‘당장 다음 회차 녹화잖아. 아무리 게스트긴 하지만 이렇게 급박하게 알려주셔도 되는 건가. 도대체 무슨 정신이신 거야.’
그렇다고 원망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 선배, 제가 선배 친구 자격이 되나요? ] [ 변승채 선배 : 엉~ 뭐 어때 ㅋㅋ 나 너 없으면 지금 부를 놈 없어 ㅜㅜ 어차피 그때 나가는 거 없잖아~ 한번 도와줘ㅎㅎㅎㅎㅎㅎ ]충동적으로 전송한 메시지에 대한 답은 빨랐다. 황당과 당황 그사이 어딘가의 감정이 오갔다. 게다가 빼도 박도 못하게 쐐기까지 박혔다. 연차에 따른 노련함은 무시할 게 못 됐다.
‘꼼짝없이 출연하게 생겼군.’
그래도 만난 시간에 비해 편하게 대할 수 있기는 했다. 정작 아는 것은 없어서 만물 인터넷 백과사전이라는 트리위키에 선배 이름 석 자를 검색하고 있지만.
숙소로 도착할 때까지 선배의 정보들만 조사했다. 익숙한 프로그램명에 익숙한 장면, 그리고 낯선 행동.
이미 10번 넘게 봤던 영상까지 챙겨 볼 기력은 없어서 대충 글만 훑었다. 수많은 활자의 행렬에 눈앞이 어질했다.
‘역시 올팬을 해야 했는데… 업보다, 업보.’
이왕 백무영 선배 덕질할 때 전체 영상 위주로 챙겨 봤다면 두 번 일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
승채에 대한 조사를 하던 은찬은 재빨리 하던 짓을 접었다. 이런 거 해서 뭘 하겠느냐, 하는 현타가 온 게 제일 큰 이유였다. 거기에 더불어 승채의 친구 입장에서 출연하는 것이니 리얼한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스스로 느낀 바를 솔직하게 방송에서 다 풀어버리겠다고 생각하는 은찬이었다.
그리고 당장 다음 회차 출연이라 미팅도 코앞이었다. 이것 또한 승채의 스케줄에 맞춰야 했는데, 넓은 세미나실에 도착한 은찬은 주변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눈으로 승채를 찾았다.
‘하여튼 변승채 선배… 활동 끝났다고 아무 때나 부르는구만. 나도 빨리 바빠져서 생색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승채가 그런 은찬을 발견하곤 손을 들어 옆자리 의자를 빼냈다. 곧 은찬도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 승채의 옆으로 쪼르르 가 앉았다.
‘감사하긴 하지만…….’
이중적 감정이 오갔다. 하여튼 잘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변승채 선배 앞에서는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예능 사전 미팅은 MC 첫 미팅 때보다도 간결했다. 다른 출연진분들이 참석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친구 특집’인 만큼 출연진과 그 친구, 그리고 최소한의 스태프들끼리 짧은 미팅이 이루어졌다.
“승채 씨가 은찬 씨랑 친분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제가 또 후배들이랑 사이가 돈독하죠~”
“선배가 워낙 잘 챙겨주셔서 그렇죠.”
적당한 연기를 가미하여, 괜찮은 분위기 속에서 미팅이 진행되었다. 미팅은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졌다. 미리 모니터링을 빡세게 해두었던 게 도움이 되었다.
이번 미팅은 기본적인 설문 조사와 더불어 게임에 대한 정보 제공이 주목적인 듯했다.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슬슬 긴장도 풀려갔다.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변승채 선배와 나 사이에 얼굴 하나가 스윽 등장했다. 앞의 스태프분이 조용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와, 뭐야?!”
익숙한 향에 대강 눈치를 챈 나와 달리 변승채 선배는 정말 화들짝 놀랐다. 마치 정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백무영 선배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목례했다.
“승채 씨, 친구 두 분 부른 거예요?”
“아, 아니에요. 제가 지나가던 길에 들렀어요.”
“너 바쁘다며? 다 핑계였냐?”
백무영 선배가 고개를 저었다. 변승채 선배는 화가 난 것도 아니고 기쁜 것도 아닌 듯한,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말투에서는 엄청난 섭섭함이 묻어 나오는 중이었다.
“은찬 씨 불렀다고 들은 것 같아서.”
“아하하…….”
‘여기서 왜 절 언급하시죠.’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이라곤 웃는 것밖에 없었다.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에 눈치를 살피며 스태프분을 향해 무언의 눈빛을 건넸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면 좋겠냐는 듯한.
“와… 섭섭하다, 너! 후배님만 존나 챙기네? 내가 나가자고 했을 땐 칼같이 거절하더니!”
“바빴다니까…….”
“뭐, 야!”
“그나저나 이미 친해진 것 같네. 언제 이렇게 가까워졌을까.”
그리고 변승채 선배는 본인의 감정을 숨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는 변승채 선배를 향해 백무영 선배는 멋쩍게 말을 흐렸다. 백무영 선배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변승채 선배의 감정이 격양된 상태였다.
“아씨! 짜증 나, 진짜.”
뒷머리를 짜증스럽게 흐트러뜨리던 변승채 선배는 기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 시선이 단번에 그쪽으로 쏠렸다. 백무영 선배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린 채 물었다.
“어디 가? 다들 계시는데.”
“담배 한 대 피우러 다녀온다.”
쾅- 소리와 함께 닫힌 문을 몇 초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옆에 앉아계시던 몇몇 스태프분들도 엄청나게 당황한 모양인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저렇게 행동하는데 아무 말도 얹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속에서 안쓰러움과 속상함이 끓어올랐다.
‘나는 저렇게 행동하지 말아야지.’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더니, 타산지석의 좋은 귀감이 되긴 했다. 백무영 선배는 조용히 고개를 내젓더니 스태프분들을 향해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백무영 선배의 등장으로 벌어진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만큼은 백무영 선배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죄송해요. 친구가 좀… 막무가내죠. 그래도 예쁘게 좀 봐주세요.”
“아하하… 쉬었다가 진행할까요?”
그제야 입을 연 스태프분은 의자에 털썩 앉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본인들끼리 무어라 대화를 나누는 걸 보아하니 그래도 살얼음판 같은 정점은 지나간 듯했다. 다른 주제의 대화로 옮겨 간 걸 보니 스태프분들끼리도 어색함을 없애려 노력 중인 모양이었다.
‘나야말로 당황스럽네.’
변승채 선배가 감정적이기는 해도, 저렇게 행동하는 건 처음 봤다. 양 손가락만 꼼질거리며 스태프분들의 대화를 주워듣던 중이었다.
“은찬 씨, 안녕하세요. 좀 당황한 것 같네.”
백무영 선배가 옆자리로 다가와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