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144)
143화.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비쳐 보이는 풍경.
한민아는 그 풍경을 가로지르며 성큼, 한태산 앞으로 걸어갔다.
“회장님 앞이다. 언성을 높이는 건 자중해라.”
그 순간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장 한태산의 장남, 한관국.
한민아의 맏오빠 되는 이였다.
그런 한관국의 옆에는 한재민과 한정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4남 1녀의 한씨 일가.
한재민과 한정진은 각각 2남과 3남 되는 이들이었다.
“여긴 가족회의가 아니라 임원진 회의야.”
“민아야, 네가 막내라고는 하지만 어리광 부릴 나이는 아니지 않냐.”
한재민과 한정진이 비아냥거리듯 말해 왔다.
한민아는 그 둘의 비아냥에 잠시나마 흥분을 가라앉혔다.
잠깐의 정적.
“앉거라.”
회장, 한태산의 말에 한민아는 그때서야 빈자리로 가 자리했다.
한태산을 필두로 한관국, 한재민, 한정진, 한민아.
이 자리에는 SH그룹을 이끌어 가는 오너 일가가 모두 모여 있었다.
본래라면 이 자리에 한 명 더 앉아 있어야 했다.
한채린의 아버지, 한도준.
그러나 그는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 버렸다.
“들었다시피 마오타오에서 계약을 불발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회장, 한태산이 입을 열었다.
한민아는 그 말을 낚아채듯 바로 물었다.
“이유가 뭐죠?”
“SH헌터 길드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더군.”
“지금 그걸 믿으라는 건가요?”
한민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론 사업을 하다 보면 여러 소란들이 있기 마련이다.
계약이 불발되는 경우 역시 다반사다.
그 이유 또한 제각각이었다.
갑자기 자금 운용이 어렵다던가.
어쩌면 테러를 당한다든가.
하물며 기업 대표의 맹장이 터진다든가.
정말로 별 시덥지도 않은 이유로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 자리에 있다보면 정말 별의별을 다 겪어본다.
하지만.
“무려 11조짜리의 규모에요. 이걸 하루아침에 불발시킨다고요? 그것도 단순히 신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요? 그럼 애초에 계약 자체를 진행하지 말았어야죠.”
이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11조짜리 계약을 이런 식으로 불발시키는 건 아니었다.
이건 너무도 부자연스러웠다.
이에 한관국이 말해 왔다.
“저쪽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겠지.”
웃기는 소리였다.
아니, 코웃음도 새어 나오지 않는 말이었다.
“그 나름의 사정이라는 게, 채린이의 입지가 강해져서 견제하는 건 아니고?”
“뭐라고?”
한민아의 말에 한관국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그러나 한민아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말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채린이의 입지는 더 확고해 지겠지. 그러면 채린이가 가진 지분을 빼앗을 수가 없으니 손을 써 둔 거 아니야?”
“억측이 과하다. 이번 계약은 SH그룹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설마하니 내가 조카 지분을 빼앗자고 SH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거라 생각하는 거냐. ”
“내가 SH건설을 담당하자마자 맡은 첫 시공, 기억 안 나? 그때 부실 공사로 SH건설이 받은 피해가 얼마였는지? 그런데 알고 보니 누군가 재료를 바꿔치기했다지?”
“억측이라고 하지 않았냐. 관련한 증거도 없이 몰아세우는 거냐?”
물론 관련한 증거는 없었다.
한관국은 교활하기 짝이 없어서 증거란 일절 남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한민아는 모르지 않았다.
“싸울거면 나랑 싸워. 아무것도 모르는 애 건드리지 말고. 왜? 나랑은 싸우기가 겁나?”
“한민아!”
한관국이 끝내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한민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회장님 앞이라고 언성을 높이지 말라며?”
한관국이 이를 까득, 씹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풀며 한태산에게 고개를 숙였다.
“추태를 보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한태산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방관.
한태산은 언제나 저런 식이었다.
형제들 간의 싸움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그 철학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민아는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회장님도… 아니, 아버지.”
한민아는 표정을 바꾸며 한태산에게 말했다.
“아버지도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채린이는 아버지 손녀예요. 사업의 도구가 아니라고요.”
“단 한 번도 채린이를 사업의 도구라 생각한 적 없다.”
한태산이 나지막히 답을 해 보였다.
그리고 알고는 있었다.
저 말이 마냥 거짓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한태산은 진심으로 채린이를 손녀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한민아는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여겼다.
적어도 한민아가 느끼기엔 그러했다.
그러나.
“우리 SH그룹은 한국 제 1의 기업이다.”
한태산은 그렇게 고했다.
당당히 제 1의 기업이라 말하는 포부.
그러나 그건 결코 오만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었다.
“한국의 정계와 재계는 우리 SH그룹을 위주로 움직인다. 우리들의 발언 하나와 행동 하나가 대한민국 전체에 영향을 준다.”
SH그룹이 흔들리면 한국 전체가 흔들린다.
SH그룹이 무너지면 한국 전체가 무너진다.
더하여 SH그룹이 책임지고 있는 수십 만의 직원들.
“너희들의 무능한 선택은 곧 힘없고 죄 없는 사람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경영진의 무능은 곧 죄다.
자신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무능을 용납할 수는 없다.
SH그룹의 경영진이라면 응당 그에 따른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
그렇기에 채린이를 마냥 손녀로서 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룹을 이끌어 가다 보면 이보다 더한 시련과 고난들이 있을 것이다.”
한태산이라고 형제들 간의 경영 싸움을 모르는 건 아니다.
알고 방관하는 것이다.
한태산은 나이가 많이 들었다.
몇 년이 지나면 경영에 손을 떼야 할 나이였다.
SH그룹의 미래는 여기, 자신의 자식들이 이어 갈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전쟁을 해 가야 할 것이다.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은 원수가 되는.
그야말로 전쟁.
지금 하는 형제들 간의 경영 싸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태산은 그 모든 것을 이겨 내며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다.
그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채린이는….”
“내 손녀다. 하지만 민아. 너도 내 딸이다. 여기 관국이와 재민이 그리고 정진이도 내 아들이다.”
한태산에겐 다 똑같은 자식들이고 핏줄이었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 하나 편을 들어줄 수가 없는 것이다.
SH그룹의 회장으로서도.
한태산이라는 아버지로서도.
한태산이라고 채린이에게 가혹한 운명이 주어진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태산은 그 또한 재벌가의 핏줄이 가져야 하는 숙명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이겨 내야 하는 시련이라 여길 뿐이었다.
“……”
한민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관국은 침묵했고.
한재민과 한정진은 자그마한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
“며칠 뒤, 마오타오의 실무진들이 한국으로 올 것이다.”
한태산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민아를 비롯한 모두가 놀란 눈을 떠 보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실무진이라 하심은…?”
“장 웨이.”
짤막한 한태산의 답.
“……!”
“……!”
“……!”
그러나 그 파급력은 짤막하지 않았다.
장 웨이(Jiang Wei).
마오타오 기업의 2인자이자 S급 헌터.
보다 정확히는 S급 헌터를 넘어서는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인류를 구원한 13인의 영웅, 융 위란.
장 웨이는 융 위란의 직속 제자였으니 말이다.
이건 보통 거물이 아니었다.
아니, 거물이란 말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가 없었다.
마스터 오렐리안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인물.
그런 이가 한국에 온다?
“그게 무슨….”
한민아의 놀란 눈은 더욱 크게 떠질 뿐이었다.
한태산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한민아는 현 상황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그 이후는 채린이의 역량이다.
한민아는 놀란 눈을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회장님. 채린이는 아직 어려요. 경영에 대해서 배울 것이 많은 아이예요.”
세기의 천재이니 뭐니 해도 고작해야 21살짜리 여자애다.
세상 경험이라는 걸 이제 막 시작한 성인이다.
하물며 경영이라는 것을 이제 막 시작한 초짜였다.
그런 아이가 장 웨이를 상대로 협상을 한다?
어느 쪽이든 채린이가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결코 아니었다.
이건 말로만 기회가 한 번 주어졌다 뿐.
실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기회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리들 알고 나가 보거라.”
한태산은 요지부동이었다.
* * *
파바바박!
시우의 주먹이 허공을 마구잡이로 두들겼다.
꽈앙! 꽈앙!
충격에 공기가 비산하며 앞선 풍경을 박살 내 버렸다.
후웅!
시우의 몸이 반 바퀴 회전하며 다리가 박살 난 풍경을 휩쓸었다.
회축.
콰아아아앙!
박살 난 풍경들의 잔해가 휩쓸려 사라져 갔다.
충격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그 어떠한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이질감이 없었다.
시우의 동작들은 마치 물이 흐르듯.
처음부터 그러한 것이라는 듯.
하나의 흐름처럼 자연스레 동작들이 이어졌다.
“후우…!”
시우는 차분히 호흡을 갈무리했다.
회축으로 떠 있는 다리를 가볍게 내려 땅에 내디뎠다.
그리고 바로 그때.
[뭐야….]스마트폰 너머로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라클레스는 멍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게 떠진 두 눈은 뚜렷한 놀람의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해?]아니나 다를까 헤라클레스가 놀란 어투로 말해 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그런가요? 음… 전 잘 모르겠는데요.”
[이 차이를 못 느낀다고? 딱 봐도 수준 자체가 달라졌잖아.]그런가?
시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몸이 조금 가벼운 거 말고는 딱히…?”
그런데 아무리 봐도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다.
[얼마 전만 해도 재능의 한계에 빌빌대던 애가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하지만 헤라클레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헤라클레스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확실하게 달라지긴 한 모양인듯 싶었다.
그리고 시우는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증폭 각인의 효과.
현재 시우는 증폭 각인 효과를 받아 배우고 있는 모든 숙련도가 10%가 확, 올랐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28.54%>당연하게도 신투술 또한 숙련도가 10%가 상승했다.
아마 이 때문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시우가 별 다른 체감을 느끼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다.
[성장 속도만 보면 천재가 따로 없는데, 알맹이를 까 보면 둔재도 이런 둔재가 따로 없네.]시우의 재능이 그 성장 체감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
10% 성장한 숙련도를 시우의 재능이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기이함을 넘어 괴리감마저 형성하는 상황이었다.
그 때문일까.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보이는 헤라클레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그야말로 세상 어이가 죄다 출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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