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146
146. 갑작스러운 DM
‘개인 공개 계정이 없는 게 이럴 때는 아쉽네. 개인 SNS를 데뷔 초부터 만들면 무조건 한 번은 사달이 날 것 같아 금지된 건데. 그렇다고 공식 계정으로 댓글을 달 수는 없으니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SNS 개인 비공개 계정. 회사에서는 그것마저도 친구들과 사적으로 이용하다 보면 결국 들키게 되어 있다는 이유로 금지시켰다. 오로지 ‘구독’만 가능하다. 그러니 내 어플에 로그인된 계정은 단 두 개다. 제네시스 공식 계정과 눈팅을 위한 구독 계정. 백무영 선배에게 DM을 보냈다가 들켰던 계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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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chan_you 항상 응원해요 형~! 방송 잘 보고 있어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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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티 안 나겠지?’
프로듀싱 365에 출연하는 연습생들과 찍은 셀카가 업로드된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 소년미 자체가 워낙 인기 있었고, 좋아요 수와 댓글 수 또한 엄청나게 많았기에 프로필사진도 없는 내 댓글은 순식간에 묻힐 게 분명했다.
‘하트라도 하나 붙여줘야 하나?’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댓글 사이에 묻힐 수 있을지 궁리를 하던 차였다. 여러 영어 댓글들이 하트를 남발하고 있기에 나도 뒤에 파란색 하트 하나를 덧붙였다. 내 눈에는 보다 자연스러워 보였다. 흡족한 마음으로 댓글을 달았다.
‘다시 남은 클립 영상을 볼까.’
SNS 어플을 끄고 다시금 포털사이트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함정원이 썸네일로 잡혀 있는 영상을 보려 할 때였다. 휴대폰이 우웅- 하고 진동하며 다이렉트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왔다.
‘구독 계정이라 메시지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
광고여도 보통은 최소한 프로필사진이 있는 사람에게 보내지 않나? 의문을 안은 채 다시 SNS 어플로 전환시켰다.
“오호…….”
피식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발신자는 .
‘이 선배도 정말 경계심 없네~ 이렇게 대놓고 공식 계정으로.’
변승채 선배였다. 댓글 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친히 메시지까지 보내주시는지. 메시지 발신자 프로필사진 옆의 파란색 딱지가 생소하고도 웃겨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메시지를 수락하겠냐는 하단 알림 속 수락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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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Chae
올ㅋㅋㅋ은찬이~ 형한테 응원 댓글도 달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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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나인 건 어떻게 알았지?’
프로필사진이나 계정 피드, 그 무엇 하나 없는 계정인데. 단번에 알아챈 게 신기하기도 하고 혹여 구독 계정을 들켰나 싶은 걱정까지 엄습했다. 조금 불안한 마음을 안고 선배의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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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선배 근데 저인 거 어떻게 아셨어요? ]—–
아 왜 몰라 ㅋㅋㅋㅋㅋㅋ 너 닉네임이 너무 정직한데? 실버찬유 ㅋㅋㅋ 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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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선배가 그렇게 빠르게 파악할 정도면… ]—–
ㄴㄴ에이
뭐 어차피
동명이인이 전 세계에 없지도 않을 테니 남들은 모를 거야
나만 눈치 빠르게 알아챈 거임 ㅇㅇ
ㅎㅎ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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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르르 도착한 메시지에 그만 그 이유를 납득했다. 그제야 내 닉네임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무난하지 않나?’
남들이 보기에는 정직한 닉네임이라니. 은찬이라 실버찬이고 유씨라 유인 건데.
이 정도면 센스 있는 닉네임을 지었다고 뿌듯해했었는데 조금 민망해졌다. 선배가 닉네임을 보고 단박에 메시지를 보낼 정도면 나라는 걸 다 밝히고 있는 것과 뭐가 다르냔 말이다. 저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무한테나 DM을 먼저 보내진 않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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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ㅜㅜ그렇게 저인 거 티 나요? 망했다… ]—–
아 야 왜 시무룩해졌어 그런 거 아니고 너 무영이한테도 DM 보냈었자너 당연히 들었지
남들은 그냥 네 팬 계정인 줄 알지 너인 줄 몰ㄹ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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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죠? ]—–
아 그런데 네가 형이라고 해서 의심할 수도 ㅋㅋㅋ
혹시 모르니 닉네임 바꿔라 ㅇㅇ 티 안 나고 간지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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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백무영 선배한테 사과하기 위해 연락했었던 적이 있었지. 그거 알고 계셨구나.’
둘이 친하고 소년미 멤버이기도 하니 충분히 이야기했을 법도 하다. 지금의 백무영이라도 변승채 선배와는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양이니까.
‘하긴 소년미 내에서도 이슈이긴 했겠다.’
후배가 구독 계정으로 다짜고짜 DM을 보낸 건. 물론 지금이라면 그렇게 사과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봤겠지만 그땐 급했으니까. 어찌 됐든 변승채 선배가 별 의심 없이 DM을 보낸 이유는 단번에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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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저나 진짜 다행이에요 기운 없는 것 같아서 좀 걱정했어요 ]—–
걱정했어? ㅁㅊ 예쁜 것 ㅋㅋㅋㅋ
사실 멘탈 쩜 흔들리긴 했는데 머 어쩌겠어 한두 번도 아니고
다~ 시간 지나면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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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승채 선배가 겉으로는 기가 세 보여도 속이 여린 건 소년미를 조금이라도 지켜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사실이다. 답장에서도 기운 없는 기색이 보이지 않아 안도되었다. 뭐라고 답장을 보낼지 고민하던 차에 선배에게서 메시지가 추가로 연달아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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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올만에 반가운 이름이 기특한 말 하길래 메시지 보내봤다~
걍 담부턴 메시지로 보내 번호도 알아놓고 ㅋㅋㅋ
조만간 술 먹자
형 촬영 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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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넵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
‘한마디 하면 열 마디를 하신다니까.’
그나저나 벌써 밤이라고 할 수 있는 오후 11시인데 촬영에 들어간다니. 게다가 오늘은 라디오 진행하는 날도 아닌데.
‘하긴 프로듀싱 365에서도 레슨 시간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해지니까.’
선배도 선배의 일에는 항상 열정이 가득하다. 소년미 덕질을 할 때도 백무영 선배에 대해서만 알았지, 변승채 선배에 대해서는 딱히 알려고 하지 않아서인지 알면 알수록 더욱 괜찮은 면이 자주 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선배를 잘 알기 전까지는 보이는 이미지와 성격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이 컸다. 술 좋아하고 시끄러운 데다 가벼운 성향에 소위 말하는 양아치 같은 외형의 콜라보 때문인지.
‘사람은 역시 직접 겪어봐야 해.’
너무 뒤늦게 깨달은 것 같아 선배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왜 회귀 전의 백무영 선배와 변승채 선배가 그렇게 죽고 못 사는 친구 사이였는지도 알 것 같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연예인이 보이는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인 걸 알면서도 나조차 그렇게 생각하다니. 더 개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어.’
같은 트러블메이커지만 그 성격이 현주인과 같을 리는 없는 법인데도.
제네시스 활동을 이어갈수록 내면에 있던 편견과 상처들이 점차 나아지는 것 같아 묘했다. 그리고 그 기분이 마냥 싫지 않다는 것도.
***
그 제네시스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전부 팬들 덕분이니 더욱 완벽한 무대를 보여 드리는 건 이쪽의 일이다. 받는 사랑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니까.
미니 팬미팅 연습 시간이 추가되어 평소보다 바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할 일이 없는 건 아닌데 정기적인 스케줄이 없으니까 왠지 허전하네. 음방 하나가 이렇게 소중했나.’
비활동기인 만큼 활동기보다는 바쁘지 않았기에 주말에는 뮤직센터 출근을 했고, 자기 전엔 라이브 방송을 위한 소개 글을 익혔다. 그렇게 무난한 평일들이 지나갔다. 연습도 일주일 정도 지속하니 어느 정도 합이 맞아가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움직일 동선이나 표정만 맞추면 되겠네, 이제.”
마지막 소절을 마무리한 뒤 개운한 기분으로 말했다. 나머지 둘도 같은 생각인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부턴 여기 말고 연습실에서 해도 되겠어.”
제일 중요한 보컬의 합을 맞추고 나니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이제 무대의 컨셉을 구체적으로 정한 뒤 동선과 표정 연습 등 디테일을 맞추는 부분만이 남았다. 보컬 무대라고 해서 가만히 서서 노래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무대 연출 부분은 리온이한테 말하면 느낌대로 초안 잡아줄 것 같아.”
워낙 전반적인 프로듀싱 능력이 좋은 리온이는 무대 연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멤버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하여 그것을 100% 실현시킬 수 있게 도와준달까. 제 무대 연습까지 병행하면서도 좋은 생각을 떠올려 주다니, 매번 감탄만 나오게 하는 막내다.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절충해서 가져가면 되겠네. 내가 말해볼게.”
“미안하고 고맙네, 막내한테.”
“그럼 이제 연습실 쓴다고 직원분께 말해둬야 하지 않나?”
“그러네! 연습실은 내가 미리 말해둘게.”
현주인과 가을이도 한 번의 다툼 후부터는 별문제가 없었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 같이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 가방에서 가장 중요한 모자를 꺼내 푹 눌러쓰고는 나머지 멤버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오후 7시… 때가 됐다.’
오늘은 아침부터 가을이와 현주인에게 모자나 마스크를 필히 챙기라고 미리 말해두었다. 자체 콘텐츠 소재로 괜찮을 것 같다며, 촬영을 해야겠다는 말과 함께. 순진한 가을이는 연습 장면을 찍는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그런 나의 말을 흔쾌히 허락했고, 현주인은 한 귀로 흘린 것인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스크를 잘 챙긴 걸 보면 동의의 표현이겠지.
중간에 가을이가 ‘형, 뭐 찍는다고 하지 않았어?’ 하고 질문해 왔을 때도 고개만 끄덕였기에 아마 궁금증은 한계치에 달해 있을 터였다.
“자, 그럼…….”
내가 눈을 반짝 빛내며 둘을 번갈아 바라보자 시선을 받은 두 명이 동시에 움찔했다.
“나랑 잠깐 어디 좀 가줘야겠다.”
“뭐?”
“응? 갑자기?”
둘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어렸다. 역시 끝나고 어디 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둘 다 바빠? 뒤에 할 거 있어?”
“…….”
“그건 아니지만… 좀 갑작스러워서?”
답이 없는 현주인을 대신해 가을이가 볼을 긁적이며 대답을 흐렸다. 내가 알기로는 현주인도 이후로는 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응을 보아하니 ‘그냥 귀찮게 됐다’ 정도의 반응이고.
‘그럼 문제 될 거 없네!’
아주 환하게 웃으며 애들의 가방을 가리켰다. 피시방 도착 시간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았다. 알아보니까 설정할 게 뭐가 많더라고.
“가끔 이런 맛도 있어야지. 빨리 마스크랑 모자 써라!”
현주인은 한숨을 쉬며 마스크를 썼고, 가을이는 잠시 하하, 하며 당황한 티를 내더니 곧잘 나를 따랐다. 목적지를 말해주지 않은 채 두 명을 끌고 회사 근처의 피시방으로 향했다. 카운터에 있던 직원분이 흠칫했기에 재빨리 제일 구석 쪽의 사람 없는 자리로 향했다. 뒤에서 현주인의 낮게 깔린 욕이 들려왔다.
‘하긴 남자 셋이 모자에 마스크까지 눌러쓰고 오면 놀랄 만도 하시지.’
가을이가 나에게 바짝 붙어 조용하게 속삭였다. 실컷 보컬 연습을 마치고 와 가라앉아 있어야 할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걸 보아하니 지금 이 상황이 엄청나게 황당한 모양이었다.
“가자던 곳이… 피시방이었어,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