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148)
147화.
한민아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싶었다.
“장 웨이님께서 알고 계신 태극은 저의 가문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우가 내뱉은 저 말.
중국인들은 체면을 목숨보다 중요시 여긴다.
의형제와 같은 인연.
스승과 제자 간의 의례.
중국 사람들은 체면으로 이어진 인연들을 혈연보다 더 중요시 여긴다.
꽌시 문화 또한 이러한 체면을 지키려다 보니 탄생한 문화였다.
그렇기에 중국인들을 대함에 있어 철칙이 있다.
결단코 그들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문파는 그런 체면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었다.
스승은 부모와 다를 바 없는 하늘이요.
자신이 속한 문파는 본인의 근간을 둔 뿌리라.
중국 무인들에게 문파는 자신의 정체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시우가 한 말.
저건 체면을 깎는 정도가 아니었다.
장 웨이를 모욕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더 나아가 장 웨이라는 사람.
또 그와 연관된 모든 이들.
그들 전부를 모조리 부정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조금 솔직히 말하면….
시우가 미친 건가 싶었다.
해서 한민아는 당장이라도 나서고 싶었다.
보다 정확히는 시우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음에.
애먹은 마음만 삭힐 뿐이었다.
“뭐라?”
아니나 다를까 장 웨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일그러졌다.
그 이후로 시우와 장 웨이가 뭐라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한민아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뭐라는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딱히 의미도 없는 대화일 터였다.
결국.
모든 것이 끝이었다.
이렇게 마오타오와의 계약은 물 건너갔다.
아니, 물 건너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틀어졌다 볼 수 있었다.
마오타오는 SH그룹을 쳐다보지도 않을 터였다.
은원 관계는 확실한 이들이었으니까.
그로써 앞으로 SH그룹이 중국으로 진출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에 대해 채린이에게 책임을 묻겠지.
그럼 채린이는 결국─.
콰당탕!
갑자기 회의실에 큰 소란이 일었다.
바라본 그곳.
장 웨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있었다.
방금 전의 큰 소리는 의자가 뒤로 넘어지면서 난 소리인 것 같았다.
장 웨이는 왜인지 경악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릅, 떠진 두 눈은 시우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
장 웨이가 정말 믿을 수 없다는 어투로 중얼거렸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
장 웨이가 시우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네게 논검이 아닌 정식 비무를 신청한다.”
한민아는 두 눈을 크게 떠 보였다.
물론 한민아는 헌터 업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장 웨이가 누군지 모르지 않았다.
장 웨이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지 않았다.
하여, 그런 장 웨이와 비무를 한다는 것.
그것도 저런 살벌한 기세를 풍기는 장 웨이와 비무를 한다는 것.
“이건 용납할 수 없어요.”
한민아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한민아는 방관하던 자세를 풀며 한 발 나서 보였다.
그런데 웬걸.
“괜찮습니다, 고모님.”
그런 한민아를 시우가 막아 왔다.
이윽고 시우가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툭.
“이 건물 지하에 연무장이 있으니, 바로 가시죠.”
장 웨이에게 말할 뿐이었다.
* * *
SH헌터 길드 최하층에 위치한 연무장.
연무장 중앙에는 시우와 장 웨이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한민아는 그런 둘을 바라보다 한숨을 푹.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말려야만 했다.
시우가 괜찮다 말하긴 했다만 그럼에도 나서서 뜯어 말려야 했다.
그런데 웬걸.
“채린이, 너까지 그러면 어쩌자는 거야.”
어째 말리는 사람은 한민아 본인뿐이었다.
심지어 채린은 걱정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넌 걱정도 안 되니?”
한민아가 묻자 채린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치 ‘걱정이요?’ 라고 말하는 듯한─.
“걱정이요?”
아니나 다를까였다.
한민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채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장 웨이를 걱정해야 하는 건가요?”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시우지. 장 웨이를 왜 걱정하니?”
그러자 채린의 고개가 다시금 반대쪽으로 기울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시우를 왜 걱정하죠?’라고 말하는 듯한─.
“왜 시우 씨를 걱정하시죠?”
“……”
한민아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정확히는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채린이 아무리 감정 표현이 서툴다고는 하다만.
“네 남자 친구가 걱정도 안 돼?”
“……?”
채린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오려던 찰나.
“진검 비무이니만큼 저도 장비를 착용하겠습니다.”
연무장 중앙.
시우가 작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 * *
장 웨이는 차분한 시선으로 시우를 살폈다.
어딘가 맹한 분위기.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별 볼 일 없는 사내였다.
그러나 장 웨이는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기세에도 전혀 억눌리지 않는다라….’
살기(殺氣)를 섞어 압박하고 있음에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물론 기세만으로 내상을 입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의기상인(意氣傷人)의 경지.
그건 장 웨이의 스승인 융 위란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최소한의 압박은 느껴야만 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힘들어 하는 척이라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시우는 별다른 기색조차 보이질 않았다.
‘평범한 놈은 아니군.’
장 웨이는 시우의 수준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네 것이 아닌 힘이지 않느냐.’
시우라는 존재만은 인정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가 사용하는 힘, 태극(太極).
태극(太極)은 무당의 독문무공이다.
아주 오래 전.
진인(眞人), 장삼봉께서 무당을 창시한 이래.
그 명맥을 지금까지 이어 온 유구한 힘이다.
그렇기에 그 힘을 탐하는 자는 굉장히 많았다.
무당의 태극을 훔쳐 배워 달아나는 치들이 말이다.
그리고 지금.
‘말로는 맹 사조의 후예라 하였지만….’
중국의 모든 문파들이 뿌리를 두고 있는 유교.
중국에 존재하는 문파들은 모두 각기 다른 사상들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결국 그 근원은 유교에 기인했다.
따라서 정말 시우가 맹자의 후예라면 태극(太極)을 사용하는 것이 얼추 설명이 되었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이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믿는 게 바보였다.
유교의 명맥은 오래 전에 끊겼으니까.
물론 유교의 명맥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더럿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곁가지에 불과했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사이비.
공자와 맹자.
근원적인 뿌리로부터 이어지는 명맥은 오래 전에 끊겨 사라졌다.
그런데 그 명맥이 중국도 아닌 한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말도 안 되는.’
그러니 결론은 하나였다.
‘어디서 훔쳐 배운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시우는 태극(太極)의 힘을 훔쳐 배우고 있다.
이는 한 문파를 책임지는 장문인으로서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
장 웨이는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날카로운 쇠음이 울려 퍼지며 팽팽한 긴장감이 내려 앉았다.
시우 또한 어느덧 권갑을 착용한 채 자리에 서 있었다.
권갑은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그러나 장 웨이는 개의치 않았다.
“선공을 양보하겠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다.
허나, 무인(武人)의 대화에 있어 언어는 중요하지 않다.
문답무용(問答無用).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나지막한 시우의 읊조림과 동시에.
번쩍!
시우의 신형이 터져 나온 빛무리와 함께 사라졌다.
감각으로도 쉬이 좇을 수 없는 극쾌.
“……!”
장 웨이는 순수하게 놀라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장 웨이는 차분히 검을 움켜잡았다.
감각을 날카롭게 벼리며, 가진 바 내공을 크게 부풀렸다.
콰아아아아─!!
청록색의 폭풍이 일었다.
장 웨이는 폭풍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오연히 그리고 홀연히.
장 웨이는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단 한 번의 참(斬).
그리고.
꽈꽈꽈꽈꽈꽈꽝─!!
공간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맹렬한 폭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친다.
연무장의 지면이 뒤흔들리며 폭사하며, 사물이 무조건적으로 박살이 나며 흩어졌다.
그리고.
“쿨럭!”
쏟아지는 핏물과 함께, 장 웨이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 * *
정적이
내려 앉았다.
아니, 이걸 정적이라 할 수 있을까.
“……!!!”
“……!!!”
“……!!!”
소리 없는 경악.
그 누구 하나 예외가 없었다.
비무를 지켜보던 모두가 입을 쩌억, 벌렸다.
찢어져라 떠진 두 눈은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쿨럭!”
피를 토하며 휘청거리는 장 웨이.
장 웨이의 입가는 붉은 피로 번져 있었다.
저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자, 장문인께서….”
“내상을 입으셨다고…?”
내상.
이는 곧 밀렸다는 뜻이나 다름 없었다.
힘과 힘.
내공과 내공.
그 어떤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밀렸다는 뜻이었다.
“이게 무, 무슨….”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사람들의 경악과 충격은 계속해서 더해져만 갔다.
그리고 장 웨이 역시 경악 어린 심정이었다.
“이 무슨… 쿨럭!”
입가로 계속해서 쏟아지는 핏물.
장 웨이는 황급히 몸 상태를 살폈다.
내공의 흐름이… 상당수 틀어져 있다.
기맥이 뒤틀려 내공이 마구잡이로 날뛰고 있었다.
자칫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는 위기였다.
당장이라도 운기조식을 해야 했다.
그러나 장 웨이는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방금 그 힘은….”
방금 전, 장 웨이가 느낀 힘.
그건 분명한 태극(太極)의 힘이었다.
물론 시우가 태극의 힘을 사용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훔쳐 배운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훔쳐 배운 것은 결단코 진짜를 이길 수 없는 법.
헌데 지금.
“내가 밀렸다…?”
장 웨이의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왔다.
경악과 충격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번쩍!
다시 한번 터져 나오는 섬광.
장 웨이는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앙!
크나큰 폭발과 동시에 밀려 난 장 웨이의 몸이 11자를 그려 내었다.
“크윽…!”
검 끝으로 느껴진 충격에 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너덜거리는 손아귀에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태극(太極)의 힘으로 받아 낸 것이, 이 정도다.
“말도 안 되는…!”
장 웨이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장 웨이가 사용하는 태극검(太極劍).
그 모든 초식은 원(圓)으로써 아우르는 것이었다.
상대의 흐름을 읽으며 상대와 나를 연결한다.
그리하여 상대의 힘에 맞추어 나 자신을 변화시킨다.
순응과 조화.
태극(太極)의 묘리 앞에서 그 어떤 힘도 흩어져 사라질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쿨럭!”
태극의 묘리가 통하질 않았다.
아니, 통하지 않는다는 개념이 아니었다.
‘나의 태극이 동화되었다?’
역으로 순응한 것이다.
장 웨이의 태극이 시우의 태극에 흡수되어 순응했다.
그 말은 즉.
시우가 가진 태극의 깊이가 더 깊다는 뜻이다.
보다 태극의 근원에 가깝다는 뜻이다.
장 웨이가, 시우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말도 안 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장 웨이는 무당파의 문주.
현 시대의 무당을 이끌어 가는 장문인이다.
태극(太極)의 뿌리가 바로 여기거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아아아아─!
마음이 불처럼 들끓는다.
들끓는 마음이 정신을 담는 그릇을 뜨겁게 달군다.
그리하여 생각이 들끓었다.
사고의 흐름이 들끓는다.
정신을 담는 그릇이 통째로 끓어오른다.
콰콰콰콰콰콰─!
장 웨이의 내공이 크게 솟구쳐 올랐다.
청록색으로 휘몰아치던 폭풍이 붉은색으로 일제히 타올랐다.
사방으로 폭사하는 실로 불길한 기운.
“주화입마!”
누군가 그렇게 소리쳤다.
“말려! 말려야 해!”
“정신 차리십시오! 장문인!”
장 웨이의 수행원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콰아아아아아─!!
“다, 다가갈 수가…!”
“이런 젠장!”
휘몰아치는 폭풍에 밀려날 뿐이었다.
콰콰콰콰콰쾅!!
붉은 폭풍은 점점 더 기세를 더하며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시켰다.
실로 경이적인 힘에 그 누구도 다가설 수가 없었다.
오직 하나.
번쩍!
새하얀 섬광만이, 폭풍의 중심으로 쇄도해 갈 뿐이었다.
* * *
폭사하는 붉은 마력의 폭풍.
“크윽!”
시우는 살갗을 저리는 통증에 침음이 새어 나왔다.
주화입마에 빠진 장 웨이.
그리하여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마력의 폭풍.
‘위험해.’
너무 위험했다.
이대로 두었다간 시우는 물론 장 웨이 본인.
더 나아가 여기 모인 사람들 모두가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기에 시우는 굉장히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고 번쩍!
새하얀 빛이 터졌다.
터져 나온 빛은 다시금 강한 빛을 머금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온 세상의 빛이 새하얗게 물든다.
그리하여 펼쳐진 백색의 공간.
그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공간과도 같았다.
이 공간에서 붉은 폭풍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스러져 소멸할 뿐이었다.
모든 것이 소멸하는 무(無)의 공간 속.
그 안으로 우주 안에 있는 온갖 것들의 실체가 쏟아져 내린다.
해, 달, 비, 바람, 안개, 눈.
봄, 여름, 가을, 겨울.
강, 산, 돌, 나무, 풀, 짐승, 사람.
우주에 존재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
허공법계의 만휘군상(萬彙群象).
그 앞에는 시작도, 끝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온 바 또한 궁구할 수가 없다.
태극(太極)은 곧 무극(武極)이라.
시우의 몸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쩌저적─!
폭풍이 찢어진다.
공간 전체를 박살 내는 힘의 파동.
오리할콘 권갑이 다시 한번 그 힘을 증폭시킨다.
사출된 힘이 온 세상을 뒤덮는다.
붉은 폭풍은 그에 대항하여 더욱더 힘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
콰아아아아아아─!!
시우의 주먹은, 이미 끝까지 뻗어 있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2식(第 二式).
태극(太極) – 괴력천멸권(怪力天滅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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