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120)
119화.
‘채린아, 이제부터는 혼자 지내야 해.’
어린 채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혼자 살아야 한다니?
채린은 혼자가 아니었다.
엄마와 아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
그런데 왜일까.
오늘은 엄마와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가신 거지.
채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금방 엄마와 아빠를 찾을 수 있었다.
국화꽃 위에 놓여있는 사진.
사진 속, 엄마와 아빠는 채린을 향해 활짝 웃고 있었다.
사진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 갔다.
엄마와 아빠 사진 앞에서 절을 하고 갔다.
‘엄마와 아빠는 아주 먼 곳으로 갔어. 돌아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대.’
먼 곳?
얼마나 먼 곳이지?
어린 채린은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
엄마와 아빠는 정말로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정말로 슬펐지만….
그래도 울지 않았다.
씩씩하게 있어야 엄마 아빠가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채린은 울지 않고 엄마 아빠를 기다렸다.
그래도 외롭지는 않았다.
엄마 아빠는 없었지만 다른 가족들이 있었으니까.
유모 아주머니도 있었고.
민재 아저씨도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민재 아저씨가 유모 아주머니에게 소리쳤다.
왜인지 민재 아저씨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반찬을 남겨도 혼내지 않는 민재 아저씨.
대체 무슨 일인 걸까.
어린 채린은 숨어서 그 장면을 지켜봤다.
‘아가씨는 네 손으로 키운 아이잖아! 그런데… 그런데 그깟 돈 따위에 아가씨를 죽이려 해?’
어린 채린은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했다.
그냥 모두가 사이좋게 지냈으면.
‘누가 시켰어. 한관국? 한재민? 누구야!’
다음 날.
유모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고 했다.
내가 너무 힘들게 한 것일까.
내가 너무 응석을 부린 것일까.
민재 아저씨는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어린 채린은 모든 게 자신의 탓으로만 여겨졌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응석 부리지 않기로 했다.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날부터 채린은 힘들어도 투덜거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혼자서 해내려 애썼다.
정말 힘들었지만….
응석 부리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떠나지 않을 테니까.
뭐든지 씩씩하게 해내야만 엄마 아빠가 돌아올 테니까.
그런 채린에게 한 가지 설레는 일이 있었다.
만두.
채린은 만두를 먹을 때가 제일 좋았다.
그리고 오늘은 주방 아주머니가 만두를 해 준다고 했었다.
채린은 들뜬 마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커헉…! 컥!’
주방 아주머니가 목을 움켜쥐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채린을 바라보는 두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아주머니가 게거품을 물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바닥으로 쓰러진 아주머니가 경련이라도 인 것처럼 파들파들, 거렸다.
그런 아주머니의 입가에는 만두 부스러기가 묻어 있었다.
주방 아주머니는 그렇게 채린이 곁에서 떠났다.
경찰 아저씨가 독살이라고 했다.
채린은 독살이 무엇인지는 잘 몰랐다.
그러나 채린이 먹을 만두에 누가 독을 탔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방 아주머니가 맛을 본다고 먹었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결국 나 때문이었다.
나 때문에 주방 아주머니가 죽었다.
나랑 같이 있으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모양이다.
엄마 아빠도.
유모 아주머니도.
주방 아주머니도.
모두 채린이의 곁을 떠나갔다.
‘오늘부터는 이 할애비와 지내자꾸나.’
할아버지가 찾아와 같이 살자고 했다.
할아버지는 무서웠지만… 그러겠다고 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당시 채린의 나이 6살 때의 일이었다.
* * *
“재벌가라고 마냥 좋은 건 아니었네.”
문태범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
판데모니움의 파열급 간부, 문태범.
“이 정도면 우리 판데모니움과 다를 바가 없는데?”
지금 엿 본 한채린의 기억.
정말이지 판데모니움이 하는 짓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트라우마를 자극하기가 편하긴 하다만.”
초점 없는 한채린의 두 눈.
묶여있는 한채린은 영혼 빠진 인형처럼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생각보다 잘 버티네.”
문태범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문태범의 개성, 정신지배(S).
대상의 정신을 지배하는 능력.
문태범의 정신지배는 재능 따위로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인한 정신력.
재능과는 별개로 강인한 정신력만이 정신지배에 저항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신력은 보통 세월의 깊이와 비례한다.
하지만 한채린의 나이 21살.
세기의 천재라고는 하나 문태범의 정신지배를 저항할 수준은 아니었다.
“재능만 뛰어난 게 아닌 모양이네.”
문태범은 순수하게 감탄이 새어 나왔다.
“뭐, 금방 지배당할 것 같긴 하다만.”
그래도 조만간이었다.
이 정도로 버티는 것은 대단했다.
그러나 결국 버티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문태범은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리고.
“아직은 여린 아이네.”
어디선가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꼬장꼬장한 노인이 정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마스터 오렐리안.
오렐리안은 두 눈을 감고 있었다.
“한채린 양은 풀어 주게나.”
오렐리안의 입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렐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한 오렐리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정신지배를 저항한 것도 모자라, 내 정신과 연결 지었다라….”
실로 놀라운 정신력이라 할 수 있었다.
대장장이들은 인내와 열정의 화신.
오렐리안은 그런 대장장이들의 정점에 서 있는 자.
“이건 좀 놀라운데.”
과연이라는 말이 절로 새어 나왔다.
하지만 단지 그 뿐에 불과했다.
정신지배를 저항했지만 딱 그뿐.
결국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저렇게 앉아만 있지 않은가.
문태범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싫다면?”
“그대가 원하는 건 내가 아닌가. 한채린 양은 관련이 없으니 풀어 주게.”
“처음엔 그랬지. 그런데….”
문태범은 다시 시선을 돌려 한채린을 바라봤다.
서서히 정신이 파괴되고 있는 한채린.
“이제는 영감보다 한채린이 더 중요해졌어.”
문태범은 어깨를 한 번 으쓱여 보였다.
“설마 돈을 원하는 거였나?”
“돈? 우리 판데모니움이 돈 따위에 연연할 것 같아?”
“그렇다면 왜…?”
“영감은 몰라도 돼.”
문태범은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등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사무장님!! 문태범 사무장님!!
수하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경기 지역의 판데모니움을 관할하는 문태범.
지부장 아랫급으로 사무장에 역임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싶은 물음이 드는 것도 잠시.
“시찰국의 가더들이 현재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문태범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이 안 되었으니까.
현재 이곳의 위치는 절대 알 수가 없었다.
목격자들을 정신지배 하여 흔적을 완벽히 지웠다.
텔레포트 마법도 마력 구조를 꼬아 추적을 불가하게 만들었다.
그 누구도 이곳을 추적할 수 없다.
하물며 이렇게 빨리 말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아무래도 오주원이… 정보를 흘린 것 같습니다.”
“오주원 이 새끼가!”
까드득!
문태범은 이를 부서져라 깨물었다.
같은 판데모니움의 뒤통수를 쳐?
문태범은 치미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차분히 냉정을 유지했다.
솔직히 문태범이 할 말은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시찰국의 가더들이 오고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이라면 백선제는 오지 않는다.
얼마 전, 백선제와 오주원과의 격돌.
그 전투에서 백선제는 심한 부상을 입었다.
그러니 백선제는 오지 않는다.
백선제는 올 수가 없다.
그러면 딱히 두려울 것은 없다.
하지만.
“S급 헌터들도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
문태범의 표정이 기이하게 뒤틀렸다.
“한국에 없는 권필쌍과 이예준을 제외하고 관리국장과 다른 3명의 S급 헌터가….”
“이런 젠장!”
이러면 전혀 가능성이 없었다.
S급 헌터라면 문태범도 쉬이 상대하기 힘들다.
하물며 4명이나 온다?
그 중에는 유한나와 이시윤도 있다는 뜻.
마법사에게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같은 마법사다.
도망쳐야 한다.
이건 생각할 건덕지도 없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열어라! 지금 당장!”
그나마 다행이라면 미리 알았다는 점이었다.
도망칠 시간 정도는 있었다.
“아, 알겠습니다!”
수하가 헐레벌떡 뛰어나갔다.
문태범은 다시 등을 돌렸다.
바로 그때.
꽈꽈꽈꽈꽝!!!
공간 전체가 무너지는 듯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쿠르르르릉…!!
위쪽의 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윽고 와르르!!
천장이 폭삭, 무너져 내리며 자욱한 먼지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잔해 속.
한 사내가 먼지 안개를 헤치며 걸어 나왔다.
어딘가 맹한 분위기의 사내.
또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렇다는 건 S급 헌터는 아니라는 뜻이다.
시찰국의 가더인가?
문태범은 차분히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런데 보이지 않았다.
저 사내 말고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별다른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크르르르─!!
웬 개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문태범은 다시 시선을 돌려 사내에게 물었다.
“혼자인가?”
“여자 친구가 없긴 해.”
시덥지도 않은 답이 들려왔다.
그것도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문태범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꺼져라.”
문태범은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키이잉─!!
붉은 마력이 문태범의 오른손에 휘감기며 빛을 발했다.
이윽고 문태범이 손을 휘젓자.
파바바박!
드리운 붉은 마력이 송곳의 형태로 쏘아져 나갔다.
수 천의 마력 송곳들이 전방위를 뒤덮었다.
그리고.
사내는 피하지 않았다.
쏘아지는 마력 송곳들을 마주하며 몸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투욱.
주먹을 내지를 뿐이었다.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
끔찍한 힘의 마력이 공간 전체를 휩쓸었다.
쏘아진 마력의 송곳들이 휩쓸려 사라졌다.
공간 전체를 휩쓸어 버린 저 힘 앞에 소멸되어 사라져 갔다.
“이 무슨···!”
문태범의 얼굴에 뚜렷한 당황이 새겨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두 눈으로 본 현실이다.
그런데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인간의… 힘이라고?”
정녕 인간의 힘이 맞나 싶었다.
그 과정에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
특출난 장비도 없었고, 별다른 능력도 없었다.
그것도 고작 주먹을 휘두를 뿐이었다.
오로지 힘(力).
순수한 힘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단순한 힘의 결과라는 것이다.
방금 그 말도 안 되는 현상은.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고?”
문태범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문태범은 마법사다.
현상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마법사.
비록 범죄의 길을 걸었으나 문태범은 뛰어난 마법사다.
이 세상의 진리를 탐하는 자.
오직 신(神)만이 알고 있는 진리.
그 진리를 인간 이성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려는 자.
그렇기에 확언할 수 있었다.
“불가능… 한 일이다.”
그건 불가능하다.
인간으로서 갖는 뚜렷한 한계는 있다.
그런데 방금 그 힘은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했다.
난폭하고 무자비한 폭력.
공간 자체를 휩쓸어버리는 저 끔찍한 힘을 어찌 인간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문태범은 순간 죽음이라는 생각을 떠 올리고 말았다.
그렇기에 믿을 수 없다.
아니, 믿기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 그 아득한 힘이 느껴진다.
저 맹한 분위기의 사내의 전신에서 형용할 수 없는 힘이 폭사한다.
그리고.
“더… 강한 힘이라고?”
전보다 더 강한 힘이었다.
방금 전의 힘도 아득하거늘.
지금 느껴지는 힘은, 가히 초월(超越)적이다.
“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태범의 두 눈이 경악으로 떠진다.
그와 동시에 불안함이 짙어져 간다.
그것은 불길하고도, 아주 기분 나쁜 예감으로 변질되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실로 아주 불길한 예감으로.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2식(第 二式).
괴력천멸권(怪力天滅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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