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155)
154화.
아프로디테는 눈을 가늘게 떠 보였다.
두 상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쉽사리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지금 아프로디테가 수작질을 부리는 건가요?”
[내가 볼 땐 그런 것 같았어.]팝업창의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실소가 새어 나왔다.
‘하여간, 누가 가슴 옹졸하기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들 아니랄까 봐.’
보아하니 아프로디테는 신의 힘을 발휘해서 상자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전투력이 약한 미(美)의 여신이다만 그럼에도 신(神)은 신(神).
심지어 남편이 무려 헤파이스토스였다.
상자를 꿰뚫어 보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닐 터였다.
하지만 뭐.
“상자에 방비는 해 놓으셨죠?”
이것 역시 시우는 예상한 바였다.
[네 말대로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해 모든 능력을 차단해 놨지.]상황이 약간 아이러니하긴 했다만.
뭐, 어쨌든.
[쳇.]결국 아프로디테가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그런데 일그러진 인상이 정말로 예뻤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은 한편.
[그렇게 빤히 꼬라보면 뭐가 보이니?] [입 닥쳐, 이 X년아.]다른 의미로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다.
정말이지 어질어질한 대화 수준.
아프로디테는 한동안 선택을 하지 못했다.
순수하게 운에 기대야 함에 오랜 고민을 이어 갔다.
그렇게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아프로디테는 선택을 하지 못했다.
이대로 영상으로 올리기엔 너무도 지루한 부분.
“이 부분은 편집으로 걷어 내야겠네요.”
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영상을 스킵했다.
그런데 웬걸.
[응? 편집?]팝업창의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려 왔다.
그리고 이어진 헤라클레스의 물음.
[영상을 편집한다고?]“네. 이 지루한 부분을 그대로 올릴 수는 없잖아요. 아니, 잠깐.”
시우는 퍼뜩 스치는 생각에 헤라클레스에게 물었다.
“설마 그동안 편집 같은 걸 아예 안 하신 거예요?”
[그런 거 안 했는데.]“그럼 영상 찍은 그대로 통으로 올린 거였어요?”
시우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
그렇긴 했다.
그간 헤라클레스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
편집 기법 하나 없는 영상들 뿐이었다.
다만, 핵심만 찍은 영상이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어쩐지, 그 전에 구독자가 박살 나 있다 싶었다.’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듯 싶었다.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동안은 괜찮았을지 몰라도. 이건 편집으로 잘라야 해요.”
10분이 넘는 고민 영상을 멍하니 지켜볼 구독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뒤로가기나 안 누르면 다행이지.
또한 앞선 여신들의 욕 배틀에도 삐처리를 해야했다.
‘듣다가 정신이 어질어질해질 수도 있으니까.’
여러모로 이번 영상에 편집은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난 편집할 줄 모르는걸.]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근육밖에 모르는 저 근육 고래가 편집 기법을 알 리가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꼭 해야 되나?]헤라클레스는 편집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운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 이걸 편집으로 자를 필요가 있나?]“그건 운동 영상을 올릴 때나 그렇고요. 이건 아니잖아요.”
[으음….]헤라클레스는 동의하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편집의 중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까.
시우는 잠깐의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풀 영상이 순수한 근육이라면, 편집 영상은 일종의 실압근이라 보면 돼요.”
[아하!]그러자 헤라클레스는 단번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편집이 굉장히 중요한 거였잖아!]하여간.
저 근육 고래의 뇌 구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별로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이 영상은 반드시 편집이 필요했다.
‘덕구한테 맡길… 수가 없구나.’
갓튜브의 영상은 시우에게만 보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내가 해야 하나.’
지금은 덕구에게 모든 편집을 맡기고 있긴 했다.
하지만 과거, 시우도 편집자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편집 실력이 엄청난 수준은 아니었지만, 기본은 넘어선다고 말할 수 있었다.
잠깐의 고민.
‘헤라클레스가 영상을 매일 찍는 것도 아니니까.’
정확히는 시우가 매일 영상 컨텐츠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었다.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개월에 한번씩.
그 정도면 충분히 편집할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죠. 제가 대신해 드릴게요.”
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네. 그 대신 특별 과외 커리큘럼 제대로 짜 오셔야 해요. 나중에 제 재능이 어쩌고 하시면 얄짤없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선생님!]헤라클레스는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말해 왔다.
말투 또한 존대로 바뀐 헤라클레스.
꽈드드득!
비벼지는 근육의 소리는 덤이었다.
그렇게 시우가 편집을 해 주기로 한 이후.
영상의 아프로디테는 그때까지도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프로디테가 선택을 한 건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왼쪽 상자. 여기서 향긋한 아도니스의 향기가 느껴져.]아프로디테가 끝내 왼쪽의 상자를 선택해 보였다.
아프로디테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상자 앞으로 걸어갔다.
아프로디테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긴장감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이윽고 상자 앞에 선 아프로디테가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 살며시 상자를 열어 봄에.
[없…어?]없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자지러지는 페르세포네의 웃음이 들려왔다.
아프로디테는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 인정할 수 없어! 무, 무효야! 이건 무효라고!] [응~. 아니야. 설마하니 스틱스강에 걸고 한 맹세를 저버리려고?] [아… 아아….]아프로디테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절망에 빠진 표정은 더욱더 짙어져 있었다.
반면에 페르세포네의 표정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극명한 희비의 교차.
페르세포네는 흥겨운 발걸음으로 오른쪽 상자로 다가갔다.
페르세포네는 곧바로 상자를 열어 그 안을 확인했다.
그리고.
[뭐, 뭐야…?]페르세포네의 표정이 당황으로 얼룩졌다.
[아도니스는 어디 가고 뭔 꽃이…?]상자 안에 들어 있는 한 송이 붉은 꽃.
그 어디에도 아도니스는 없었다.
아프로디테 또한 무슨 상황인지 표정이 멍해졌다.
[이, 이게 무슨…?] [뭐가 어떻게 된 거야?]두 여신이 당황하며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헤라클레스 설마 너….] [우리를 상대로 사기를 친 거니?!]두 여신이 헤라클레스에게 소리쳤다.
명백한 분노의 감정이 헤라클레스에게로 향했다.
그도 그럴 것이 헤라클레스는 분명 스틱스강에 걸고 그 사실을 보증했다.
[두 상자 중에 분명 아도니스가 있다며!] [아도니스는 어디 가고 웬 꽃이 있는 건데!]이는 스틱스 강의 맹세를 어긴 셈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예에?]영상 속, 헤라클레스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 페르세포네 님이 선택한 상자에 아도니스가 있지 않습니까.] [뭐, 뭐라고?]페르세포네가 뭔 개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헤라클레스는 뭐가 문제냐는 듯.
[지금 페르세포네 님이 들고 있지 않습니까. ‘아도니스’라는 꽃을 말입니다.]아도니스(Adonis).
사실 이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아도니스라는 사람.
아도니스라는 꽃.
정확히는 아도니스가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의 이름이었다.
박하의 민트가 민테의 이름을 따온 것처럼.
아도니스 꽃 또한 아도니스의 이름을 따 와 지어졌다.
그리고 헤라클레스는 말하길.
[저는 두 상자 중에 아도니스가 있다고 했지. 아도니스 님이 있다고는 안 했습니다만?]또한 이 내기의 요건은 이러했다.
[아도니스 님을 선택하지 못하면, 아도니스 님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기로 하셨죠.]그리고 지금.
결과적으로 아도니스라는 사람을 선택한 이가 없었다.
두 여신은 모두 아도니스가 있는 상자를 선택하지 못했다.
아도니스라는 꽃을 선택한 페르세포네만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되면 두 분 모두 아도니스 님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해야겠네요.]헤라클레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여 보였다.
그리고.
[뭐, 뭐, 뭐, 뭐, 뭐….] [이, 이, 이, 이, 이….]두 여신의 표정이 그대로 붕, 떠 버렸다.
어이, 어처구니, 얼, 정신, 개념.
이성을 구성하는 모든 개념.
그 모든 것들이 일시에 승천해 버렸다.
이 내기 자체를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스틱스강에 걸고 한 맹세를 어기실 셈입니까?] [……] [……]헤라클레스의 한마디에 둘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헤라클레스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비밀 유지 조건도 있었습니다만, 그건 두 분이 알아서 합의 보시죠.]그리고는 헤라클레스가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떠났다.
멀어지는 헤라클레스의 등.
[야이… 야이…] [저… 저저….]두 여신은 멀어지는 헤라클레스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아도니스 쫓던 두 여신, 헤라클레스만 바라보는 격.
그리고 잠시.
[야이, X발 새끼야!!!] [야이, 개X끼야!!!]분기탱한 두 여신의 욕설이 하늘 가득히 울려 퍼졌다.
드리우는 신(神)의 분노.
콰아아아아─!!
콰콰콰콰콰─!!
온 세상이 끓어오르며 악독한 살의를 띠었다.
하지만.
꽈아아아아아아아앙!!!
괴악한 힘이 폭사하며, 세상 전체가 일그러 진다.
공간 마저 버티지 못하고 소멸한다.
그 속에서 두 여신의 분노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꽈꽈꽈꽈꽝!
괴악한 힘에 휘말려 소멸할 뿐이었다.
실로 압도적인 광경.
[뭐요.]그 사이로 들려오는 헤라클레스의 목소리.
대체 왜일까.
[……] [……]두 여신은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되려 슬금슬금, 헤라클레스의 눈치를 보았다.
[뭐요.]헤라클레스는 다시 물었고.
[……] [……]두 여신은 꾹, 합죽이가 되어 있을 뿐이었다.
* * *
두 여신의 분노를 박살 낸 헤라클레스의 으름장.
저걸 으름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아무튼.
헤라클레스의 으름장과 함께 영상은 끝이 났다.
“잘하셨네요.”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정이 복잡한 터라 조금 걱정이 되었거늘.
역시나 헤라클레스는 컨텐츠를 훌륭히 소화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여신들의 분노를 박살 내는 것까지.
“완벽하게 하셨는데요?”
실로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렇지? 내심 두 여신을 참교육하는데 어찌나 통쾌하던지.] [당장이라도 영상 업로드 하고 싶은 거 꾹, 눌러 참느라 혼났다니까.]헤라클레스는 낄낄, 거리며 즐거워했다.
어떻게 보면 두 여신에게 사기를 친 상황.
그런데 뭐.
시우는 딱히 두 여신이 불쌍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게 누가 바람을 피우랬나.’
심지어 납치 및 감금하여 6개월간 번갈아 가며 겁간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게 참.
말이 어 다르고 아 다르달까.
지금 상황에서 성별이 뒤바뀌었다고 생각해 보라.
이렇게 생각하니 참.
‘찢어 죽일 놈들이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단지 성별만 바뀌었음에도 몇 배는 치솟는 분노.
‘이게 남자는 결코 할 수 없는 농담이라는 건가.’
아무튼.
시우는 두 여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이번 영상은 조회수가 얼마나 나올까?]“글쎄요? 올려 봐야 알겠지만 적지는 않을 것 같긴 하네요.”
영상 자체는 잘 뽑혔으니 말이다.
[하핫! 구독자들도 엄청 늘겠지?] [얼마나 늘어날까? 1천 명? 2천 명?]헤라클레스는 한껏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더니 꽈드드드득!
헤라클레스의 근육들 또한 꿈틀꿈틀 용솟음 쳐 올랐다.
어째, 근육들도 많이 기대가 되는 것 같았다.
‘나중엔 진짜 근육이 말도 걸어 올 것 같은데.’
그러니까 ‘나도 정말 기대가 돼!’라고 말이다.
이 무슨 괴이하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가 싶지만.
꽈드드드드득!
저 헤라클레스의 근육을 보고 있자면 마냥 그렇지도 않았다.
아무튼.
“저도 굉장히 기대되긴 하네요.”
사실 시우도 기대가 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아도니스 님은 어떻게 되었어요?”
이 영상의 핵심 인물인 아도니스.
영상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약속대로 해방이 되긴 했는데.] [아무래도 본인은 꽤 불안해 하고 있더라고.]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신(神)들이었다.
그것도 가슴 옹졸하기로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神)들.
어떤 식으로 보복이 들어올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스틱스강에 걸고 맹세를 하긴 했다.
그러나 이게 만능은 아니었다.
편법을 이용하면 맹세를 어기지 않고 보복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당장 시우도 편법을 이용해 두 여신에게 사기를 치지 않았는가.
헤라클레스야 보복이 들어오든 말든 별 상관 없었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나 이 영상이 올라가면 반드시 하데스에게 관련한 사실이 알려질 터.
정말 케르베로스의 저녁밥이 될지 몰랐다.
그렇기에 시우는 헤라클레스에게 곧바로 영상을 올리지 말라 당부했다.
“그럼 제가 영상을 편집할 동안 마지막 작업을 하고 계시죠.”
[마지막 작업? 아, 네가 아까 말했던 거?]“네.”
[그게 뭔데?]헤라클레스는 궁금한 듯 물어 왔다.
두 여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마지막 작업.
시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일에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제우스 님께 감사 제물을 바치세요.”
[……뭐?]헤라클레스가 벙찐 표정으로 물어 왔다.
시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 이유를 묻고 있었다.
이번 일에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제우스.
제우스는 이번 일에서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 뭔 감사 제물을 바친단 말인가.
당연히 시우라고 그걸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유는 묻지 마세요.”
시우는 단호했다.
대체 뭐가 감사한지도 알 필요 없었다.
그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였으니 말이다.
* * *
다음 날.
『[헤라클레스>: 올림푸스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 두 여신을 참교육 했습니닼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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