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55
55. 마니또(2)
은찬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콘텐츠 영상의 썸네일을 보며 눈을 가로로 좁혔다. 보통 이게 이틀 만에 업로드될 수 있는 영상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 답은 NO인데.
‘대표님이 쪼아대신 건 아니겠지?’
가능성 있는 추측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빨리 결과물이 나올 리가 없어.
“으음…….”
업로드된 지 2시간도 채 안 됐는데 조회수가 벌써 1만회였다. 이 정도면 우리도 꽤 인지도 생긴 편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기분 좋네. 그것보다 짝꿍 특집이라니까 뭔가 있어 보인다.’
직원분들도 열심히 해주시는데 나도 더 열심히 해야지. 은찬이 고마움과 기대감을 안고 라는 문구가 크게 박혀 있는 썸네일을 클릭했다.
핸드폰 화면 가득 멤버들의 모습이 띄워졌다. 요즘 유행하는 방식으로 재밌게 편집된 영상은 내가 봐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매일 보는 얼굴들이 나오는데도 한 번도 스킵하지 않을 만큼. 오히려 영상이 실제보다 더 재밌었다.
‘진짜 리얼이네…….’
멤버들 몰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던 부분부터 시작된 영상은 보는 내내 헛웃음만 나왔다. 아이돌 1, 2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것도 눈치를 못 챘냐, 유은찬.
가만 보니 현주인은 이미 카메라가 돌아가는 걸 알고 있던 것 같다. 카메라와 눈 마주치고 비웃는 놈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이라는 자막과 같이 나왔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최 이사님이 이번 마니또 룰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나왔다. 앞서 멤버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부분은 아주 짧게 지나갔고, 최 이사님의 PPT 발표를 보는 멤버들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최 이사님의 목소리는 따로 녹음을 한 건지, 우리가 들었던 것보다 깔끔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어?’
카메라를 발견하자마자 후드티 끈을 조이는 내 모습이 클로즈업돼서 화면에 나타났다. 이건 왜 편집을 안 해주신 거지? 민망하게.
‘아, 이제 인터뷰다.’
콘텐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멤버별 인터뷰 부분이다. 복도에서 이뤄진 인터뷰는 마니또 뽑기 부분과 교차편집 되어 있었는데 이걸 참고해서 마니또를 추리하면 될 듯싶었다.
첫 인터뷰의 시작은 리온이었다. 나이 역순으로 편집한 모양이다.
[음… 확실히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 저랑은 안 맞는 것 같지만요.]산뜻한 표정으로 할 말은 다 하는 게 리온이답다고 해야 할까.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형들한테 좀 더 관심을 가져볼 걸 그랬어요. 어쨌든 최선을 다해볼게요… 근데 저 센스 진짜 없는데. 제가 좋아하는 거 줘도 되나요?]대화를 하다 입을 삐쭉 내미는 모습은 역시 막내 같기도 하고. 긴 앞머리를 귀 뒤로 꽂아 넘기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 마지막으로 화면이 마무리됐다. 텅 빈 복도에 이라는 자막이 아련하게 깔렸는데, 전적으로 공감했다.
다음으론 쭈뼛거리던 별이가 등장했다. 별이는 카메라를 발견하자마자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회복했나 보네.’
원래부터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좋아하던 애다. 멘탈이 약해진 요즘에는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촬영 중 텐션은 유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역시 마음껏 표현하는 쪽의 별이가 보기 좋다.
[저요? 저 진짜 완전 곤란한 사람 걸렸죠… 아니, 근데 이 사람 여기 포함시켜도 되는 거예요? 이건 거의 벌칙……! 앗, 저 너무 말했나요?]‘누가 봐도 마니또가 대표님인 거 알겠는데…….’
아예 이렇게 제 발 저려서 밑밥 까는 노선으로 정한 건가. 별이는 열심히 하는데 항상 뭔가 2%가 부족하단 말이지. 그게 매력이긴 하지만.
[글쎄요… 이제부터 알아봐야죠. 그래도 좋아할 만한 걸 선물해야 할 텐데. 의미 없는 것보다는 의미 있는 걸 주는 게 좋잖아요. 음… 그래도 다행히 좀 알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선물 살 돈 너무 조금 주신 거 아니에요?] [저요? 저는 딱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이건 비밀인데, 형이에요. 이 정도면 다 말한 거 아닌가? 형이 딱 두 명인데! 으음,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거 선물해 주려고요. 이유요? 그러면 선물을 볼 때마다 절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건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봅니다.] [아… 저는 이런 거 진짜 잘 못해서 솔직히 좀 부담스러워요. 다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요. 제가 눈치가 없어가지고… 게다가… 음… 아니에요. 네, 뭐… 아, 벌써 쑥스럽네.]그다음으로는 차례로 동갑내기 3인방이었다. 이 셋은 생일이 느린 순으로 편집해 둔 듯했다. 그러니까 현주인, 도이선, 서주혁 순으로.
‘조명 문젠가? 화면보다 실물이 훨씬 나은데.’
물론 화면상으로도 너무 잘생겼지만 그걸 못 담아낸 영상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애들은 더 잘났는데 말이지.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매일 아침 그들의 잘생긴 얼굴에 새삼스럽게 감탄하는 은찬이었다. 현주인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 취향이지만 이선이는 오히려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 더 잘생겼다. 게다가 주혁이는 화장을 안 해서 그런지 더 순해 보였달까.
가을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품이 큰 티셔츠를 입은 가을이는 그 넓은 어깨를 벽에 기대어 살짝 움츠린 채 인터뷰를 하는 중이었다. 표정에서부터 근심이 가득했다. 별이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약간 시련 같아요… 이겨내야겠죠? 별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했냐고요? 티 나나요……? 하… 아무래도 이건, 은찬이 형한테 SOS를 보내야 할 것 같아요.]“큭…….”
카메라가 나라도 되는 것처럼 울먹울먹한 눈빛을 보내는 가을이를 보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제는 키도 이전처럼 커져서 겉보기로는 나보다 더 형 같았지만, 얘가 이러다 보니 항상 애처럼 느껴졌다.
‘엇, 뭐야?’
가을이 다음으로 나타난 마지막 한 명, 본인이 나온 화면을 본 은찬의 눈이 크게 뜨였다.
눈에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는 탓이었다. 설마 쌩얼이 부끄럽다고 해서 저렇게 해둔 건가? 다른 애들 다 멀쩡했는데 나만 저러니까 이상하잖아!
‘아니, 물론 신경 써주신 건 고맙긴 하지만…….’
어차피 이미 쌩얼이 다 나왔기 때문에 소용없었다.
은찬은 인터뷰하는 자신의 밑에 달린 이라는 자막과 눈만 네모로 모자이크된 화면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이선이.]그 와중에 인터뷰 중 마니또가 누구인지 솔직하게 말한 것도 나밖에 없는 듯했다. 멤버들 인터뷰를 볼 땐 적당히 자른 거라 생각했는데, 이름 언급한 걸 이렇게 대놓고 보여주는 걸 보니 확실하다.
[이선이가 워낙 예스맨이라서 이제부터 열심히 뒤를 밟아보려고요.]자신의 인터뷰가 계속해서 이어질수록 은찬의 고개가 점점 내려가더니 베개에 푹 박혔다.
‘나는 시작부터 아웃이잖아……!’
추리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이미 탈락이나 다름없다. 영상을 보면 멤버들도 다 알게 될 테니까.
‘모자이크도 이왕 할 거면 다 해주시든가, 눈만… 어? 아직 중간인데 모자이크가 왜 사라져?’
게다가 마무리 멘트를 할 때는 눈을 가리고 있던 허술한 모자이크까지 사라져 있었다. 그냥 후드티에 파묻힌 얼굴 그대로. 이럴 거면 초반에 모자이크 처리는 왜 한 건지. 자신만 웃긴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총 30분가량의 영상을 끝까지 시청한 은찬이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그램 자체는 너무 재밌었다. 멤버들의 속내를 알게 된 것도 즐거웠다.
‘나, 이런 이미지였던가……?’
다만 조금 현타가 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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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d / 3시간 전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인터뷰 너무 솔직한 거 아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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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eaz / 1시간 전
18:20 유은찬 망가짐 시작
19:10 지대로 놀림받는 부분
19:40 갓꾸민낯 등장과 도밍아웃
ㄴ 쌩얼 공개를 기피하는 바람직한 아이돌의 자세 ㅇㅇ
ㄴ 화장 안 해도 청초갓 아기 사슴 어디 안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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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eiryq / 30분 전
얘네 쌩얼 마즘? 대본 아닌 것 같긴 한데ㅋㅋ
ㄴ 딱 봐도 기본 베이스는 메이크업 받았잖아 눈이 없음?
ㄴ 열폭 지리네… 쟤네 원래 저렇게 생김 ㅎㅂ이랑 ㅎㅈㅇ 데뷔 전 모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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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eoixz / 2시간 전
알고리즘 타고 들어왔는데 일곱 명 다 잘생겼고 재밌네ㅋㅋ 앞으로 챙겨 볼 거 생겼다ㅎㅎ 특히 현주인? 이런 애도 있었다니 미리 안 알려주고 뭐 하셨어요 다들ㅠㅠ
ㄴ 무대도 봐주세요!! 무대 엄청 잘해요 우리 애들…♥
ㄴ 어머 구경하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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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oeirt / 1시간 전
뭐야… 도이선 어제 잠 안 잤음? 초췌하네… 그런 의미에서 오빠의 퀭한 얼굴 계속되길…
ㄴ ㅋㅋㅋㅋㅅㅂ 결론이 뭐 이래
ㄴ 도이선 예민미는 다크서클로 완성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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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eir / 3시간 전
얘들아 이런 게 뜨면 재난 문자를 보내줘야 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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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아래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편집하신 직원분이 힘을 써주신 덕분인지 대다수의 팬분들도 즐겁게 보신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은 댓글을 뽑으라면 역시 내 장면을 초 단위로 찍어놓으며 감상하신 분.
‘기록까지 해두실 정도면 괜찮게 비치긴 한 건가… 다행이네.’
솔직히 너무 망가진 건 아닌가 싶었는데 팬분들만 만족하신다면 괜찮다. 날 놀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귀여워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공식 계정에도 홍보 한번 해야지.’
GENESIS(제네시스) @GENESIS_official
[x은찬] (사진) 지니들! 저희 마니또 게임 첫 화 올라온 거 보셨나요? 이름하여 짝꿍 특집! 유튜브 채널로 가면 보실 수 있으니까 아직 안 본 지니들은 시간 날 때 챙겨 보기ㅎㅎ 다들 보고 즐거워하셨으면 좋겠어요~!은찬은 제네시스 SNS 공식 계정에 접속해 글 하나를 올렸다. 셀카 한 장을 첨부하는 건 기본이었다. 그러고는 빠르게 올라가는 공유수를 확인하며 구독 계정으로 계정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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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미남수집가 @onlySilverC
(갓꾸은찬쌩얼.gif)
공유 1,982 인용된 글 283 마음에 들어요 3,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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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랑 @chanranghae
유은찬 좋아하고 시력 몽골인 된 썰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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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덕입니다 @iamjobdeok
얘들아(0명)
ㅈㄴㅅㅅ 떡상각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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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안팜 @efdzcji8
ㅅㅂ피디 뭐임ㅋㅋㅋㅋ 유은찬을 개그롤로 잡았네
홍별일 줄 알았더니
…는 김광춘을 주셨군요
취향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세요^^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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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은찬의 생각보다 한발 빨랐다. 이미 편집된 영상들이 여러 군데에 돌아다니는 중이었으니. 어떻게 이렇게 주옥같은 장면들을 뽑아내셨는지, 은찬조차 감탄스러웠다.
몇 개의 계정을 구경하면서 한바탕 웃음을 참아낸 은찬이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그대로 핸드폰을 가슴 위에 엎어두곤 대강 추론을 시작했다. 어차피 난 제일 먼저 탈락되겠지만 멤버들 마니또 맞히는 재미는 또 다른 거니까. 은찬이 멤버들의 인터뷰를 더듬더듬 떠올렸다.
‘별이가 대표님, 가을이가 리온이, 이선이는 형이라 했으니 나나 가을이일 테고…….’
총 참여 멤버는 대표님까지 8명. 그중 확실하게 추론된 둘을 제외하면 남은 건 6명이다. 내가 이선이를 뽑았으니, 남은 인원은 나, 연가을, 오리온, 현주인, 서주혁 5명.
‘으아… 팬들은 이걸 벌써 눈치챘단 말이야? 나도 잘 모르겠는데?’
멤버들한테 관심이 많다고 자부했는데 부족한 모양이었다.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소거법을 사용해서 남은 사람들을 추려봐도 영 모르겠다.
‘다음 촬영 전까지 애들의 동향을 살펴야 하나?’
주의 깊게 보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겠지. 이미 꼴등은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없었으나 그래도 기분은 내고 싶었다. 지금보다 멤버들에게 더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은찬이 눈을 감기 직전,
[ 업적 ‘주변인들에 대한 고찰’ 달성! ]시스템창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