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44
44. 시스템의 한계(2)
[혹시 포인트 안무 보여주실 수 있나요~?] [아, 원래 비밀인데~ 세주 씨가 부탁하니까 한 번만 보여 드릴까요?]곤란한 듯 고개를 살짝 내젓던 형은 이내 표정을 싹 바꾸곤 간단한 손 안무와 함께 노래를 몇 소절 부르기 시작했다.
[걱정 가득한 한 발~ 아직 불안한 두 발~]손가락의 섬세함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주혁이 자신도 모르게 목울대를 울렸다.
[몰래 부탁하곤 해. 모두 활짝 개게 해.]팔을 위로 뻗는 안무까지 무사히 마친 형은 다시 이가 보이도록 활짝 웃어 보였다. 주혁도 그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여기까지~ 전체 버전은 다음 주 방송을 꼭! 확인해 주세요~] [앗! 은찬 씨, 여기서 절단 신공을 발휘하면 어떡해요? 다음 주 방송도 너무 기대되는걸요? 일주일이 느리게 갈 것 같아서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으으음, 걱정하지 마시고 일주일 동안 티저 보면서 함께 기대해 주세요. 그럼 시청자 여러분들도 저희 티저 영상 함께 보시죠!]“깔끔하네. 귀엽게 잘했고.”
“응.”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방송이었다. 걱정을 안고 모니터링하러 달려왔던 것에 비해 너무 완벽한 결과물이라 나까지 뿌듯할 정도였다.
옆의 가을 형은 이미 눈을 빛내고 있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고, 본인 관심사 외에는 별 반응이 없는 도이선에게도 저 정도 평가면 충분했다.
‘이따 숙소 오면 손 안무 각도만 간단하게 다시 말해주면 되겠네. 조금 틀어졌어.’
그리고 내가 보기에도.
다음 주 컴백이 더더욱 기다려졌다.
***
백스테이지로 내려오자마자 온몸에 꽉 차 있던 긴장이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다리가 풀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잘 끝낸 것 같은데.’
실수 없이 잘 진행하기도 했고, 이만하면 만족스러웠다. 은찬은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천천히 자리를 이동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얼른 대기실로 가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모니터링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누군가 어깨를 붙잡았다.
“이번에 은찬 씨 잘하던데? 처음이 아닌 것 같아. 자연스럽게 잘하더라고.”
“으앗, 과찬이세요……”
감독님이었다. 생각 이상의 칭찬에 스스로도 뿌듯해 인사를 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것저것 해봤던 게 도움이 됐나? 혹시 스탯 영향이 있는 거라면 이건 무슨 영역이지? 끼 스탯 쪽인가?’
“열심히 하는 게 아주 보기 좋아. 추천해 준 무영이한테 감사해야겠는걸?”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촬영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은 만족스러우신 듯 붙잡았던 어깨를 몇 번 두드리신 뒤 손을 흔들며 떠나셨다. 이 정도면 목표 달성이다. 백무영 선배의 빈자리를 대신한 만큼 선배께 폐를 끼치지 말자는 목표와, 다음 주에 컴백하는 제네시스를 알린다는 목표 모두. 이제 퇴근하며 모니터링만 하면 하루 일과는 끝이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했어요~”
스태프들도 리딩을 처음 했던 때보다 호의적으로 변했다. 제법 칭찬도 들었고, 악의 같은 것도 느끼지 못했으니 몇 명 정도는 호감도가 상승하지 않았으려나.
‘요즘 멤버들이랑만 있어서 다른 사람 호감도 확인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참에 몇 개만 볼까.’
어차피 퇴근을 하면 볼 사람도 없을 텐데 이참에 모든 기회를 소진해도 괜찮을 듯싶었다.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한 사람씩 호감도를 확인했다.
[ ♡ + 70% ] [ ♡ + 45% ] [ ♡ + 75% ] [ ♡ + 60% ]‘으음… 생각보다 호감도 80% 이상인 사람 찾는 게 힘드네.’
나름대로 호감이 있어 보이는 분들만 꼽아 확인하는 중인데도, 수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역시 그 정도로 높은 호감도는 팬들한테서나 찾아야 하나? 물론 저 수치들 또한 낮은 건 아니었기에 좋게 봐주신 점은 정말 감사했지만, 차감되는 호감도 열람 횟수를 보고 있자니 약간은 아쉬운 기분도 들었다.
‘이놈의 호감도… 약간 사람을 재게 만드는 것 같다니까.’
이제 남은 열람 횟수는 한 번. 이건 꼭 호감도가 80% 이상인 사람한테 쓰고 싶은데.
마지막 희망을 걸고 상대를 물색하던 중, 막 출근했을 때 사인을 부탁하셨던 스태프 한 분이 눈에 띄었다. 저분은 아까 내 팬이라고 말씀해 주셨으니 호감도 또한 80%가 넘을 가능성이 컸다.
은찬이 촬영팀 스태프를 향해 허리를 숙이려는 참이었다.
“은찬!”
‘세주 누나?’
뒤에서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깜짝 놀란 은찬이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눈앞에 있었던 스태프에게 호감도 시스템을 사용하려고 했던 건데, 하필 세주 누나와 눈이 딱 마주쳐 버렸다.
‘앗, 안 돼!’
이건 아예 가망성 없는 사람한테 시스템을 사용하는 거잖아!
마지막 남은 하나를 사용할 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고심했던 건데, 이렇게 허무하게 사용될 줄이야. 은찬은 살짝 울상을 지으며 세주 누나를 바라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인사는 제대로 드려야지.
[ ♡ + 80% ] [ system : 금일 호감도 열람 가능 횟수 (0/5) ]‘어?’
[ system : 목표 달성! 추가 스탯이 지급됩니다. ]‘뭐야? 지금 세주 누나한테서 80%가 뜬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하지만 방금 전까지 세주 누나의 머리 위에서 빛났다 사라진 숫자는 분명히 80%였다. 시스템이 스탯까지 줬으니 확실하다. 이 시스템이 제멋대로 구는 때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실수한 적은 없거든.
‘이상한데… 현주인한테는 그렇게 관심 없다는 듯 굴더니 왜 호감도가 80%지?’
현주인을 대하는 세주 누나의 태도가 쌀쌀맞았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친근감이 느껴졌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어색함’, ‘무관심’ 그 자체. 촬영 때 얼굴 몇 번 본 게 다인 듯한 태도였다.
특히나 세주 누나는 워낙 가감 없는 성격으로 유명했고, 지금도 그 성격은 별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러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면 뭐라도 티를 냈을 거다.
‘좀 많이 이상한데… 영문을 모르겠네.’
“아,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은찬이 너도. 진행 너무 잘해준 덕에 나도 잘 따라갔잖아~ 긴장하고 있었는데 잘 마쳐서 다행이다. 그렇지?”
“선배가 워낙 잘해주셔서 실수 없이 끝난 거죠.”
“누나라고 부르라니까. 그런데 진짜 잘하던데? 다음에 또 스페셜 MC 부를 일 있으면 은찬이 네가 왔으면 좋겠어. 딱딱 할 거 하고 상대방 말 잘 듣고.”
세주 누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호감’의 사전적 의미를 떠올렸다. ‘좋게 여기는 감정’.
다른 건 몰라도 일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워낙 칼같은 누나다. 득과 실을 똑 부러지게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 오늘 진행에 대해 칭찬을 하는 걸 보니 필히 방금 전 진행이 흡족스러워서 자연히 호감도도 올라간 게 분명하다.
‘좋은 거네.’
“다음번엔 백무영 선배 오시니까 저보다 더 잘하실 거예요! 누나가 완전, 정말, 진짜! 잘하시니까 합도 잘 맞을 거고… 두 분 투샷 너무 기대돼요!”
“음……?”
그 말을 듣던 세주 누나는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뭐… 선배도 잘하시지. 하여튼 오늘 너무 수고했어! 다음에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
회귀한 현주인의 심정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은 연애를 안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일이 잘 풀린 덕분에 이번에는 사이도 완만한 편이니 결과적으론 잘된 일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감격한 은찬은 세주 누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은찬의 칭찬 세례를 들은 세주 누나는 잠깐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곤 손을 흔들었다. 그때, 뒤에서 매니저 형이 은찬을 큰 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앗, 누나.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응, 조심히 들어가~”
은찬은 세주 누나를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눈을 반쯤 접어 웃으며 인사를 받는 세주 누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은찬은 매니저 형의 곁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
오늘의 목적지는 회사가 아니라 숙소다.
처음 맡는 단독 스케줄에 진이 빠졌을 테니 오늘은 쉬라는 대표님의 배려였는데, 은찬도 이번엔 거절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연습을 조금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차에 타자마자 진이 다 빠져 버렸다. 내일 일찍 일어나서 못 한 분량까지 연습하면 괜찮겠지.
‘아까 스탯 획득한 거 지금 쓸까.’
은찬이 생각하자마자 눈앞에 스탯창이 나타났다. 앞좌석의 검은 시트에 비쳐 평소보다도 선명하게 보였다.
[ 유은찬 ]외모 ★★★★☆
보컬 ★★★★☆
댄스 ★★★★☆
끼 ★★★★☆
행운 ★★★★★
[ 현재 보유 스탯 : 2 ]저번에 받아 킵해두었던 0.5와 오늘 받은 0.5까지. 총 2번의 스탯 분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매니저 형한테는 스탯창 안 보이겠지? 혼자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려나.’
혹시나 싶어 매니저 형의 뒤통수를 빤히 쳐다보았으나 다행히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혼자 이상한 행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조금 걱정했는데, 전방 주시 중인 매니저 형은 이쪽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은찬아.”
“네, 넷!”
“뭐야. 왜 이렇게 놀라냐? 물 마실래?”
“아, 멍때리다가… 네, 감사해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정말 형 생각을 하자마자 이렇게 놀라게 하실 줄이야.
은찬은 매니저 형에게서 받아 든 물을 몇 모금 마신 뒤 다시 스탯 분배에 집중했다.
‘보자… 보컬부터 만점을 찍어볼까?’
아이돌도 근본은 가수니, 노래 실력부터 신경 쓰는 게 낫겠지. 은찬이 보컬 부분에 스탯을 분배하려던 순간이었다.
‘어? 왜 안 되지?’
예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스탯 분배를 하려고 해봐도 스탯에는 변화가 전혀 없었다. 보유 스탯도 차감되지 않은 상태였다.
작동 오류인가? 여전히 요지부동인 스탯창에 은찬이 물음표를 띄울 때였다.
[ system : 스탯의 최대 수치는 ★★★★☆(4.5)입니다. 더 이상 분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뭐? 이런 말은 없었잖아. 지금 처음 들었다고!
‘별 5개짜리 행운도 있는데, 왜?’
이미 내 스탯에는 만점이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눈썹 사이에 지그시 힘을 준 은찬이 못마땅한 얼굴로 다시금 스탯 분배를 시도했다.
[ system : 스탯의 최대 수치는 ★★★★☆(4.5)입니다. 더 이상 분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결과에 이변은 없었다. 똑같은 화면만 반복해 나타날 뿐이었다.
‘5개는 타고나야 하는 건가?’
오류가 아니라면 그거 말고는 생각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외모가 만점인 현주인, 댄스가 만점인 서주혁, 보컬이 만점인 연가을 등등… 내가 행운이 만점이라는 사실이 좀 의문이긴 했으나 그래도 확실히 회귀한 이후로는 운이 좋은 편이었으니까.
‘그럼 앞으로는 스탯을 지급받아도 쓸모가 없는 거잖아?’
이미 난 모든 스탯이 4.5 이상이니까. 남아 있는 스탯은 어디에 써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혹시 뽑기 시스템 사용하는 걸로 바꿀 수는 없나?’
그런 생각이 들어 한번 시도를 해봤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