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45
45. 시스템의 한계(3)
‘아니면 뭐, 타인에게 줄 수 있게 해준다든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멤버들의 스탯창은 열람할 수 있었으니, ‘어쩌면 내가 그 스탯을 추가적으로 분배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게만 된다면 소원이 없을 텐데…….’
모든 멤버가 만능인 아이돌그룹, 제네시스! 은찬이 바라던 바다. 김칫국일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한번 시도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
“은찬 형.”
“어?”
숙소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주혁이 은찬을 붙잡았다.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양인지 주혁은 이미 후드티를 뒤집어쓴 채로 누가 봐도 곧 나갈 사람처럼 은찬의 앞을 가로막았다.
“가방 놓고 저랑 연습실 좀 다녀와요. 시간 괜찮죠?”
“응? 갑자기 왜? 두고 온 거 있어?”
자못 심각해 보이는 주혁의 얼굴을 보고 당황한 은찬이 되물었다. 그러자 주혁은 고개를 내저으며 은찬의 가방을 뺏어 들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려두었다. 은찬은 주혁의 영문 모를 행동을 그저 눈으로 좇기만 했다.
“아까 형 MC 한 거 모니터링하는데 안무 스포 중에 손 부분 각도 틀렸어요. 연습 좀 하게 따라와요.”
“뭐? 어, 일단 모니터링해 준 건 고마운… 잠깐만, 주혁아! 진짜 가?”
“생각난 김에 해야죠.”
오늘 못 한 분량은 내일 아침에 하겠다며 안일한 마음을 먹었던 게 문제였던 걸까. 결연하게 말을 내뱉은 주혁은 은찬을 기어코 숙소 근처에 위치한 작은 연습실에 끌고 가 해당 부분 안무를 반복해 연습시켰다.
사소한 디테일까지 잡아내는 주혁 덕분에 맹연습에 들어가게 됐고, 생각했던 것보다 두 배는 더 오래 연습을 하게 되었다.
‘녹초다…….’
겨우 주혁에게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나서야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곧장 욕실로 향한 은찬은 샤워부터 한 후 침대에 몸을 던졌다. 가뜩이나 피곤했던 몸에 연습까지 더하니 피곤함이 말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곯아떨어질 정도로.
‘그래도 방송 챙겨 봐준 건 좀 감동이네.’
매번 말은 안 해도 은근슬쩍 신경 써주는 게 고마웠다. 물론 하도 손을 움직인 탓에 손목이 조금 아팠지만.
‘너무 졸린데… 오늘 반응 좀 보고 잘까.’
룸메인 현주인과 리온이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고요한 침대에 누워 비척이던 은찬이 베개 옆에 두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요 근래 대본을 외우고 컴백 준비로 바쁘다 보니 구독 계정들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팬들은 한동안 컴백 티저와 관련된 얘기만 하고 있었고, 올라오는 내용도 매번 비슷한 내용이라 조금 소홀한 것도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내가 스페셜 MC를 맡은 날이니까 뭔가 다른 얘기들을 하고 계시지 않으려나.
‘나는 만족스러웠는데, 팬들 눈에도 괜찮았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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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미남수집가 @onlySilverC
(탐정_은찬_힝구짤.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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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SilverC 님에게 보내는 답글
얘 누구인가요?
ㄴ 청순미남수집가 @onlySilverC
제네시스 유은찬입니다…
제네시스 유은찬을 영업합니다…
대한민국에 희귀하다는 청순 미남에
올라운더갓성리더이기까지함…… 같이 x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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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다팜 @efdzcji8
은찬세주 머냐… 같은 그림체라서 안정감 지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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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약을 들라 @heteroloveishell
와 유은찬 세주랑 있는 거 존나 잘생김…
그냥 예쁘게 생긴 줄 알았는데ㅋㅋㅋ
옆에 여자 있으니까 걍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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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랑 @chanranghae
탈제하려고 합니다…
더 이상 은찬이 얼굴을 못 보겠습니다
자꾸만 남자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여러분도 조심하십시오
저처럼 죽을 만큼 사랑하게 되면
가슴이 찢기는 고통을 맛보게 될 겁니다…
공유 388 인용된 글 182 마음에 들어요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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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ranghae 님에게 보내는 답글
뭐래…… 찬랑아, 너 또 술 마셨니?
ㄴ 찬랑 @chanranghae
아니 근데 유은찬이 먼저…ㅠ!!!
@chanranghae 님에게 보내는 답글
한줌판에 무슨 탈제냐… 지랄노
ㄴ 찬랑 @chanranghae
킹치만… 내가 이런 마음으로 어떻게 우리 긍찬이를…
ㄴ @chanranghae 님에게 보내는 답글
ㅇㅇ 근데 긍찬이가 이거 보면 더 빡쳐 할걸?
x죽을때까지_제네시스_하겠다는_피의연합 이거 종신이라니까?
ㄴ 찬랑 @chanranghae
네 언니… 찬랑이 지금 펜 들었어요…
긍찬이한테 편지 쓰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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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lalala12la
오늘 뮤직센터 남자 MC 보고 무대 영상 몇 개 찾아보는 중인데…
얘는 왜 개인 직캠이 하나도 없음? 가까이서 좀 보려 했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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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lalala12la 님에게 보내는 답글
좆소에 신인인데 직캠이 잇겟냐 얼빡 보고 싶으면 빨리 띄워야 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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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중간에 탈제, 그러니까 제네시스 탈덕한다는 글을 보고선 심장이 떨어질 것 같았으나 드립이었다는 걸 확인하니 그제야 ‘그만큼 맘에 드셨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멤버들을 좋아하는 분들 또한 뮤직센터 얘기를 하고 계셨는데, 특히 진행이랑 스타일링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무대에 오르기 전 거울을 봤을 때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만큼 팬들 눈에도 괜찮아 보이길 바랐는데 반응을 보니 역시 우리 팬들은 나랑 보는 눈이 비슷한 것 같다.
이어지는 칭찬 세례를 보며 치솟는 어깨를 겨우 내리고 있을 때였다.
‘응?’
타임라인을 내리다 눈에 띄는 게시글 하나가 눈을 사로잡았다.
현주인의 열성팬, 홈마 샤이닝 모먼트의 글이었다.
구독도 안 해놨는데 왜 매번 타임라인에 뜨는 건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내가 구독하는 사람 중 누군가가 해당 게시글을 공유해서 그런 거였다.
‘하긴 이제 현주인도 열심히 하니까… 전보다는 별생각 안 들기도 하고. 한번 볼까.’
게시글에 첨부된 큼지막한 사진을 클릭했다. 안내도 같은 이미지였다. 그것도 아주 예쁘게 꾸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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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ing Moment
@shiningmoment1111
제네시스로 합류한 ‘주인’의 성공적인 아이돌 활동 첫걸음을 기원하며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
Place : Shining Second (8:00 A.M. ~ 19:30 P.M.)
서울시 마포구 XX로 10길 29 1층 카페 샤이닝세컨드
Date : 20XX.10.29-20XX.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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𝙃𝙖𝙨𝙝𝙩𝙖𝙜 𝙀𝙑𝙀𝙉𝙏
x주인이의_앞날에_펼쳐질_무대들
xHAPPYJUINDEBUT
(공지.jpg)
(카페 약도.jpg)
x제네시스 x주인 xGENESIS xJ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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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축하 카페?’
이거, 뭔지 안다. 백무영 선배 팬분들도 그렇고 다른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라면 팬들이 한 번씩 열어주시던 바로 그거!
보통 생일같이 큰 기념일에 팬들이 자발적으로 열어주시는 것 같던데, 칠월칠석 시절에는 아예 남의 일이었지만.
‘와, 이벤트 기간도 엄청 길잖아? 일부러 현주인 생일 맞춰서 끝내시는 건가? 대단하네. 이미지도 예쁘고, 무슨 쿠키도 따로 팔고… 컵 홀더 디자인도 되게 세련됐네. 사진 보니까 직접 찍으신 거 편집하셨나 보다.’
애초에 나한텐 해당 사항 없는 일이라 딱히 부럽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신기하긴 했다.
회귀 전에도 이분이 현주인 카페 이벤트를 진행하긴 했는데, 그건 칠월칠석의 멤버 현주인이 아니라 배우 현주인을 위한 거였다. 그게 아마 드라마 종방 기념이었지?
그런데 이번엔 ‘제네시스’의 현주인을 위한 이벤트다.
‘한번 가볼까…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멤버와 관련된 일이니까.’
나를 위해 열린 이벤트가 아니었는데도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나. 괜히 내가 다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한번 구경만 하는 거야, 구경만.’
공지된 이벤트 시작 날짜를 보니 정확히 컴백 이틀 전이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가면 사람이 없을 테니, 아무도 없을 때 후딱 다녀오면 되겠지.
***
10월 29일 당일. 9to6 근무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은찬은 아침 일찍 나갈 준비를 끝마쳤다. 카페 오픈 시간이 8시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인공을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으니, 연습하자는 핑계를 대고 피곤해하는 현주인을 끌고 나와 카페로 향했다. 분명 나가기 전에 모자와 마스크까지 꼭꼭 씌웠는데 현주인의 매서운 눈초리가 은찬을 찔러댔다.
“…이런 건 혼자 좀 가라.”
“결국 계속 따라오고 있으면서 왜 자꾸 불평이야?”
“너 혼자 보냈다가 무슨 사고를 칠 줄 알고.”
“야, 네 입에서 사고 얘기가 나오는 건 좀… 아니지 않냐?”
“…….”
“그리고 이벤트 자체가 너를 위한 건데 주인공이 안 가면 어떡해?”
“하아,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럴까 봐 마스크에 모자까지 썼잖아. 절대 안 들켜.”
“너…….”
“이 정도면 철통 방어라니까.”
정작 당사자는 차분하다 못해 고오한 분위기가 풍기고, 오히려 내 쪽이 더 들떠 있었다.
‘말로 하든가. 왜 째려보고 난리야?’
택시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은찬이 자꾸만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다시 추켜올리면서 현주인을 곁눈질했다. 현주인은 그런 은찬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다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됐다.”
“응.”
저런 태도를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현주인은 회귀 전에도 이런 곳에 와본 적이 없을 테니 나라도 끌고 와서 보여줘야 했다. 두 눈으로 한번 팬들의 사랑이 어떤지 직접 보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물어볼 것도 있고.’
회귀에 관련해서 쌓인 질문들 또한 산더미였다. 그동안 이놈이 나를 피해 다닌 건지, 아니면 정말 타이밍이 안 맞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컴백 준비로 바빠 둘이 있을 시간을 만들지 못했으니 이번에 겸사겸사 처리해야지.
‘회사도 숙소도 아닌 야외에 단둘뿐인 거라면 현주인도 전처럼 회피하진 못하겠지.’
현주인의 경계가 풀릴 즈음 타이밍을 잡아야 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다행이었다. 아니라면 지금 실실대고 있는 걸 딱 들켰을 테니까.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물어봐야 해.’
이동할 때는 택시 기사님이 계시니 안 되고, 카페 안에서는 더더욱 안 된다. 적당한 때를 찾아야 하는데.
“하…….”
현주인의 기분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려 흘끔거리던 중이었다. 현주인은 얼굴을 반이나 넘게 가렸는데도 표정을 구기고 있는 게 다 티 났다. 심지어 한숨까지 내쉬고 있다. 뭐가 불만인 건지 짚이는 게 많긴 하지만 아는 척을 하진 않을 거다.
“실례합니다~”
카페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한 은찬이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 앞에서 5분 정도 서성거리다 현주인에게 한 소리를 듣고서야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텅 비었네. 아, 한 분… 관계자인가?’
카페 내부에는 구석에서 사진에 열심히 스티커를 붙이고 계신 분을 제외하면 캐셔 쪽 직원 한 분만 계셨다.
주문을 위해 카운터로 향하며 주변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현주인 사진으로 예쁘게 꾸며진 벽면과 ‘DEBUT ANNIVERSARY’가 알파벳 풍선으로 붙어 있는 또 다른 벽면. 그리고 TV 화면에서는 현주인의 출연작과 티저가 편집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장난 아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우리 회사 직원분들보다 나은 것 같아…….’
요즘 팬분들은 영상편집도 잘하시는구나.
“저희가 아직 오픈 전이라… 조금 기다리셔야 할 텐데 주문하시겠어요?”
“아, 네!”
멍하니 그 영상을 1분가량 바라보다 직원의 목소리에 눈을 돌렸다. 은찬이 종이에 적혀 있는 메뉴를 읽어 내려갔다.
‘…주인세트? 데뷔세트……? 이게 뭐야?’
딸기라떼와 쿠키로 이루어진 주인세트와, 아메리카노와 마카롱으로 이루어진 데뷔세트.
‘뭔 메뉴 이름이 이래? 이것도 이벤트의 일종인가?’
당황한 은찬이 왠지 민망한 메뉴 이름을 보고 두 눈을 끔뻑이던 사이, 현주인이 재빠르게 주문을 했다.
“주인세트 하나랑 데뷔세트 하나 주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다행이네. 은찬이 지갑을 꺼내는 현주인의 손보다 빠르게 카드를 내밀었다. 이런 건 형이 사야지. 내가 오자고 하기도 했고. 현주인 또한 그런 은찬의 행동을 딱히 거절하지는 않았다.
“근데 왜 메뉴 통일 안 시키고?”
“형 단거 잘 안 먹지 않았나.”
“맞아. 고맙다…….”
‘웬일로 형이라고 해준대?’
호칭 통일 좀 하지 이랬다저랬다 하기는.
아직 레슨 전까지 1시간가량의 여유가 있었기에 현주인과 은찬은 제일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의자에 앉자마자 피곤함이 밀어닥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자는 왜 벗냐?”
“응? 여기 실내잖아. 사람도 없고. 구경하는 데 방해돼.”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모자가 자꾸 시야를 가려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다. 모자를 벗고 머리를 쓸어 올리는 은찬의 행동에 현주인의 얼굴이 슬쩍 구겨졌다.
“괜찮아. 마스크는 썼잖아. 날 알아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아, 넌 아니니까 절대 벗지 마.”
“…좋을 대로 해. 이럴 거 생각 못 하고 따라온 것도 아니니까.”
사실 은찬은 별생각이 없었다. 아직 신인이고 누가 알아볼 정도로 유명하지도 않으니까. 회귀 전에는 맨얼굴로 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기도 했고.
물론 현주인이야 인지도도 있는 데다 얼굴이 누가 봐도 천생 연예인이잖아. 그에 비해 난 마스크만으로도 충분할 거다.
게다가 지금 시각은 오전 7시 30분. 직장인이건 학생이건 이제 막 일어날 시간이라 딱히 올 사람도 없었다. 이 카페가 SNS 핫플이긴 했으나 예뻐서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곳이지, 오전에 아메리카노 수혈하는 직장인들이 굳이 계단 몇십 개를 올라 찾아올 곳은 아니다.
“근데 너 말이야. 나랑 얘기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