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hearts in failed idol’s eyes RAW novel - Chapter 94
94. Dream-lab
컨셉 포토 공개로 시작한 컴백 스포는 반응이 아주 괜찮았다. 이전 컴백 안내 공지에 비해서 확연히 많은 사람들이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관심의 척도가 눈으로 딱 보이니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단 말이지.’
비교가 잘된다는 건 이점이다. 객관적으로 수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거니까. 회사에서는 이번에 확실히 퀄리티를 올리고자 했는지 컴백 사이트까지 만들어 일정을 공개했다. 추후 컨셉 포토와 하이라이트 메들리 등을 업로드할 생각인 것 같았다.
[ Dream-lab ]호기심이 들어 사이트에 접속했다. 메인화면에는 커다란 모래시계가 놓여 있고, 초 단위의 카운트다운 시계 속 숫자가 흘러가는 중이었는데 그 디자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감각적이어서 은찬도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우리 회사 이런 데 쓸 돈이 있나? …아, 돈이야 많았지. 그런데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시네.’
아무래도 칠월칠석 때는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어 생소했다. 이런 건 유토피아에게서도 본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정규앨범이라서 신경을 써주는 건지, 이번에는 투자를 많이 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진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결과물을 잘 뽑아야 한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 기대가 높은 만큼 충족시켜 드려야 하니까. 그게 회사든, 팬들이든, 스스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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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 @mmmmyapricot
또 컴백해? 애들 좀 쉬게 해라 ㅡㅡ 공무원이냐
ㄴ 소처럼 일하네 초반이라 그런가
ㄴ 인지도 쌓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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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랑 @chanranghae
RT 이벤트 해봐요
-D사 립스틱 선물 포장 세트-
또네시스 컴백 기념으로 알티 추첨 한 분께 드려요! 당발은 애들 컴백일 7시 7분!
트친 한정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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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 @norriiea
애들 은근히 컴백 스포하고 있었음 ㅇㅇ
보수 : 저희도 공백기를 좀 갖고 나갈 거다 일 년 내에 정규앨범은 너무 빠르지 않나
중도 : 지니분들 빨리 보고 싶어서 노력 중이다
진보 : 아마 곧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말하면 형들한테 죽는다
아 근데 애들 스포 유형 다 다른 거 너무 웃기다고…
ㄴ norriiea 님에게 보내는 답글
멘트만 봐도 누가 말한 건지 알 것 같은 거 웃창포인트
ㄴ 노리 @norriiea
왠지 이미지 보니까 이번엔 색다른 컨셉으로 나올 거 같음 ㅇㅇㅋㅋㅋ
이번엔 청량 아닌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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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네시스라니… 다들 어디서 드립 학원이라도 다니시는 거 아냐?’
은찬도 인터넷을 한두 해 한 게 아니기는 하지만 매번 이런 새로운 드립들은 어디서 생각해 내는 건지 신기하기만 했다. 어쨌든 꾸준하게 활동해 주시는 분들 중에 새로운 계정들도 많이 보이고, 언급량도 늘어난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게다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트렌드 순위에도 올랐다.
‘3월 되더니 날씨 금세 풀리네.’
아직 꽃샘추위가 남았지만 피부에 닿는 바람의 느낌 자체도 달라졌다. 숙취로 찌들었던 마지막 휴일 이후로 일주일간은 매일 컴백 준비를 했다.
고뇌하던 리온이도 무사히 마지막 타이틀곡의 가사 정리를 마쳤다. 편곡가분과 협업한 완성본을 받아 들었을 땐 그 낱개의 문장들이 다듬어져 노래를 이루고 있는 걸 보고 무척 감명을 받았다. 가사가 어렵지 않아 숙지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빨리 스탯 모아서 멤버들 나눠줘야 되는데. 해금 한번 하면 그 이후로는 나눠주기 편한데 그놈의 해금 조건 때문에 애를 먹는단 말이야. 귀찮게…….’
준비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주혁이…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 같던데. 연습 시간도 두 배로 늘리고.’
녹음실에서 노래가 마음처럼 되지 않는지 울상을 짓던 주혁이가 계속해서 눈에 밟혔다. 완벽에 대한 욕심이 큰 주혁은 제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이 있을 때 답답해했다. 그걸 연습으로 승화시켜 어떻게든 해내는 스타일이었는데, 춤과 달리 노래는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필 녹음을 할 때 주혁의 다음 타자였던 은찬이 그 모습을 발견한 것이 화근이었다. 은찬이 밖에서 가사를 숙지하며 대기하는 중에도 주혁은 같은 구간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아마 그 문제의 파트만 30분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조금 쉬었다 가자는 디렉터님의 말에도 주혁은 계속해서 녹음을 진행했다. 보다 못한 은찬이 물이라도 건네주려고 녹음실 문을 열었는데, 주혁의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니까. 차라리 쉬다 간다고 하지.’
울음을 꾹 참고 있는 듯 붉어진 눈가와 허벅지를 툭툭 치고 있는 모습이 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쓰리게 했다. 괜히 말 걸 상황이 아닌 것 같아 물만 두고 나왔었다. 서주혁은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타입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날, 다음 스탯 분배 타깃팅을 주혁으로 결정했다.
활동기에 돌입하면 팬분들과 관중들을 만날 기회가 늘어나니 스탯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얼른 스탯을 모아서 주혁이 보컬 스탯을 올려줘야 할 텐데.’
주혁의 수많은 시도 끝에 어찌저찌 녹음은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라이브도 해야 하니 신경이 쓰이는 거겠지. 그 이후로 주혁을 보려면 연습실로 가야 했으니까.
‘녹음했던 곡들 중에 두 곡이 수록곡에서 탈락했나… 난 다 좋았는데 아쉽네. 일단 미공개곡으로 남겨두려나 보다.’
좋긴 하지만 앨범 색에 맞지 않다고 판단된 곡들은 A&R팀의 판단하에 보류됐다. 멤버들끼리 앨범 곡 구성을 최종으로 확인하고 앨범은 우리 손을 떠났다. 이제 무대 준비에 올인 하는 일만 남아 있었다.
‘첫 공개 때는 항상 떨리네.’
그리고 오늘이, 정규앨범을 처음 선보이는 날이었다.
“하나, 둘!”
“As you wish! 안녕하세요, 제네시스입니다!”
다 같이 구호를 외치는 것도 간만이라 기합이 들어갔다. 단체로 웹콘텐츠 촬영이 있을 때가 아니면 잘 외치지 않게 되니까. 특히 무대 위에서의 구호는 쇼케이스의 특권이나 다름없었다.
“제네시스의 리더 및 에너지 담당! 은찬입니다~ 쇼케이스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인보컬 가을입니다. 이번엔 조금 새로운 컨셉인데, 어울리나요? 예쁘게 봐주세요~”
“보컬 겸 리드댄서 이선입니다. 오랜만이에요, 여러분~”
“메인댄서 주혁입니다. 이번에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주인입니다.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재밌게 즐겨주세요.”
“랩 담당 홍별입니다~! 잠깐 안 봤는데도 보고 싶었어요, 지니들~”
“리온입니다. 이번 곡 많이 사랑해 주세요.”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늘어가는 가을이의 애교에 감탄도 잠시, 곧 힘이 없는 주혁의 목소리에 은찬의 신경이 쏠렸다.
‘음… 주혁이 컨디션이.’
웃고는 있었지만 묘하게 축 처져 있다. 다행인 점은 주혁이도 티를 안 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 멤버들의 컨디션을 살피는 게 습관인 나나 옆의 이선이 정도가 눈치챌 수 있을 듯했다.
‘왜지? 오늘 리허설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본인 기준선에 충족이 안 되나 보네. 이따 여유로울 때 한번 확인해 볼까. 앞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서.’
어찌 됐든 지금 당장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은찬은 다시 방글방글 웃으며 소개말을 이어나갔다.
“이번 타이틀곡 은 발랄한 제목과는 다르게 팬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노래인데요. 저희의 진심을 담았습니다. 수록곡 중에는 미디엄 템포로 이루어진 노래가 많으니까 앨범 전곡을 편하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무대, 보여 드릴게요.”
쇼케이스 또한 성료였다. 이번 컴백 쇼케이스는 모든 컴백 일정과 컨셉 포토가 공개된 후 공식 계정에서 지니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추첨을 해야 했을 정도라고 들었는데, 공석이 반을 넘어 초대 표를 뿌리던 과거와 대비되어 감개가 무량했다.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저희 새로운 앨범 ‘드림랩’ 활동 많이 사랑해 주시고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무대 밑으로 내려오던 은찬이 주혁의 상태를 살폈다.
‘주혁이 실수 없던데.’
무대를 내려오고 나니 주혁의 표정은 더욱 미묘해 보였다. 하지만 은찬이 듣기에 주혁의 노래는 괜찮았다. 춤은 워낙 완벽하니 말할 것도 없고. 노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노래를 불러야 했는데, 아마 그게 버거운 모양이었다.
‘칠월칠석 때는 시작부터 이랬으니까, 다를 수밖에 없지.’
그래도 다행히 마지막 멘트를 치며 앞자리 세 분의 호감도를 확인했다. 그중 두 분에게서 스탯 분배 가능 횟수를 획득했으니, 한 번만 더 획득하면 주혁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형, 이거 잘되려나?”
핸드폰을 확인하던 가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얘는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갔다.
“어떤 거?”
“프로듀싱 365.”
“아…….”
생태계 파괴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가 공개된 모양이었다. 기억에 따르면 이제 본격적으로 참여자들의 개인 프로필이 업로드될 거고, 자기소개 영상이 올라올 테다. 아이돌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욕을 하면서도 자신의 최애를 찾아갈 거고.
‘전 국민이 챙겨 볼 정도로 유행한 프로그램이었지. 오죽하면 좋아하는 그룹이 있었어도 이쪽에 최애가 따로 있었겠어.’
관심의 파이를 빼앗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오디션 프로그램과 이미 데뷔한 그룹은 별개니까 그저 열심히 할 수밖에.
“잘될 수밖에 없지.”
“뭐~? 형이 그렇게 말하니까 불안하잖아…….”
“불안해할 필요도 없고.”
“어?”
멤버들은 그 프로그램에 대해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다. 나만 신경 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가을이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이 프로그램… 여러 문제로 데뷔가 엎어지게 된다는 소리를 할 수도 없고. 어쨌든 관심이 저쪽으로 쏠리는 것도 맞으니까 걱정할 만하긴 해. 나도 그랬으니까.’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가을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봐봐, 우리 쇼케이스 기사도 올라오고 있다?”
“어… 그렇지? 아무래도 지금 끝났으니까.’
“반응도 볼래?”
가을이의 핸드폰으로 같이 이것저것을 둘러봤다. 포털사이트와 SNS에는 쇼케이스 관련 내용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반응 추이 괜찮지? 뮤비 공개된 거 조회수랑 댓글 수도 예전보다 많고.”
“그러네.”
가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연한 언급량의 차이와 늘어난 반응 수에 가을이도 공감을 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가을이는 인터넷 확인을 잘 안 하니까.’
나는 너무 많이 봐서 문제인데, 반반씩 섞으면 얼마나 좋냐. 아무튼 이유 없이 불안해할 때는 수치를 보여주는 게 도움이 된다.
“너무 걱정하지 마. 열심히 하자!”
씨익, 웃으며 눈을 올려 가을이와 눈을 맞췄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까보다는 한결 표정이 괜찮아졌으니 의도했던 목표는 이뤘다고 볼 수 있었다. 은찬은 가을의 어깨 위에 기댔던 고개를 들고 가을이의 연갈색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잘생긴 얼굴 구기면 어떡해! 웃어!”
“아, 응!”
이렇게라도 자기 세뇌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본인의 멘탈만 힘들어진다. 걱정은 걱정이고, 노력은 노력이다. 걱정이 되면 노력으로 승화시키면 될 일이었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 말고 해결책이 없다.
***
“아, 완전 개운해… 뭐야. 뭐 봐?”
“누가 보내줘서.”
“네가 웬일로 이런 걸… 음?”
샤워를 하고 방 안에 들어왔는데, 현주인이 드물게 SNS를 확인하고 있었다. 어떤 소문이나 루머가 있어도 딱히 확인하지 않고 넘기던 현주인인지라 아주 의외였다.
“야… 우리 뜨려나 보다.”
화면 속에는 일명 알계라고 불리는 까글이 띄워져 있었다. 놈의 얼굴에 미묘하게 웃음이 걸려 있다 싶었는데, 이 글이 그 이유였던 모양이다. 은찬도 곧 얼굴에 헛웃음을 띄웠다.
@Rdkfnsldas92
제네시스 너네 좀 떴다고 아무렇게나 행동하니까 좋아?ㅋㅋ
연애도 마음껏 하고 역시 요즘 듣보는 듣보인 이유가 있네 ㅋㅋㅋ
혼자 힘으로 못 뜨니까 백무영한테 기생하는 것도 꼴같잖음~
언제까지 우리가 성장형 아이돌 봐줘야 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