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189)
188화.
붉은 그림자를 향해 쏘아진 푸른빛의 뇌전.
콰지지직!
강력한 파열음과 함께 사방이 빛으로 물들었다.
또한 그것은 분명 붉은 그림자를 향한 힘이었다.
그런데 왜일까.
“흐익!”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에 저도 모르게 놀라 뒤로 물러섰다.
────────!
주변으로는 괴이한 현상이 반복해서 터지고 재생되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힘의 충돌이 일으키는 현상이 아니었다.
단지 어떤 힘이 존재한다는 이유.
그 이유 하나만으로 괴악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괴악한 현상의 중심에는 시우가 서 있었다.
파직, 파지직!
푸른빛의 뇌전을 두른 시우는 도무지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뇌신(雷神).
[제우스… 아니, 토르의 힘인가.]붉은 그림자가 읊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정작 붉은 그림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존재는 그의 이명처럼 그림자와도 같았다.
그 어디에도 없었으며.
그 어디에나 존재했다.
꽈앙!
충돌한 힘이 폭발하며 퍼져 나간다.
폭발의 중심 속에서 붉은 그림자는 손을 뻗었다.
뻗은 붉은 그림자의 손아귀에서 검붉은 마력이 일렁거렸다.
치솟는 검붉은 마력이 시우를 덮쳤다.
시우의 주먹이 뒤로 젖혀졌다.
괴악한 힘이 오리할콘 권갑에 담기며 주변의 대기를 찢어 놓았다.
콰쾅, 꽈아앙!
두 힘이 서로 얽히며 벽력이 터졌다.
충돌한 검붉은 마력과 괴악한 힘은 서로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소멸했다.
시우와 붉은 그림와의 격돌.
멀리서 그 격돌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게….”
“인간이… 맞아?”
저것이 정녕 인간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저건 도무지 인간의 싸움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S급 헌터라 불리는 이들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어, 어떻게….”
“저게… 가능한 일이라고?”
유한나와 이시윤의 두 눈이 떨려 왔다.
금천규와 이하린 또한 경악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들 모두가 인간의 정점이라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인간이 닿을 수 있는 한계에 닿아 있는 S급 헌터였다.
그렇기에 단언할 수 있었다.
“저기에 범접할 수가….”
“어떻게 이런….”
저 둘은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절대로, 결단코.
인간이라 볼 수도, 봐서도 안 된다.
그 때문일까.
“뭐, 뭘 어떻게 해야….”
그저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개입할 틈이 당최 보이질 않았다.
고래 싸움일지라도 새우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새우등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새우가 할 수 일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건 아니었다.
새우뿐만 아니라 이건 해양 최강인 고래조차 안 된다.
고래도 결국은 바닷속의 미물.
꽈앙! 콰콰쾅!
해일과 쓰나미 속에서 고래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저 둘의 싸움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재해와 같았다.
그리고 그 재해와도 같은 싸움 속.
“맹시우 헌터가… 밀리고 있어….”
시우가 밀리고 있었다.
시우가 붉은 그림자에게 조금씩 타격을 입으며 밀려나고 있었다.
사실 저렇게 싸우고 있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방금 전, 시우의 상태를 생각하면 싸움조차 성립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만일 시우가 쓰러진다면….
“다들 정신 차려!”
정신을 깨우는 외침이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이하린이 표독스럽게 일갈하고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보고만 있을 거야?!”
그때서야 퍼뜩!
금천규, 유한나, 이시윤이 정신을 차렸다.
그 뒤로 장 웨이 또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좀 해!”
이하린이 소리치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 모습이 쓰나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도 되지 못해 보였다.
그러나 저게 맞는 행동이다.
가만히 있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무엇보다 지금 붉은 그림자를 대적할 수 있는 건 시우뿐이다.
감당할 수 없는 재해라도 미약한 도움은 줄 수 있었다.
덮쳐 오는 쓰나미의 물길을 조금이나마 막아 줄 수는 있었다.
“다들 맹시우 헌터를 도와주게!”
S급 헌터들은 이하린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 * *
파지지직─!!
토르의 뇌령[雷領](SS+).
뇌전의 힘을 품은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이 극한으로 가속된다.
스치는 시각 정보가 뇌리로 파고든다.
그리고 펼쳐지는 찰나(刹那)의 세계.
그러나 지금 이 속도는 찰나(刹那)의 세계를 뛰어넘었다.
찰나의 순간 동안 수억개의 정보들이 휘몰아친다.
뇌세포가 타들어 가는 것처럼 아려 온다.
생각하지 마.
생각을 닫는다. 의식을 쥐어 짜낸다.
감각에 모든 것을 맡긴다.
의식이 날아가며, 시우의 몸이 쏘아진다.
뻗은 붉은 그림자의 손과 부딪힌다.
꽈아앙!
크나큰 뇌명이 울렸다.
사출된 뇌전은 힘을 잃고 사라진다.
[이번엔 헤르메스인가.]붉은 그림자의 의지가 들려온다.
그것은 찰나(刹那)의 세계 속에서도 느리게 들려오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조차 이 세계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건만.
콰지직─!
붉은 그림자는 능히 찰나(刹那)의 세계를 거닐고 있었다.
시우의 몸이 땅으로 쳐박혔다.
찰나(刹那)의 세계가 찢어진다.
붉은 그림자가 양손을 높이 들었다.
그 순간.
스파아아앗!
한쪽에서 푸른 마력의 빛이 터져 나왔다.
날카로운 세검이 휘날리는 단발머리와 함께 붉은 그림자를 향해 쏘아져 왔다.
붉은 그림자는 높이 든 양손 중 하나를 옆으로 뻗었다.
키이이이잉─!
응집된 마력이 뻗은 손에 맺히며 뻐엉!
이하린이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잠깐의 머뭇거림.
붉은 그림자에게 있어 이하린이 지닌 가치였다.
그러나 그 머뭇거림만으로도, 시우에겐 충분했다.
꽈앙!
땅에 쳐박힌 시우가 붉은 그림자에게 다시 쏘아져 갔다.
오리할콘 권갑을 움켜쥐며, 그 안의 담긴 증폭의 힘을 끌어내었다.
붉은 그림자는 남은 한 손을 뻗어 시우의 주먹을 막아 내었다.
콰쾅! 콰콰쾅!
힘의 충돌에 공간이 박살 나며 흔들렸다.
붉은 그림자의 몸이 휘청거렸다.
이하린에게 뻗어낸 마력의 공백이 만들어 낸 틈.
그로써, 이쪽이 더 빨랐다.
파지직─!
다시 한 번 뇌령[雷領](SS+)과 초신속[超迅速](SS+)의 힘을 섞인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융합의 힘.
그러나 괴력난신(怪力亂神)의 효과가, 그 부족함을 메워 주고 있었다.
[서로 다른 두 신의 힘을 사용하다니….]붉은 그림자의 읊조림이 들려온다.
이윽고 붉은 그림자의 주변으로 공간이 일렁거린다.
콰릉, 콰르르릉…!
사출되는 끔찍한 힘.
바로 그때.
화륵, 화르르륵!
뜨거운 불길이 붉은 그림자를 향해 덮쳐 왔다.
유한나와 이시윤.
유한나의 화염 마법에 이시윤이 그 마력을 더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사라져라.]콰득!
붉은 그림자의 한마디에 피어오른 불길이 일시에 꺼졌다.
“어, 언…령?”
“언령을… 사용한다고?”
말 자체에 깃든 힘을 사용하는 언령(言靈) 마법.
[터져라.]꽈아아앙!
유한나와 이시윤의 앞으로 크나큰 폭발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붉은 그림자의 몸이 더욱 크게 휘청거렸다.
언령(言靈) 마법의 후유증.
불가사의한 힘이나 그 대가가 없는 건 아니었다.
파지직!
시우는 그 틈을 비집으며 쏘아져 갔다.
꽈꽈꽈꽝!
커다란 폭발과 함께 꽈직!
붉은 그림자의 가면이 반으로 쩌적, 금이 가며 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조금만 더.
파지지지직─!
사출된 뇌전의 속도가 찰나의 세계를 완전히 우롱한다.
그 순간.
붉은 그림자의 몸이 땅으로 쑤욱, 꺼졌다.
어디지?
시우는 황급히 붉은 그림자를 찾았다.
뒤이어 붉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 건 장 웨이와 금천규의 뒤쪽.
붉은 그림자는 둘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붉은 그림자의 등장에 장 웨이와 금천규가 크게 당황했다.
황급히 각자 지닌 바 검과 창을 붉은 그림자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나 콰직─!
붉은 그림자의 양손이 둘을 먼저 찢어발겼다.
둘은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붉은 그림자의 시선이 다시금 시우로 향했다.
[이제 끝이다.]시우는 이를 까득, 깨물었다.
아직이다.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괴력난신(怪力亂神)의 효과는 남아 있다.
그러니 아직 조금 더…!
“커헉!”
일순간 시우의 몸이 크게 꺾였다.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이 전신을 강타했다.
시우는 쓰러진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그러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끊어지고 파괴된 근육들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의 효과가 서서히 사라진다.
체불된 반동이 돌아와 시우의 생명을 갉아먹는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아무리 발악을 해도.
더 이상 몸을 일으킬 수 없음에.
그제서야.
“…쿨럭!”
끝이 왔음을 깨닫는다.
[…놀랍군.]붉은 그림자의 주억거림이 들려왔다.
붉은 그림자는 반쯤 박살 난 가면을 매만지며 쓰러진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터벅.
붉은 그림자가 시우를 향해 걸어왔다.
그 발걸음을 막을 존재는 더 이상 없었다.
이하린, 유한나, 이시윤.
S급 헌터들은 생사조차 불분명했다.
금천규와 장 웨이 역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변으로 헌터들과 가더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은 의미가 없었다.
차마 붉은 그림자의 앞길을 막아설 수가 없었다.
오직 한 명.
“더 이상… 다가오지 마세요.”
기나긴 흑발의 미녀, 한채린.
그녀만이 붉은 그림자의 앞을 막아설 뿐이었다.
언제 정신을 차린 것일까.
그리고 앞을 막아선 한채린은 심히 떨고 있었다.
릴리트에게 지배당한 몸이 회복되지 않은 걸까.
아니면 붉은 그림자에 대한 두려움인 걸까.
한채린은 겨우 걷는 법을 배운 아기 사슴처럼 심히 떨고 있었다.
동시에 한채린은 스스로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붉은 그림자가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인다면 목숨을 끊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뚝.
붉은 그림자의 걸음이 자리에 멈춰 섰다.
그런 붉은 그림자의 행동에 채린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붉은 그림자는 채린이라는 존재를 필요로 한다.
그 이유까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제물’이라는 말.
앞선 릴리트의 경우를 미루어 보면 그 제물은 한채린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여, 지금.
“제가… 제가 당신을 따라갈게요. 하라는 모든 것을 다 할게요. 저항하지 않을게요. 그러니….”
한채린은 스스로의 목숨을 인질로 붉은 그림자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무력했다.
다시는 사람들을 잃지 않으려고 그렇게 수련하고 또 수련했건만.
결국 스스로의 목숨을 인질로 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도 뼈 아팠다.
그러나 주저하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시우를 지킬 수 있다면.
더 이상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지 않을 수 있다면.
“시우 씨는… 시우 씨는 살려 주세요.”
한채린은 목에 들이민 검을 강하게 당겼다.
새하얀 채린의 목덜미로 피가 짙게 배어 나왔다.
붉은 그림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한채린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거절한다.]붉은 그림자의 의지가 들려왔다.
그리고 신경 쓰지 않았다.
채린이 죽든, 말든.
터벅.
붉은 그림자는 걸음을 내디뎠다.
붉은 그림자는 끝내 채린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오늘은 이 녀석의 목숨을 가져가겠다.]붉은 그림자는 그렇게 채린을 완전히 지나쳐 걸어갔다.
그리고.
“아… 아아….”
채린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결국 이렇게 또 누군가를 떠나보내게 되었다.
다시는, 두 번 다시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래서 강해지고 또 강해지고자 다짐했는데.
이렇게 또….
“채린 씨… 잘못이 아닙니다.”
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우는 의식조차 유지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시우는 목소리를 쥐어짜 내고 있었다.
“굴욕이라는 건, 삼킬 수만 있다면… 몸에 좋은 겁니다. 잠깐, 아주 잠깐 웅크리고 있다가….”
쿨럭!
“다시, 다시 일어나면 됩니다. 그러니… 저 없다고, 무너지지 마세요.”
시우는 붉은 그림자 너머.
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약속…해 줄 수 있으십니까.”
제가 채린 씨와 약속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시우의 마지막 말은, 너무도 흐릿하게 들려왔다.
채린은 아무런….
정말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게이트가 사라진 서울 상공.
찬란한 태양의 광휘가 내리쬐는 하늘 아래.
툭, 투툭.
채린의 두 눈으로 맑고 투명한 무언가 흘러내렸다.
가슴 속에서 뭐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았다.
잃어버렸던 감정들이.
메말라져 있던 감정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절망, 비관, 낙관, 실의, 체념, 낙담, 상실, 좌절.
결국… 이 세상은 재앙의 현실이었다.
기대를 하면 더 큰 실망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 세상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온 재악들로 들어찬 곳이다.
살아 있음에 고통을 받는다.
살아 있음에 절망을 느낀다.
삶은 곧 형벌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
판도라의 상자에서 미처 나오지 못한 하나의 단어.
희망(希望).
“수고했다, 젊은 영웅이여.”
한줄기, 바람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카아앙─!!
일순간 붉은 그림자의 앞으로 섬뜩한 불꽃이 튀어 올랐다.
그 충격에 붉은 그림자가 바닥으로 11자의 흔적을 남기며 뒤로 크게 밀려났다.
이윽고 터벅.
한 존재가 시우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여기저기 헤져 있는 삼베옷.
하얗게 쇠어 버린 백발.
주름진 피부.
그러나 결코.
노쇠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강대한 존재감.
검선(劍仙), 백선평.
“뒤는 나에게 맡겨라.”
그가 세상 앞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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