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187)
186화.
괴력난신(怪力亂神).
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무엇.
뭐라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이 힘은 헤라클레스의 12 과업 중 첫 번째.
네메아의 사자 사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최강이자 최악의 괴물, 티폰(Τυφών).
네메아의 사자는 티폰의 자식 중 가장 맏이였다.
단단한 가죽은 그 어떤 것도 뚫지 못했다.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은 그 무엇도 뚫어 낼 수 있었다.
하여, 혹자는 이런 의문을 가지곤 했다.
네메아의 사자 가죽과 발톱이 맞부딪히면 누가 이길까.
무엇이든 막아 내는 가죽.
무엇이든 뚫어 내는 발톱.
서양판 모순(矛盾)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순(矛盾)이 으레 그러하듯 결판이 나지 않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답을 알지 못했다.
헤라클레스가 직접, 그 실험을 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헤라클레스는 장장 30일간의 전투 끝에 네메아의 사자를 쓰러뜨린다.
그리고 네메아의 사자 발톱을 뽑아 그 가죽을 벗겨 낸다.
그렇게 모순(矛盾)의 승자는 발톱임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네메아의 사자는 결국 쓰러졌지만, 올림푸스의 신들은 네메아의 사자가 지닌 강함에 경의를 표했다.
하여, 별자리로 만들어 네메아의 사자를 기렸다.
황도 12궁 중 사자 자리.
오늘날, 11월 중순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네메아의 사자를 볼 수 있다.
신들조차 경의를 표했던 네메아의 사자.
다른 이였다면 이 업적 하나만으로 방대한 서사시를 썼을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에겐 작은 첫걸음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네메아의 사자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훗날, 갓튜브에서 헤라클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체득하지 못했다면, 나도 못 이겼을 거야. 그리고 기간토마키아에서 나도 죽었겠지. 어쩌면 과업 수행 도중에 죽었을지도?]12 과업의 첫 번째 과제이자, 첫걸음에서 배운 힘.
헤라클레스가 기간토마키아라는 종말을 찢어 버릴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꽈꽈꽈꽈꽈꽝!!
공간조차 버티질 못하고 폭발한다.
시우는 가만히 눈을 감아 스스로를 응시했다.
두─근!
요동치는 심장의 소리가 선명하게 인지된다.
심장이 뛰며 혈액이 전신으로 순환될 때마다 온몸이 들썩거리는 것만 같았다.
폭발의 굉음에도 정신은 고요했다.
잡음 하나 들려오지 않는 무음의 공간에 들어온 것처럼.
그로써 세상 모든 것들이 명확하게 인지된다.
시우는 감은 두 눈을 천천히 떠 보였다.
주변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괴이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 아래로 박살 난 릴리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한채린은 정신을 잃은 것인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흑발을 잠식하던 은발의 색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사아아아아─!
한채린의 몸에서 어둠의 마력이 뽑혀 나왔다.
뽑혀 나온 어둠의 마력은 박살난 릴리트에게로 스며들어 손상된 신체를 재생시켰다.
인외의 마물.
릴리트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의 타격 속에서도 죽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는 괴력난신(怪力亂神)만으로는 릴리트를 죽일 수가 없었다.
형(形)과 식(式).
헤라클레스의 신투술을 이루고 있는 두 가지 형태.
그 중 제 1형(形), 괴력난신(怪力亂神)은 타격의 종류가 아니었다.
보다 정확히는 네메아의 사자를 압살한 길로틴 초크가 아니었다.
단지 네메아의 사자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신체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줄 뿐이었다.
그리하여 현재 상승된 시우의 신체 능력.
현재 시우가 ‘흉내’ 내는 수준의 괴력난신(怪力亂神)은 10배였다.
시우는 현재 10배가 증폭된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로써 시우가 발하는 모든 위력 또한 10배가 상승해 있었다.
어디까지나 ‘흉내’ 수준의 괴력난신(怪力亂神) 수치가 10배였다.
숙련되고 단련하면 더 많은 신체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를 압살할 수 있었던 이유.
종말의 기간토마키아를 찢어발길 수 있었던 이유.
괴력난신(怪力亂神)은 헤라클레스라는 존재를 만들어 낸 첫걸음이라 할 수 있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능력.
그러나 그 대가 또한 어마어마했다.
주륵.
시우의 입가로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뒤이어 왈칵, 많은 양의 피가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하아…! 하아…!”
거칠어진 호흡은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헐떡거렸다.
입가를 훔치는 손이 파르르, 떨려 왔다.
신체의 반동을 견뎌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
괴력난신(怪力亂神)은 신체의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는 대신 그 반동 또한 상승되어 돌려받았다.
현재 반동은 평소의 10배.
만신창이가 된 몸은 이 반동을 견뎌 낼 수가 없었다.
시우는 진즉에 반동을 견뎌 내지 못했어야 했다.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단지 증폭된 10배의 신체 능력치가 되돌아오는 10배의 반동을 버텨 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곧이다.
괴력난신의 효과가 사라지면, 10배의 반동을 그대로 받아 내야만 한다.
그땐….
아니, 생각을 하지 말자.
시우는 억지로 고개를 흔들어 털어 내었다.
잡념과 생각을 끊어 낸다.
기회는 단 한 번.
【너는… 네가 어떻게 여기에…!】
이 한 번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 * *
릴리트는 이를 까득, 깨물었다.
그리고 눈앞의 시우를 마주함에 입가에 번져 있는 붉은 피를 볼 수 있었다.
저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저 괴이스러운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기사,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신(神)조차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어찌 인간이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는 말은 즉.
버티면 된다.
저 말도 안 되는 인간이 스스로 자멸할 때까지 버티고 또 버티면 된다.
그러면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릴리트는 하나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긴 했다.
릴리트는 적대자의 딸이자 지옥의 악마.
그런 릴리트에게 희망이란 감정이 가당키나 한 걸까.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말 그대로 잠시였다.
그깟 아이러니함 따위 개의치 않는다.
콰르르르르릉…!
저 괴이스러운 힘 앞에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뭔들 못할까.
【죽어!!】
릴리트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아직 완전히 재생되지 않은 육체로 살점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이 역시 개의치 않는다.
뻗은 손으로 어둠의 마력이 응축되며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졌다.
일그러진 풍경 사이로 시우의 몸이 쇄도해 온다.
꽈아아앙─!
강맹한 힘에 응축된 마력이 흩어져 사라진다.
역시.
실로, 말이 안 되는 힘이다.
【끼야아아아아아악!!】
릴리트는 악에 받친 귀곡성(鬼哭聲)을 터트렸다.
지면 아래에서 들끓던 감정이 폭발하며 광기의 마력이 터져 나왔다.
쩌저정─!
사출된 광기의 마력에 공간이 잠시나마 뒤틀렸다.
손끝에 맺혀 있는 마력이 들끓는다.
이윽고 릴리트가 양손을 휘두르자 콰자자자작!
셀 수 없는 어둠의 참격이 뒤틀린 공간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꽈아아아앙─!
커다란 힘의 폭발에 어둠의 참격이 일시에 소멸되었다.
그 과정에 있어 역시나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발차기.
릴리트의 마력이 흩어져 소멸한다.
하지만.
“…쿨럭!”
그 뒤로 격통 어린 신음이 들려온다.
찢어진 공간 사이로 붉은 선혈이 흩뿌려진다.
릴리트는 빙글, 웃어 보였다.
역시.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신(神) 앞에서 무기력한 하찮은 피조물.
본능을 잠식했던 공포가 서서히 흐려진다.
흐려진 공포 사이로 잃어버렸던 유희가 차오른다.
【끝이다!】
콰자자자작!
공간이 찢어지며, 어둠의 파도가 넘실거렸다.
칠흑의 어둠이 사방으로 터져 나간다.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마력의 세계.
【하찮은 버러지 같은 인간 따위─.】
딱.
거기까지 말을 했을 때였다.
릴리트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공간 전체에 위화감이 스며든다.
전신의 감각이 붕, 떠오르며 공허함이 차오른다.
뭐…지?
릴리트의 눈이 정면을 향한다.
그리고.
뻐어어엉!
릴리트의 육체가 터져 나갔다.
뚝, 끊어진 정신.
사출된 어둠의 마력이 다시금 릴리트의 육체를 재생시켰다.
정신이 돌아온 릴리트는 그때서야 눈앞의 현상을 인지할 수 있었다.
하늘을 수놓은 백색의 마력.
그것은 청색편이 현상을 일으키며 푸른색으로 번쩍인다.
이윽고 하늘을 일그러지며 꽈지직!
하늘의 공간이 깨어져 부서졌다.
그리하여 깨져 버린 공간 속.
그 안에는 미지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알 수 없는 무저갱의 차원.
우우우우웅….
시공간의 섭리가 일그러진다.
시간은 정체성을 갖지 못한 채 정지되어 있었다.
파괴와 소멸.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자연의 섭리를 다스리는 것만 같았다.
그 안을 엿본 릴리트의 정신이….
정신이… 정신…이…?
푸확!
릴리트는 스스로의 목과 머리를 잡아뜯어 냈다.
버틸 수가… 없었다.
끝없는 상실감.
치미는 공허함에 차마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저 대자연의 차원 앞에서 릴리트는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았다.
【나, 나는…! 나는 릴리트다! 전능하신 적대자의 딸이자, 세상 모든 부정의 어미란 말이다!!】
릴리트가 발악을 하듯 소리쳤다.
그러나 공포, 두려움, 절망.
세상을 구성하는 부정의 감정들이 자신을 태어나게 한 곳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어미를 갉아먹는다.
【아니야!!!!】
릴리트가 어둠의 마력을 끌어내며 덮쳐 오는 무저갱의 차원에 저항했다.
그러나.
벗어날 수 없다.
거스를 수 없다.
이 힘 앞에서는 그 무엇도 의미를 갖지 않는다.
오직 하나.
존재의 소멸.
【안 돼…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
그것만이, 릴리트에게 허락된 유일한 구원이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2식(第 二式) – 융합(融合).
태극무멸권(太極武滅拳).
* * *
크워어어어어어─!!
“팀장님…! 이 이상은 한계입니다!”
이민정의 팀원, 김은호가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질렀다.
김은호의 옆으로 유아린, 정유주, 도현우, 정수아.
가더 4팀의 일원 모두가 마물들과 싸우고 있었다.
“모두 이쪽으로 대피─. 꺄아악!”
“유주야!!”
하지만 그것도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하늘 아래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마물들이 너무 많았다.
이민정은 끝내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4팀 전원!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피해!”
이민정의 명령에 팀원들이 그때서야 대열을 갖춰 후퇴했다.
그리고.
“팀장님…?”
이민정만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스터 오렐리안이 만들어 준 검, 설아(雪牙).
이민정은 설아(雪牙)를 휘둘러 달려드는 마물들을 막아서며 말할 뿐이었다.
“누군가는 남아야 하니까.”
모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야 했다.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게 마물들을 막아야만 했다.
“하, 하지만…!”
“어서!”
이민정은 소리쳤지만 팀원들은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민정만 남기고 떠난다면 그 결과가 어떠할지 뻔했으니까.
이민정의 죽음.
이민정의 실력이 뛰어난 건 알고 있다.
키에에에엑─!!
크워어어─!
그러나 하늘에서 쏟아지는 마물들은 끝이 없었고.
“하아…! 하아…!”
이민정의 체력에는 끝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민정은 망설이지 않았다.
“어서 사람들을 대피시켜!”
덮쳐 오는 마물들의 파도.
이대로 있다간 모두 죽는다.
이민정은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여긴 내가 막겠다.”
한줄기, 바람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파사사사삭─!
눈에 보이지 않는 참격들이 앞선 풍경을 휩쓸었다.
그것은 거대한 해일과도 같았다.
셀 수 없이 드리웠던 마물들의 파도는, 압도적인 해일에 의해 휩쓸려 사라져 갔다.
실로 압도적인 무위.
“이, 이게….”
“대체 무슨…?”
이민정은 비롯한 팀원들의 얼굴에 당황이 새겨졌다.
대체 누가…? 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한 존재가 시야 앞으로 차분히 걸어 나왔다.
등을 돌린 그의 존재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그러나 이민정의 목소리가 떨려 온다.
그는 아무런 답을 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검을 늘어뜨린 채 고고히 서 있을 뿐이었다.
“여긴 내가 막을 테니, 사람들을 대피시키거라.”
그의 시선은 시종일관 정면을 향해 있었다.
차분히 걸음을 앞으로 내딛음에.
키, 키엑…!
마물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공포를 느끼지 않는 마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마치 오래 전의 악몽을 떠올리듯 마물들이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 순간 뚝.
그가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섰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천천히 하늘로 향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 이민정을 비롯한 팀원들.
그리고 대피하던 사람들.
모두가 그를 따라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어, 어어?”
“지, 지금 저거…?”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서울 상공을 드리운 수많은 던전 게이트.
먹구름이 낀 듯한 새까만 하늘 사이.
“게이트가… 게이트가…….”
“사라지고 있어…?”
찬란한 태양 빛이, 광휘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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