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0)
20화.
까아앙─!! 까앙─!!
청량한 망치질의 소리가 공방 전체로 퍼져나갔다.
화르륵!
그리고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
‘흐음….’
소은은 턱에 손을 괸 자세로 눈앞의 장면을 가만히 지켜봤다.
가장 먼저 소은의 시야에 보이는 이는 다름 아닌 서팔광.
“단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열이네. 그리고 재료마다 변형되는 온도는 천차만별이지. 그러니 각 재료마다 필요한 온도들을 모두 알아야 하네.”
서팔광은 뭐라뭐라 말하고 있었다.
딱 보기에도 야금술에 관련한 지식들이었다.
그리고 까아앙─! 까앙─!
사내는 그런 서팔광의 말을 들으며 묵묵히 모루 위로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아까 서팔광이 말했던 사람이 바로 저 사내인 것 같았다.
‘이름이… 맹시우라고 했던가.’
직접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만 서팔광이 사내를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그런 이름 때문일까.
‘맹하게 생겼네.’
이름으로 그러면 안 되지만 느껴지는 분위기가 맹해보였다.
정확히는 이름이 아니라 성이었지만 아무튼.
까앙─! 까아앙─!
‘저게 망치질을 처음 잡아본 사람이라고?’
소은은 도무지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소은이 야금술에 관해 알고 있는 지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장사치. 그러니까, 상인으로서 어느 정도의 지식은 알고 있었다.
물건을 팔고 취급하려면 해당 물건의 지식을 알고 있어야 했으니까.
그렇기에 단언할 수 있었다.
까아아아앙─!!
저건 결코 초보자라 부를 수 있는 이의 망치질이 아니다.
치이이이익─!
제련의 과정은 단조를 넘어 담금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 또한 역시나 초보자라 볼 수가 없었다.
“담금질은 금속의 강도를 올려주나 그만큼의 취성이 약해지네. 과하게 단단하면 부러지는 법. 반드시 뜨임 과정을 통해 취성을 낮춰줘야 하네.”
물론 서팔광이 옆에서 도와주고는 있었다.
도와준다기보다는 하나하나 제련의 과정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까는 제자가 아니라고 하더니.
말만 제자가 아니었지 사실상 제자처럼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팔광이 왜 제자가 아니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음…? 굳이 뜨임을 그렇게 할 이유가 있나?”
“이렇게 하면 취성은 더 낮추고 인성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하던데요?”
시우의 말에 서팔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확실히… 그러면 인성이 깨져버리는 위험성을 줄일 수 있겠어.”
‘세상에.’
소은은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떠보였다.
서팔광이 대저 누구란 말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대장장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장인이었다.
그런 서팔광이 모르는 것들을 가르친다는 것.
그건 마스터 오렐리안 정도가 아니면 거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망치를 처음 잡아본 이가 하고 있다?
“허어… 대단하군. 대체 어디서 이런 지식들을?”
시우라는 자가 제자인 걸까.
아니면 서팔광이 시우의 제자인 걸까.
‘대체 뭐하는 사람인 거야.’
소은은 시우라는 사내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 *
시우는 손에 들린 한 자루의 도검을 바라봤다.
조명에 번쩍이는 새하얀 검신.
그 무엇도 베어내버릴 듯한 예리한 날.
“오….”
제법 그럴 듯한 도검이었다.
그럴 듯함을 넘어 지금 당장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어보였다.
그러니까,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였다.
띠링!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0.7%[+0.4%]>그 때문인지 숙련도가 무려 0.4%가 올랐다.
그리 많은 수치는 아니었으나 괴력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성장이었다.
‘괴력은 이번엔 안 올랐네.’
아무래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기 때문인 듯 싶었다.
대장장이 기술에 힘이 필요하긴 했다만 주된 요소는 아니었으니까.
‘그보다 쓰레기 통에서 주워온 장비라니.’
말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게 어딜 봐서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장비란 말인가.
농담이 아니라 헌터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장비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퀄리티였다.
하지만 신[神]의 야금술(SS) 기준으로는 쓰레기나 다름없는 모양인 듯 싶었다.
“허어… 도무지 두 번째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는군.”
도검의 자태를 확인하고 있자니 서팔광의 감탄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서팔광이 두 눈을 크게 떠보이며 감탄하고 있었다.
알림창에는 쓰레기 통에서 주워왔다며 갖다버리라고 하고 있거늘.
서팔광은 감탄 어린 눈으로 시우가 만든 장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시우는 겸손하게 말을 건네보였다.
아니, 솔직히 서팔광의 도움이 상당히 컸다.
시우가 신(神)의 야금술을 배우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그 지식을 따라가지 못했으니까.
간단히 말해 덧셈 뺄셈도 모르는 이가 미적분을 배우고 있는 셈이었다.
아마 서팔광이 옆에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의 퀄리티는 나오지 않았을 터였다.
오르는 숙련도 또한 처참했을 터.
어쩌면 오르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도움은 무슨. 옆에서 주저리저리 떠는 것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뭐, 어쨌든.
이로써 판매할 만한 장비를 만들 수 있었다.
쓰레기 통에서 주워온 장비라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헤파이스토스 기준.
여기서는 충분히 판매할 정도의 장비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면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터.
그런데 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거.
‘어떻게 팔아야 하지?’
그냥 인터넷에 올리면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던 바로 그 순간.
“그 검. 혹시 파실 생각인가요?”
한쪽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부터 한쪽 구석에 있던 여인.
“누구…?”
“소은물산의 대표, 김소은이라고 해요.”
“소은물산이라면….”
시우도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아니, 들어본 적 있는 회사였다.
헌터 업계를 주된 영역으로 신뢰와 믿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회사.
그 때문에 헌터 업계에서 꽤나 인지도가 있는 곳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물건만 취급하는 곳이죠.”
저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소은물산의 대표가 이렇게 젊었었나?
외모로만 보이는 나이는 20대 초반에 불과했다.
아무리 많이 쳐줘도 20대 중반을 넘을 것 같지는 않았다.
뭐, 어쨌든.
“그 검. 혹시 파실 생각이라면 제가 구매할게요.”
“소은물산에서 말입니까?”
시우의 물음에 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우도 마침 팔려고 했던 찰나인지라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럼 얼마 정도….”
“제가 잠깐 확인해봐도 될까요?”
시우는 소은에게 검을 건네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검의 상태를 살펴보더니.
“이 정도면… 100만 원까지 쳐드릴 수 있어요.”
100만 원!
시우는 당장이라도 콜! 이라 외치려던 말을 억지로 삼켰다.
‘적당한 건가?’
헌터 장비의 가격은 굉장히 비싸다.
당장 한채린의 검만 하더라도 237억에 달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건 상위 단계에 한해서였다.
그리고 이건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장비.
어디까지나 헤파이스토스 기준이긴 했다만 품질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시우는 이 검의 시세를 잘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장사치들이 그러하지 않은가.
가격을 후려치고 비싼 값에 되파는 족속.
혹시 소은 또한 시우를 발가벗겨 먹을 생각은 아닌 것일까.
그런 시우의 생각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저 녀석이 사기꾼처럼 보여도, 뒤통수를 치는 이는 아니네.”
서팔광이 나지막히 중얼거려왔다.
“에에? 아저씨. 저같은 미모의 여인이 어딜 봐서 사기꾼처럼 보인단 말씀이세요?!”
“네 입으로 미모의 여인이라 말하는 것부터가 사기꾼이지 뭐겠느냐.”
그러면서 서팔광과 소은이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일견 싸우는 것처럼 보였으나 꽤나 친분이 있어보였다.
모르는 이가 본다면 부녀지간처럼 보일 법도 해보였다.
그리고 뭐, 시우가 보기에도 소은은 상당히 예뻤다.
물론 시우가 지금까지 본 여인 중 가장 예쁜 이는 단연 한채린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소은은 그런 한채린과 같이 있어도 그리 퇴색되지 않을 미모였다.
한마디로 많이 예쁘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하는 건 역시나 좀….
“그런데 소은물산에서 제 장비를 사실 이유가 뭡니까? 여기, 서팔광님이 만드신 장비가 훨씬 더 좋지 않습니까.”
시우가 묻자 소은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는 듯 답을 해보였다.
“아저씨가 만드신 건 대한민국 최고예요. 하지만 좋은 퀄리티만큼 값이 비싸죠. 즉,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 층이 그리 많지 않아요.”
헌터라고 모두가 돈을 잘 버는 건 아니었다.
상위 계층이 있으면 하위와 중위 계층 또한 존재하는 법.
“적당한 퀄리티에 낮은 가격의 무기. 가성비를 찾는 수요는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죠.”
“제 도검이 그런 가성비 제품이라는 말씀이시죠.”
“그것도 가성비 중의 최고 가성비라 할 수 있죠.”
시우는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F등급의 재료로 만드는 장비라는 것부터 말이 안 되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방금 소은물산은 대한민국 최고의 물건만 취급한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
소은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은 듯 표정이 멍해졌다.
그런 소은의 모습에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려보였다.
역시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좋습니다. 소은씨에게 팔겠습니다.”
시우는 소은과의 거래를 승낙했다.
신뢰와 믿음이라는 소은물산의 인지도도 있었고.
서팔광이 저렇게까지 말을 하니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보다 혹시 몇 개 정도 더 구매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마침 돈을 뜯어낼… 아니, 거래처가 필요하던 찰나이지 않았는가.
* * *
화륵, 화르르륵!
까앙─!! 까아앙─!!
타오르는 불길과 쉬질 않는 망치질 소리.
서씨 공방의 용광로는 밤새 꺼지질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은.
“……”
소은은 이게 정녕 맞는 건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망치질을 하는 시우.
어떻게 된 게 단 한 번을 쉬지 않고 있었다!
저렇게 된 이유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몇 개 정도 더 구매할 의향이 있냐, 라는 시우의 질문에.
그냥 만들어 주는대로 구입할 의향이 있다, 라고 대답한 것이 전부였다.
장비라는 것은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많아야 하루에 2~3개를 넘지 못한다.
특히나 품질이 좋은 장비를 만든다?
길게는 일주일. 혹은 몇 달에 걸쳐 하나가 나온다.
여기에 마스터 피스, 걸작이라 불리는 것들은 몇 년 단위에 걸쳐 제작된다.
그런데 지금 무슨.
“후우…! 여기,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거진 시간 단위로 장비가 하나씩 나오고 있었다.
저게 사람인걸까 기계인걸까.
기계도 저렇게는 못 만들 것 같은데.
심지어 사용되는 재료들 또한 가관이었다.
F등급의 몬스터들에게서 얻어낸 재료들.
강철보다 못한 재료로 꽤나 수준 높은 장비들을 찍어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대장장이가 아니라 마법사가 아닐까?
하물며 저 재료들을 구해온 과정은 더 가관이었다.
갑자기 시우가 공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30분인가?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 시우가 재료들을 잔뜩 짊어지고 왔다.
어디서 사온 건가? 싶은 생각도 잠시.
“설마… 직접 레이드해서 구해오신 거예요?”
“네? 아, 네. 마침 요 앞에 던전들이 생성되었다고 해서요.”
소은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30분만에 저 많은 재료들을 구해왔다고?
아무리 F등급의 수준 낮은 재료들이라고 해도 그렇지.
아니, 무엇보다 시우는 F급의 헌터라고 하지 않았나?
그것도 무개성의 각성자라고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헌터 관리국도 난리가 나있었다.
던전 학살자가 나타났다며 아주 발칵, 뒤집혀져있었다.
물론 던전들이 최하위 등급이기는 했다만 그럼에도 말이 안 되었으니까.
해서 지금 수북히 쌓여있는 장비들.
품질이 엄청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품질이 나쁘다고도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최고의 가성비 장비.
이보다 좋은 가성비는 대한민국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물며 그 품질이 점점 더 발전하고 있었다.
장비를 만들면 만들수록.
아니, 장비를 찍어내면 찍어낼수록.
그 품질이 눈에 보일 정도로 계속 좋아지고 있었다.
마치 장비를 제작하면서 실시간으로 성장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게… 가능해요?”
“그, 글쎄다….”
서팔광도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렇다면 이건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소은은 멍하니 장비가 찍어내지는 광경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다 문득.
소은은 납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SH그룹과의 계약이 떠올랐다.
기계처럼 장비를 찍어내는 시우.
점점 더 품질이 발전하고 있는 장비들.
어차피 납기일까지 물량을 맞추기도 힘든 상황.
“저기요! 잠시만요!”
소은은 일단 질러나보자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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