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149)
148화.
모든 것이 소멸하는 무(無)의 공간.
드리운 공간에는 그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 맙소사!”
“이게… 이게 어떻게…!”
오로지 경악의 외침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바람이 불고.
시야가 열린다.
장 웨이는 헉, 하는 들숨과 함께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내, 내가 방금 무슨….”
아윽!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왔다.
아찔한 통증에 균형을 잃고 몸이 기울어졌다.
장 웨이는 황급히 검을 바닥에 꽂으며 중심을 잡았다.
“자, 장문인!”
“괜찮으십니까!”
수행원들이 황급히 장 웨이에게 다가왔다.
장 웨이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수행원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장문인께서 주화입마에… 빠지셨습니다.”
주화입마(走火入魔).
심마(心魔)와 같은 큰 동요가 있을 때 몸 안의 내공을 통제하지 못하는 현상.
그로써 내공이 역류하거나 폭주하는 현상을 일컬었다.
자고로 무인(武人)이라면 극히 경계해야 하는 일이었다.
주화입마는 강력한 힘이 몸 안에서 폭주하며 날뛰는 것.
그렇기에 몸이 망가지는 건 기본이었다.
나아가 단전에 이상이 생기거나.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헌데 지금.
“어째서… 내가 무사한 거지?”
장 웨이는 아무런 부작용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전신으로 느껴지는 탈력감은 있었다.
그런데 단지 그 뿐이었다.
기맥이 끊어진다거나.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
하물며 단전의 내공이 날뛰는 일도 없었다.
도무지 주화입마에 빠진 상태라 볼 수 없었다.
“그것이….”
장 웨이의 물음에 수행원 중 하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우라는 자가 장문인의 내공을 통제했습니다.”
“…뭐라?”
장 웨이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떠 보였다.
얼굴 위로 드러나는 뚜렷한 놀람의 감정.
첫째는 시우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하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의 내공을 통제했다고?”
장 웨이가 가진 내공은 가히 바다와도 같았다.
장 웨이는 어릴 때부터 무당파의 후기지수였다.
13인의 영웅이자 전 무당파의 장문인, 융 위란.
장 웨이는 융 위란의 제자로서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혜택을 누려 왔다.
기를 불어넣어 몸의 탁기를 몰아내는 벌모세수(伐毛洗髓).
온갖 진귀한 영약이란 영약.
장 웨이는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무인(武人)으로서 자라 왔다.
그리하여 지금.
장 웨이는 가히 바다와도 같은 내공을 가지고 있다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었다.
헌데 그런 내공이 주화입마에 걸려 폭주했다.
당연하게도 그건 통제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홍수가 난 강의 물길은 틀어서 흐름을 조절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세상 그 어떤 누구도.
들끓는 바다의 흐름을 조절할 수는 없었다.
장 웨이의 주화입마는 그러한 종류였다.
“그런데 지금 무슨….”
혼란스러운 머릿속.
장 웨이는 몸 안의 상태를 관조했다.
그리고 곧.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한 단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장 웨이는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태극(太極).
폭주한 장 웨이의 내공이 대자연의 이치에 순응한 것이다.
들끓는 바다라 할지라도 결국은 자연의 일부다.
대자연의 앞에서는 광활한 바다 역시 하나의 물길에 지나지 않다.
그렇기에 이건 태극(太極)이 아니었다.
느껴지는 힘은 분명한 태극(太極)이나 그 결을 달리했다.
보다 근원적이고.
보다 뿌리 깊은.
“……”
장 웨이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아윽…!”
한쪽에서 격통 어린 신음이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시우가 몸을 휘청거리고 있었다.
시우의 상태는 영 좋지 못했다.
만신창이가 된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털썩.
시우가 끝내 기절하듯이 바닥에 쓰러졌다.
* * *
한민아는 지금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이는 풍경.
“이, 이게 무슨….”
연무장 전체가 완전히 아작이 나 있었다.
아니, 이걸 ‘아작이 났다’라는 표현으로 말할 수 있을까.
연무장이 찢어졌다.
아니, 아니다.
연무장이 소멸되어 사라졌다.
이 정도 표현은 해야 얼추 들어 맞았다.
하물며 원래는 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여기 SH헌터 길드 사옥 전체가 소멸되어야 정상이었다.
그럼에도 연무장 정도로 끝난 이유는 단순했다.
장 웨이와 시우의 격돌.
그 격돌에서 서로의 힘이 서로를 상쇄시켰기 때문이었다.
아니, 상쇄시킨 것이 맞나?
솔직히 한민아는 알 수가 없었다.
한민아는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
솔직히 뭐가 어떻게 된 싸움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민아는 어느 쪽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건물 전체를 무너뜨릴 끔찍한 힘을 사출한 장 웨이가 대단한 건지.
아니면 그 끔찍한 힘을 막아 낸 시우가 대단한 건지.
“이게… 이게 대체….”
한민아에게는 그저 둘 다 경이로울 뿐이었다.
차마 싸움이라 볼 수 없는 경이로움.
그러나 결국 싸움은 싸움이었다.
승자와 패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지금.
“시우 씨!”
채린이 흑발의 머리를 흩날리며 뛰어나갔다.
시우는 바닥에 쓰러져 움직임이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모습.
보아하니… 기절한 것 같았다.
장 웨이의 끔찍한 힘을 직격으로 받아 냈으니 그럴 수밖에.
반면에 장 웨이는 멀쩡했다.
아니, 멀쩡하지는 않았다.
검을 바닥에 꽂은 채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장 웨이는 뚜렷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
시우의 패배.
결과적으로 시우는 패배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한민아는 그 사실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웠다.
시우의 노력과는 별개로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아니,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장 웨이는 시우에게 분노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마오타오와의 계약은 끝이 났다.
나아가 원한과도 같은 관계가 되었다 할 수 있었다.
그 여파는 글쎄….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몇 개의 계열사를 정리해야 할 수도─.
바로 그때.
장 웨이가 성큼, 시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장 웨이의 몸이 비틀거렸다.
그러나 장 웨이는 꿋꿋이 균형을 잡으며 시우 앞에 서 보였다.
채린은 그런 장 웨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손을 검 손잡이에 가져다 대며 기세를 끌어 올렸다.
언제든.
장 웨이를 향해 검을 휘두르겠다는 의지를 내 보였다.
장 웨이는 그런 한채린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윽고 고개를 살며시 가로 젓더니, 시선을 내려 쓰러진 시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무당파 정일문의 장문인, 장 웨이.”
장 웨이가 갑자기 쓰러진 시우를 향해 포권의 자세를 취해 보였다.
그런 장 웨이를 따라 수행원들 역시 포권을 취해 보였다.
뭐 하는 거지?
싶은 물음도 잠시.
“태사조(太師祖) 님의 후예를 뵙습니다.”
장 웨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시우를 향해 정중한 예를 표했다.
그 뒤를 따라 수행원들 또한 고개를 푹.
“태사조(太師祖) 님의 후예를 뵙습니다.”
“태사조(太師祖) 님의 후예를 뵙습니다.”
“태사조(太師祖) 님의 후예를 뵙습니다.”
모두가 시우를 향해 극도의 예를 표했다.
일순간 내려앉은 적막.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민아는 정말이지.
“에에?”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싶었다.
* * *
SH그룹 사옥.
“지금 마오타오 기업과의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지?”
“장 웨이도 어지간히 성질이 급했나 보군.”
한재민과 한정진이 소파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각각 SH그룹의 2남과 3남이 되는 이들.
“그런데 듣자 하니, 민아도 거기에 있다는데?”
“민아가? 걘 왜 거기에 갔어?”
“보나 마나 우리 조카가 걱정돼서 갔겠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한정진은 비아냥 거리듯 실소를 머금었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앞으로 숙이며 2남, 한재민에게 말했다.
“그럴 게 아니라 형. 이참에 민아, 걔도 한 번 작업 쳐 볼까?”
“민아를? 누가? 네가?”
“뭐, 나 혼자 해도 되고.”
한정진의 답에 한재민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서라. 민아가 우리들 중 막내지만 함부로 건들 만한 애는 아니야. 되려 네가 호되게 당하는 수가 있다.”
“…쳇.”
한정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침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한정진 또한 인정하는 바였으니까.
늦둥이 동생임에도 본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한민아.
그럴 수 있었던 이유에는 한민아의 능력 덕분이었다.
한민아는 모든 것을 능력으로 증명했다.
아무리 동생이라지만 한정진이 어찌할 수 있는 한민아가 아니었다.
“그러니 민아는 내버려 둬. 어차피 채린이 지분을 가져오면 민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알았어.”
한정진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가 쪽.
난초에 물을 주고 있는 한 중년의 사내.
SH그룹의 장남, 한관국에게 물었다.
“그보다 형님.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무얼 말이냐.”
“마오타오 기업 말입니다.”
한관국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난초를 향한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
“내가 하긴 무얼 했겠느냐.”
한관국은 그렇게 답을 해 보일 뿐이었다.
하여간.
정말이지 능글맞은 능구렁이였다.
아니, 능구렁이도 저 정도는 아닐 터.
한정진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벌컥!
“이, 이사님! 큰일 났습니다!”
이사실의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그리고 한정진과 한재민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노크도 없이 벌컥, 들어온 무례를 참을 수가 없었으니까.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너. 어디 소속이야?”
한정진과 한재민이 쏘아붙이듯 사내에게 일갈했다.
“그만.”
하지만 한관국의 말에 잠시 뒤로 물러났다.
한관국은 허겁지겁 들어온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그것이….”
사내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방금 전 기세에 위축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조금은 답답해지려던 찰나.
“마오타오와 SH헌터 길드와의 계약이 체, 체결되었다고 합니다!”
사내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새어 나왔다.
순간 내려앉는 정적.
“무, 무슨…?”
“다시. 다시 말해 봐.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한재민과 한정진이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마오타오와 SH헌터 길드의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예, 예!”
“그게 뭔….”
“장 웨이가 계약을 불발 시키려고 일찍 찾아간 거 아니었어? 그런데 갑자기 체결되었다니? 이유가 대체 뭐야?”
“그것이….”
사내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입을 열었다.
“태사조의 후예께서 계신 곳이라며….”
이게 뭔 개소린가 싶었다.
문자 그대로 뭔 개소리인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사조라니?
진짜 이게 뭔 개소리란 말인가.
“알게 듣게 설명해! 태사조는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저도 무슨 소리인지 잘….”
사내 역시 스스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오타오에서는 이번 사업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일절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한재민과 한정진의 두 눈이 경악으로 뜨여졌다.
“뭔… 개소리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건 진짜 개소리로밖에 설명이 되질 않았다.
아니, 개소리도 아니었다.
개도 저런 소리는 안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조건.
이건 실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파격적이다 못해 일방적이었다.
마오타오 측에서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한 조건이었다.
계약이 아니라 늑약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런데 웬걸.
“저….”
어째 여기서 끝이 아닌 모양이었다.
“한채린 아가씨께서는 그 수수료의 차익을 맹시우라는 자에게 넘긴다고….”
말문이….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 수수료가 얼만지는 알고 하는 소리인 걸까?
아무리 낮게 잡아도 연간 수천 억이다.
그런데 그 차익을 뭐, 뭐?
다른 이에게 넘긴다고?
맹시우가 대체 누군데?
바로 그때.
“…맹시우.”
한쪽에서 읊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맹시우….”
한관국이 어딘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맹시우의 이름을 되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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