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24
24. 달라지지 않은 것들(1)
현주인 합류라니.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은찬이 잔잔하고 맥 빠진 웃음을 띠었다. 이런 걸 갑자기 통보하신다고요?
“어때? 좋은 소식이지?”
싫고 좋고를 떠나서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중간 합류라니! 원래 그렇게 기획된 그룹도 아니었기에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현주인도 아이돌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던 이선과 주혁의 발언이 말도 안 된다고 여기며 그냥 넘겼건만, 그게 진짜였다고?
은찬이 기억하는 현주인은 배우 활동에 미쳐 있던 놈이다. 오죽하면 회귀 전, 드라마 촬영 때문에 앨범 활동 하나를 통째로 빠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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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칠월칠석 멤버 현주인 정규 3집 앨범 불참 관련 안내안녕하세요.
미닛츠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칠월칠석 멤버 현주인의 개인 활동 스케줄로 인해, 이번 칠월칠석 정규 3집 앨범은 유은찬, 연가을, 도이선, 홍별, 오리온 총 5명의 멤버들만 참여하는 점 안내드립니다.
멤버들 모두의 회의 끝에 나온 결정이오니, 팬 여러분의 너른 양해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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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공지가 올라간 뒤, 팬들의 반응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주인 독단으로 회사와 상의해서 나온 결과인데도 공지에는 우리 모두가 동의한 걸로 나와 있던 점은… 그래, 뭐. 저렇게라도 써야 팬들이 납득할 테니 이해한다.
하지만 부상 때문에 쉬고 있던 주혁이의 복귀 소식은 들리지도 않았던 게 문제였다. 가뜩이나 다들 뿔이 나 있는 타이밍에 저런 공지라니. 이건 뭐 불난 곳에 기름 붓는 격이었지.
‘그래도 내 걱정처럼 사달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씁쓸하지만 현주인의 배우 활동을 응원하는 개인 팬들에 비해 우리 그룹을 좋아하는 팬들은 그 숫자가 현저히 적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저때 현주인이랑 처음으로 크게 싸웠던 게 아직도 생생하네.’
소속사도 용인하는 현주인의 개인 활동에는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앨범 활동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 건 조금 심하지 않냐고 따졌었다. 이전에도 연습할 때나 무대에 오를 때 종종 빠지고는 했지만 그래도 앨범은 계속 같이 작업해 왔으니까.
하지만 현주인은 시간 아깝다는 말로 내 말을 일축하고는 숙소를 나갔다. 그리고 몇 달을 안 들어왔었지.
“대표님, 저번에는 주인이가 배우 활동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아, 대놓고 말하고 싶다.
제가 미래에서 왔는데요. 미래에 저희가…….
물론 갑자기 회귀니 미래를 안다느니 하고 떠들어대면 제정신인지부터 묻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미친놈 취급 받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말을 아끼는 게 중간은 가는 거라고 누가 그랬어?’
아무리 봐도 할 말 다 하고 사는 쪽이 이길 확률이 더 높은 거 같은데.
“아아, 그건 걱정 마라. 주인이한테는 이미 긍정의 답을 받은 상태야. 흔쾌히 오케이 하던데?”
“그… 현주인이요?”
“우리 회사에 다른 주인이가 누가 있나?”
…없죠.
네…….
목이 타다 못해 아주 목구멍까지 쪼그라들 것 같다.
회귀의 영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사람 자체가 너무 달라진 거 아냐? 배우 활동 하느라 본업인 아이돌 활동에서 불참의 아이콘이었던 현주인이 이번에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다니.
혹시… 7인조로 다시 잘해보라는 뜻으로 회귀하게 된 건가?
“안 그래도 제네시스에 눈에 딱 들어오는 비주얼 멤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어서… 주인이가 제격인 데다 인지도도 있으니 나쁠 거 없지 않겠냐?”
“비주얼은… 저희 모두 전반적으로 괜찮지 않나요?”
내가 말하면서도 말꼬리가 기어 들어갔다. SNS 반응을 조금만 찾아봐도 우리 그룹이 인지도에 비해서 비주얼로는 꽤 괜찮게 먹히는 듯 보였는데.
그렇다고 해도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비주얼 멤버로는 확실히 현주인만큼 적합한 인물이 없긴 했다. 애초에 비주얼로 따지자면 현주인의 경쟁 상대는 백무영 선배밖에 없다고 생각해 왔으니.
“음, 은찬이는 주인이가 마음에 안 드니?”
‘그런 것보다도… 저희 각자 다른 길 걷기로 한 거 아니었냐고요.’
배우 현주인은 매일 108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응원하며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주인이 우리 그룹에 들어온다면? 솔직히 트러블 없이 성공시킬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노력이야 하겠지만, 칠월칠석 때가 생각나서 불안한 것도 어쩔 수 없으니까. 또 혼자 탈주해서 사고 치고 다니면 어떡하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호감도… 호감도나 한번 보자.’
대표님의 머리 위로 뜬 호감도를 확인한 은찬이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 ♡ +30% ] [ system : 금일 호감도 열람 가능 횟수 (4/5) ]‘저번에는 +55%였잖아?’
무슨 감정 변화가 저렇게 심한가 싶었지만 확실히 좋은 신호는 아니다. 최고 결정권자의 신경을 거슬러서 좋을 일 하나 없다는 걸 사회생활 N년 차의 은찬은 잘 알고 있었다.
목구멍 밖으로 내뱉고 싶은 말들을 꾹꾹 씹어 삼키는 것도 일이었다. 이미 멤버들의 시선이 은찬에게로 몰린 지 오래다. 은찬은 연신 입술만 깨물며 별다른 말을 얹지 못했다.
그야… 지금 자신이 어떤 말을 하든 간에 씨알도 안 먹힐 거라는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1. ‘주인이와는 잘 활동할 자신이 없어요.’
→ 아이돌도 결국 비즈니스로 엮인 관계다. 물론 우리 애들이야 다들 사이가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카메라 앞에서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게다가 지금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현주인과 사이가 나쁜 편도 아니다. 결국 오버 떠는 것.
2. ‘비주얼 멤버가 굳이 필요할까요?’
→ 언급할 가치도 없다. 이런 의문점을 가진 순간부터 아이돌이 적성에 안 맞는 사람이 된다. 아이돌한테서 비주얼을 빼면 뭐가 남는데. 얼굴도 잘생긴 애들이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니까 아이돌을 좋아하는 거다.
3. ‘주인이는 배우 활동이 더 하고 싶대요.’
→ 방금 유효기간 끝났다. 본인이 아이돌 하고 싶다는데. 내가 여기서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4. ‘제가 미래에서 다 겪어보고 하는 소리니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이건 그냥 미친놈이다.
어떤 선택지든 답이 없어서 은찬은 죄 없는 입술만 깨물어댔다. 그 덕에 입술이 터진 모양인지 쇠 맛이 감돌았다. 답답했다. 속만 계속해서 곯을 뿐이다. 끽해야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지금까지 저희 6명이 연습해 둔 것도 있고, 충분히 합이 잘 맞는데 굳이 인원 충원을 해야 하나 싶어서요. 팬들도 좀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요?”
이런 논리 빠진 억지뿐이었다.
“형.”
은찬의 말이 끝나자마자 반대편에 앉아 있던 주혁이 은찬을 불러왔다. 고개를 들자 날카로운 눈매가 더 사나워진 주혁이 은찬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중이었다.
“응?”
“까놓고 말해서 주인이 합류 반대하는 이유가 뭐예요? 솔직히 형이 말하는 것들 납득이 안 돼요. 주인이 들어오면 좋은 점이 훨씬 많잖아요. 어차피 우리 팬들도 몇 없어서 혼란스러워하는 쪽보다 주인이로 유입되는 팬들이 더 많을 텐데.”
…맞는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다. 그래서 할 말이 없었다. 주혁의 물음에 은찬이 헛기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말수가 적은 주혁이 저렇게까지 대화를 끊고 들어올 정도면 어지간히 답답하다는 소리다. 그렇지만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봤자 안 믿을 테니 말도 못 하는 탓에 뭐라 얹어줄 말이 없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혹시 싸우기라도 했어요? 둘이 싸웠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
“싸운 게 아니라…….”
은찬의 항변 아닌 항변에 주혁이 급히 말을 덧붙여 왔다.
“그러면 더 이해가 안 되는데요. 주인이가 들어오면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는 안 되죠. 형도 주인이 잘생겼다고 자주 말했잖아요. 설마 우리랑 안 어울릴까 봐요? 미닛츠 공개됐을 때도 저희 단체로 좋아하는 팬들 많았으니까 그것도 아니라고 보는데. 형, 도대체 뭐 때문에 그래요?”
“주혁아, 그래도 은찬 형이 형인데… 일단은 좀 진정하고…….”
“가을 형한테 말한 거 아니야.”
끊임없이 쏘아붙여 오는 주혁을 보고 내 옆에 있던 가을이 제동을 걸었지만 주혁은 전혀 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뱉는 말마다 구구절절 맞는 소리여서 나도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대놓고 ‘미래에 현주인이 사고 많이 칠 텐데, 괜찮겠냐’라고 물어볼 수도 없고.
‘믿어주기는커녕 병원에나 안 보내면 다행이지…….’
아무 말도 못 하는 나 대신 나서준 가을의 등을 두드리듯 쓰다듬었다. 진정하라는 의미였다.
주혁이 같은 타입은 할 말은 하도록 두는 게 낫다. 눈치도 빠르고 애초에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는 타입이니까. 지금 저렇게 다 말을 해놔야 괜히 나중에 어긋나지 않겠지.
주혁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입장은 강경했다.
“…저는 또 망하기 싫어요.”
“응, 알지…….”
그건 나도 백 퍼센트 동감한다.
“우리 이번 성적도……!”
“주혁아.”
이번에는 이선이 나섰다. 주혁의 손목을 붙잡고 눈짓으로 뭐라고 말하는 중이었다. 진정하라는 것 같았다. 주혁은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쪽을 바라보는 대표님을 발견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몇 초간 가만히 있던 주혁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얼결에 주혁에게 뿌리쳐진 이선이 문 쪽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야!”
그러고는 곧장 은찬을 향해 고개를 숙이곤 대표님 쪽으로는 허리를 숙였다.
“은찬 형,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주혁이 너무 미워하지는 마세요. 쟤가 일부러 저러는 건 아니에요. 대표님, 제가 말 잘 해놓겠습니다… 야, 서주혁!”
인사를 전부 끝마치고 벌떡 일어난 이선은 주혁의 뒤를 따라나섰다.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우와.”
여태껏 가만히 입을 닫고 있던 리온이 의미 없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마 순식간에 벌어진 이 상황에 대한 감상이겠지.
“은찬아, 네 생각 관철하려면 힘들겠다.”
“…네.”
대체 이게 뭐가 웃기신 건지, 하하- 하고 너털웃음을 지어대는 대표님의 모습을 본 은찬은 가뜩이나 아파오는 머리를 싸맸다.
“나는 주혁이 의견이 맞다고 보는데, 너는?”
“더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응, 그래. 은찬아, 찬물 좀 마시고.”
더 이상 내 의견만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 같았다. 납득이 갈 만하게 잘 설득을 하든가, 아니면 이 의견을 따라가면서 다른 해결책을 강구해 보든가.
‘질질 새는 항아리 구멍 하나 막았더니 와장창 깨진 거랑 똑같잖아.’
문제점이 될 만한 일을 아예 틀어막으려고 했더니 더 큰 사달이 터져 버렸다.
은찬은 꽉 막힌 듯 답답한 속에 마른세수만 연신 반복했다. 도대체 일이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거야. 회귀 전과 다르게 흘러가는 주변 인물들. 그리고 이번엔 좀 다르게 갈 수 있으려나 싶었던 우리 그룹은 과거와 같은 루트를 밟으려 하고 있다.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흐름에 분하기까지 하다. 이럴 거면 날 왜 회귀시킨 건데. 내가 원하는 건 이뤄지지 않고, 원치 않는 건 잘만 일어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형… 근데 나는 주혁이 형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렇다고 형 의견이 다 틀렸다는 건 아니고.”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형들이 소란 일으켜서 미안해, 별아.”
별이는 이런 상황 자체에 면역이 없었다. 그렇게 안 보여도 우리 중 멘탈이 제일 약했으니까. 갑작스러운 상황들에 당황할 만하다. 그래도 의견을 피력하는 거 보니 상태가 그리 나쁘진 않아 보였다. 불행 중 다행인가.
“형이 왜 사과해?”
“가을아.”
숨을 크게 들이마신 은찬이 눈을 꾹 감았다 떴다. 가을이는 내가 안쓰러워 보이기라도 했는지 완전히 내 편을 들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별이의 의견에 곧장 이를 세우던 가을이는 내가 부르고 나서야 입을 닫았다. 그럼에도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이래서야 멤버들 간에 불화 생기겠어.’
과거엔 현주인을 제외하면 다들 사이가 좋았다. 그룹은 잘 안 됐어도 내가 굳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란 성공 길을 놔두고서 얘네랑 같이 그룹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는데. 이래서야 과거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질 것 같았다.
‘내 의견이 문제의 시발점이 된다면 당연히 수습도 내가 해야지.’
은찬은 가을의 오른손과 별이의 왼손을 가져가더니 책상 한가운데에 둔 다음, 둘의 손을 강제로 맞붙였다.
“…형, 뭐 해?”
“응, 아주 보기 좋아. 오늘 사무실에서 쭉 이러고 있어, 너희.”
얼결에 손을 잡게 된 가을과 별이가 은찬을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내가 주혁이랑 얘기하고 올게. 또 신경 쓰이게 만들어서 미안해.”
그런 둘의 눈빛을 받아내던 은찬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대표님께도 마저 인사를 하고 나왔다.
뭘 하든, 숨어 있는 건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면 안 되는 거니까.
***
주혁이가 어디 있을까, 하고 30초 정도 고민하던 은찬은 곧장 몸을 돌려 한 연습실로 향했다. 서주혁, 이 성실하고 쓸데없이 요령 없는 놈은 가봐야 연습실이겠지.
“주혁아.”
역시나. 주혁이 연습실 구석에서 우리가 나왔던 음악방송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은찬을 발견한 주혁이 잔뜩 인상을 쓴 채로 툴툴거리며 맞아주었다.
“왜요?”
“음…….”
뭐라고 말할까? 걱정돼서?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서? 대화를 하고 싶어서?
구구절절 말하기가 애매했다. 전부 다 맞는걸. 걱정도 되고 싸우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하다. 그래서 대화로 풀고 싶었고.
은찬이 생각을 고르고 있는 중, 주혁이 깊은 한숨을 내뱉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형, 주인이가 형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아니, 아직은 없지…….’
은찬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에 주혁은 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찬은 숨을 고르며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주혁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주혁의 머리 위에 숫자가 떠올랐다. 이거, 이제 굳이 보여달라고 속으로 외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네.
[ ♡ +25% ] [ system : 금일 호감도 열람 가능 횟수 (3/5) ]전보다 호감도가 조금 떨어지긴 했으나, 그래도 대표님보다는 하락 폭이 좁으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혁은 입을 닫고 무언가 잠시 생각하듯, 시시각각 표정이 변하더니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형이 이유 없이 이럴 사람은 아니잖아요. 거짓말 같은 것도 안 하고. 저도 그걸 아니까 답답한 거예요.”
두 손에 얼굴을 묻은 주혁이 차분히 말해왔다. 두 손바닥에 묻혀 웅얼거리는 듯했지만 안 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은찬도 주혁의 눈높이에 맞추어 무릎을 굽혔다.
“그리고 저도… 이번엔 꼭, 성공하고 싶으니까.”
알지. 나도 그러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건데.
주혁이는 데뷔가 한번 엎어졌던 만큼 제네시스의 성공에 더욱 간절한 상태라는 걸 내가 모를 리가. 아이돌 활동에 대한 진정성만큼은 회귀한 나나 주혁이나 둘 다 지지 않았다.
말을 못 해 답답한 상태긴 했지만, 이러는 주혁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라, 은찬은 손을 뻗어 주혁의 푸른빛이 도는 머리칼을 살살 매만졌다.
‘…아무래도 말을 해야 납득을 하려나?’
은찬이 침을 모아 삼켰다. 이 정도로 진심을 내비치는 주혁에게 이유라도 말해줘야 할 것 같았다.
얘가 어디 가서 소문내는 타입도 아니고, 내가 하는 말에 농담하지 말라며 헛소리로 치부할 애도 아니니 말해도 괜찮겠지. 영문도 모르고 답답한 건 주혁이도 매한가지일 테니까.
어차피 이후 일어날 일들을 다 설명하려면 회귀했다는 걸 밝히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주혁이가 괜히 이런 일로 골머리 앓는 것도, 그룹 사이에 트러블이 생기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은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주혁아, 그… 사실…….”
말하자. 말하는 거야. 사실은 나 회귀했다고. 미래를 안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긴 하겠지만 상황 설명만 제대로 하면 들어주긴 할 거다. 설득의 유무는 그다음이지.
“회… 사줄까?”
말을 끝마친 은찬이 급히 입을 꾹 다물었다. 뭐야, 방금?
당황한 은찬이 주혁의 얼굴부터 확인했다. 잔뜩 일그러진 눈빛이 은찬을 쏘아보는 중이었다. 동시에 호감도 수치도 급격히 낮아졌다.
[ ♡ +10% ] [ system : 금일 호감도 열람 가능 횟수 (2/5) ]‘회귀했어. 그래서 미래를 알아.’라고 말하려 했다, 분명히. 그러고 나서 차근차근 현주인에 대한 일들을 말해주고 설득을 할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목소리가 마음처럼 나오지 않았다. 아니, 말이 제멋대로 튀어나온 거다. 마치 ‘회귀’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