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104)
103화.
지축을 뒤흔드는 거대한 폭발.
“커헉…!”
조북천의 입가로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전신을 찢는 듯한 통증이 인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콰당탕!
몸뚱아리가 거칠게 바닥에 쳐박혔다.
다시 한 번 통증이 일며 정신이 일순간 암전되었다가 돌아왔다.
“크학…!”
다시금 입가로 쏟아지는 선혈.
이해…할 수가 없다.
분명 반응했다.
알 수 없는 본능의 경고.
그러나 조북천은 분명 반응했다.
가진 바 모든 속도를 내며 피했다.
그런데… 늦었다.
반응을 했음에도, 늦었다.
“말도… 안 되는… 쿨럭!”
핏물이 계속해서 쏟아진다.
조북천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늦었다, 라는 개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조북천의 개성은 가속[加速](S-).
신체를 가속시키는 능력이다.
극한까지 치달은 속도는 음속 따위는 가뿐히 뛰어넘는다.
그리고 단순히 속도만 빨라지는 개성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신체의 모든 것.
스스로의 대사를 촉진하여 반사 신경을 가속시킬 수 있었다.
호르몬을 조작하여 동체 시력 또한 가속시킬 수 있었다.
생각과 사고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인지의 속도마저 가속시킬 수도 있었다.
조북천은 본인만의 고유한 세계를 거닐 수 있었다.
고속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조북천은 신(神)과 다름없었다.
모든 것들이 정지된 것만 같은 세계 속.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조북천뿐이었다.
이 능력으로 조북천은 판데모니움의 골절급 간부에 오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파열급 간부.
그 위치까지도 넘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쿨럭…!”
자신의 세계 안으로 누군가 침입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북천은 부릅 뜬 두 눈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투둑, 툭.
조북천의 시야 아래로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아이스…크림?’”
보이는 것은 분명 그러했다.
그리고 떨어진 아이스크림 위.
어딘가 맹해 보이는 사내, 맹시우가 서 있었다.
“에이, 아이스크림 다 쏟았네.”
시우가 아깝다는 표정으로 쏟아진 아이스크림을 바라봤다.
“11만 원이나 주고 산 건데.”
그리고는 주섬주섬, 쏟아진 아이스크림을 주워 담았다.
대부분은 바닥에 내용물이 엎질러져 있었다.
하지만 시우는 그것들마저 다시 통 안에 주워 담았다.
누가 봐도 먹을 수 없는 상태이건만.
“아직 3초 안 지났으니까.”
시우는 아무렇지 않게 쏟아진 아이스크림을 주워 담았다.
그렇게 모두 아이스크림을 주워 담은 후.
“너 뭐 하는 놈이야?”
시우가 그때서야 조북천에게 물어왔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이건 또 무슨 상황이고.”
난장판이 되어 있는 풍경에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혀, 형님!”
그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바라본 그곳엔 김이준이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런 김이준의 손에 들린 무언가.
“식탁은 왜 들고 있어? …응? 너 왼팔은 또 어따 팔아먹었어?”
시우는 다시 한 번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윽고 김이준을 지나쳐 시선을 돌렸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으로 낭자한 피.
흉흉한 기세를 흩뿌리는 정체불명의 괴한들.
“대충 상황은 짐작이 가는데… 문제는 너희들이 대체 누구냐는─.”
“판데모니움의 범죄자들입니다.”
시우의 질문에 답을 하듯 이민정이 소리쳤다.
그 순간.
“판데모니움이라….”
시우가 나지막히 말을 중얼거렸다.
그것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분명 경고했을 텐데.”
시우에게서 느껴지는 기세.
“두 번 다시.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얼씬도 하지 말라고.”
그건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짐승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괴물.
짐승을 사냥하는 괴물의 것과 닮아 있었다.
시우가 시선을 돌려 조북천을 내려다본다.
기분 탓일까.
시우의 두 눈으로 붉은 광채가 번뜩였다.
보아하니.
방금 조북천을 타격한 건 시우가 한 짓인 모양이었다.
조북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명지광이 당했다더니….”
퉤, 조북천은 핏물 섞인 침을 내뱉었다.
아직도 치미는 통증에 정신이 아찔하다.
확실히.
“평범한 놈은 아니군.”
조북천은 시우를 어줍잖은 놈팽이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일격으로 날 죽였어야지.”
조북천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콰아아아─!!
가진 바 마력의 힘을 일시에 터트렸다.
가속[加速](S-)의 힘이 폭사하며 심장이 폭발하듯 요동쳤다.
호르몬과 신진대사가 가속되며 주변의 현상들이 길게 늘어진다.
모든 것들이 느리게 인식된다.
신체의 속도는 물론.
생각과 사고, 인지의 속도 또한 가속화 된 세계.
일납박(一蠟縛)의 세계.
이곳에선 조북천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달팽이처럼 움직일 뿐이다.
그렇기에 조북천은 그야말로 신(神)과 같았다.
오직 조북천만이 이 고속의 세계에서 움직일 수─.
뻐어억─!!
일순간 복부로 느껴지는 커다란 충격.
“커허허헉!!!”
터져 나오는 격통과 함께 조북천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끔찍한 통증이 일었다.
그러나 조북천은 그 통증을 온전히 느낄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너무도 혼란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그 통증.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설마하니 이 고속의 세계를 찢고 들어왔다고?
그건 있을 수 없는…!
그 순간.
감각으로도 좇을 수 없는 극쾌의 죽음.
그것이 조북천의 전신을 꿰뚫는다.
조북천은 황급히 창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꽈아아앙!!
덮쳐 오는 충격에 조북천의 몸이 크게 뒤흔들렸다.
조북천에게 전해져 온 느낌은 실로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직격을 당한 것이 아니다.
분명 창과 충돌한 일격이다.
그런데.
“커헉…!”
내부가 진탕이 되어 버린 듯한 충격이 인다.
창으로 막은 것이 아니라, 창과 함께 얻어맞은 것만 같다.
이건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흐릿한 시야 너머.
시우가 조북천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쿠쿠쿵…!
단지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 조북천의 세계가 크게 떨려 온다.
고속으로 가속화 된 세계.
그 세계가, 시우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 말도 안 되는…!”
조북천의 머릿속이 끝내 경악으로 물들었다.
혼란스러운 정신 속.
시우의 신형이 바람처럼 쏘아져 온다.
시우의 움직임은 단순히 ‘빠르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무거움(重).
시우의 속도는 빠르면서도, 무거움을 담고 있었다.
이길 수… 없다.
조북천은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부장인 오주원의 말이 맞았다.
내가 상대할 놈이 결코 아니다.
객기나 자존심 같은 걸 부릴 상대가 절대 아니다.
죽는다.
그러니 도망쳐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쳐야 한다.
행여나 잡히면 절대 안 된다.
조북천은 가진 바 모든 가속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모았다.
* * *
순식간에 벌어진 시우와 조북천의 싸움.
“혀, 형님….”
김이준은 경악의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싸움.
아니, 이걸 싸움이라 할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가 않는다.
단 한 장면조차 보이지가 않았다.
그저 추측할 뿐이었다.
쾅! 콰쾅!
쩌어엉─!
크나큰 굉음이 들려옴에 아, 둘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구나.
김이준은 그렇게 추측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비단 김이준뿐만이 아니었다.
“……!”
“……!”
한채린과 이민정이 놀란 눈을 떠 보였다.
경악으로 살짝, 벌어진 입.
그것만이 두 여인이 받는 충격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뿐이었다.
쿠구구쿵…!
대기 중의 공기가 크게 떨려 왔다.
콰아아아아─!!
알 수 없는 무형의 기운이 사방으로 폭사했다.
그와 동시에 보이지 않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그 사이로 푸확!
허공에서 새빨간 선혈이 뿜어졌다.
당연히 허공에서 피가 뿜어질 리 만무했다.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뿜어지는 피가 고속으로 움직이는 몸을 따라잡지 못한 것뿐이었다.
“괴물… 새끼!”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우가 아닌 조북천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조북천의 움직임이 가속되었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김이준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조차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다.
그럼에도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속도의 한계.
조북천은 인간이 닿을 수 있는 속도의 한계치를 넘나들고 있었다.
파아아아앙!!
수증기가 압축되며 커다란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소닉 붐(Sonic Boom).
순식간에 음속을 돌파하면서 공기의 밀도가 급격하게 압축되어 폭발하는 현상.
터져 나온 소닉 붐과 함께 움직임이 아득히 멀어져 갔다.
조북천이 도망치고 있는 것이리라.
허공에서 시우가 툭, 하니 튀어나왔다.
시우 또한 저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일까.
시우는 멀어지는 조북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북천의 속도는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왜일까.
일순간 시우의 기세가 급변했다.
콰아아아아아아─!!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시우의 전신으로 폭사했다.
시우의 주변으로 뿜어지는 검붉은 아우라.
그것은 시우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앗아가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궁…!
힘의 파동에 공간 전체가 크게 떨려 온다.
경악으로 떠지는 두 눈만이 김이준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감상이었다.
“죽이면 안 됩니다!”
이민정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물론 조북천은 죽여 마땅한 범죄자다.
조북천을 살려 둘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러나 조북천은 판데모니움의 골절급 간부.
즉, 아는 것이 많은 놈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죽이는 건 조금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좋았다.
시우라고 그것을 모르지 않을 터.
그런데.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시우는 이제는 보이지 않는 조북천을 바라보며 툭.
“이건 저도 통제할 수 없는 힘이라.”
의미심장한 말을 해 올 뿐이었다.
* * *
조북천은 빠르게 멀어져 이제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몇 초 지나지도 않았건만 조북천은 더 이상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수하들 따위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걸까.
하여간, 범죄자는 범죄자였다.
이제는 감각조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쫓아가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또한 단순히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었다.
반사 신경, 동체 시력, 순발력, 민첩성.
더 나아가 사고와 인지의 속도까지.
신체의 모든 능력을 가속화 시켰다.
그로써 조북천은 다른 세계를 거닐고 있었다.
속도라는 개념을 보다 확장시킨 것이다.
그리고 시우가 배운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
시우는 단지 속도적인 개념에만 집착 했었다.
단순히 ‘움직임을 빠르게 한다’ 라는 개념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조북천을 보며 시우는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능력은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건 신(神)의 힘일지라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그 위력은 달라진다.
신(神)의 힘이라도 완벽하지 않다.
시우는 머리가 트인 기분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초신속[超迅速](SS+)이라는 개념을 보다 확장한다.
속도라는 고정 관념을 깨뜨린다.
저도 모르게 그어놓은 한계라는 선을 지워낸다.
시우는 자리에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암전된 시야.
오감 중 하나가 차단되며, 다른 감각이 예민해진다.
시우는 전신의 감각 세포들을 일깨웠다.
그리하여 다시 두 눈을 떴을 때.
주변의 모든 현상들이 뚜렷하게 인식되었다.
내리쬐는 햇살.
스치는 바람.
이 우주의 삼라만상(森羅萬象).
그 모든 것들은 하나의 시간 속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일주야(一晝夜).
24시간의 하루가 온전히 인식되는 세계.
우리가 평범하게 거니는 시간.
그러나.
콰아아아아아─!!!
시우의 시간이 길게 늘어진다.
시공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며, 모든 현상이 느리게 흘러간다.
일모호율다(一牟呼栗多).
4.8분의 세계.
흐르는 1분의 시간이 4.8분으로 늘어진다.
시우가 거니는 4.8분.
그 시간 속 현실은 고작 1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느려지고 또 느려진다.
소리조차 허공에 붙잡혀 들려오지 않는다.
일납박(一蠟縛).
9.6초의 세계.
1분 아래로 쪼개진 1초의 세계 속.
시우의 9.6초는 현실의 1초와 같이 흐른다.
현실의 1초는 시우에게서 9.6초로 늘어져 인식된다.
약 10배 가량이 느려진 시공간.
이 세계에서 만물의 모든 현상은 달팽이처럼 움직인다.
조북천의 세계 또한 이와 같다.
극한까지 가속시킨 고속의 세계.
따라잡아야 하지만.
그것은 불가하다.
인간이 닿을 수 있는 한계였으니까.
이 너머의 세계는,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파장창─!
시우의 세계가 다시 한 번 쪼개진다.
늘어지고 늘어지던 시간이 끝내 정지한다.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
인간의 인지 영역 밖.
극한의 세계가 펼쳐지며 시공간이 정지한다.
존재마저 흐릿해지는 극한의 영역.
인간은 감히 닿을 수 없는 너머의 세계.
그리고 다시.
정지한 세상이 일그러진다.
시공간의 세계가 깨어지고 부서진다.
유리처럼 깨어지고 부서진 조각들이 시우를 스쳐지나간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시공간의 잔해.
그 사이로 보이는.
한 조각, 시간의 파편.
75분의 1초, 찰나(刹那).
이 찰나의 세계 속.
보인다.
도망치는 조북천의 모습이.
조북천은 정지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허락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북천이 거니는 일납박(一蠟縛)의 세계.
인간의 극한이라 불리는 시공간.
그러나 시우가 닿은 이 찰나(刹那)의 세계 속.
일납박(一蠟縛)은 한없이 느리고 느린 시공간일 뿐이다.
이 극한의 세계 속에선 그 어떠한 것도 움직임을 허락받지 못한다.
오직 하나.
번─────쩍!
쏘아지는 새하얀 섬광만이, 이 세계에 허락된 유일한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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