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07)
206화.
갑작스러운 한태산의 등장에 시우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네.”
한태산은 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그런 시우를 말렸다.
“이 늙은이가 무어라고 환자가 몸을 일으킨단 말인가. 무엇보다 이 시대의 영웅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법이지.”
한태산은 주름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어정쩡한 자세로 침대에 걸터앉은 시우를 가만히 바라봤다.
전체적으로 맹한 분위기의 사내.
한태산이 시우를 처음 만났던 곳은 서씨 공방이라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시우와 지금의 시우.
별반 다르지가 않았다.
그냥 똑같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태산은 믿기지 않았다.
마냥 맹해 보이는 이 사내가 저녕 서울의 재앙을 막아 낸 기적을 이루어 낸 것일까.
한태산은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자가 때로는 아무도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곤 하는 법.
화류정에서 백선평이 말했던 맹한 물방울의 의미를 한태산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는 여긴 어쩐 일로….”
이윽고 시우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어 왔다.
한태산은 상념을 털어 내며 답했다.
“자네에게 여러 가지 감사를 전하기 위해 찾아왔다네.”
“네? 회장님께서요? 회장님이 제게 감사할 것이 뭐가 있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우의 모습은 애써 모르는 척 겸양을 떠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왜 자신에게 감사하는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한태산은 작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감사할 게 워낙에 많아서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네. 그런 의미로 좀 앉아도 되겠는가. 환자는 아니지만 나이가 나이다 보니 오래 서 있기가 불편해서 말이지.”
“아, 네. 물론이죠.”
시우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태산은 그때서야 주변에 비치된 의자를 끌어와 자리했다.
“우선….”
한태산은 머릿속으로 잠시 말을 골랐다.
그러나 앞선 말처럼 워낙에 할 말이 많은 탓일까.
“…정말이지 어떤 것부터 말해야 할지 난감하군.”
한태산은 쉬이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번 서울의 재앙 사태를 막아 주어서 진심으로 고맙네.”
한태산은 대화의 포문이자 감사의 포문을 열 수 있었다.
“그건 뭐….”
시우의 얼굴에는 어리둥절한 기색이 만연해 있었다.
이 역시나 순수하게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 때문일까.
한태산은 시우가 관련한 사실을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서울의 재앙에 한관국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시우는 모르는 것 같았다.
“서울의 재앙 사태는 우리 SH그룹의 책임이 있다네.”
한태산은 그런 시우에게 관련한 사실을 고백했다.
자식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나아가 SH그룹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
솔직히 낯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SH그룹의 총수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태산은 주저하지 않았다.
이미 결심을 했고,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기로 다짐했으니까.
한태산은 시우에게 관련한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야기가 끝나고.
“아….”
짤막한 시우의 답변이 들려왔다.
답변이라기보다는 작은 탄식에 가까웠다.
한태산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자네가 막아 주지 않았다면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을 것이네. 정말…. 고맙다네.”
물론 한태산이 사과하고 감사할 일이 아니긴 했다.
판데모니움과 동조를 한 건 한관국의 독자적인 행동이었으니까.
그러나 자식의 죄는 곧 부모의 죄라고 했던가.
한태산은 스스로의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한관국이 저리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적어도 한태산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네가 사태를 막아 주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이 죄가 씻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네.”
희생된 자들은 거의 없었지만 피해 자체가 없는 건 아니었다.
박살이 난 서울.
갈 곳 잃은 시민들이 지금도 길거리에 나앉고 있었다.
인프라가 사라진 서울은 모든 것이 마비되어 있었다.
그 추정 피해만 수조 원은 가볍게 뛰어넘고 있었다.
희생자만 없다 하여 그 피해에 따른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자네 덕분에 그 죄를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
하지만 이는 속죄할 수가 있었다.
망가지고 부서진 물건들은 고칠 수가 있었으니까.
황폐화된 도심은 다시 재건하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죽은 사람은 고칠 수도, 재건할 수도 없다.
죽은 사람에게는… 속죄를 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로 백선평의 희생이 가장 주요했다 말할 수 있었다.
백선평이 모든 힘을 대가로 사람들을 살리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건 냉정히 말하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죽은 뒤에 약 처방을 내리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시우가 앞서 모든 것을 막아 주었기에 백선평의 희생이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시우가 없었다면 백선평이 희생할 환경조차 만들어지지 않았으리라.
백선평의 고결한 희생을 폄하하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이나 시우의 역할이 주요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일까.
한태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시우를 향해 꾸벅.
“진심으로, 진심으로 자네에게 감사하네.”
한태산은 고개를 숙여 보였고.
시우는 크게 당황하며 한태산을 말렸다.
“회장님께서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시우는 정말 당황스러운 심정이었다.
한태산이 대저 누구란 말인가.
SH그룹의 회장이자 대한민국 정계와 재계를 움켜쥔 거물 중의 거물이다.
그런 한태산이 다른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는 행위는 있을 수 없었다.
“고개를 드세요. 제가 불편합니다.”
시우는 계속해서 한태산을 말렸다.
그럼에도 한태산은 요지부동이었다.
“또한 채린이를 다시 한번 구해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네.”
되려 또 다른 감사를 전할 뿐이었다.
“그건….”
그런 한태산의 말에 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잠깐의 정적.
“이보다 감사할 것이 많이 있으나, 더 했다가는 늙은이의 주책이라 여길까 두려워 말을 줄이겠네.”
한태산은 그때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였다.
“또한 말로만 이렇게 넘어갈 생각도 없다네. 해서… 자네에게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네만.”
그러자 시우의 몸이 덜컥, 굳어 버렸다.
시우의 두 눈이 천천히 한태산에게 향했다.
“그, 그 말씀은….”
시우의 목소리가 심히 떨려 왔다.
한태산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무엇이든 말만 하게. 내 역량이 닿는 선에서 무엇이든 해 주겠네. 지난번처럼 채린이 과외비 인상도 얼마든지.”
“아.”
시우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 모습이 참….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일 정도였다.
“역시, 이번에도 돈인가?”
“하하….”
역시나 시우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한태산은 그런 시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흔히 돈은 욕망의 화신이라 말한다.
바닷물과도 같아 마시면 마실수록 더 심한 갈증을 일으킨다며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였다.
돈에 대한 일정 수준의 욕망이 채워지면 돈이 아닌 다른 것을 추구한다.
권력, 신념, 사랑, 우정 등.
돈이 없을 때는 ‘그까짓 게 무슨’ 하던 것들이 돈이 있을 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된다.
돈에 대한 욕망은 무한하지 않다.
그렇기에 시우 정도의 강자에게 돈은 하등 쓸모가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건 백선평을 돈으로 매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다.
그러나 한태산이 보아 온 수많은 강자들은 대체로 돈보다는 자기 자신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두었다.
그래서 처음이었다.
이 정도까지 돈을 필요로 하는 강자는 말이다.
조금 솔직히 말할까.
시우는 돈에 미쳐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대체 시우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 것일까.
한태산은 시우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뭐, 이해할 수 없다 뿐.
시우가 돈을 요구한다면 얼마든지 줄 의향이 있었다.
돈이라면 한태산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일까.
“그것이….”
시우는 쉬이 입을 열지 않았다.
주저하는 모습이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하는 기색이 만연했다.
그냥 대놓고 달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거늘.
본인이 어떤 일을 해 주었는지를 잘 모르는 걸까.
하여간, 여러모로 대단한 청년이었다.
“정말 괜찮으니 편하게 말하게나.”
한태산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에도 시우는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윽고 시우가 ‘에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2,000억 정도만 어떻게 가능하실지.”
그러면서 시우가 슬쩍, 한태산의 눈치를 보았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
한태산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 * *
멍하디 멍한 정신.
현실이란 자각조차 들지 않았다.
아마 누구나 그럴 것이다.
[계좌 잔고] – 200,034,552,452₩이 계좌 잔고를 보면 누구나 현실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무려 2,000억 하고도 3,400만 원.
“…….”
누가 목을 움켜쥔 것처럼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솔직히 말할까.
그냥 한 번 질러 본 거다.
말 그대로 ‘에라, 모르겠다. 질러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내뱉은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역시나 한태산은 난처한 기색을 표했었다.
‘아쉽지만 내가 지금 SH그룹의 예산을 사용할 수가 없네.’
아무리 한태산이 SH그룹의 회장이라고는 하나 2,000억은 무리였다.
한태산에게도 2,000억은 뉘 집 개 이름이 아니었다.
‘급한 대로 내 개인 재산으로 처리해 주겠네.’
집 안에서 키우는 개 정도는 되었다.
‘어차피 이번 서울의 재앙 사태 복구에 쓰도록 전액 기부할 생각이기도 했네. 자네에게 주는 2,000억 정도야 뭐가 아깝겠나.’
그러더니 한태산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 전화의 결과가 바로 이것.
[계좌 잔고] – 200,034,552,452₩“2,000억을 앉은 자리에서 입금을…?”
이게… 이게…?
아니, 이게 정녕 가능한 일이던가?
그것도 개인 재산으로?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그냥 단언할 수 있었다.
불가능하다.
개인 재산에 2,000억이 있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었다.
더하여 2,000억이란 거금이 움직이려면 복잡한 행정, 세무의 절차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한태산도 단번에 이 일을 처리한 것이 아니었다.
한태산 역시 일단 저질러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음,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세청장께서 연락이 오는구만. 한국은행 총재께서도 음.’
한국 재계를 좌지우지하는 인물들.
2,000억이란 거금이 갑자기 움직이자 보고가 들어간 모양이었다.
하기사, 보고가 안 들어가는게 이상한 일이었다.
한태산은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뚝.
‘지금 받으면 시끄럽게 굴게 뻔하겠지.’
스팸 전화를 대하듯 연락을 씹어 버렸다.
저게… 맞는 건가?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그 대상이 한태산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긴 했다.
물론 한태산도 완전히 씹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관련해서 일 처리를 해야할 것 같네. 온 김에 채린이 얼굴이라도 보고 가려 했건만 어쩔 수 없군.’
한태산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시우에게 양해를 구하며 병실을 떠나갔다.
그리하여 지금.
“……”
시우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계좌 잔고에 찍혀있는 2,000억.
이걸 보고 어떻게 정신을 차릴 수가 있단 말인가!
더 충격적인 건 이 거금은 다름 아닌 한태산의 ‘개인 재산’에서 이체된 돈이었다.
“통장 잔고에 2,000억이 있었던 거잖아….”
통장 잔고에 2,000억이 찍혀 있으면 대체 무슨 기분일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아닐까?
그냥 막, 막 뭐든지 때려 부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붉은 그림자도 한방 컷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한 방 컷이 뭐란 말인가!
눈빛 컷도 가능할 것 같았다.
어쩌면 헤라클레스도 한 방 컷이….
“…그건 아닌가?”
코르누코피아로 벌크업 된 근육 괴생명체.
땡깡이 재앙급 수준이 되는 것을 보면 거기까지는 무리일 듯 싶었다.
…아무튼.
시우는 어떤 기분인지 한번 확인해 보고자 2,000억의 계좌 잔고를 바라봤다.
[계좌 잔고] – 200,034,552,452₩실로 황홀하기 그지 없는 숫자다.
그와 동시에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이 기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지랄.”
지랄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이 기분은 분명 지랄맞은 기분이었다.
그것도 보통 지랄이 아니라 생지랄!
그 이유는 단순했다.
시우에겐 2,000억이 2,000억으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다름 아닌 미납된 구독료 480억.
클레오파트라 채널 멤버십 가입 비용 640억.
그리하여 곧 증발할 1,120억.
“지랄!”
이건 정말이지 지랄맞은 기분이었다!
2,000억이 꽂혀 있는 계좌 잔고에 온몸이 황홀하게 떨려 왔다.
그러나 곧 사라질 1,120억에 온몸의 근세포들이 진동해 왔다.
그 복잡하고도 지랄맞은 기분은 차마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하아….”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런데 진짜 어떡할까.
“해야겠지….”
시우는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머릿속으로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그러나 시우는 억지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미납된 구독료를 지불했다.
꾸욱, 하는 한 번의 터치.
[미납된 구독료가 정상 지불되었습니다.> [일시 정지된 멤버십 혜택이 재개됩니다.>그 한 번의 터치로 무려 480억이 증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상 허탈한 심정이 휘몰아쳤으나 애써 눌러 삼켰다.
대신 토르와 청룡의 힘을 끌어내 보았다.
그러자 파지직─!
“…돌아왔구나.”
기존 숙련도에도 변화가 없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기는 개뿔이 무슨!
“제기랄.”
아직 지불해야 할 돈이 남아 있는 게 말이 된단 말인가!
그런데 이 또한 어쩌랴.
시우는 파들파들, 떨리는 손가락을 억지로 움직였다.
역시나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았다.
메두사의 눈을 바라본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괴력[怪力](SS)의 힘까지 끌어내서야 손가락은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꾸욱.
한 번의 터치로 증발해 버린 640억.
그리하여 사라져 버린 것이 도합 1,120억.
하지만 그 지랄맞은 기분도 잠시.
[클레오파트라 채널의 멤버십에 가입하셨습니다.> [매혹[魅惑](SR)을 습득합니다.>“…SR등급?”
이건 또 뭔데?
하는 생각과 동시에 달칵, 시우의 병실 문이 열렸다.
외출했던 백선제가 돌아온 것일까.
시우는 고개를 들어 병실에 들어온 사람을 확인했다.
“어라?”
그런데 생각과는 다른 인물이 시우의 병실 앞에 서 있었다.
분홍색 환자복을 입고 있는 기나긴 흑발의 미녀.
“할아버지가 여기에 계신다고 들어서.”
한채린이 시우의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