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150
150. 함정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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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자극추구자 @lovesurvival
함정원 연습생
지하철 광고 로드맵 공유합니다 !
함께 정원이 발자취를 느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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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둥이♡ @hamjwonnnny
정원이 오늘 기분 엄청 좋아 보였음 ㅋㅋㅋ 옆에 매니저님한테 달라붙고 행복해하고 완전 그르릉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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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냐함냐 @yummyjji_
지광에 손 편지… 냉큼 읽으러 갈 것 ㅜㅜ
인터뷰도 너무 갓성 인증이라 평생 탈정원 못 할 것 같아 ㅜㅜ 데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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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다팜 @efdzcji8
오늘 정원이 엄청 기분 좋아 보이네 ㅋㅋㅋㅋㅋ 정원이가 좋으면 이 누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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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방랑자……. @iwantnewoppa
음? 먼가 쎄한 건 나만 그럼? 예쁘긴 하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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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동영상을 다시금 재생해 함정원의 음성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을 기세로 청취했다. SNS 속 함정원 팬분들의 말처럼 영상 속 함정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 아, 저희 선배님들 계시잖아요! 저는 그분들 연습하는 거 보면서 항상 꿈을 키웠어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늘 다독일 수 있었고요. ]…
[ 네, 운이 너무 좋으시기도 하고… 하핫, 사실 선배들 보고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중요한 것 같다고 느꼈어요. 역시 아이돌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과 타이밍이죠.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지금 이렇게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행운처럼 늘어난 것도……. ]아마 이게 만화였다면 내 머리에는 빠직 표시가 생겼을 것이다. 선배 그룹이라는 말로 제네시스를 특정한 것은 맞지만 부연 설명에서 명확한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지는 않다. 함부로 의심할 순 없겠지만, 나를 향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것 봐라… 회귀 전에는 운 없는 나보고 운도 실력이라며?’
선배라고 띄워주는 듯하지만 잘 들어보면 돌려 까기다. 함정원이 나를 공격하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니 내가 꼬여서 그런 게 아니고 못 알아들으면 모자란 놈이 되는 수준으로.
함정원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 인플루언서 출신이라 그런지 데뷔 이후에도 따로 소통을 활발히 하시던데 저도 그래야 하나 싶어요! 개인 라방 하면 확실히 개인 팬분들은 좋아하시겠죠? 아, 그런데 물론 전 단체가 먼저라 아마 안 할 것 같긴 해요! ]마지막 영상까지 재생하고 나니 입가에 있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말을 듣고 있자니 인물 하나가 딱 떠오르는데 도저히 묵과하고 넘길 수 없는 인물이었다.
‘이거 지금 별이 얘기냐?’
나만 욕했다면 어떻게든 좋게 넘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만 아무렇지 않은 척 참으면 되니까. 하지만 다른 멤버까지 공격하는 건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
‘홍별은 함정원한테 피해 준 적도 없는데 왜 저러는 거야? 심지어 별이는 연습생 생활도 짧게 해서 함정원과는 부딪힌 게 한 달이 채 안 되잖아!’
물론 나도 함정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적은 없다만. 그래도 나와 부딪힌 기간은 짧지 않았으니 안 좋은 감정이 싹틀 수도 있다.
하지만 홍별은 데뷔 두 달 전에 마지막으로 입사해 초스피드 데뷔를 한 케이스다. 함정원과 연습생 기간이 겹친 건 한 달이 채 되지 않으니 어떤 감정의 골이 싹트기엔 어려웠다.
“…하…….”
머리가 아파와 손바닥으로 양 눈과 이마를 꾹꾹 문지르듯 눌렀다.
‘그냥 지 맘에 안 든다고 후려친 거지. 무슨 이유를 찾고 있냐. 부질없다.’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을 텐데. 나는 꼭 스스로 무덤을 파는 구석이 있단 말이지. 좋은 마음으로 찾아본 소식인데 판도라의 상자가 따로 없었다.
‘이번에도 가만히 넘어갈 줄 알고?’
끓어오르는 짜증을 간신히 꾹꾹 억누르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저건 방송 출연 중인 연습생인 함정원의 입장에서도 프로답지 못한 짓이다. 우리와 대놓고 척지고 싶다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직 연습생인 함정원이 선배를 저렇게 척져서 좋을 게 하나 없을 텐데.
‘이 정도 저격이면 티가 나긴 할 텐데.’
저격 당사자 입장이라 그런 것이 아니고 조금만 의심하면 우리임을 알 법한 워딩들이다. 혹시나 눈치챈 팬들이 있을까 싶어 착잡한 마음을 붙잡고 검색을 반복했다.
인터넷에서 팬들끼리 분란이 나는 건 솔직히 좋지 않은 흐름이기도 하고. 서로에게 마이너스다, 그런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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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설마 윾찬이 저격은 아니겟지? ㅋㅋ
ㅇㅇ(110.70)
아무리 여러 번 봐도 윾혐 ㅋㅋㅋ
ㄴ 솔직히 ㅈㄴ 합리적인 의심이긴 한데 걔가 이런 걸로 욕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그러겠심 ㅋㅋㅋㅋㅋ
ㄴ 아 이 시발 같 소속사 선배 얘기면 돌려 깐 거잖아 씨발 ㅋㅋ 개빡치네
ㄴ 뭐야 느그 오빠 느그 갤 가서 빠세요 아니라니까 지랄이네 니가 우리만큼 갤주를 알아?
ㄴ 이게 어딜 봐서 느그 오빠 얘기임 ㅈㄴ 피해망상 오지네
ㄴ 그럼 느그 오빠가 잘하셨어야지~ 타이밍 아다리 잘 맞아서 뜬 거 맞잖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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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난리 난 게시글’이라며 캡처된 타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글을 읽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몇 가지 여론을 더 알고 싶어 다른 캡처본도 찾아 읽었으나 비슷한 내용이었다.
‘이건 진짜 괜히 본 듯하네.’
기분만 더 상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도 아니긴 하지.
‘이 정도까지 사랑받는 건 부럽긴 하다.’
일단 분위기를 보아하니 팬들이 눈치채고 있다는 건 100%다.
함정원 팬들 쪽에서는 그런 게 아니라며 말 그대로 ‘피의 쉴드’로 함정원을 감싸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인 점은 우리 팬들이 기분 나빠하면서도 분란을 일으키지 말자며 넘어가는 분위기라는 것.
‘아, 얘 진짜 왜 이러지? 내가 뭐가 그렇게까지 마음에 안 들어서……!’
상황 자체가 골치 아팠다. 짜증이 목 밑까지 너울거리며 차올랐지만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잘 알기에 답답함에 울화가 치밀었다. 깊게 심호흡을 하며 포털사이트 메인으로 돌아왔다.
‘메인 기사도 떴잖아? 이게 확실히 핫한 프로그램이긴 하네.’
지하철 광고 방문과 방송 속 몇 가지 인터뷰만으로 포털사이트 메인에 기사가 걸리다니.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헤드라인 몇 가지를 눈으로 훑었다.
[‘프로듀싱 365’ 함정원, 지하철 광고 깜짝 방문… 애정 담긴 손 글씨까지] [‘프로듀싱 365’ 함정원, 아이돌은 운과 타이밍도 중요… 팬분들께 감사] [ 프로듀싱 365 전쟁 중, 대선보다 치열하다] [‘프싱365’ 함정원, 개인보다는 단체를 우선시하는 연습생 되겠다]‘포장 봐라. 우리 회사가 이렇게 언플 잘해주는 회사였냐고.’
하긴 회귀 전 유토피아를 생각하면 이 정도 언론플레이를 해줬던 것 같기도. ‘될 것 같은 일’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회사이니 납득 못 할 일도 아니다. 지금도 제네시스에 이 정도 노력은 들여주시니까.
‘그래도 말은 해봐야지. 이걸 넘어갈 수는 없어.’
휴대폰 연락처 속 맨 밑에 위치한 함정원을 찾아 메시지를 작성했다. 한 글자씩 써 내려가면서도 여러 번 손가락을 멈칫했다. 첫마디는 최대한 함정원이 트집을 잡을 수 없게끔 보내야 했다. 지금 함정원이 행동하는 패턴을 보아하니 분명히 건덕지 하나라도 보이면 물고 늘어질게 뻔하다.
[ 오늘 지하철 광고 잘 보고 왔어? ]몇 분간 고민을 하다 제일 무난하다 싶은 메시지를 보냈다. 곧 빠르게 읽지 않음 표시가 떠올랐지만 함정원에게서의 답은 없었다.
‘이 자식이… 씹냐……?’
역시 이 정도 안부 인사는 답장하지도 않는다는 건가. 하지만 내 쪽도 이번엔 물러나 줄 생각이 없었다. 가만히 있다간 또 선을 넘을 게 뻔한데 누구 좋으라고.
[ 나한테 불만 있으면 직접 말해도 돼 ] [ 함정원 : ? 없는데요?? ] [ 그냥 있는 것 같아서 물어봤어ㅋㅋㅋ ] [ 함정원 : 선배님 존경해서 한 소리예요! 선배 넘 꼬여 계시면 안 좋지 않을까요 ㅜㅜ ]직방일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대화의 방향을 바꾸자마자 이렇게 답이 빨리 올 줄은 몰랐는데.
“하아…….”
한숨 소리가 육성으로 튀어나왔다. 원래도 재수 없는 성격이긴 했는데 지금은 유독 날이 선 느낌이다. 왜 이렇게까지 삐뚤어진 거냐고, 얘가.
‘이상하게 예전보다 날 싫어하는 감정이 증폭된 것 같은데. 무슨 일이지? 날 꺼리긴 했어도 이 정도로 적대시하진 않았단 말이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함정원이 이런 말을 나서서 할 타입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이건 동정심에서 비롯하여 너그럽게 판단한 부분이 아니라 확실한 부분이고.
‘함정원은 본인이 만들어둔 이미지대로 대중 앞에서 철저하게 행동하는 애니까 내 앞에서는 몰라도 모든 대중이 보는 매체 앞에서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어. 라이브 방송 때도 이 정도로 대놓고 공격하지는 않았다고.’
메시지창을 띄워놓고 한참을 생각하던 중이었다. 머릿속에 섬광 같은 가능성 하나가 스쳐 갔다.
‘백무영인가?’
함정원의 태도 변화에 대한 의문점, 백무영이라면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신준서의 말이 반복해서 떠오를 만큼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함정원이 백무영 선배만 만나고 오면 이상해져 있어서요.’
백무영이 마인드 컨트롤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나에 대한 감정을 부추겼다면 가능한 일이다. 방금 전의 행동과 기억도 잊게 할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인데 감정 컨트롤을 못 할 것도 없지. 생각을 조종할 수 있으니 사용법에 따라 감정을 부추기는 것, 관심 없던 무언가에 꽂히게 만드는 것, 생각을 전환시키는 것, 방금 했던 행동을 잊게 만드는 것 등 전부 가능하다.
‘그렇다고 함정원의 잘못이 지워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잘못은 잘못일 뿐.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왜 그래?”
“짜증 나서.”
“……?”
하지만 또 백무영 때문이라면 100%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긴 하지. 복잡한 상황에 머릿속이 복잡해져 와서 연신 입술만 깨물었다.
“안 가냐?”
그런 내 모습을 저만치에서 구경하고 있던 현주인이 가까이 다가와 어깨를 치며 물었다.
‘생각할 게 산더미다…….’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밝히자 놈은 작게 한숨을 폭 내쉬었다.
“너 무슨 일 있냐?”
“무슨 일까지는 아니고.”
구구절절 말할 이야기는 아니라서. 함정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팩트 정리가 되었다면 가능하겠지만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현주인이 불확실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같이 고민해 줄 위인도 아니기 때문에.
‘아, 그렇지.’
문득 좋은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갔다. 잘근잘근 깨물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슥 닦고는 현주인의 앞쪽을 빠르게 지나쳐 갔다.
“나 어디 좀 들렀다 가야겠다. 너 먼저 들어가.”
“…흠.”
뒤에서 놈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걱정을 하는진 알겠지만 지금은 이게 우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