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35
35. 악연과 필연(1)
추측만으로 이렇게 자세히 유추할 수 있나?
‘쟤가 무슨 아이돌 산업 분석가도 아니고…….’
은찬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미래를 점지하는 능력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이렇게 완벽히 아는 건 불가능했다.
까놓고 말해서 칠월칠석은 과거도 아니며, 제네시스의 미래도 아니다. 아예 ‘다른 세계’라면 모를까. 그런데 저 태도는 대체 뭐란 말인가.
‘현주인, 회귀했나?’
은찬이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는 현주인에게 의심스러운 눈빛을 흘겼다.
‘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것도 그렇고, 호칭도 좀 왔다 갔다 하고. 묘하게 수상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란 말이지…….’
늘 심증뿐이긴 했지만 예전부터 뭔가 찝찝하긴 했다. 나와 달리 회귀 관련해서 발언하는 데 제약이 없어 보이길래 그 후로 별다른 의심을 안 하긴 했지만.
현주인이 나와 마찬가지로 회귀한 거라고 가정하면 의문점들은 모두 해결된다. 정말 그런 거라면… 현주인은 어쩌다 회귀를 한 거지? 나처럼 뭔가 바라는 게 있었나? 그 당시 현주인은 아쉬울 게 없어 보이는 놈이었는데.
“…….”
“주인아?”
갑자기 현주인의 말이 멈췄다. 은찬은 자신도 모르게 계속 현주인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대표님 말씀 들어보니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응?”
그런데 강경한 ‘투표 반대파’처럼 굴었던 현주인이 갑자기 의견을 바꾸었다. 의아한 행동에 놀란 은찬은 현주인의 얼굴과 그 밑에 놓인 태블릿을 번갈아 보았다. 태블릿에는 은찬이 조금 전 가을, 리온과 함께 만든 컨셉 제안서가 띄워져 있었다.
“뭐, 지금은… 아니, 이건 괜찮을 것 같고요.”
“그래, 잘 생각했다. 은찬이가 잘 골라 오긴 했지. 내 생각에도 좋아 보이고. 그럼 이따 나머지 애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너희도 컨셉 하나 추려봐라.”
“네!”
“이럴 땐 일부러 노이즈마케팅 한 것처럼 빨리 결정하고 티저 띄우는 게 낫다.”
대표님의 말을 듣던 은찬이 눈을 가늘게 떴다.
‘웬일로 맞는 말을 하시지?’
현주인을 설득하면서도 투표에 대한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게 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집착하셨지만, 방금 전 말엔 틀린 게 없다. 별이가 사고를 친 게 아니라 일부러 그런 것처럼 보이게 하려면 최대한 빨리 뭐라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게 좋다.
“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주인도 갑자기 순순해졌고.
‘…내 생각이 너무 과했나.’
칠월칠석 시절 기억 때문에 반대를 한 거라면 의견을 굽힐 수 없었을 텐데.
한번 아니라고 생각한 건 끝까지 아니라고 밀어붙이는 놈이다. 이렇게 갑자기 의견을 돌리는 건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내가 저놈 머릿속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기에 그 잠깐 사이 무슨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순순히 꼬리를 내린 건 상당히 의외였다.
“그래, 그럼 이제 너희들도 받아들인 걸로 알고 있어도 되나?”
까놓고 말하자면 형식상의 허락이었지만, 현주인의 긍정까지 받아내고 난 대표님은 확실히 한결 편안해 보였다.
‘멤버들 생각을 많이 해주시는 편이긴 해.’
그러니까 성과라곤 없는 칠월칠석도 정규 3집까지 활동하게 해주셨을 테고.
1인용 소파에 편히 앉아 있는 대표님을 향해 은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
“대표님, 많이 피곤하시죠? 자양강장제 같은 제가 피로회복제와 함께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때, 문밖이 소란스럽다 싶더니 이선과 주혁이 타이밍 좋게 문을 열고 등장했다.
이선은 특유의 싱글거리는 얼굴로 한 손에 피로회복제 한 상자를 들고 있었는데, 박스째 그대로 대표님 앞에 건네며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대표님의 안색이 한 톤 밝아졌다.
“너희가 돈이 어디 있다고 이런 걸 사 오고 그러냐. 미안하게.”
“괜찮아요. 대표님 기력 충전하시는 게 저희한테는 제일 우선 사항이잖아요? 그리고 필요하실 것 같아서요.”
“역시 이선이는 눈치가 빨라?”
그리고 자리에 앉은 이선과 주혁은 곧장 컨셉과 투표에 관련된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선은 ‘괜찮네요~’라는 한마디로 일축했고, 격렬하게 반대할 것 같던 주혁이 의외로 순순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엔 기함하며 썩어가고 있던 표정이 하이틴 컨셉을 보고 나서 점점 안도의 얼굴로 변해간 것이지만. 한숨을 내뱉는 주혁의 표정은 다소 착잡해 보였다. 은찬이 옆에 앉은 주혁을 향해 조그맣게 속삭였다.
“어때?”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역시 상황 판단이 빠르다. 완벽히 납득을 한 것 같진 않지만.
“별이는?”
“…아, 문밖에 있어요. 바로 들어오기 무섭다고 심호흡 좀 한다던데. 왜 안 들어오지?”
“응? 문?”
괜히 이런 식으로 시간만 끌었다간 이목만 더 집중시킬 뿐인데. 그게 더 부끄럽지 않나.
‘시간 끌어서 좋을 거 없을 텐데. 주인공이 늦게 등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에 공감하는 축이라 은찬은 문 쪽을 잠시 바라보더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대표님께 고갯짓으로 잠시 실례한다는 표현을 한 뒤 조용히 문 쪽을 향해 걸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주혁의 말대로 문 뒤에 숨어 있던 별이 은찬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뜩이나 큰 눈이 더욱 커졌다.
“헉.”
“뭐 해? 들어가자.”
“형…….”
말꼬리를 질질 끄는 게 어지간히 부담되나 보다. 하긴 본인이 쳐놓은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자리니 당연한 건가.
‘그래도 언제까지고 회피할 순 없지.’
어차피 마주해야 하는 일인데 피할 수는 없는 거다. 은찬은 표정으로 별이를 안심시킨 뒤 손을 붙잡고 세미나실 안쪽으로 끌고 들어왔다.
이로써 제네시스 멤버 모두가 모이게 되었다.
“후우…….”
대표님은 별이를 한 번 쓱 바라보더니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별이 움찔하며 은찬의 옆으로 더 달라붙었다.
“얘들아, 투표해라!”
은찬이 멋쩍은 미소를 짓는 사이 대표님이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양손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대표님, 투표 정말 좋아하시네…….’
하긴 주혁이가 출연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완전 과몰입해서 보셨었지. 함정원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을 때도 굉장히 좋아하셨고.
그러고 보니 조만간 그 서바이벌 프로그램 캐스팅이 시작될 텐데. 이번에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지 궁금하긴 하다. 이번에도 함정원은 유토피아로 데뷔하려나.
일단 이 문제는 뒤로 밀어두고, 현재에 집중해야 했다. 대표님은 본인 취향에 제일 부합하는 무겁고 노출이 많은 섹시 컨셉 하나와 운동부 느낌의 하이틴 컨셉, 총 두 개의 컨셉을 멤버들 앞에 내밀었다.
교복은 어차피 무대에서 자주 입을 거라는 의견이 있어 컨셉 포토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거 하나씩만 찍어봐.”
딱히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의외로 현주인이 고민을 하는 듯 멤버들의 반응을 조금씩 살폈으나 결과는 금방 나왔다.
섹시 컨셉 1표, 하이틴 컨셉 7표.
이변은 없었다.
그 이후로 일은 속전속결이었다. 대표님은 빨리 직원들한테 전달해야겠다며 세미나실을 떠났고 멤버들도 한숨을 돌렸다.
별이가 워낙 풀 죽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대표님도 그냥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셨고, 우리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난… 난 쓰레기야…….”
다만 별이는 그런 분위기에 더 미안해졌는지 혼자 자학을 하다,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려 해서 다들 작게 웃기도 했지만. 쓰레기통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마냥 좋은 분위기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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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SIS(제네시스) @GENESIS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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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제네시스가_입어드립니다
↗프로모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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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TS Ent. @MINITSneighbor
“하이틴vs관능”…라이징 보이 그룹 ‘제네시스’, 팬 투표로 활동곡 정한다
http://news…/article/view…
xGENESIS x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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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의 척도를 보여주는 수치들은 은찬이 생각했던 정도였다.
‘디자인 담당하시는 분… 영혼 갈아 넣으신 거 아니야? 잠은 주무셨겠지?’
이게 하루 만에 완성될 수 있는 시안이었다니. 얼마나 몸을 혹사시켜 만드셨을지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회사는 정확히 자정 12시가 되자마자 공식 계정에 투표와 관련된 티저를 올렸고, 아침이 되자마자 홍보 기사들이 주르륵 나왔다. SNS에서 말이 퍼지는 속도야 워낙 빨랐으니 그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바로 눈에 보였다.
티저가 뜨고 15시간이 지난 후에 확인한 결과, 확실히 대표님의 말대로 다양한 어그로가 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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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춘정신차려 @crazyminitz
소속사가 빠수니들 싸움 붙이고 자빠졌네ㅋㅋㅋ
너희 지금 탈제네시스 유행하는 거 모르지?
간잽 얼마나 있다고 이런 개지랄을 하는 거임?
이미 있던 애들도 빡쳐서 탈빠 하게 생김ㅠ
좀 장기적으로 보고 괜찮은 컨셉 가져다가 유입 늘릴 생각을 해야지
저 좆같은 딴따라 컨셉은 대체 누구 생각임?
데뷔 초부터 뭐 하자는 거야? @MINITS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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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yminitz에 대한 답글
저기… 다 맞는 말인데…
제네시스가 유행한 적이 없잖아ㅠ…
어떻게 탈제네시스가 유행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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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하면차단 @anjfqhkhh
??뭐야? 홍달 씨는 다 계획이 있으셧다
요런 느낌 아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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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mma @jemma0426
역시~^^
아무리 그래도 우리 제네시스가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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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꺼솟 @RHplusMINITS
두 번째 컨셉 진심 개구리다
2000년대 초반 온 줄ㅅㅂㅋㅋㅋㅋ
말만 관능이지 걍…
ㄴ 내 말이… 말이 좋아 관능이지ㅋㅋ
걍 90년대 나이트클럽 스타일 아님?
이거 빼박 김광춘 아이디어일 듯ㅇㅇ
ㄴ 광춘이 저러니까 계속 머리 벗겨지는 거임
진심 제발 우리 애들 프로듀싱에서 손 좀 떼라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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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니♡ @eunchannyyyy
혹시 제네시스 두 번째 컨셉은 백투더 2000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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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찬조차 고개를 끄덕일 만한 반응들이었다. 우리 팬들 취향은 역시 하이틴 쪽이지. 대표님을 설득하기 위해 넣었던 컨셉에 불호 의견이 엄청나게 많은 걸 보아 웬만하면 은찬의 뜻대로 결정될 듯 보였다.
[96시간 14분 57초]공식 홈페이지 메인에는 남은 투표 시간이 걸려 있었다.
원래 컴백하려던 날짜에 일정을 맞추려면 투표를 진행하는 기간이 짧아야 했기에 이번 투표 기간은 고작 5일이었는데, 첫날 추이를 보면 하이틴 컨셉이 90%가 넘는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었다.
‘걱정할 필요 없겠는데.’
***
남은 4일은 대표님 같은 취향을 가진 대중이 많지는 않을 거라고 안심하며 연습만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간 특이한 점이 있다고 한다면, 별이가 예전보다 연습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었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적당히 해도 우리 중 가장 빨리 배우는 편이라서 비는 시간은 적당히 게임을 하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그 홍별이 말이다.
‘…나름대로 미안함의 표현인가?’
[x별] 연습실 출석 별 >< [x별] 저녁 꼭꼭 챙겨 드세요! 굶으면 제 마음이 아파용ㅜㅜ(+다이어트하시는 분들은 건강 챙겨가면서 하기! 약속!)
매일매일 공식 계정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셀카를 올린다든가,
[(사진) 오늘도 힘내겠습니다!] [(사진)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ㅇ^/]이런 내용을 덧붙이며 단톡방에 연습 인증 사진까지 보내곤 했으니 도저히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투표 마감일.
[이진국 형 : (사진) 타이틀곡 투표 결과 나왔다 얘들아~ㅎㅎ]“어?”
매니저 형에게 전해 받은 투표 결과를 바라보던 은찬의 표정이 떨떠름함으로 뒤덮여 갔다.
“이게 이렇게 나올 수가 있다고?”
이건, 생각보다 의외의 결과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