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159
159. 나비효과(1)
“실수 없이 끝내보자! 제네시스, 파이팅-!”
““파이팅!”“
멤버들과 손을 맞댔다 밑으로 내리며 다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다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태가 분명했다. 얼마나 예민해진 상태인지 피부로도 그 긴장들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물론 나도 그렇고.
[반짝이는 별빛 밑] [단둘이 불어낸 너와 나의 비눗방울] [여기 지금 우린 어딘가]보통 콘서트 전의 사운드체크는 팬들 앞에서 소통을 하며 간이 리허설을 하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하는 사운드체크는 명목만 사운드체크라 해도 무방했다. 미니 팬미팅 무대인지라 본격적인 사운드체크가 아닌 음향을 체크하는 것에 가까웠기 때문에.
[환상 속 공간 끝나지 않을 marry go round]그런 단순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하는 멤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본무대를 가까이 앞두어 그런 것인지, 다들 각오가 남다른 것인지는 몰라도 연습 때보다 대단한 몰입력을 보여주었다.
‘집중력이 대단한데……?’
동선을 바꿀 때마다 마주치는 멤버들의 눈빛을 볼 때면 묘한 희열감에 짜릿했다. 하긴 나도 당장 눈앞에 팬들이 있는 것처럼 무대를 하는 중이었으니, 다들 같은 마음인가.
“손을 잡아줘~”
오랜만에 부르는 데뷔곡 무대를 마친 뒤 유닛별로 준비했던 무대까지 끝마치고 나서야 한숨을 골랐다.
“이대로만 하면 되겠는데?”
“지금보다 잘해야지, 너는.”
“왜~ 에너지 분배한 거지. 주혁아, 네 친구 믿지?”
“글쎄다…….”
무대에 예민한 주혁이 피식 웃으며 농담조로 이선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열기만 올라온 것을 보니 다들 소소한 음 이탈 하나 없이 무사히 끝낸 무대들에 모두 만족한 듯싶었다. 나조차도 그랬고.
“객석 입장 시작합니다!”
막내 스태프분의 목소리가 대기실 안쪽에 쩌렁쩌렁 울렸다. 무대에 이상이 없는 것을 체크한 뒤 바로 객석 입장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객석 입장을 조금 급박하게 받은 감이 있네.’
미흡해 보이는 부분들은 추후 행사 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직원분께 말씀을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지막 점검 들어갈게요~”
구석에서 숨을 고르는 가을이와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듯한 리온이. 그리고 세세한 손동작들을 반복하는 주혁이와 무언가를 되뇌는 듯한 별이와 주혁이.
방금 전 사운드체크로 흐트러진 메이크업과 무대 의상을 점검하기 위해 스타일리스트 누나들 또한 분주해졌다. 대기실 내부가 한껏 소란스러워졌다. 의자에 앉아 멘트 체크를 하고 있던 나에게도 때마침 스타일리스트 누나가 다가와 물었다.
“은찬아.”
“아, 누나!”
“너 그거 너무 걸리지 않아?”
“그거……? 아!”
스타일리스트 누나는 내 목 부근의 묵주반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멤버들과 무대를 위해 맞춘 커스텀 마이크와 묵주반지는 무대 중 동작을 크게 할 때마다 자꾸만 엉켰었는데, 개인적인 불편함을 넘어서 타인의 눈에도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불편하긴 했지.’
인이어와 연결된 마이크가 자꾸만 액세서리에 걸리다 보니 잡음이 들렸던 것은 물론이고 안무 중에도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만 했다. 온전히 무대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기에 목걸이를 차고 있겠다고 우기는 것도 무리겠다 싶어 솔직하게 답했다.
“아… 네. 그렇더라고요.”
“뺄 생각 없어?”
“…….”
곧장 대답을 하는 것 대신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묵주반지를 뺄 용기는 나지 않는데.’
하긴 묵주반지가 어머니 유품이라는 것만 알고 있는 타인들이 보기에는 이런 상황에까지 차고 있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는 않겠지.
‘무대를 할 때만큼은 아무리 애장품이라도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기도 해. 이를 어쩐다…….’
뭣도 모르고 반지를 빼고 첫 MC 무대에 섰다가 조명이 떨어졌던 기억이 순간적으로 스쳐 갔다. 그 당시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반지를 빼겠다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
이 묵주반지가 내 행운의 매개체인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반지를 몸에서 떨어뜨려 놓음과 동시에 0이 되어버리는 행운 스탯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하지만… 이 무대를 위해 커스텀 마이크를 다 같이 맞춘 만큼 나 혼자 튈 수는 없어.’
위치를 조정해서 어떻게든 무대에 함께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이 마이크 연결선과 반지가 있어야 하는 최적의 위치였기 때문에 조정하는 순간 의상 위로 반지의 존재가 과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룹의 통일성이 떨어져 보이는 건 당연지사. 중요한 물건이기는 했지만 무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싶진 않았다.
“은찬아?”
“잠시만 생각 좀 해볼게요!”
“응응. 근데 나는 빼는 게 나을 것 같아. 자꾸 걸리적거리더라고.”
스타일리스트 누나의 걱정 어린 눈빛이 한눈에 들어왔다. 좁아져 주름진 미간이 그 말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역시 ‘제네시스’의 이름으로 다 같이 올라가는 무대에 나 하나가, 그것도 리더가 문제를 만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성적으로만 생각해도 어느 쪽이 맞는 일인지는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다만 결정을 똑바로 내리기가 어려울 뿐.
“음.”
속으로 끙끙 앓던 와중에 대기실 바깥에서 진행 스태프분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무대까지 30분 남았습니다!”
더 이상은 질질 끌 시간이 없었다. 머릿속이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빼야겠지?’
빠른 결정을 내야만 하는 내적갈등이 시작되었다.
묵주반지가 없을 때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과 그럼에도 완벽한 무대를 꾸리고 싶다는 욕망의 충돌. 사실 답은 어느 정도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였다.
‘…팬미팅을 진행할 때만이니까.’
나 자신의 안위와 무대의 완벽함. 이미 후자 쪽으로 저울은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다. 나에게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데뷔 초반에 자주 되새겼던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관객들은 완성된 무대 위의 결과물밖에 보지 못한다.’
완벽한 결과물을 보여 드려야 하는 자리다. 그 속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적어도 관객석에 앉아 있는 분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니다.
게다가 그냥 관객이 아니니까. 우리를 보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이 자리까지 와주신 지니들이라서.
‘역시 그런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겠지. 평소보다 바짝 긴장해야겠어.’
하지만 나에게만 적용되는 일이라 해도 행운이 순식간에 0으로 떨어지는 건 보통 일이 아니긴 했다. 무대도 무대지만 내 안전까지 신경 써야 했으므로 두 배로 정신을 차려야 했다. 저번엔 다행히 다치지 않았지만 비슷한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큰일이니까.
“누나!”
“어? 결정했어?”
“이거 빼주세요. 급하게 부탁해서 죄송해요.”
“아아,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이런 건 금방 빼지. 잠깐만 가까이 갈게.”
“넵.”
곧 스타일리스트 누나가 두 팔을 내 팔 뒤로 넘기더니 목걸이의 후크를 풀기 시작했다. 언제나 한 몸처럼 착용했던 목걸이이기에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저번 MC 무대 때도 반지를 다른 곳에 두었던 거지, 백무영 선배 보라고 선물받은 목걸이는 착용하고 있어서 그런지 목이 허전하지 않았었는데, 확실히 아무것도 안하니까 좀 허전하네. 목걸이를 착용한 느낌에 너무 익숙해졌나 보다.’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목덜미를 매만졌다. 목걸이를 빼며 흐트러진 마스크와 인이어까지 다듬고 나서야 스타일리스트 누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서 멀어졌다.
“깔끔하네.”
“감사합니다.”
한창 허전한 느낌에 적응하는 중이었는데, 언제 옆까지 온 건지 현주인이 나를 불러왔다.
“형.”
“어?”
반사적으로 답하며 뒤돌았다. 현주인은 대답 대신 내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목?’
놈은 시선은 완전히 내 목에 꽂혀 있었다. 묵주반지가 사라진 것이 의아한 모양이었다. 그러다 반지의 행방을 물으려는 건지, 얼굴이 움찔거렸다.
“…….”
“준비 부탁드릴게요!”
“아, 네.”
그러기가 무섭게 분주한 스태프분이 다가와 정작 질문은 하지 못했지만.
‘하긴 묵주반지의 중요성을 아는 놈이니 더 이상하게 보이긴 하겠지. 나중에 설명을 해주긴 하겠지만… 잔소리는 좀 듣겠네. 그래도 끼는 게 맞지 않냐고 할 놈이니까.’
목의 허전함에 적응할 틈도 없이 대기실 내부와 외부는 빠르게 돌아갔다. 객석 입장을 좀 급박하게 받은 감이 있기에 우리 쪽에서도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멤버 중 몇몇도 그 때문인지 예민해져 표정이 굳어 있었다.
“백스테이지로 들어가실게요!”
확실히 긴장감의 정도가 리허설 때와는 사뭇 달랐다. 에너지 넘쳤던 몇 시간 전과 달리 지금은 다들 말이 없었다. 시끌벅적한 무대 바깥과 대조적으로.
“파이팅하자!”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일부러 멤버들 앞에 다가가 눈을 맞추며 파이팅을 외쳤다.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악방송과 팬미팅 무대의 긴장감 정도는 아예 다르구나. 다들 저럴 만도 하지.’
긴장감이 독이 되는 것만은 아니니 무리해서 긴장을 풀어주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 다들 팬미팅을 중요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나도 그런 멤버들의 각오에 질 수 없지.
첫 무대는 가장 최근 타이틀곡인 소다팝. 거두절미하고 인사를 시작하기 전 무대부터 보여 드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입장하자마자 대형을 맞춘 우리는 다 같이 무대 시작 포즈를 취했다.
[더울 때는 시원하고 언제든지 신경 쓰이게] [너의 옆에서 언제나 톡톡 튈 거야]계절에 어울리는 노래라 시작 무대로 사용하기 딱 좋은 곡이었다. 최대한 청량하게 무대 세팅을 하자는 리온이의 의견이 잘 반영된 무대였다.
[사소한 것까지 기억해] [당연하지만 당연한 건 없어]이번 미니 팬미팅 큐시트에서는 이후로 데뷔곡이 이어지고 수록곡과 문샷 무대 후 간결한 소개와 토크가 이어진다. 그 이후로는 유닛별 무대가 진행되고 추후에 이벤트와 토크가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전체 무대로 마무리되는 방식이었다.
[그건 너일 거야]막 첫 무대를 마무리했을 때였다.
“와아아–!!”
지니들의 함성 소리를 들으며 마무리 포즈를 취했을 때, 조명이 꺼진 무대 뒤로 스태프분들이 분주하게 토크를 위한 의자를 가져다두기 시작했을 때.
“아?”
마이크 너머로 나의 당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주변의 시선이 집중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시야 가득 천장이 잡히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서라운드처럼 울려댔다.
‘단체 구호… 해야 되는데?’
머릿속으로는 미니 팬미팅의 다음 순서를 떠올리면서 눈앞이 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