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130
130. 엠베서더(1)
“우리 노래 나오네?”
TV에서 방영 중인 예능에서 우리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있었다. 타이틀곡인 문샷의 하이라이트 부분과 수록곡의 끝부분이 연달아 나왔다. 노래를 들으며 옆에 있는 애들의 얼굴을 살폈다.
‘놀랄 일인가? 기분 좋기는 한데.’
별이의 놀림대로 리온이의 표정은 싹 굳어 있었는데, 그 부분은 나도 살짝 의아했다. 평소 리온이가 표정이 없는 편이긴 해도 이건 정말 말 그대로 ‘굳은’ 얼굴이었기에. 고개를 갸웃하다 리온이를 향해 물었다.
“왜 그래?”
“…….”
허리를 반으로 숙이고 리온이의 얼굴을 보았다. 그제야 흠칫한 리온이가 반걸음 뒤로 물러난 뒤 답했다.
“저런 유명한 예능에 노래 깔리니까 기분 이상하잖아요.”
“아하~ 그런 이유? 네가 쓴 곡인데?”
“그래서 더 그렇죠.”
“흐음~”
난 좋기만 한데.
‘가을이랑 비슷한 이유네.’
가을이도 공중파에 제 목소리가 실리는 게 걱정된다고 했으니까. 뭐, 리온이도 부끄러운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제가 쓴 곡이 대놓고 흘러나오는 상황이 감명 깊긴 하겠지. 지금 방영되고 있는 예능은 국민 예능이라 불러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예능이기도 하니까.
‘나도 기분이 묘하네.’
같은 팀 멤버의 반응을 지켜봐서인지 덩달아 기분이 이상해졌다. 분명히 좋은 일인데, 감동이라는 감정까지 함께 물밀듯 밀려와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기쁘지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 절대 싫은 건 아니고!
‘역주행이 정말 의미가 크구나.’
지금도 음원 순위는 30위권 안쪽에 안착 중이다. 20위권 위로 올라가는 일은 없었지만 20-30대 사이에서 꾸준히 그 순위를 유지하는 것만도 어딘가. 음원사이트 TOP30을 듣는 대중분들도 많으니 노래가 나름 알려진 모양이었다.
‘그러니 공중파 예능에도 나오는 거겠지.’
공중파 방송에서는 소위 유행하는 노래들을 주로 트니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방싯 올라갔다.
“프로듀싱이 진짜 재밌는 일인 것 같아.”
노래가 나오던 장면이 끝나자 리온이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굳었던 표정 그대로 방에 들어갔고, 그런 리온이를 관찰하던 별이도 다시금 핸드폰 게임을 시작했다.
‘요즘 그룹에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아서 좋네. 아, 맞아.’
기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오늘은 기초화장품 좀 잘 바르고 자야겠다. 앞으로 더 신경 써야겠어… 귀찮아하지 말아야지.’
나와 현주인이 엄청나게 유명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화장품 브랜드의 엠베서더로 발탁된 것이다. 그것도 기초 제품군의 광고 모델로.
‘피부 뒤집어지면 큰일이야.’
타고나길 피부가 나쁘지 않아 지금껏 귀찮으면 올인원 제품 하나로 스킨케어를 퉁치곤 했다. 하지만 기초 제품을 광고하는 만큼 피부 상태가 나빠지면 안 됐기에 지금부터는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현주인을 포함한 몇몇 멤버들은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편이었기에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나는 피부 하나만큼은 지금껏 타고난 걸로 뻐겨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애들한테 방법 물어봐야지.’
오후에는 잡지 화보와 인터뷰를 감명 깊게 보셨던 담당자분의 컨택이 들어왔다. 당연히 거절할 리가 없었기에 냉큼 미팅 날짜를 잡았다. 컨셉안 회의와 계약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미팅을.
화장품 화보라니. 남자 아이돌에게 화장품 모델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대중적인 이미지가 맑다는 뜻이다.
‘보통은 여자분들을 쓰니까.’
그간 컨셉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청량한 이미지로 많이 나왔으니까. 게다가 그동안 화장품 모델 쪽 동향을 살펴봤을 때, 팬들을 위한 프로모션 제품군들을 많이 출시했었다. 포토 카드를 얹은 패키지 상품 같은 거라든가. 우리를 좋아하시는 팬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제품들을 구매하실 테니까.
‘앗, 그러면 내가 미리 써보고 팬들한테 말해주면 되잖아.’
머릿속에 번뜩 생각이 스쳤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팬들에게 안 좋은 제품을 쟁여두게 할 수는 없으니까. 이왕 내가 솔직한 후기들을 적어준다면 더 좋겠지!
‘필요한건 내 돈으로 미리 사서 써봐야겠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제안이 들어온 브랜드의 제품을 검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직접 협찬받는 것보다 직접 산 물건이면 평가를 더 객관적으로 할 수 있겠지. 담당자분께 사용 후기를 말씀드리면 컨셉을 잡기에도 더욱 수월하실 테니까.
***
‘제안서 온 거 봤을 땐 라이브 스토어 판매 참여, 잡지 화보 촬영 겸 제품 홍보 촬영, 기간제 엠베서더. 이렇게 3개가 조건인 것 같던데, 오히려 좋은데?’
미팅 자리에 앉아 놓여 있는 미팅 페이퍼를 확인했다. 제안서와 계약서 가안이 가지런히 L자 파일에 넣어져 있었다. 그 서류들을 확인해 보려는 찰나였다.
“넌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냐?”
“어? 왜? 그래 보여?”
“표정 관리 좀 해라, 미팅인데. 좀 진중해도 되잖아.”
현주인의 한마디에 입가 근처를 손바닥으로 매만졌다.
‘활짝 웃고 있던 게 티가 났나?’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나쁠 건 없지 않나? 기분 좋은 티 낸다고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너야말로 좀 웃어봐. 그래도 우리 예쁘게 봐주신 분들인데.”
“알아서 할게.”
하여튼 저 자식은 가오가 온몸을 지배했나. 이런 데서는 얼굴 구기고 있는 것보다 얼굴 펴고 있는 게 훨씬 좋다. 이건 비교 선상에 올릴 거리도 못 된다.
‘오늘따라 왜 저래?’
그래도 비즈니스 상대 앞에서는 잘 웃던 놈이 웬일로 묵묵히 있냐는 말이다.
‘뭔가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었나?’
마음 같아서는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위로 쭉 올려주고 싶을 정도다. 주먹을 살짝 말아 쥔 채 입가에 대고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때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안녕하세요!”
“아, 넵. 안녕하세요!”
“…….”
담당자가 밝고 해사한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벌떡 몸을 일으켜 허리를 숙였다. 앉은 채로 고개를 숙이는 현주인을 향해 곁눈질을 했지만 딱히 효과는 없었다. 그나마 옆쪽에서 매니저 형이 열심히 인사를 해주셔서 다행이었다.
“엇, 일어나실 필요 없어요!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몸을 일으키는 나를 급히 제지시킨 담당자는 허리를 꾸벅 숙이며 맞은편 자리로 와 앉았다.
“마케팅 본부 본부장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희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반대편에서 내민 손을 맞잡으며 머쓱하게 웃었다.
‘이쪽이 할 말을…….’
우리야말로 우리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하지. 이런 광고 자리는 톱급이 아니라면 오디션을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들었다. 그러니 지금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거고. 오죽하면 좋은 인상을 드리고 싶어 이선이에게서 향수도 빌려 뿌리고 나왔다.
“제안서는 한번 보셨어요?”
“아, 네. 컨셉까지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더라고요. 저희를 이런 이미지로 봐주고 계신 건가 싶었습니다.”
“아, 이미 봐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회귀 전 연습생 시절,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덕분에 사람을 대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나저나 왜 나만 나불대는 것 같지?
‘둘이 온 건데 나만 말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얘가 낯을 좀 가리긴 해도 대외적으로 소심한 이미지는 전혀 아닌데. 평소에는 이미지 관리를 그렇게 잘하면서 오늘은 또 왜 이래? 컨디션이 나쁜 것 같지는 않던데.’
잠시 입을 꾹 닫고 고민을 하다 내 왼쪽에 놓인 현주인의 허벅지를 살짝 꼬집었다. 놈은 깜짝 놀란 듯 살짝 다리를 떨곤 내 쪽을 휙 흘겨보았다.
“……?”
그래도 앞에 사람이 있다고 나를 오래 보지는 않았고, 곁눈질을 반복하며 조용하게 짜증을 표출했다. 나도 지고 싶지 않았기에 허벅지에 한 글자씩 글자를 써 내려갔다.
‘맞장구 좀 잘 쳐봐.’
내 뜻을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주인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 반응에만 맞춰도 되고.’
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이번엔 분명하게 나를 째려보았다. 앞에서 가계약서를 확인하던 담당자가 우리를 향해 말했다.
“은찬 님, 주인 님! 그럼 이런 시안으로 가도 괜찮을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대표님이 메신저를 통해 전달해 준 pdf 파일을 이미 전부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바라는 컨셉과 이미지가 분명했지.’
현주인은 깔끔하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머리를 올리고 셔츠를 입은 모습들. 그리고 나는…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예쁘장한 느낌. 첨부된 이미지가 전부 반바지 차림인 걸 보니 아마 그런 느낌이겠다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내가 그런 느낌의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아마 그게 광고주들과 대중들에게 보이는 이미지일 것이다. 그래서 아까 담당자에게도 그런 말을 한 것이고.
“아시다시피 판매 시 은찬 님과 주인 님 굿즈를 증정해 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굿즈도 제작할 예정에 있습니다.”
예상했던 부분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을 이어갔다.
“지금은 포토 카드랑 미니 사진집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건 어차피 화보 촬영 사진을 사용하기에, 계약서상에 기재되어 있을 부분이다. 곧이어 제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이어졌다. 나 또한 얼마 전 기초 제품 몇 가지를 사서 발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담당자의 설명에 맞장구를 쳤다.
“얼마 전에 연락받고 귀사의 기초 제품 몇 가지를 사서 사용해 봤는데, 저한테 정말 잘 맞더라고요. 광고 맡을 수 있어 영광이에요.”
“하하, 저희가 모델분을 너무 잘 골랐나 봐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 맞다. 본부장님, 이거.”
옆에서 잠자코 있던 직원이 쇼핑백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커다랗게 포장된 박스 두 개를 나와 현주인에게 건넸다. 그것을 받아 든 내 눈이 커졌다.
“아, 맞다. 이거 저희가 준비했는데, 별거 아니지만 작은 선물로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이런 거 안주셔도 괜찮은데……!”
“어차피 써주시면 저희도 좋고… 쟁여두고 쓰셔도 되고요. 저희가 그래도 제품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이렇게 홍보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랍니다. 받아주세요.”
선물을 받은 내가 어쩔 줄 모르고 있자 담당자는 더욱 저자세로 양손을 맞잡았다. 우리는 감사하다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받은 선물을 사진 찍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본격적인 저희의 마음 표현은 촬영 날 보여 드릴게요.”
“와, 더 있나요? 이거 너무 감동스러운데요.”
‘우와, 원래 이렇게까지 잘 대해주시나?’
감동이 상당해서 무조건 최선과 최고의 결과물을 내드리고 싶은데. 받아 든 컨셉안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기로 다짐했다.
회사 관계자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을 마지막으로 미팅이 끝났다. 다음 촬영 일정은 회사로 공지될 터이니 매니저 형에게서 들으면 될 것이었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미팅 중에 받았던 선물을 욕조와 거실 등에 전시해 두었다.
—–
새롭게 함께할 모델은 누구일까요?
x톡톡튀는내마음소다팝 x청량왕자 x대세돌
공유 1,810 인용된 글 1,320 마음에 들어요 13k
—–
찬랑 @chanranghae
ㅁㅊ 저거 은찬이 아님??
—–
아무나안팜 @efdzcji8
아 진짜 누군지 모르겠는데 앞으로 여기 화장품만 쓸 듯ㅎㅎ
—–
잡덕입니다 @iamjobdeok
실루엣만 봐도 개잘생김…
—–
팔로하면차단 @anjfqhkhh
누군진 모르겠는데 7인조이고 요즘 뜬 그룹이고 리더가 음악방송 엠씨일 것 같네 그리고 같은 소속사 후배 중 한 명은 프싱에 참가하고 있을 것 같아
—–
케이팝방랑자 @iwantnewoppa
뭐야 진짜 1도 모르겠는데? 댓글 봐도 모르겠고 실루엣 봐도 모르겠으니까 정답 알려줘 ㅋㅋ
—–
대학과데뷔는두번이제맛이지 @jaesoosang_1
아~ 진짜 누군지 모르겠다;; 미닛엔터 소속 아이돌이 누가 있더라~?
—–
퇴근마렵다 @23KFKDNS2
화장품 싹 바꿀 때 됐는데 잘됐다 ㅎㅎ 굿즈 많이 껴서 주실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