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106)
105화.
얼마 지나지 않아 시찰국의 가더들이 도착했다.
백주 대낮에 벌어진 범죄 행각.
시찰국이 나서지 않는 것이 되려 이상한 일이었다.
집들이는 어영부영 마무리가 되었다.
초대된 손님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행히 다친 이들도 없었다.
애초에 범죄자들이 현관문도 뚫지 못했으니까.
더하여 이민정과 한채린 그리고 김이준이 막아 주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어도 흑돌이가 처리해 주었겠지만.’
고맙고 미안한 건 사실이었다.
뭐, 아무튼.
손님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정확히는 이민정을 제외한 손님들이 모두 돌아갔다.
서울 지부 시찰국의 가더 4팀장, 이민정.
시우가 살고 있는 집은 이민정의 관할 구역이었다.
“수아, 이들 신원 조사는 했어?”
“넵. 모두 판데모니움의 범죄자들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상 수배가 안 붙은 놈이 없던데요.”
이민정의 지시 아래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시우는 그 현장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다 문득.
“어? 얘 살아 있는 것 같은데? 어떡하지?”
현장을 정리하던 팀원 한 명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퀭한 눈가가 인상적인 여인.
유아린…이라고 했던가?
이민정이 그렇게 말했던 것을 얼핏 들었던 것 같았다.
유아린의 물음에 다른 팀원 하나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뭘 어떡해. 죽여.”
응?
시우는 순간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들려온 답이 무슨….
물론 흉악한 범죄자들이기는 했다.
죽여 마땅한 쓰레기들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죽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웬걸.
“역시 그렇지? 어차피 판데모니움 일원들이니까.”
유아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답을 한 팀원 또한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이 놈들 살려 두면 어차피 똑같은 짓 저질러. 괜히 살려두면 무고한 사람만 희생될걸? 그냥 우리 손을 더럽히는 편이 나아. 팀장님도 그러라고 했잖아.”
“그래야겠다.”
그 답을 끝으로… 음.
시우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인간 도살자.
시찰국의 가더들에게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시우는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때.
“이름은 조북천. 판데모니움의 골절급 간부였습니다.”
한쪽에서 이민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이민정이 시우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시우 앞에 선 이민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조북천의 신원을 확보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라고 일부러 살려 둔 것이었으니까.
사실 시우가 직접 족쳐 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하지만 방금 전.
범죄자들을 망설임 없이 처단하는 이민정의 팀원들을 봐서일까.
이런 건 역시.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혹시 판데모니움의 본거지를 알아내면 저에게도 알려 주세요.”
“그건 왜…?”
이민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표정을 보아하니 알려주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그저 순수하게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시우는 천천히 답을 해 보였다.
“경고를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줘야 해서요.”
이민정은 그 의미를 물어 오지 않았다.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잠깐의 정적.
이민정이 입을 열었다.
“그보다, 집들이 선물 말입니다.”
이번엔 시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집들이 선물?
설마 그걸 아직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던 거야?
시우는 그만 실소를 흘려 보였다.
그리고 정말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려던 찰나.
“앞으로 저희 팀이 맹시우 헌터님 집을 상시로 순찰하겠습니다.”
그러자 흠칫!
이민정 뒤쪽으로 팀원들이 몸을 크게 떨어 보였다.
저마다 떨리는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팀원들과 이야기가 안 된 것 같은데….
“그래도… 되는 겁니까?”
시우는 팀원들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사실 마냥 팀원들의 눈치만은 아니었다.
시찰국의 가더는 국가 공무원이다.
한 마디로 공권력.
그런 공권력을 이렇게 사적으로 가져다 쓰면 안 되지 않나?
“관할 구역 순찰은 가더의 업무입니다. 맹시우 헌터님의 집은 저희 서울 지부의 관할 구역이고요.”
그거야 그렇긴 했다.
그러니 이렇게 이민정의 팀원들이 현장에 나왔겠지.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또한 맹시우 헌터님은 현재 판데모니움의 표적이 된 상황입니다. 가더는 위험에 처한 시민의 신변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어….”
따지고 보면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더불어 판데모니움의 꼬리를 잡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오늘처럼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민정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고깃 덩어리가 된 조북천이 있었다.
잠시 멍해지는 정신.
시우는 이민정의 말을 한 번 정리했다.
“그러니까… 제 주변을 서성이다 보면 판데모니움을 잡아들일 수 있다는 뜻인 거죠?”
“비슷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민정은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집들이 선물입니다.”
시우는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이걸 받아도 되는 선물인지 아닌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세상 어느 누가 집들이 선물로 이런 걸 준단 말인가.
집들이를 한 번도 안 가 봤다고 하더니.
집들이 선물이 뭔지를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긴, 한채린도 정상적인 선물은 아니었지.’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뭐.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야.”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는 선물이긴 했다.
아니, 거절은 커녕 굉장히 고마운 선물이었다.
새 집을 짓기는 했으나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침입자를 막는 기능은 충분히 증명되었다.
그러나 단지 그뿐.
침입자를 퇴치하는 기능은 부족했다.
부족하다 못해 아예 없었다.
아직 숙련도가 부족해 그런 기능까지는 만들 수가 없었다.
침입자 경보 정도만이 현재 시우가 구현 가능한 기능이었다.
해서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를 더 올린 후.
집 개조를 통해 추가할 생각이었다.
‘흑돌이가 있으니 큰 걱정은 없다만….’
그러나 혹시라는 가능성은 있는 일.
만일 시찰국의 가더가 상시로 순찰해 준다면, 그 혹시라는 가능성도 완전 차단 가능했다.
집의 안전과 서아의 안전은 이제 진짜 걱정이 없다 봐도 무방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맹시우 헌터님.”
이민정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쪽이 감사할 일이거늘.
이민정은 왜인지 되려 감사하다는 말을 해 왔다.
그런데 참.
이민정도 웃을 줄 알았던가.
차갑다 못해 냉랭한 분위기의 이민정.
그야말로 인간 백정이란 말이 딱 어울렸거늘.
이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사람다우면서도, 또 상당히 아름다웠다.
“그럼 현장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민정은 그렇게 자리를 떠나갔다.
팀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저마다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울상이 된 표정만은 숨길 수가 없었다.
괜시리 새어 나오는 웃음.
시우는 결국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그 순간.
찌릿!
손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시선을 내려 살펴보자 손등의 피부가 찢어져 있었다.
살며시 주먹을 말아 쥐자 아윽!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뼈마디가 완전히 어긋난 거 같은데….”
주먹조차 제대로 쥐어지지 않는 것이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유.
그건 별반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생각보다 강했단 말이지.”
판데모니움의 골절급 간부, 조북천.
확실히 지난 번에 상대했던 명지광보다 월등히 강했다.
명지광은 정말이지 상대도 되질 않았다.
절단급과 골절급.
단순히 한 단계 차이이거늘.
그 한 단계가 거진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 때문일까.
“슬슬, 한계가 온 건가.”
이제 한계가 온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맨주먹으로 상대하기엔 이제 한계인 것 같았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날 병기를 맨주먹으로 상대하다니.
이번에도 크게 위험했다.
조북천이 도망치면서 휘두른 창.
괴력[怪力](SS)으로 단련된 신체였기에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다간 손 자체를 아예 쓰지 못할 뻔했다.
“조북천이 휘두른 창에 제대로 맞았더라면….”
당하는 건 아마 시우이지 않았을까.
정말이지 이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으음….”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
판데모니움은 시우의 경고를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끝까지 시우를 찾아와 보복을 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럼 앞으로 조북천보다 강한 범죄자들을 상대해야 할 수도 있을 터.
아무래도.
“내가 쓸 장비를 만들어야겠는데.”
더 이상 맨주먹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 * *
무기(武器, Weapon).
인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구.
더 나아가 인간의 정체성이라 과감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인간의 신체는 나약하다.
이빨은 있었으나 날카롭지 않았고.
발톱은 있었으나 강인하지 않았다.
인간의 신체에서 공격적으로 사용할 만한 부위는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도구.
손톱보다 단단한 나무를 깎아 찔렀다.
뼈보다 단단한 돌을 들어 던졌다.
신체적인 불리함을 다른 곳에서 찾아 극복했다.
그로써 절대 다수의 동물들로부터 전투적인 우위를 점했다.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맹수들을 찾아 사냥했다.
인간은 끝내 참혹한 야생에서 살아남아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더 나아가 지구 상 모든 생물의 최정점.
먹이사슬이라는 굴레에서 완벽하게 해방되었다.
가장 낮은 위치에서 가장 높은 최정점까지.
무기란, 가진 바 불리함을 극복하고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꺾을 수 있게 해 주는 인류 최고의 도구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무기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 봐도 무방했다.
하여 그 무기의 종류 또한 굉장히 다양했다.
대표적으로 도검부터 시작해 창, 활, 도끼, 곤봉 등등.
굵직한 가지만 꼽아도 수백 가지.
세부적인 잔가지를 말하면 거진 수만 가지.
그래서일까.
‘뭘 써야 할까.’
시우는 약간의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화륵, 화르륵!
서씨 공방의 용광로 불길이 얼굴을 달궈 왔다.
날름거리는 불길.
시우는 불멍을 때리듯 고민에 빠졌다.
‘가장 무난한 건 역시 권갑인데.’
권갑(拳甲).
직역하자면 주먹에 착용하는 갑옷이라 할 수 있었다.
과거, 중세 기사들이 사용하는 건틀렛에서 발전한 형태라는데….
시우는 그 이상으로 자세히 파고들지 않았다.
그런 발전 역사 따위 별로 궁금하지 않았으니까.
중요한 건 하나.
‘무투술에 딱 어울리니까.’
시우와 가장 어울리는 무기라는 점이었다.
현재 시우가 사용하는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괴력[怪力](SS)으로 단련된 신체를 기반으로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무투술(武鬪術)이었다.
그렇기에 날 병기는 어울리지 않았다.
신체를 강화할 수 있는 장비가 적합하다 볼 수 있었다.
‘너클도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하지만 역시.
권갑이 제일 적당해 보였다.
‘권갑으로 하자.’
시우는 금방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자,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시우는 용광로에 달궈진 오우거의 힘줄을 꺼내었다.
소은이 집들이 선물로 준 귀한 재료.
무려 1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가격의 재료였다.
“후우….”
시우는 달궈진 오우거의 힘줄을 모루에 올려 놓고는 심호흡을 내쉬었다.
지난 번, 건틀렛을 만들 때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재료.
하지만 결정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당시 건틀렛을 만들 때의 숙련도는 5.4%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무려 29%에 달하는 숙련도였다.
약 6배에 달하는 차이.
같은 재료라도 나오는 결과물은 천지 차이였다.
“후우!”
시우는 짧게 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 망치를 움켜쥐고는 까아앙─!!
달궈진 오우거의 힘줄을 단조했다.
깡─! 까앙─!!
망치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불순물이 떨어져 나갔다.
취성과 연성.
그 절묘한 조화점을 찾아 시우는 망치질을 이어 나갔다.
화륵, 화르륵!
까앙─! 깡! 깡!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띠링!
[나쁘지 않은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30.57%[+1%]>시우는 끝내 하나의 권갑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심혈에 심혈을 기울인 보람이 있는 걸까.
아니면 확실히 숙련도가 많이 오른 것일까.
“나쁘지 않은!?”
헤파이스토스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이었다.
시우의 두 눈이 저도 모르게 크게 떠졌다.
처음이었다.
그간 시우가 장비로 받은 가장 좋은 평가는 ‘일회용품’이었다.
현재 한채린이 사용하고 있는 건틀렛.
그 마저도 무려 40억에 팔렸던 최상등급의 장비였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나쁘지 않은’.
“미친….”
시우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확실히.
시우가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서아의 세계관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진짜 100억은 넘어갈 것 같았다.
“파, 팔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떨쳐내었다.
이건 돈이나 벌자고 만든 것이 아니니까.
무엇보다 지금 당장 돈이 부족하진 않았다.
시우는 길게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 제작한 권갑을 양손에 착용해 보았다.
시우의 손에 딱 알맞게 제작된 장비.
과연 헤파이스토스도 나쁘지 않다고 평한 장비라는 걸까.
“엄청 편한데.”
권갑을 착용했다는 이질감도 없었다.
하물며 오우거의 힘줄로 만든 터라 내구성은 당연히 보장되어 있었다.
오우거의 힘줄은 오우거의 힘을 사출하는 기관.
간단히 말해 오우거의 힘도 간단히 버틸 수가 있었다.
시우는 꽈득!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쥐었─꽈직!
“…어?”
불길한… 소리가 들려 왔다.
정확히는 불길한 촉감이 느껴졌다.
두 눈이 심히 떨려왔다.
시우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다 보았다.
진짜, 왜일까.
파사삭─.
애써 만든 권갑이 산산히 부서져 가루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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