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175
175. 제일 좋아하는 것(완결)
‘분명 현주인도 마인드 컨트롤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현주인에게 마인드 컨트롤을 시도했던 때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놈의 생각을 과하게 조작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놈도 마인드 컨트롤에 정확히 먹혀들었다.
회귀를 했어도 시스템 사용 능력을 부여받은 건 아니니까.
“왜 주인 씨가 멀쩡히 말하고 있냐는 듯한 표정이네요.”
“…귀신인 줄 알았네…….”
“훗.”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그새 읽었나. 하여튼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르다니까.
“범위에서 주인 씨는 제외했어요.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아, 그렇구나…….”
적당히 고개 끄덕이며 대화를 빠르게 넘길 요량이었는데, 그럴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백무영 선배의 말을 두 번 곱씹고 나서야 입을 쩍 벌리곤 버벅거렸다. 지금 여기서 백무영 선배에게 어떤 말을 들어도 내 스스로 그 의도를 단박에 납득하기는 어려울 게 뻔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현주인도 들을 필요가 있어? 웬만한 내용이면 나랑 둘이서만 끝내도 될 텐데.’
현주인만 마인드 컨트롤에서 제외했다는 건 무슨 의미냐고!
“엥? 왜요?”
“어차피 은찬 씨도 다 알고 오신 것 같은데, 정리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절 찾으신 거 아닌가요? 이제 와서 우리끼리 눈싸움이라도 하자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저와 척을 져서 좋을 입장도 아니실 테고요. 게다가 은찬 씨는 그럴 성격도 아니니까.”
뭐라 반박할 거리를 찾으며 붕어처럼 입을 뻐끔대다 결국 일자로 꾹 다물어 버렸다.
‘할 말 없게 하네, 저 선배.’
군더더기조차 없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중간에 말을 끊을 부분이 없다. 백무영 선배가 나에게까지 마인드 컨트롤을 사용했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추측이었다. 추측이 100% 맞아떨아졌으면 사실이라고 하는 게 맞나.
“뭐, 옆에 있는 제 형제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누가 마음대로 형제래?”
그 무던하던 현주인도 지금만큼은 표정 관리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표정을 관리할 생각 자체가 없는 걸 수도 있고. 백무영은 발끈하는 현주인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항상 시큰둥하거나 관심 없는 듯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애인데 저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다니.’
눈치가 굉장히 빠른 현주인이라면 상황 파악쯤은 진작에 끝났을 거다. 그러니까 그에 대한 연장선으로 저런 반응이 나오는 거겠지.
‘개빡쳤잖아. 가만히 내버려 두면 멱살이라도 잡는 거 아냐?’
백무영 선배가 뒤로 어떤 것들을 더 숨기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달려들어 봤자 전혀 득 될 게 없다. 살짝 팔을 뻗어 현주인의 소맷단을 조금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 이게 놈이 진정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몸이 앞서던 현주인이 아주 조금은 누그러졌다.
“아무튼 연기가 하고 싶었는데 윤세준으로서는 다행이죠. 죽을 때 운을 몰빵 한 걸 수도 있고요.”
문제는 이쪽에 있었네. 겨우 현주인을 진정시켜 뒀더니 왜 애를 박박 긁는지. 긁어 부스럼 만들어서 서로에게 좋을 게 뭔가?
‘상황이… 짜증 나게 됐잖아.’
게다가 지금 백무영 선배의 말투가 조금 전과는 묘하게 달라졌다. 현주인을 의식하고 있으며 자극시키고 있다는 증거이다.
“엇.”
그리고 그 목적대로 현주인의 신경을 긁는 데도 대성공. 아주 잠시 얌전해졌던 현주인은 다시 주먹을 말아 쥐고 발끈했다. 몸이 앞으로 나서려고 하길래 재빨리 어깨를 꽉 붙잡아야 했다.
“진짜 몸으로 돌려놔, 개새끼야. 기생하지 말고 네 몸으로 돌아가서 성공해. 도와줄 테니까.”
“와, 누가요? 주인 씨가? 푸하핫!”
”…….”
“그거 참 달콤한 제안이기는 한데. 저도 진짜 백무영 씨가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서요.”
“씨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현주인의 감정이 격양됐다. 흥분한 상태로는 괜히 될 일도 망치곤 하니 잠깐 끊고 갈 필요가 있었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야.”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든 것 같았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보일 정도로 크게 심호흡한 놈은 본래의 무표정으로 되돌리는 중이었다.
‘휴.’
다행히 좀 진정된 모양이었다. 여전히 그 형형한 눈빛은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이제 은찬 씨 말은 잘 듣나 보네요.”
“…하!”
“선배…….”
“대답이나 하지?”
“그런데 그쪽은 백무영의 가족이지 내 가족은 아닌데, 신경 쓸 필요가 있나요? 귀찮게 구실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저 붙잡고 물어봐도 백무영은 안 나옵니다.”
저 선배가 아예 싸움이라도 할 작정인가 싶어 나서려던 찰나, 현주인이 한 발자국 빨리 입을 열었다. 아까처럼 격양된 목소리는 아니었으니 그래도 많이 인내하는 중인 것 같았다.
“껍데기라도 드려야 되나. 그런데 제가 다시 이 몸에서 나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손바닥도 맞부딪혀야 소리가 난다고 했나. 그런 현주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전혀 이어지지 않았다. 선배 쪽에서는 아예 대화를 끝내 버리기로 마음먹은 모양인 것 같으니. 그리고 현주인도 그걸 확 느낀 모양이었다. 놈은 바닥에 침을 한 번 뱉더니 몸을 홱 돌리고는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
“디지든가, 씨발.”
다 들리게끔 큰 소리의 욕설을 덤으로 남기고.
“빨리 와라.”
“야!”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어 나가는 놈의 뒷모습과 백무영 선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당황은 내 몫이었다. 겨우 기회를 잡은 것치고 마무리가 이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다. 더 당황스러운 점은 나마저도 백무영 선배에게 궁금한 점이 더 이상 남지 않았다는 것.
‘…선배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로 생각나는 게 없네. 현주인의 궁금증이 해결된 것도 아니고.’
하여튼 세상엔 공평한 게 도통 단 한 개도 없다. 내가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현주인과 내가 회귀를 한 것이 남들에게는 특권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을 속에 쌓아두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사실을 회귀 당시에는 꿈에도 몰랐었지만. 잘 묻어두고 살아왔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수면 위로 드러내야 했던 나와, 제 형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현주인.
그리고 실마리라고 생각했던 백무영 선배마저도 피해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허무할 수 없었다.
“선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필요하시거나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백무영 선배한테 인사를 하고 현주인의 뒤를 재빨리 뒤쫓아갔다. 허리를 푹 숙인 탓에 백무영 선배의 표정은 확인하지 못했다. 곧 백무영 선배가 시스템을 해제했는지 조용하게 멈춰 있던 주변이 다시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간 거야, 저놈은……! 쓸데없이 다리만 길어가지고!’
조금 예의 없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감정이 복잡할 현주인을 진정시키러 가는 게 우선이었다. 이미지도 이미지지만 멤버보다 중요한 건 없다. 내 숨이 벅차와도 놈을 멈춰 세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야, 너 왜 이렇게 빨라… 후… 괜찮냐?”
“형은.”
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표정이 심란한 게 머릿속이 복잡한 듯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우리 가족은 신경도 안 썼나.”
“…….”
머쓱한 듯 웃고 있지만 음성은 건조하다. 현주인에게서 저런 표정을 보게 되다니, 마음속에 바위라도 들어앉은 듯 불편해졌다.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거나, 아니면 아예 감춰 버리든가 하는 놈이라서.
“하핫!”
‘…응?’
놈의 얼굴에서 자조적이던 웃음이 사라지고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드디어 저놈이 미친 건가, 하고 고개를 들었더니 놈은 고개를 털며 한쪽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그러더니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하, 됐다. 저 새끼한테 복수해서 나올 것도 없고. 애초에 빈 껍데기였다는데.”
저건 자조적인 말이 아니고 진정 마음을 비워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게다가 표정마저도.
현주인도 한층 성장한 것일까, 아니면 불편한 마음을 털어내기로 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이전보다는 발전한 모습인 것 같아 놈의 태도에 나까지 제법 감화되었다.
‘나도 이제 시스템을 내 미래를 위해서만 쓰고 싶네. 주변 사람 휘둘러서 뭐가 좋겠나 싶고.’
현주인의 감정이 옮기라도 한 것인지 나도 한껏 센치해진 모양이다. 정확히는 내면에 집중하게 됐다고 하는 게 맞겠지.
백무영.
그게 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길래 그렇게까지 집착을 했는지.
‘이제 나도 백무영 선배를 조금은 내 삶에서 놓아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처음은 동경이었고 나중에는 팬심이었다. 너무 동경해서 백무영 선배처럼 되고 싶었고 백무영 선배가 하는 아이돌 활동 하나하나를 챙겨 봤다. 그리고 맞닥뜨리게 된 이번의 백무영 선배에게는 실망과 집착, 지금의 백무영 선배에게는 내가 아는 백무영 선배가 아니라는 분노.
‘내가 좋아하던 선배는 이제 없으니 자기 부정이나 위안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실망했다는 마음을 붙잡은 채 놓지 못하고 있던 것도 맞아. 그런데 이제는 그것조차 불필요한 감정인 듯싶네.’
가족인 당사자마저도 저런 태도로 나오는데, 나라고 안주해 있을 수는 없다. 당장 떨쳐 버리기는 어려울지라도 마음 비워내는 과정을 시작해야 하는 타이밍이란 것은 아주 잘 알겠다.
“연습하러 가자, 현주인.”
“어, 시간 날렸네.”
“너랑 나는 다른 애들보다 늦게 퇴근이야. 알지?”
“뭔……!“
“푸하핫! 표정 펴라. 잘해야지, 우리.”
지금은 눈앞에 놓인 무대를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제네시스 멤버들, 우리 애들과 무대 하나를 완성하는 것.
결국 회귀를 한 것도 아이돌로서의 성공 하나를 바라고 온 것이다. 그 밖에도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지만 회귀 전, 안 좋은 생각을 했던 것도 아이돌로서의 성공을 그렇게나 바랐기 때문이니까.
지금은 무대에 집중하는 것이 0순위다.
***
“As you wish!”
“감사합니다, 제네시스였습니다!”
오랜만에 외쳐본 그룹 구호에 힘이 쫙 실렸다. 만족스럽게 마무리한 무대와 우렁찬 인사, 야유 없는 호응까지. 너무나도 성공적인 마무리라서 오히려 어딘가 어색할 정도였다.
“아… 오늘 찢었다. 호응 봤어?”
“별아, 말투 조금만 더 유하게 써보자… 응?”
“다들 고생했어!”
“수고했습니다.”
“주혁이~! 춤 격하게 추던데 내가 발목 좀 봐줘?”
“꺼져.”
무대가 나만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멤버들이 모두 흥분에 들떠 한두 마디씩 주고받는 대화를 주워들으며 기분 좋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몸이 부서져라 연습한 보람이 있다.
“고생했다.”
“너도.”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현주인을 흐뭇하게 올려다보고 눈인사를 건넸다. 곧 놈은 멤버들 사이로 들어갔고 대기실 의자에 주저앉은 난 곧장 휴대폰을 꺼내 반응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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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TS Ent. @MINITSneighbor
[x제네시스]제네시스, 중간 시상식 축하 무대 성료 ‘꽉 채운 무대, 열띤 호응’
▶ green.me/GwEdaxmlz
x제네시스 xGENESIS x지니 xGENIE
공유 870 인용된 글 15 마음에 들어요 6,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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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다팜 @efdzcji8
제네시스는 시상식을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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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처먹음 @cronos
이게 얘네 첫 본무대인데 실력도 다 ㅅㅌ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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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니♡ @eunchannyyyy
헤메코 머선일 오늘 이 갈고 나왔구나…
계정주 임종(좋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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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조금 고개를 갸웃할 만한 내용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면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
‘좋아… 반응도 괜찮고 기사 내용도 괜찮네.’
언급량 또한 상승했다. 검색량을 보여주는 차트를 확인해 보면 제네시스의 언급이 늘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인지도와 직결되는 쪽이다 보니 뿌듯했다.
‘그전에는 호감도 평균치가 30% 정도였다면 지금은 거의 50% 에는 육박하네. 모두들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계시다는 뜻이잖아.’
그 이후 음악방송이나 라디오 게스트에 나가 확인하는 팬들의 호감도 또한 평균치가 상승했다. 지니들의 사랑도 너무나 감사하지만 대중들이 제네시스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준다는 것 또한 감격스러운 사실이었다.
제일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랑까지 받을 수 있다니. 이것보다 더 행복한 게 있을까.
엄마, 역시 난 춤추고 노래하는 게 제일 좋아.
지켜봐 줘.
앞으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