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145
145.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4)
‘저거 괜찮은 건가. 당장 들어가 말려야…….’
애들이 모인 쪽으로 발을 내디디려 할 때였다. 나를 발견한 주혁이는 내 쪽을 슬쩍 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렇게 3초 정도의 웃음 뒤에 다시 굳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음? 가만히 있으라는 건가?’
잠자코 지켜보고 있으라는 신호다. 지금이 정말 싸우는 중이라면 굳이 나에게 눈을 맞추며 웃어 보일 필요는 없다. 조금 탐탁지 않았지만 일단 주혁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감정이 좀 더 격해지기 시작한다면 망설임 없이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곧 주혁이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틀린 말 한 거 있냐?”
“…….”
이선이는 짜증 난다는 얼굴로 주혁이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과 둘 사이가 너무 냉랭했다.
“혀엉… 싸우지 마요. 네?”
그리고 사이드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별이가 있었다. 주혁이는 별이를 향해 입만 웃어 보였다.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는 탓에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 같았지만.
‘서주혁이 저렇게까지 하는 거라면 정말로 화내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겠다.’
정말로 화가 났다면 웃음 같은 건 쥐뿔도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생각하는 건 필터링 없이 내뱉는 편이니까. 하지만 이것도 몇 년간 주혁이를 지켜봐 왔던 나나 알 수 있는 거라, 옆에서 주혁이를 지켜본 지 몇 년 되지 않은 별이야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이선.”
주혁이가 미소를 거두고 이선이의 이름을 차분하게 불렀다. 이선이 땅이 꺼져라 깊게 한숨을 쉬며 양손으로 머리를 붙잡았다.
“하… 아, 알겠어. 미안해, 좀~”
“네가 해.”
“아오, 진짜 고집 하나는…….”
전혀 꺾이지 않는 주혁이의 고집에 이번에도 이선이가 한발 물러났다. 상당히 짜증과 억울함이 어린 얼굴이었지만 반대로 주혁이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이선이 그런 주혁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못 말리겠다는 듯 실소 지었다. 이선이의 옆에서 백기가 보이는 듯했다.
“내가 설게, 센터. 뭐 하면 되는데?”
지금이다. 끼어들 타이밍.
“그래, 싸우지 마.”
“에이, 저희 안 싸워요.”
“알아.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능글맞게 싱글거리는 이선이의 얼굴에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리온이의 어깨 위에 어깨동무까지 하는 걸 보아하니 이제는 대놓고 적의를 드러낼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리온이야 이선이 센터 시키겠다는 본인 생각만 관철되면 뒤끝 있게 굴 애가 아니고.’
본인들이 그렇다는데 더 이상 내가 왈가왈부 말을 얹을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러려니 해줘야지.
‘방법이 좀 특이한데… 저러다 진짜 싸움이 날 가능성도 있긴 하겠다. 저게 주혁이가 이선이를 다루는 방법이라면 나는 할 말이 없지만.’
친구 다루는 방법은 내가 간섭할 부분이 아니었다. 차라리 이선이의 호불호가 명확히 보였다면 귀띔이라도 해주었을 테지만 호불호도 없는 탓에 끼어들 부분은 없었다. 지금 역시 주혁이가 이선이의 불호 부분을 건드렸다기보다는 그저 자신을 공격해 오니 일시적으로 기분이 상했을 가능성이 높다.
‘저러니까 자주 티격태격하지.’
게다가 저 둘은 유대 관계가 얄팍하지 않기도 하니까. 어째 숟가락 얹은 모양이 되긴 했다만 애들의 방향을 존중해 주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싸우면서 큰다는 말도 있지 않나.
‘중간에 낀 별이가 좀 안쓰럽긴 하지만… 나중에 따로 챙겨주든가 해야겠군.’
아직도 별이의 표정이 썩 좋지 않은 것을 보아하니 별이는 찝찝한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명쾌하게 서로 손잡고 화해한 모양새는 아니니까 가운데 끼어 있던 별이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하겠지. 갈등 상황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그 스트레스는 더욱 심할 것이다.
‘연습 끝나고 메시지라도 보내야겠어.’
이건 별이의 한탄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겠다. 이제 곧 데뷔 1년 차인 그룹의 이야기를 어디 가서 할 수도 없을 테니 더욱 답답할 터다. 나라도 케어해 줘야지.
“그럼 나 간다! 소리 들려서 한번 와봤어. 열심히 해!”
“넵, 가세요~”
손을 붕붕 흔들며 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댄스 연습실을 나섰다. 복도 끝의 보컬 연습실 앞쪽으로 도착하자마자 음악의 볼륨이 커 웅웅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우리대로 연습을 시작해야지.’
이 정도면 초반 갈등은 무난하게 지나간 셈이다. 팬미팅 시작까지 앞으로 24일. 싸우며 시간을 버리기에는 아까운 시간들이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 가을이와 현주인에게 밝게 인사를 건넸다.
***
그날 저녁, 공식 계정에는 드물게 유의미한 공지 사항 두 가지가 한 시간 간격으로 업로드되었다.
하나는 화장품 브랜드의 모델이 우리라는 사실과 동시에 화보 A컷 공개, 또 하나는 미니 팬미팅 공지였다. 예상했던 대로 두 가지 모두 비등비등하게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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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SIS @GENESIS_official
청초함과 멋짐을 동시에 잡은 x주인과 x은찬
B사와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둘, 많이 기대해주세요♥
선공개된 화보 A컷! 이미지를 즐겨보세요 !
(사진) (사진)
(사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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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SIS @GENESIS_official
다음 주 금요일 밤 8시
주인&은찬과 함께해!
특별 라이브 방송에서는 주인&은찬 포토카드 증정!
패키지에는 미니 화보집도 포함되어 있다구!
♥ 금요일 밤 = 설레는 밤 ♥
x제네시스 x주인 x은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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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SIS @GENESIS_official
제네시스(GENESIS) 1st Anniversary 기념 미니 팬미팅 ‘GENESIS for u’
자세한 사항 참조 ☞ http://cafe.xxx.com/genesis/0183
x제네시스 xGEN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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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 끝난 이후로는 다른 공식 계정을 알티 하거나, 안무 영상과 자체 콘텐츠들이 주로 올라오던 계정에 간만에 새로운 소식이 올라오자 지니들의 반응은 열띠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공유와 마음에 들어요 숫자를 보며 천천히 눈을 끔뻑였다.
‘열심히 찍었으니까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 저번에 찍었던 투샷 셀카도 올릴 수 있겠네! 묵혀뒀던 거 꺼낼 때가 왔다.’
어느 정도 반응을 살핀 후 자정쯤에 셀카를 올리면 될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인용된 게시글들에 시선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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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미남수집가 @onlySilverC
갑자기 뭐가 이렇게 휘몰아쳐?
좋다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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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봄정신차려 @crazygwangchoon
미니 팬미팅이요? 아니 ㅅㅂ 연차 낼 시간은 줘야지
하여튼 광춘이 일하는 거 보면 속에서 울화가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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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노잼시기 @skaks19
미닛츠 이 새끼들 좆소 티 못 내서 안달이네… 제발 남들 하는 거 따라 해라 누가 팬미팅 공지를 이렇게 급하게 내냐고ㅋㅋㅋㅋㅋ 물론 좋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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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약을 들라 @heteroloveishell
그래도 좌석 가격은 싸네? 옆 동네는 가격 미쳐 날뛰어서 부모님 안부 묻게 만들던데
ㄴ @heteroloveishell 님에게 보내는 답글
거긴 대형 1군이고… 울 제네시스는 3군따리니까…
ㄴㄴ 시발… 갑자기 팩폭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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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 @norriiea
야야 현주인 포카 미쳤냐?
ㄴ@norriiea 님에게 보내는 답글
ㄹㅇ셀카 걍 얼굴빨이지 잘 찍는 건 아닌데 블러 처리 된 거부터 레전드 찍었음… 은찬이한테 강습받았나?
ㄴ@chanranghae 님에게 보내는 답글
갓은찬… 현주인한테 아이돌 정신 전파 더 해줘요
ㄴㄴ 님들아 써방 좀
ㄴ노리 @norriiea 현주인은 눈팅 안 해서 상관없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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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반응을 살핀 다음에야 회사에서 올려준 공지 사항을 눈으로 훑었다. 팬 인증 관련된 내용과 티켓팅 안내 사항에 관한 공지였다. 미니 팬미팅이다 보니 공식적으로 찍은 화보 없이 회사 측에서 만들어준 로고만 덜렁 있는 모습이 조금 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식 팬미팅 때는 제대로 된 사진도 찍었으면 좋겠다. 컨셉 잡기도 수월하고 팬분들도 좋아하실 거야.’
하도 무명 생활을 오래 하고 팬 입장을 오래 겪다 보니 이런 것부터 보인다니까. 이런 건 내가 생각할 부분이 아닌 것 같으니 눈이나 씻자.
‘티켓팅 일자가 다음 주 수요일이네. 진짜 속전속결이긴 하다… 벌써 지니 선인증을 받기 시작한 걸 보니.’
당장 다음 주는 솔직히 급작스럽지. 팬들의 반응에 당혹감이 느껴지는 것도 완전히 이해 간다.
‘…이런 일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우리가 성공해서 회사를 더 키우는 걸 텐데…….’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을 하던 와중에 불현듯 뇌리가 번쩍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 곧장 휴대폰 메모장에 생각난 아이디어를 기입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팬들이랑 같이 티켓팅 해보면 재밌을 것 같은데. 내가 티켓팅 하는 장면을 찍어 콘텐츠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아.’
라이브 방송을 켜는 건 무리다. 그 시간에 팬들은 티켓팅을 하느라 바쁠 테니까. 팬들에게 동질감과 친근감, 그리고 팬들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함께 티켓팅 해보는 브이로그를 올리는 게 직방이었다.
‘어차피 한 좌석도 못 잡을 게 분명해.’
어차피 티켓팅에 성공할 생각이나 기대는 없다. 회귀 전에 소년미 선배님들 콘서트 티켓팅을 몇 번 시도해 봤는데, 항상 보란 듯이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의 지옥에 갇히곤 했으니.
‘저녁 8시에 시작되니까, 연습 후에 피시방이라도 가야겠다.’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팬들이 즐거워할 만한 영상을 만들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 애들을 데려갈 수 있다면 더 좋을 거고.
‘자야 되는데 자기 싫어.’
오늘도 연습과 레슨을 끝마치고 온 터라 몸은 당장이라도 침대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피곤했다. 그러나 눈만큼은 왜 이렇게 또렷한지 도저히 바로 잠들 수 없는 기분이었다.
‘어제 프로듀싱 365 했었나?’
자동적으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프로듀싱 365를 검색했다. 최근 들어 본방 사수를 못 하고 있었으니 클립 영상이라도 챙겨 봐야 했다. 절대 자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신준서가 말했던 것도 있으니까… 함정원도 걱정되고.’
조회수가 높은 클립 영상 중에 쎄한 느낌이 드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본방송을 챙겨 봤다. 사실 지금까지 그런 이유로 모든 회차를 보기는 했다만. 아무튼, 다시 랩 수업을 시작한 모양인지 변승채 선배가 웬일로 썸네일에 잡혀 있었다.
‘선배, 얼굴이 다시 밝아지셨네?’
한동안 표정이 좋지 않아 마음이 불편했었는데 잘됐다. 다행히 SNS상에서도 변승채 선배의 사건에 대한 관심은 많이 사그라들기도 했으니까. 역시 선배는 저렇게 호탕하게 웃고 쾌남 같은 모습이 제일 잘 어울린다.
‘SNS 댓글창도 다시 여셨잖아!’
클립 영상이 끝나자마자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기 전, 선배의 개인 SNS를 살폈다. 논란 이후 댓글창을 닫아두었던 선배는, 다시금 댓글을 쓸 수 있게끔 설정을 허용해 둔 상태였다. 작은 말풍선 모양의 이모티콘이 어찌나 반갑던지, 자동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구독 계정이니 댓글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