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70
70. 연말 결산 무대
“네에, 은찬 씨. 오늘은 제네시스가 특별한 스테이지를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한테만 조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네시스 아니죠. 저희는 오늘 지니분들의 키링이랍니다~ 세주 씨도 헷갈리시면 안 돼요!”
방금 멘트를 내뱉은 은찬의 얼굴이 어쩐지 조금 새하얘졌다. 대본대로 읽었을 뿐인데도 민망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아직 이 정도 철판은 도저히 못 깔겠다…….’
세주도 약간 웃긴 모양이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반박자 늦게 대사를 치고 들어왔다.
“아, 그렇죠! 이거이거, 지니분들이 엄청 기대하고 계시겠는데요? 그리고 은찬 씨! 저도 지니의 한 명으로서 오늘 제네시스의 애교 어린 무대, 엄청 기대하고 있다고요!”
“네에! 저희도 오늘 연말 결산으로 올해 발매했던 타이틀곡 두 곡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많이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와아, 벌써부터 너무 두근두근거려요. 그럼 다음 순서까지 기다려 주시고! 아~ 요즘 핫하게 데뷔했죠! 일곱 요정의 무대부터 만나보시죠!”
세주의 안내 멘트를 마지막으로 은찬과 세주가 백스테이지로 잠깐 내려왔다. 곧 있을 은찬의 무대 때문이었다. 거울을 살짝 확인해 보니 귓바퀴가 빨개져 있었는데, 저절로 한숨부터 터져 나왔다.
‘촬영 때는 빨개지면 안 될 텐데. 그보다 무대 준비하러 가야지.’
연말 특집답게 라이브로 진행되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사전녹화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럴 여유가 없었달까. 백스테이지로 내려온 은찬은 세주에게 다음 진행을 부탁한 뒤 곧장 멤버들이 있는 대기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대기실 안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별이는 이미 우물쭈물해 하는 가을이와 못마땅한 듯 거울만 자꾸 바라보는 리온이 옆에서 셀카를 찍어대는 중이었다.
“와우…….”
육성으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나도 곧 저런 의상을 입게 되겠지만 일단 웃음이 나는 걸 어쩌겠는가.
‘동물 농장이네, 동물 농장이야.’
그래도 컨셉 의상 시안을 처음 받았을 때만큼 경악한 것은 아니었다. 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적정선을 잘 지킨 느낌이다.
‘의상이 무난해서 그나마 다행인 느낌.’
깔끔한 흰색 상의와 청바지인 데다 걱정했던 동물 귀 머리띠도 생각보다 작았으니까. 괜히 스타일리스트 누나들의 센스를 의심했던 꼴만 됐다.
멤버들이 착용한 소품들을 구경하다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지금 별이는 토끼, 주혁이는 고양이, 가을이는 개, 현주인은 늑대, 리온이와 이선이는 여우인 것 같았다. 차이점이라면 리온이는 오늘 안경을 썼다는 것 정도.
‘주혁이가 진짜 찰떡이네. 정말 고양이 같아. 아하하, 가을이도 진짜 개… 아니, 강아지 같고. 현주인은… 저게 개야, 늑대야? 늑대겠지… 저게 뭐라고 더 위압감이 드냐.’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는 둘째 치더라도 단체로 이러고 있으니 웃긴 건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을 구경하던 은찬의 손에도 이윽고 의상이 들렸다.
“은찬아, 네 거. 리더니까 특별히… 알지?”
“…….”
그런데 나는 왜 이런 건지.
스타일리스트 누나가 건네준 의상을 받아 든 은찬의 표정에 조금 경련이 일었다.
‘나는… 왜 귀랑 꼬리가 다 있어? 이런 리더 특권은 필요 없는데.’
하나만 하고 싶다고 할 수는 없겠지. 다른 멤버들은 귀가 좀 작은 것 같은데 나만 큰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시키는 대로 의상을 입고, 소품까지 전부 착용한 후 거울 앞에 섰다. 큼지막한 흰 니트와 청바지까지는 무난하다. 문제는 거기에 존재감을 더하는 귀와 꼬리.
‘안 어울리는데…….’
영 안 어울리는 착장에 머뭇거리던 중이었다. 옆에서 열심히 디테일을 봐주는 스타일리스트 누나가 있는데 웃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은찬이 안 올라가는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시, 신인일 때 이런 거 하지 언제 해보겠냐~”
“형… 그냥 아무 말 안 하는 게 나을 때도 있어.”
드문 가을이의 촌철살인에 은찬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연말 무대니까 이 정도는 튀어야지. 암, 당연하지……!’
동물 컨셉이라는 걸 듣고 마지막 연습을 할 때는 각자 엔딩 제스처를 연습했는데 잘 나올지 걱정이었다. 개인 파트에서 해야 할 제스처들을 멤버들 성격으로 잘 해낼 수 있을지. 다들 그 정도 뻔뻔함은 탑재하고 있는 건지. 일단 내가 제일 걱정이다.
***
♪♬♪♬
[여기 지금 우린 어딘가] [환상 속 공간 끝나지 않을 marry go round] [손을 잡아줘] [go beyond the horizon] [달가루를 쫓아가]리온이가 데뷔곡인 메리고라운드와 문샷을 연말 분위기가 나게끔 적절하게 리믹스 한 곡은 확실히 반응이 좋았다.
더군다나 데뷔 직후에는 현주인이 없었던 만큼 현주인의 메리고라운드 무대를 궁금해했던 팬들에게는 더없는 니즈 충족이 될 터였다. 그 증거로 현주인의 홈마인 샤이닝 모먼트가 열정적으로 셔터를 누르지 않았던가. 게다가 옆에는 자신을 디어플러피라고 소개했던 분도 함께 카메라를 들고 계셔서 일부러 그쪽으로 많은 시선을 보냈다.
[ ♡ +85% ] [ system : 금일 호감도 열람 가능 횟수 (4/5) ]무대 후 엔딩 포즈를 취할 때 열광적인 팬에게서 스탯 분배 가능 횟수를 획득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어쨌든 리허설도, 무대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리허설 때는 현타 진하게 오더니만 예방주사라도 맞은 것처럼 신기하게 본무대 때는 괜찮았단 말이지…….’
처음에는 민망해하던 멤버들도 본무대 때는 본인의 기량을 맘껏 드러냈으니 멤버 전부가 그렇게 느꼈을 터였다.
‘특히 다들 리액션 잘하던데, 따로 연습했나? 아무렴 상관없지만.’
재빨리 의상을 갈아입은 은찬은 스타일리스트 누나의 오케이 사인을 받고 스테이지 밑에서 대기했다. 무대가 끝나 퇴근이 가능한 멤버들과는 달리 은찬은 MC 진행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형, 오늘 퇴근 같이 해줄까……? 혼자 가면 심심하잖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가을이었다. 가을은 머뭇머뭇 은찬의 뒤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은찬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진짜? 나야 좋은데, 심심하지 않겠어?”
아직 방송은 30분 정도 남은 데다, 뒷정리까지 하려면 좀 기다려야 할 텐데. 미안해서 넌지시 물어봤으나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아싸~ 그럼 맥주 사 가자. 오늘 우리 활동 마지막이니까!”
“그럼 나 휴게실 가 있을게. 끝나면 연락해.”
“응~”
가을이를 보낸 뒤 앞쪽에서 올라가라는 사인을 받았다. 가을이 덕분인지 민망했던 감정이 모두 사그라지고 퇴근 후의 설렘만 남았다.
그러고 보니 연가을, 아직도 얼굴이 빨간 게 아까 강아지 제스처를 하다 원샷 잡혔던 게 많이 민망했던 모양이다. 하긴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괜찮아진 편이지. 초반에는 엔딩 포즈로 애교 부리는 것도 힘들어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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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 @Rskeorkas90
와ㅋㅋㅋㅋㅋㅋㅋ 쟤네 독기 무엇?
제네시스 뜨고 싶댄다 띄워줘라 ㅠㅠㅠ
ㄴ @Rskeorkas90 님에게 보내는 답글
좋은 의미시죠?
ㄴ Noname @Rskeorkas90
아 이런 건 좀 쓰루하셈 ㅡㅡ 말도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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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 @norriiea
제가 토끼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도 한 마리 키웠던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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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다팜 @efdzcji8
나 이런 변태 같은 거 좋아했네…
코디님 어디 계세요? 오늘 그쪽으로 절 드리고 자겠습니다…
연가을 오늘 레전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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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주인 @kurominii
나 사실 요즘 다른 애들한테 눈길 돌리고 있었는데
반성 중임… 내가 널 두고 어딜 가겟어…
늑대는 원래 평생 한 늑대만 사랑한다는데,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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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덕입니다 @iamjobdeok
핰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엔 이게 뭐야 했는데
지금 21032941번째 재생 중임 이거 정상이지?
이번 내 픽은 고양이…^^ 서주혁 짱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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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가을아 너 반응 좋은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다들 언급량 많아.”
“솔직히 나는 조금 민망했는데, 관심 끌기에는 이것만 한 게 없었나 봐.”
“…이 정도까지 했는데 관심 못 끌면 큰일 나지… 그건 말이 안 돼… 하, 아직도 우울하다…….”
“잘하던데, 왜!”
숙소로 돌아가는 퇴근길에 SNS를 모니터링하던 은찬이 키득거렸다. 역시 빠른 팬들답게 오늘 방송분이 편집된 영상과 움직이는 사진들이 다수 업로드되어 있었다. 그에 딸린 사족들을 읽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역시 가을이랑 같이 있을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해.’
요 근래 복잡한 일들이 많아 현주인과 대동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지금 가을과 있는 시간이 은찬에게는 힐링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이제 올해도 끝났네. 고생했어. 내가 알지~ 우리 가을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시트에 몸을 기대고 멍하니 앞을 바라보다 나지막이 말했다. 미간을 찌푸린 채로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가을이 움찔거렸다.
‘순수한 노력만으로도 스탯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안 것도 가을이 덕분인데. 안 보이는 곳에서도 얼마나 노력했으면 그게 올라가겠냐.’
가을이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상 가을이는 민망해하고 있을 확률이 100%였기 때문에 그냥 일일이 반응하지 않고 할 말을 하는 게 나았다.
“내년에도 잘 부탁해. 앞으로도 나랑 같이 나이 먹어줘.”
“뭐야, 그게…….”
“푸핫, 너 민망하지?”
“누가 요즘 그런 소리를 해…….”
“그러고 보니 고3 세 명도 이제 곧 성인이네. 기분 이상하다.”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회귀 전에는 매일매일 봐왔던 이선, 주혁, 주인인데. 그게 마냥 좋았던 기억은 아니었기에 아마 자체적으로 묻어뒀던 거겠지. 지금은 풋풋한 고딩들이지만 솔직히 그때는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기에.
‘주혁이는 활동 중단한 이후로 술 없이 못 살았었지. 이선이가 옆에 있어주긴 했지만… 하, 현주인은 말할 것도 없고…….’
생각해 보니 이놈들, 어른이 술 가르쳐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 칭찬 좀 더 해주지…….”
“아, 맞다. 내년까지 며칠 남았지?”
“무슨 며칠이야. 5시간 남았구만.”
“그렇지~ 그럼 형 된 도리로 애들 술도 가르쳐 줘야지.”
“형,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제 우리 명절 전까지 스케줄 없잖아. 그렇지?”
“…그렇긴 해.”
신이 난 듯한 은찬의 얼굴을 지켜보던 가을이 이마를 짚었다. 또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한데, 저럴 때의 은찬 형은 건드려 봤자 시무룩한 얼굴이 돌아오기 때문에 가을도 딱히 말리는 편은 아니었다. 항상 못마땅해하면서 결국 동조를 해줬으니까.
“흐흥.”
그런 가을의 예상답게 지금도 은찬은 술이 진열된 쇼윈도 앞에서 알짱거리는 중이었다. 작은 바구니까지 들고 있는 모습이 아주 제대로 결심을 한 듯했다. ‘미지예고 3인방에게 술을 가르쳐 줄 것이다’라는.
그리고 방에서 12시가 되기까지 기다리고 있던 은찬은 핸드폰 화면에 ‘12:00’라는 숫자가 나타나자마자 거실로 뛰어 나왔다.
“얘들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연도가 바뀌는 새해답게 카운트다운을 하던 중이었는지, 새해고 나발이고 키 커야 한다며 먼저 잠든 리온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거실에 모여 있었다. 부엌으로 간 은찬이 냉장고를 뒤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희 셋, 성인 된 거 축하해.”
그러고는 아까 편의점에서 사 온 술을 봉투째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캔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거기에서 눈치를 챈 건지 주혁은 헛웃음을 내뱉었고 이선 또한 흥미롭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딱히 싫어하는 눈치는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은찬이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한잔할까?”
“…풉.”
“뭐야, 나는?”
“별이는 콜라 마셔.”
현주인이 비웃음을 내뱉기 무섭게 옆에서 태블릿으로 연예대상을 시청하던 별이 빼액 소리쳤다. 그럴 줄 알고 음료수도 사 왔기 때문에 별이를 진정시키는 건 쉬웠다.
은찬이 한창 테이블 위에 이런저런 먹을거리를 옮기던 참이었다. 연예대상에서는 신인상 남자를 수상하기 위해 후보들이 호명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후에 익숙한 이름이 은찬의 귀를 파고들었다.
[올해 연예대상 뉴스타 남자 부문 수상자는 백무영! 축하드립니다!]사고 회로가 잠시 동안 멈추었다. 갑자기 퓨즈 하나가 나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