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119
119. 직진(2)
“잡지네?”
택배의 발신지는 촬영했던 잡지사. 뽁뽁이로 잘 포장되어 있는 택배를 빠른 손놀림으로 개봉하자 현주인과 나의 화보가 실려 있을 6월호가 등장했다.
“헐… 미친.”
잡지 표지에 ‘제네시스 은찬 / 주인’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그 이름을 보고는 감격스러워 입을 틀어막았다. 국내 유명 잡지에 내 이름과 화보가 실리게 될 날이 올 줄이야. 회귀 전 유은찬한테 가서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너, 잡지 화보도 찍을 수 있다고.
“와, 대박.”
바로 잡지를 후루룩 넘겨 우리가 등장하는 페이지를 찾았다.
‘욕 나와. 너무 좋아서.’
선공개 컷만으로도 충분히 눈물겨웠는데 풀버전은 아주 말도 안 나왔다. 사실 현장에서 B컷까지 전부 확인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는 건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내 얼굴에 대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웃기지만 종이를 만지는 것도 아까운 기분.
‘이렇게 보니까 친해 보이긴 하네. 애초부터 같은 멤버였던 이유가 있긴 한가 봐. 하긴 어울리지 않는 얼굴끼리 같은 그룹에 넣지는 않지.’
일례로 이번 제네시스 데뷔조를 꾸릴 땐 함정원이 제대로 빠꾸를 먹지 않았던가.
어쨌든 8페이지나 실린 건 꽤나 파격적이었다.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신인에게는 많은 페이지를 분배해 준 것이니까.
‘정말 감사할 일이지.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촬영장 이미지는 괜찮았으려나.’
화보 6페이지와 인터뷰 2페이지로 이루어진 공간을 넘나들며 찡한 감정을 어루만졌다.
“리온아, 이것 좀 봐봐. 형 봐봐.”
“아, 쫌…….”
“개쩔지. 미쳤지.”
아까부터 귀찮게 군 덕에 리온이는 표정부터 구겼지만, 곧 눈앞에 들이밀어진 화보를 보곤 눈을 크게 떴다. 어때, 거봐.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있지.
“…오, 한번 봐도 돼요?”
리온이가 잡지에 흥미를 보였다. 당연히 보여주려고 했기에 잡지를 건네곤 뿌듯한 얼굴로 잡지를 한 장 한 장 넘겨 나가는 리온이를 관찰했다. 곧 옆쪽에서 이어폰을 꽂고 딴짓을 하던 현주인도 이쪽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인터뷰가 있네요?”
“아, 응. 형들 간지 작살 명언들 보고 싶으면 읽어봐봐.”
“간지 작살… 언제 적 말인지.”
“요즘도 쓰거든~”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린 리온이는 인터뷰 페이지를 찬찬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항상 행동은 귀여운 막내다.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글을 읽던 리온이의 시선이 중반부쯤으로 고정됐을 때였다. 리온이의 눈이 크게 떠지더니 내 쪽으로 고정되었다.
“형, 아팠어요?”
아, 내용 중에 수술 이야기가 있었지.
깊고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않았기에 저 인터뷰만 보고서는 세세히 알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아팠다는 내용은 기재되어 있으니 놀랄 법도 한가.
’별생각 없을 줄 알았는데.’
어쩌면 내가 멤버들을 너무 멀리 생각한 걸지도. 생각해 보니 회귀 전 가을이도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땐 한동안 내 상체에 손을 대거나 장난치는 것도 자제했었다. 내가 괜찮다며 앞에서 가슴께를 퍽퍽 쳐보고 나서야 그 행동들이 좀 누그러졌었는데.
“그러고 보니까 대부분 가슴 부근 가리고 있는 포즈들이네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리온이는 화보 페이지들과 인터뷰 페이지를 바쁘게 번갈아 넘기며 사실 여부를 확인하듯 여러 번 살펴댔다.
“왜 말 안 했어요?”
“하하…….”
딱히 이유가 있겠는가. 굳이 드러내서 좋을 거 하나 없으니 말 안 했지. 가뜩이나 칠월칠석 때는 팀이 잘 안 되는 바람에 멤버 전부가 예민한 상태였고, 주혁이의 다리 부상까지 더해졌는데 나까지 짐을 얹을 수는 없었다.
‘음… 회귀 전에는 숨겼지만 지금은 굳이 멤버들한테 숨길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극복해 보고자 인터뷰도 한 거니까 확실하게 하자.’
그저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아하하, 어쩌다 보니 말할 기회가 없었네.”
“심각한 거 아니에요? 웃음이 나와요? 주혁이 형이 알면 괜히 연습 빡세게 시켰다고 자책할 텐데.”
“아, 그렇겠네. 근데 나 멀쩡한데.”
“…저도 미안해지잖아요.”
씨익-
장난기 어린 미소가 고였다. 일부러 리온이의 어깨에 팔을 두른 뒤 축 처진 리온이의 상체를 힘을 주어 밑으로 쭉 끌어내렸다.
“나 약해 보이나 봐?”
“아, 진짜. 형은 분위기라는 것도 몰라요? 사람이 기껏 걱정해 주니까……!”
“안 해도 돼. 어디 보자. 나 잘생기게 나온 것만 봐봐.”
몸은 여전히 리온이의 등에 기댄 채 팔만 뻗어 화보를 맨 앞쪽으로 넘겼다. 몸을 기대고 있으니 좀 무거운지 리온이의 입에서 작게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은 신경 쓰지 않을 거지만.
“에이, 현주인 옆에 있으니까 현주인만 보이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소리였는데 리온이는 대답이 없었다. 지금 우리 막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정도는 대강 예상이 됐다. 이제껏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밤을 새우게 하며 무한 연습과 반복을 시켰던 리온인데, 아마 그것이 과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씁.’
이럴 때 진지하게 나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몸을 다시 쿵, 하고 내렸다가 반동으로 단번에 일으켰다. 리온이는 억, 하고 짧게 신음을 내뱉었다. 굳어 있는 리온의 어깨를 꾹꾹 주무르다 떨어졌다.
“리온 군은 쓸데없는 걱정 마시고 심심하면 우리 자컨 조회수나 올려.”
“하아… 걱정한 내가 바보지.”
“그럼, 그럼.”
뒷목을 덮은 머리카락 사이로 리온이의 손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더니 거슬렸는지 얇은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고는 다시 원래 보던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자, 나도 반응 좀 볼까~ 솔직히 잘 나왔는데. 리온이 너도 나중에 가능하면 감상문 써줘~”
“됐거든요. 일할 거예요.”
“그래? 아쉽네.”
침대에 털썩 앉으며 일부러 방 안에 다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허공에 말했다. 잡지는 리온이의 책상 위에 있으니 곧 어떠한 행동이라도 취하게 될 것이다.
‘흐음, 그럼 스캔본 같은 것도 올라오지 않았으려나. 내 마음에는 쏙 드는데 팬분들도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네.’
팬분들이 좋아하는 반응을 보고 나면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질 것 같았다. 목을 한 번 돌려 스트레칭을 하고 경건하게 SNS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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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네시스 멤버끼리 화보 촬영이 처음이다
A. 얼굴 조합이 나쁘지 않구나 싶다(웃음). 상상해 왔던 것보다 더 잘 어울리고 멋진 무드라 새롭기도 하고. 더욱 멤버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Q. 두 멤버의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한다. 얼굴도 분위기가 다르지 않은가. 아까도 서로 거울을 보며 웃기도 했다. 선이 다른 느낌? 그래도 소위 그림체라고 부르는 얼굴 분위기는 확실히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같이 지내다 보니 더욱 닮는 것 같은 느낌?
Q. 숨기고 싶은 게 있나
사실 가슴 부분에 상처가 있다. 어릴 적 심장이 안 좋아 수술을 한 건데 아직 멤버들도 모른다(웃음). 여기서 최초 공개다. 화보에서도 잘 보면 그 부분을 가리고 있다. 아주 어릴 땐 흉터가 신경 쓰인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잘 버텨냈다는 증거인 동시에 훈장 같다. 지금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무리 없어서 걱정 안 하셔도 된다.
Q. 계속 숨기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텐데 두렵지 않았나
솔직히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이번에도 흉터가 최대한 보이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었다. 사진으로 보여 드리기에는 아직 좀 그렇더라. 하지만 말씀드릴 건 다 말씀드리자는 주의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숨긴다고 나아지는 것이 없더라. 아프거나 좋지 않은 모습도 다 보여주는 게 진실하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팬분들에게는 더더욱 비밀을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Q.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가
제네시스 단체 콘서트를 여는 게 소원이다. 아마 콘서트 시간을 채울 만한 곡들이 쌓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지니분들(팬분들)께 제네시스의 성장에 따른 곡들을 솔직하게 들려 드리고 싶다. 최대한 완벽한 무대를 보여 드릴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 방면으로도 찾아뵙기 위해 노력 중이니 많이 기대해 달라.
Q. 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 데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이런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다. 사랑해 주시고 예쁜 말 해주시는 것들 잘 보고 있다. 우리 둘뿐만 아니라 멤버 모두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시태그 달아서 올려달라. 최대한 많이 읽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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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랑 @chanranghae
은찬이 아팠어……? 그런데 맨날 무대에서 몸 부서져라 춤추고 목 터져라 노래 부르고 소통하고 연습하고 했던 거냐고 ㅜㅜ 마음 아파… 우리 리더 옆에서 평생 지켜줄 거야… 쉬엄쉬엄해 은찬아…
ㄴ@chanranghae 님께 보내는 답글
님 혹시 모르니까 써방 해주세요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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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미남수집가 @onlySilverC
ㅁㅊ 이게 무슨 일이야… 광춘아 이런데 왜 애를 못 쉬게 하는 거야. 워라밸 잘 지키면서 아이돌 하고 있지?! 아니지 썅 우리 ㅇㅊ이는 수시로 소통도 하는데!!! 어쩐지 내 새끼 처연미 뿜뿜하는 게 다 이런 이유였나고? 이런 처연미는 원하지 않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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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니♡ @eunchannyyyy
우리 효자 데뷔 이후 처음으로 날 한처먹이다… 이렇게 된 거 평생 제네시스 해
ㄴ 가보자고 나와 피의 제네시스 연합… 이 정도로 아이돌 열심히 하고 싶다는데 닥치고 응원해 줘야지 ㅇㅇ
ㄴ 내 말이 그 말임 ㅜ
ㄴ 이제 우린 피의 제네시스 연합이 된 거야… 죽을 때까지 제네시스 하기로 해 먼저 탈퇴하는 사람은 케이팝을 버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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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 @mmmmyapricot
그래도 숨차거나 일상생활 문제 있는 건 아니라 다행이다… ㅇㅇ 그럼 내가 이 거친 연예계에서 너의 방파제가 되어줄게 x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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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 @norriiea
지난번에 넘어졌을 때도 활짝 웃으면서 무대 하고… 은찬이가 우리한테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 노력하겠다 끊임없이 말하는 게 너무 슬픈 거야 나는ㅜㅜ 이런 속사정이 있으면서 어떻게 계속 그런 언급을 해… 기특하지만 마음 아파… 레전드 순덕 된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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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자양강장제가 따로 없다니까.’
최고로 기분이 좋았다. 변승채 선배와 백무영 선배로 점철되었던 피곤한 하루? 그런 건 이미 잊힌 지 오래였다. 처음엔 팬들에게 너무 걱정을 끼친 것 같아 인터뷰한 걸 잠시 후회했지만 곧 노력을 인정해 주는 글들이 속속들이 보여 기분이 너무 좋았다. 게다가 내 본래 모습까지 응원해 주시고 긍정해 주신다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걱정 끼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노력하는 은찬이가 되겠습니다…….’
점점 몸을 침대 쪽으로 뉘어가며 SNS 파도타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때 현주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같은 방 안에 있는데 웬 메시지?’
곧장 메시지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