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108)
107화.
솔직히 말하면 오리할콘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깊게 생각해 봤자 의미가 없기에 접은 것에 불과했다.
일단 오리할콘은 귀하기는 엄청나게 귀했다.
한시태출(旱時太出).
뜻 그대로 가뭄에 콩 나듯 발견되는 금속이었다.
또한 가공할 수 없는 원석임에도 그 쓰임새는 있었다.
어쨌거나 파괴되지 않는 특성이지 않은가.
가공해서 사용할 수 없다 뿐.
그 특성 때문에 활용도는 꽤나 다양했다.
그렇기에 가격은 기본 수백 억.
그리고 구할 수가 없었다.
구매하고 싶다고 구매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신(神)의 금속.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기에 오리할콘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세미나 우승 상품이 오리할콘이라니.’
과연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세미나라는 걸까.
물론 대장장이들에겐 딱히 쓸모가 없는 금속이긴 했다.
제련할 수 없는 금속을 가져서 뭐 한단 말인가.
말 그대로 예쁜 쓰레기에 불과했다.
해서 마스터 오렐리안이 왜 우승 상품으로 오리할콘을 내걸었는 모르겠다만.
‘내가 얻을 수만 있다면…?’
아니, 얻어야만 했다.
이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가 세미나에 참가할 수가 없단 말이지.’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장장이 관련한 자격증 정도야 금방 딸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다른 걸 어찌할 수 있다 해도 마지막 요건인 생산 직종의 개성.
무(無)개성인 시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요건만은 충족시킬 수가 없었다.
시우가 세마나에 참가할 방법은 없었다.
따라서 세미나에 우승할 방법은 없다고 봄이 옳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한다?
‘그럴 수는 없지.’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리할콘을 대체 어디서 구할 수 있다고 이걸 포기한단 말인가.
‘아저씨 이름으로 내가 대리 출품을 한다면….’
시우는 금방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아무리 오리할콘이 탐난다 하더라도 대리 출품이라니.
서팔광이 허락하지 않을뿐더러.
시우도 그렇게까지 편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이건 편법도 아니었다.
일종의 기만이자 사기.
하나의 범죄나 다름 없었다.
‘공자 선생님께 무슨 잔소리를 들으려고.’
여러모로 대리 출품은 생각할 가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아저씨를 우승시킨다면…?’
서팔광을 우승시킨다.
결과적으로는 같은 의미였다.
그러나 대리 출품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했다.
시우의 작품이 아닌, 서팔광의 작품을 우승시키는 것이었으니까.
방법은 간단했다.
시우가 서팔광을 가르친다.
서팔광의 실력을 지금보다 월등히 끌어올린다.
그로써 서팔광의 작품을 세미나에서 우승시킨다.
말 그대로 서팔광을 우승시키는 것.
“아저씨, 세미나 출품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일주일 정도 남았네만.”
“일주일….”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주일이면 어디까지 서팔광을 가르칠 수 있을까.
다행히 서팔광의 기본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정도라 한국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뛰어났다.
생초보를 가르친다면 또 모를까.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일이 아니었다.
시우는 온갖 계산을 머릿속으로 행했다.
통찰력(S+)의 힘.
마주한 현상의 본질을 꿰뚫으며 커리큘럼을 짜 보았다.
그 결과.
“아저씨, 이 도검. 다시 만드시죠.”
할 만하다, 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 맞다.
그 전에.
“아저씨, 저랑 거래 하나 하시지 않을래요?”
시우는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 * *
소은은 서씨 공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서팔광의 세미나 작품 출품.
그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 사실 소은이 도움이 될 일은 없었다.
서팔광이 장비 제작함에 있어 소은은 별다른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다만, 세미나가 해외에서 개최된다는 점.
해서 작품을 해외까지 배송해야 한다는 것.
그렇기에 장비의 관리 및 보관.
또한 무사히 또 제시간에 세미나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배송.
이러한 부분에서 소은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어제 작품을 다 만들었다고 하셨으니.”
해서 본래라면 어제 왔어야 했다.
하지만 어제는 조금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시우의 집들이.
정확히는 집들이 도중에 크나큰 일이 하나 있었다.
“판데모니움의 범죄자라고 했었지….”
세계적인 범죄 단체, 판데모니움.
듣자 하니 이준이를 납치했던 자들도 판데모니움이라고 들었다.
그런 판데모니움이 갑작스레 시우의 집을 습격한 이유.
“우리 때문에 시우 씨가….”
지난 날, 소은의 동생인 김이준이 납치되었을 당시.
시우가 이준이를 구해 주며 판데모니움에게 원한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소은은 정말이지 시우에게 고개를 들 낯이 없었다.
그리고 정말.
너무도 고마웠다.
소은은 걷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잠시.
“그런데 시우 씨가 그렇게 강한 헌터였다니.”
사실 이준이에게 어느 정도 듣긴 했었다.
시우가 이준이를 구해 준 과정을 말이다.
그럼에도 솔직히 반신반의였다.
정확히는 믿기지 않았다는 말이 정확했다.
“그냥 평범한 대장장이인데.”
아, 물론 평범하지는 않았다.
정정하자면 이상한 대장장이.
아니, 돈에 미치다 못해 환장한 대장장이라 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소은에게 있어 시우는 대장장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
“굉장…했었지.”
소은은 볼 수 있었다.
몰래 고개를 내민 창문 밖.
살기를 흩뿌리는 괴한들.
피가 낭자한 거리.
그리고.
“보이지도 않았어.”
소은이 헌터에 대해 완벽히 아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모르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었다.
소은물산이 주로 거래하는 이들이 헌터들이었으니까.
무엇보다 동생, 김이준이 B등급의 헌터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말할 수 있었다.
“잘… 모르겠어.”
시우는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고.
최소 A+급.
아니, S급 헌터도 시우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뛰어난 대장장이 실력에 S급 헌터의 무력까지.
“진짜 대단하다….”
소은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우에 대한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문득.
‘누나, 시우 형님 여자 친구 없다고 하지 않았어?’
김이준의 말이 떠올랐다.
‘시우 형님. 한채린 누님이랑 사귀는 것 같던데?’
다름 아닌 시우와 한채린이 사귀고 있다는 말.
당연히 말도 안되는 소리 말라며 관심도 갖지 않았다.
한채린이 시우랑 사귀다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그런데 음.
진짜, 일까?
시우가 정말 한채린과 사귀고 있는… 걸까?
물론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이라면…?
생각해 보면 한채린이 시우의 집들이에 온 것부터가 이상했다.
특히나 한채린이 준 집들이 선물은 또 어떠한가.
거진 혼품이나 다름 없지 않았는가.
“진짜…인가?”
왜인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한채린은 최고의 여자였다.
웬만한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을 것이 뻔했다.
미(美)의 여신과도 같은 미모.
천부적인 재능에 빵빵한 배경까지.
같은 여자가 봐도 한채린은 완벽한 여자였다.
하지만 시우도 그에 못지않았다.
그 정도 외모면 잘생겼지.
마음도 자상하지.
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지.
동생 서아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가정적일 수가 없었다.
내 여자, 내 가족에게는 한없이 따스한 남자.
“나 같아도 시우 씨랑 사귀고 싶─.”
흠칫!
소은은 몸을 떨었다.
걷던 발걸음을 우뚝, 멈춰 섰다.
바, 방금 내가 뭐라고 그랬지?
시우 씨랑 사귀고…?
화악!
소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혹시 누가 듣기라도 한 걸까.
소은은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왜일까.
“아, 아니이…! 그게 그런 게 아니라아…!”
소은은 허공에 변명하듯 손을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정말이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소은은 괜시리 걸음을 빨리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도착한 서씨 공방.
소은은 공방의 문을 힘껏 열었다.
딸랑.
“저 왔어요!!!!”
그리고 오늘따라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래야만 부끄러운 마음을 들키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소은은 자신이 왔음을 온 천하에 알렸다.
그런데 웬걸.
“……?”
어째,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원래라면 ‘왔느냐’ 하는 서팔광의 목소리가 들려와야 했다.
내심 ‘소은 씨 왔어요?’ 하는 시우의 목소리도 기대하고 있─.
화악!
다시 붉어지는 얼굴.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하, 하는 거야….
소은은 억지로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 냈다.
아무튼.
소은의 외침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무도 없나?”
싶었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화륵, 화르륵!
안쪽에서 들려오는 불길의 소리.
그와 동시에 깡─! 까앙!
“장비 만들고 있나 보다.”
소은은 그렇게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갸웃.
“장비는 어제 다 만들었다고 하시지 않으셨나?”
최종 점검을 하는 건가?
아니면 혹시 시우 씨가?
소은은 설레는 마음으로 공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에…?”
소은은 그 자리에 고장 나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소은의 두 눈으로 보이는 광경.
서팔광은 망치를 잡고 모루에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그런 서팔광의 옆.
“결을 따라 때리셔야 해요. 그래야 강도와 인성을 최대로 증가시킬 수 있거든요.”
시우가 서팔광에게 뭐라 뭐라 말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았다.
뭐, 사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서팔광은 종종 시우에게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곤 했었으니까.
하지만.
까앙─!
“에헤이, 아저씨. 결이 틀어졌잖아요.”
이번엔 뭔가 달랐다.
평소에는 일종의 ‘조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뭐랄까.
“여기 보세요. 결이 완전히 틀어졌잖아요.”
시우가 교육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팔광을 교육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에에?”
소은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교육이라니?
그것도 누구를? 서팔광을?
대한민국 최고의 대장장이를?
마스터 오렐리안도 인정한 대장장이를?
이게 무슨…?
소은은 슬쩍, 서팔광의 눈치를 살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우의 교육은 자존심을 건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우가 뛰어난 대장장이인 건 인정한다.
그러나 서팔광 또한 그에 못지않은 대장장이였다.
장인(匠人)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대장장이였다.
그 프라이드 또한 굉장한 서팔광이었다.
마스터 오렐리안조차 서팔광을 교육할 수는 없었다.
조언 정도는 줄 수 있을지언정.
교육은 할 수도, 해서도 안 되었다.
일정 수준에 오른 장인(匠人)은 각자만의 방식이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시우의 교육은 약간의 선을 넘은 것이었다.
장인의 자존심을 긁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웬걸.
“여기… 말인가?”
서팔광이 순순히 교육을 받고 있었다?
아니, 교육을 받는 정도가 아니었다.
“아뇨. 조금 더 안쪽 결이요. 안 보이세요?”
“잘 안 보이네만….”
“눈으로만 보시니까 그러시죠. 감각으로 금속의 결을 읽어 보세요.”
“감각으로…? 끄응, 매우 어렵네만.”
훈육…을 받고 있었다.
마치 대장장이 기술을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서팔광은 시우에게 하나하나 배우고 있었다.
뭐…지?
진짜 뭐지?
“안 하던 버릇해서 그래요. 일반인이라면 제가 말도 안 하겠는데, 아저씨도 각성자잖아요. 한 번 해 보세요.”
“끄응….”
진짜 뭘까.
이게 대체 뭘까?
“자, 여기. 느껴지세요? 여기가 바로 결의 시작점이에요.”
“조금 느껴지는 것 같기도…?”
“일종의 결뿌리라고 보시면 되는데, 여기서부터 쭈욱. 금속의 결이 이어져요. 그리고 여긴 힘을 보다 강하게 때려야 해요. 결이라고 다 같은 결이 아니거든요.”
“강한 힘이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겐가?”
“한… 이 정도요?”
꽈아아아아아앙─!!
폭탄이 터진 것이 아닐까?
소은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어 버리고야 말았다.
심지어 망치로 때린 것도 아니었다.
주먹.
그것도 맨주먹으로 때린 것이 저 정도였다.
“이, 이걸 어떻게 내가….”
“에이, 하다 보면 된다니까요. 자, 한번 해보세요.”
서팔광은 주저하다가 망치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까앙─!
“음… 아저씨. 운동부터 하셔야겠는데요. 망치 내려놓으시고, 운동부터 하죠.”
“으, 응? 운동을 말인가? 갑자기?”
“네. 제가 가르쳐 드릴 기술들을 소화하려면 일단 근육부터 키워야 할 것 같네요.”
“하지만 세미나까지 일주일도 안 남았네. 지금 운동해 봤자 얼마나….”
“제가 만든 탕약을 드시면 걱정 없어요. 요즘 숙련도도 많이 올라서 효과가 아주 끝내줍니다.”
“그게 무슨…?”
“아, 참. 대장장이 세미나는 도핑 테스트 같은 거 안 하죠?”
그러더니 갑자기 운동을 시키는 시우였다.
그리고 진짜 왜일까.
“하나!”
“흐으읍!”
“호흡은 중요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지금은 그냥 한다는 생각으로 둘!”
“하아아!”
하란다고 그걸 또 하는 서팔광이었다.
아니, 진짜로.
이게 대체 뭘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끝내 고장 나 버린 정신.
“에, 에에…?”
소은은 그 자리에 한참이나 고장 난 채로 서 있어야만 했다.
* * *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속도.
하지만 누군가 시우에게 묻기를.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이 가장 빠른가요?
라고 묻는다면 시우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을 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보다 빠른 것을 시우는 경험해 보았으니까.
세월의 속도.
시우가 경험한 속도 중 가장 빠른 놈이었다.
심지어 이 세월이라는 놈은 나와 상의도 없이 지멋대로 흘러가 버린다.
아차 싶은 생각에 뒤늦게 쫓아가 보지만.
너무도 빠른 탓에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으로도 따라잡을 수가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세월이라는 놈이었다.
그 때문일까.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정말이지 빠르게 흘러갔다.
그러나 그 일주일의 노력.
그 노력마저 빠르게 흘러간 건 아니었다.
하여 지금.
“완성…했네!”
서팔광이 행한 노력의 결정체가 시우의 눈앞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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