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117)
116화.
“오렐리안께서 벌써 한국을 떠나신다니….”
금천규는 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헌터 관리국의 국장이자 협회장, 금천규.
오렐리안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온 참이었다.
그리하여 오렐리안이 서씨 공방이라는 곳에 갔다는 말에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런데 웬걸.
‘오렐리안께서는 방금 전에 떠났습니다만.’
서팔광이라는 자에게서 오렐리안이 떠났다는 말을 들을 뿐이었다.
‘혹시 어디로 가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프랑스로 돌아가신다고 했으니… 공항으로 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금천규는 크나큰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비단 금천규뿐만이 아니었다.
“뭘 이렇게 빨리 떠난대요?”
투덜거리는 여인의 목소리.
짧은 단발머리의 표독스러운 인상의 미녀.
S급 헌터, 이하린.
“그 공방에는 대체 무슨 볼일이 있었던 거고.”
이하린은 입을 비죽이며 중얼거렸다.
표정엔 상당히 아쉬운 기색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렐리안의 장비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
그것이 실망으로 변질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오렐리안의 장비는 쉬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얻을 수 없다고 봄이 정확했다.
하지만 도전이라도 해 보는 것과 도전하지도 못한 것.
그 둘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하아….”
이하린은 실망 가득한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슬쩍, 뒤쪽을 바라봤다.
그런 이하린의 뒤쪽에는 한 사내가 있었다.
동글뱅이 안경의 학자와 같은 인상.
S급 헌터이자 현자라 불리는 마법사, 이시윤.
“너는 아까부터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이하린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이시윤에게 말했다.
물론 이시윤 또한 실망할 수 있었다.
본인부터가 그러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시윤에게 보이는 감정은 실망이 아니었다.
“어떻게… 어떻게…. 대체 어떻게?”
실성을 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정신이 나갔다고 말해야 할까.
“그 아공간 주머니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이하린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공방의 웬 맹한 사내가 만든 아공간 주머니.
신기하기는 했다.
그런데 단지 그 뿐이었다.
아공간은 고위 마법이나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시윤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정확히는 사용하고 있는 마법이었다.
그러니 저렇게까지 실성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시윤뿐만이 아니었다.
“유한나, 넌 또 왜 그러는데?”
진홍빛의 긴 생머리가 인상적인 미녀.
S급 헌터이자 홍염의 마녀라 불리는 유한나.
유한나 또한 아공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마법이… 아니었어…. 아니, 마법…이었나?”
그런 유한나조차 실성해 있었다.
그 때문일까.
“그게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이었나?”
보다 못한 금천규가 둘에게 물어왔다.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에요. 그건.”
유한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금천규와 이하린의 고개가 동시에 기울어졌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시윤이 그 답을 대신해 왔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마법은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보이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이런 말은 들어 보신 적 있으시죠.”
“그렇네만.”
“마법은 물리 법칙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단지 이용할 뿐이죠.”
금천규와 이하린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대체 뭔 소리란 말인가.
그런 둘의 모습 때문일까.
옆에 있던 유한나가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보였다.
그와 동시에 화륵!
유한나의 오른손으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누가 봐도 초자연적인 현상인데?”
이하린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유한나는 답을 하는 대신 왼손을 뻗었다.
포옹.
하나의 물덩이가 유한나의 왼손으로 떠올랐다.
이윽고 유한나가 오른손의 뜨거운 불길을 왼손의 물덩이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보글보글.
물덩이가 끓기 시작했다.
유한나는 그때서야 입을 열었다.
“지금 이 물이 끓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네가 불로 지지고 있잖아.”
이하린은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말했다.
유한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사아아─! 하는 마력의 파동이 일며 오른손의 불덩이가 사라져 버렸다.
그에 따라 물의 열기도 차차 식어 갔─.
“응?”
이하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물의 열기가 식지 않았으니까.
되려 아까보다 열기를 더하며 펄펄, 끓기 시작했다.
물이 이유 없이 끓고 있었다.
그야말로 설명 불가능한 초자연적 현상.
“이게 왜…?”
“불덩이를 투명화 마법으로 감추고 열기를 집중시킨 것뿐이에요.”
이어진 유한나의 답.
이하린은 유한나의 오른손에 감각을 집중했다.
그러자 감추어진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물이 열기를 더해 끓어오른 이유가 있었다.
이어 유한나가 말했다.
“마법이란 이런 거예요. 알고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면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보일 뿐이죠.”
“방금 하린이, 너는 한나 양이 감춘 불덩이를 순간 인지하지 못했잖아. 그래서 물이 끓어오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던 거고.”
유한나의 뒤로 이시윤이 설명을 이어 갔다.
이번엔 다시 유한나가 입을 열었다.
“제가 불덩이와 물덩이를 소환한 것도 똑같아요. 마땅한 이유가 있지만, 마법사가 아닌 두 분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 것이죠.”
“그래서 ‘갑자기’라는 생각을 한 거고, 초자연적인 현상이라 느낀 것뿐이지.”
“마법은 물리 법칙. 즉, 세계의 법칙을 부정하지 않아요. 단지 이용하고 활용할 뿐이죠.”
유한나가 마지막으로 말을 끝맺으며 소환한 불덩이와 물덩이를 흩어버렸다.
그리고 이시윤과 똑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여 지금.
“그건… 마법이 아니었어요.”
유한나가 믿을 수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다름 아닌 공방에서 보았던 아공간 주머니.
“아공간은 마법의 일종이에요.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마법은 세계의 법칙을 부정하지 않죠.”
“법칙을 재배열할 뿐이야. 불로 물을 끓인다는 현상은 ‘불은 열기를 지니고 있다.’와 ‘물은 100도씨에 끓는다’. 세계가 규정한 법칙을 활용한 결과인 것이지. 그리고 이 법칙은 그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바꿀 수 없어.”
단지 활용할 뿐이다.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하여 불길의 열기를 삭제한다든지.
기압이라는 법칙을 재배열하여 물을 100도씨 미만에서도 끓게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활용할 뿐이었다.
절대로.
결단코.
불은 열기가 아닌 냉기를 지니고 있다.
물은 그 어떠한 경우에서도 끓지 않는다.
이러한 개념으로는 바꿀 수가 없다.
불변하는 우주의 법칙.
법칙 자체를 개변시키는 일은 이 고립된 세계에서 일어날 수가 없다.
“그런데 그건… 그런 법칙을 바꿨어요.”
“바꿔? 방금 절대 불가능하다며?”
“맞아요. 절대 불가능해요. 설령 가능하다 해도 절대 해서는 안 돼요.”
유한나가 진중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세계가 해당 존재를 부정하게 되거든요.”
법칙 자체를 개변시키는 존재를 세계가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너라는 존재는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돼.
해서 세계는 그 존재를 이 우주에서 지워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그것이 가능한 건 오직 하나다.
법칙 너머에 군림하는 존재.
“오직 신(神)만이… 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대체 어떻게….”
유한나와 이시윤이 다시금 실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확실히….
“협회장님은 이해가 되나요?”
“잘 모르겠네만.”
여전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런데 두 천재 마법사가 저러니 원.
고작 아공간 주머니라 치부할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보다 그 사람.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그 순간 유한나가 중얼거렸다.
그 사람?
“그 아공간 주머니를 만든 사람? 아는 사람이었어?”
“아는 사람은 아닌데… 어디서 본 기억이 있네요.”
“그게 무슨 헛소리야?”
진짜 저게 뭔 헛소리란 말인가.
이하린은 유한나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이하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투브…?”
유한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만 해 올 뿐이었다.
바로 그때.
“협회장님!! 협회장니이임!!!”
어디선가 금천규를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웬 사내가 헐레벌떡,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관리국의 직원인 모양.
직원은 세상 다급한 얼굴로 금천규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물으려던 찰나.
“오, 오렐리안께서 지금…!!”
직원의 입에서 충격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 *
서울 외곽에 위치한 호텔.
“치료는 되었습니다만….”
수하의 말에 오주원은 왼쪽 눈에 덧댄 안대를 떼어내었다.
살며시 눈을 떠 보임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한쪽 세상이 어두컴컴한 커튼에 가려진 것만 같았다.
“왼쪽 눈의 시력은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부장님.”
오주원은 거울을 확인했다.
왼쪽 눈에 1자로 새겨진 흉터.
그 때문일까.
왼쪽 눈동자는 온통 흰자위만이 가득해 있었다.
오주원은 손을 들어 왼쪽 눈의 흉터를 쓰다듬었다.
“흉터라….”
판데모니움의 흉터급 간부, 오주원.
붉은 그림자와의 일합에서 흉터 정도의 부상을 입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자.
“되었다. 이 정도면 싸게 먹힌 것이니.”
오주원은 살며시 거울을 내려놓았다.
“백선제는 어떻게 되었지?”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만, 광역 수사대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백선제에게 무언가 이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주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선제와의 싸움으로 잃은 왼쪽 눈.
그러나 오주원도 마냥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백선제에게도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손해와 이득을 따지면 이쪽이 월등히 손해이긴 했지만 말이다.
“당분간 행동을 삼간다. 판데모니움 전체에게 이목을 끄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전해라.”
이번엔 어떻게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왼쪽 눈 하나를 대가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이목을 끌었다간 어찌 될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은 행동을 삼가고 회복에 전념해야 할 때.
오주원은 살며시 눈을 감으며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그런데.
“저…, 그….”
무슨 일인지 수하가 물러나지 않고 서성거렸다.
감은 눈을 떠 바라보자 굉장히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그게 말입니다….”
오주원의 물음에도 수하는 섣불리 답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약간 짜증이 나려던 찰나.
“혹시 마스터 오렐리안이 한국에 방문한 건 아시고 계시는지….”
“알고 있다.”
오주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전체가 떠들썩한 일인데 그걸 모를까.
무엇보다 마스터 오렐리안은 판데모니움이 주시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
그의 장비를 얻을 수 있다면 판데모니움의 전력을 몇 단계나 끌어올릴 수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오렐리안은 자신이 인정한 이에게만 장비를 만들어 주었으니까.
그렇다고 납치를 하자니 그 또한 힘들었다.
그런 세계적인 인사의 경호는 철저했으니까.
설령 납치를 한다고 한들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장비를 만들지도 않을 뿐더러 되려 이목만 끌릴 뿐이다.
여러모로 수지가 맞지 않는 일.
해서 주시만 할 뿐.
딱히 무언가를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 지역의 판데모니움이 마스터 오렐리안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뭐라?”
오주원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떠 보였다.
흰자위만 가득한 왼쪽 눈 또한 같이 크게 뜨여졌다.
“그 과정에서 한채린도 건드린 모양입니다.”
“SH그룹의 한채린을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런 멍청한!”
꽈득!
오주원은 저도 모르게 분노를 터트렸다.
가뜩이나 교단의 피해도 심각한 상황.
지금은 쥐 죽은 듯이 있어도 모자라거늘.
하물며 SH그룹까지 건드렸다?
“건드렸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지?”
“납치…를 한 것 같습니다.”
오주원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분노를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스터 오렐리안은 세계적인 인사다.
그런 오렐리안이 납치되었다.
세계적인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는 건 당연지사다.
그 범인을 찾기 위해 세계적인 인사들이 투입될지도 몰랐다.
오주원이라고 오렐리안의 가치를 모르지 않았다.
허나, 그럼에도 가만히 둔 이유가 있었거늘.
오주원은 가만히 분노를 가라앉혔다.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뒤.
“어떻게.”
오주원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 오렐리안의 경호를 뚫기란 쉽지 않았을 터. 거기에 한채린까지 있었다면 더더욱.”
“그것이….”
수하는 오주원의 눈치를 살피고는 말을 이었다.
“이번 한국행은 오렐리안의 단독적인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프랑스 측에서도 경호 인력을 미처 파견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수하는 상당히 주저하는 눈치로 입을 열었다.
“문태범이 직접 나섰습니다.”
뚝.
오주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문태범.
판데모니움의 파열급 간부.
절단, 골절, 파열, 흉터, 상처.
문태범은 파열급의 간부이자 오주원 이전에 가장 유력한 한국 지부장 후보였다.
다만, 오주원으로 인해 그 자리를 빼앗겼다.
해서 현재는 경기 지역을 관할하는 간부였다.
그런 문태범이 나섰다면 오렐리안의 납치는 충분히 가능했다.
한채린이 더해져도 문태범에겐 안 되었으니 말이다.
“……”
오주원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문태범은 파열급 간부이자 뛰어난 마법사다.
한마디로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라는 뜻이다.
당연하게도 지금 판데모니움의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행동을 삼가고, 쥐 죽은 듯이 지내야 함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독단적으로 행동에 나섰다는 것.
“이번 기회에 나를 축출하겠다는 건가.”
판데모니움 내부에서도 파벌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리고 오주원은 지부장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판데모니움 내부에는 오주원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문태범.
본래 자신의 것이었을 지부장 자리를 오주원이 빼앗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에는 그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주원에게 복종하며 그 명령을 따랐다.
하지만 지금.
정확히는 백선제에게 왼쪽 눈을 잃은 지금.
“확실히 우습게 보인 모양이군.”
판데모니움은 세계적인 범죄 단체.
인간이 아닌 짐승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약육강식의 세계.
이곳에서 약하면 잡아먹힐 뿐이다.
오주원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검지손가락을 탁탁, 두들기며 현 상황을 직시했다.
바로 그때.
“저 그런데….”
수하가 다시금 말을 걸어 왔다.
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오주원은 가만히 수하를 바라봤다.
그리고 들려온 답.
“마스터 오렐리안과 맹시우가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오주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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