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1)
21화.
치이이익─!!
시뻘겋게 달아오른 검신이 빠르게 식으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이윽고 마지막 연마의 과정이 마무리되며 한 자루의 도검이 완성되었다.
[공짜로 줘도 쓰지 않을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가 미량 상승합니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1.23%[+0.03%]>그리고 스마트폰 화면으로 떠오르는 알림창.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는데….”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짜로 줘도 쓰지 않을 장비라니.
말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물론 하도 들었던 터라 이제는 그리 상처받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 정도 품질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SH그룹에 납품할 장비를 만들어 달라고 했었지….”
정확히는 SH그룹이 만족할리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한채린이 사용할 장비는 아니었다.
마스터 오렐리안이 제작한 237억짜리 검이 있는데 뭣하러 다른 걸 사용한단 말인가.
“아마 SH헌터 길드 소속 헌터들에게 지급할 장비이지 않을까 싶은데.”
SH그룹 산하, SH헌터 길드.
한채린이 대표로 있는 길드에 납품할 장비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납품하는 장비의 개수를 보아하니.
“길드에 소속되기만 해도 장비를 지급해주나 보네.”
과연 SH그룹은 SH그룹인 걸까.
그 품질 또한 가성비가 아닌 상당한 품질을 요했다.
해서 지금 시우가 제작한 가성비 장비로는 어림도 없었다.
공짜로 써도 쓰지 않을, 수식어가 달린 정도로는 안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공짜로 주면 쓸 법한’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아무튼 지금보다는 더 좋은 품질로 만들어야만했다.
그리고 현재로서 그 방법은 하나.
“슬슬 재료를 바꿔야할 것 같은데.”
언제나 그렇듯.
좋은 재료에서 좋은 장비가 나오는 법이었으니까.
“상위 등급의 던전을 가봐야겠다.”
아무래도 그래야할 것 같았다.
보다 좋은 재료를 파밍해야하기도 했거니와.
“숙련도도 더디게 오르고 있단 말이지.”
처음 장비 제작을 했을 때는 0.3%~0.4%씩 오르던 숙련도였다.
그런데 숙련도가 1%를 넘어갔을 때부터였나.
오르는 숙련도가 0.03%~0.04%로 급감했다.
무려 10분의 1이 줄어들어버린 상황.
“공짜로 줘도 쓰지 않을 장비로는 더 이상 숙련도를 없다는 것이겠지.”
여러모로 더 높은 품질의 장비를 만들 필요가 있어보였다.
다행히 F등급 던전을 거진 학살해버렸기 때문일까.
실적도 올라서 지금 시우는 E-급의 헌터였다.
한마디로 E등급의 던전을 레이드할 자격이 있는 셈.
“바로 가볼까.”
시우는 발걸음을 헌터 관리국으로 향했다.
* * *
울창한 숲의 풍경.
어두컴컴한 밤의 배경 속으로 시우는 차분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사박, 하는 풀 밟는 소리와 함께 아우─!
고막을 자극하는 새의 울음소리가 숲의 메아리를 타고 들려왔다.
아울베어(Owlbear).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부엉이와 곰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의 몬스터였다.
정확히는 부엉이 머리에 곰의 몸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라 할 수 있었다.
“후우….”
시우는 긴장된 마음으로 주먹을 몇 번 움켜쥐었다 펴보였다.
아울베어는 E-등급의 몬스터로 F+등급과는 한 단계 차이만이 날 뿐이었다.
그러나 등급 체계가 그러할 뿐.
실질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F등급에서 E등급으로의 격상.
그것은 곧 격(格)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단순히 한 단계 차이로 논할 것이 아니었다.
시우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아울베어의 특징을 차분히 떠올렸다.
아울베어는 부엉이와 곰의 특색을 모두 가지고 있는 몬스터였다.
깃털의 끝이 부드럽게 갈라져있어 움직일 때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또한 밤눈은 기가 막히게 밝아 밤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먹잇감의 소리에도 굉장히 민감하다.
좌우에 달린 기나긴 귀는 아주 작은 소리조차 정확하게 포착한다.
바로.
푸드덕─!
이렇게 말이다.
위쪽에서 들려온 날개짓 소리.
황급히 고개를 들자,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아울베어가 시우를 향해 덮쳐오고있었다.
아울베어는 부엉이의 머리에 곰의 몸을 가진 몬스터다.
한마디로 곰의 피지컬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과 곰의 대결.
누가 이길 지는 뻔히 알 수 있는 결과였다.
그렇기에 당장이라도 피해야했건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소리 없이 다가온 아울베어는 먹잇감에 대한 완벽한 타이밍을 잡은 상황이었으니까.
어디까지나 아울베어의 입장에서 말이다.
시우의 머릿속에는 아울베어의 습성이 각인처럼 새겨져있었다.
그리고 통찰력(S+)과 더불어 괴력[怪力](SS)으로 증폭된 감각.
시우는 처음부터 아울베어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시우는 주먹을 꽈득, 움켜쥐며 덮쳐오는 아울베어를 향해 그대로 내질렀다.
그리고 꽈아앙─!!
터져나오는 폭발.
“해치웠…! 아니, 버텼나?”
시우는 떨리는 마음으로 저 멀리, 나무에 쳐박힌 아울베어를 확인했다.
그리고 확인한 결과.
“에휴… 그럼 그렇지.”
역시나 E-등급의 몬스터도 헤라클레스의 괴력을 버티지 못했다.
* * *
SH헌터 길드 사옥.
그 최하층에 위치한 훈련장 겸 연무장.
한채린의 비서, 김민재는 수련 중인 채린을 가만히 지켜봤다.
쐐액! 쐐애액!
공간을 가르는 채린의 검은 마치 하나의 벼락을 형상화 한 것만 같았다.
그 무엇도 갈라버릴 듯한 기세는 과연 마스터 오렐리안의 작품이라 부를 수 있는 검이었다.
쐐애액!
그리고 그런 검을 사용하는 채린 또한 과연이라 말할 수 있었다.
천부적인 재능.
허나, 채린은 그 재능에 취하지 않았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하던가.
천부적인 재능임에도 채린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천재가 아닌 둔재처럼 노력이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나 요즘은 그 노력이 배가 되어있었다.
채린은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민재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얼마 전, 검은 트롤과의 싸움.
그것이 채린의 무언가를 자극시킨 것이리라.
채린은 맹렬한 기세로 수련을 이어나갔다.
민재는 그런 채린의 수련이 끝날 때까지 말없이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오셨으면 말씀주시지 그러셨어요.”
민재를 발견한 채린이 호흡을 갈무리 하며 민재에게 말했다.
민재는 그때서야 채린에게 다가가 수건을 건넸다.
“수련을 방해할 정도로 급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요. 다음부터는 바로 말씀주세요.”
채린은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고.
민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1팀의 공략이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얼마 정도 걸렸죠?”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건으로 땀을 닦던 채린이 순간 멈칫거렸다.
무덤덤한 얼굴에는 의문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5분이요?”
“그렇습니다.”
민재는 역시나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런 민재의 모습에 채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빠르지 않은가.
물론 1팀의 평균 등급은 B+급이었다.
공략한 던전의 등급은 B등급의 던전.
격차가 있다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빨리 공략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게 실은….”
그런 채린의 의문을 알기라도 하듯.
민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장비의 품질이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장비요?”
“휘두르기만 해도 두부 썰리듯 썰려나갔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길드원들에게 지급한 장비들.
헌터들을 포섭할 의도와 더불어 보급 장비에 많은 투자를 해보였다.
그 의미로 여러 경쟁 업체를 두고 품질 경쟁을 시켰다.
그렇기에 장비의 품질이 상당함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휘두르기만 해도 두부 썰리듯 썰려나갔다니?
그것도 B등급의 몬스터가?
“조사해보니 서팔광 장인께서 만드신 장비라고 합니다.”
“서팔광 장인이라면….”
채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면서도 아리까리한 이름.
“마스터 오렐리안께서 인정한 한국의 몇 안되는 장인입니다.”
“아.”
채린은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마스터 오렐리안에게서 오며가며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정확히는 채린이 마스터 오렐리안에게서 검을 의뢰할 당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대장장이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오렐리안은 한국에도 뛰어난 장인이 있다며, 서팔광의 실력을 인정한 바 있었다.
한마디로 서팔광은 마스터 오렐리안이 인정한 장인.
그런 장인이 만든 장비이니 그 품질이야 이루 말할 것이 없었다.
채린은 B등급의 몬스터 가죽이 왜 두부처럼 느껴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그런데… 지급된 장비 모두가 서팔광 장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다른 것들도 섞여있다는 뜻인가요?”
채린의 눈이 위로 살짝, 치켜들어올려졌다.
그 안에 깃든 감정은 약간의 분노.
그도 그럴 것이 그건 끼워팔기를 했다는 뜻이 아닌가.
“납품 전에 미리 밝혔다고 합니다.”
그럼 은근슬쩍 속여서 끼워팔기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채린은 치켜든 시선을 차분히 내려보였다.
무엇보다.
“그 장비들을 사용한 헌터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말씀은… 그 장비도 몬스터들의 가죽을 쉽게 베어냈다는 말씀인가요?”
“두부처럼은 아니지만 무처럼 썰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몬스터들이 눈물을 무뚝뚝, 흘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답을 하며 민재는 속으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봐도 위트가 흘러넘치는 멘트이지 않은가.
수련하는 채린을 기다리면서 생각해낸 것인데 센스가 아주 굉장했다.
그런데 웬걸.
채린은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반응이 없다 못해 표정이 아주 무뚝뚝했다.
민재는 괜시리 시무룩해졌다.
그런 민재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채린의 눈이 다시 한 번 치켜올려졌다.
그리고 이번에 깃든 감정은 분노가 아닌 의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말은 즉.
서팔광이 만든 장비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이가 한국에 있었던가?
“그게 누구죠?”
“아. 크흠. 그, 그것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민재는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조사해볼까요.”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채린은 살며시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 정도의 장비를 만들었다는 것은 뛰어난 장인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장인이라는 이들은 각자만의 고집이 있기 마련.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괜히 뒷조사를 했다가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었다.
빈정이 상했다며 SH그룹에 장비를 제작하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릴 수 있었다.
구태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굳이 접촉을 하지 않더라도 장비를 공급받을 방법이 있었다.
“해당 장비들을 공급한 곳이 어디죠?”
“소은 물산입니다.”
채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소은 물산과 거래를 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떠나가는 민재의 발걸음.
채린은 다시 검을 쥐어보였다.
* * *
“꺄아아아아아!!”
서씨 공방에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비명이라 함은 대체적으로 고통, 슬픔, 절망.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에 기반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 터져 나오는 이 비명.
“어쩜 좋아! 어쩜 좋아!!”
이건 기쁨이라는 감정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소리였다.
그리고 이 비명의 주인은 다름 아닌 김소은.
“진짜 어쩜 좋아!!”
소은이 발을 동동 구르다 못해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가슴께로 모인 두 손이 어찌할 바를 모르며 떨리고 있었다.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만 참….
“꺄아아아아아아!!!”
아주 지랄 발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은이 저렇게 지랄 발광을 하고 있는 이유.
“이번에 소은 물산이 SH그룹과 정식 계약을 체결했어요!!”
SH그룹과 정식 계약을 체결했단다.
보아하니 이번 건 수는 정식 계약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경쟁 입찰? 경쟁 납품?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만 아무튼 그런 종류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소은 물산이 최종 선택된 것.
“진짜…! 진짜아아…! 꺄아아아아아아!!!”
소은은 아주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게 저렇게 좋을까… 싶으면서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SH그룹이지 않은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초거대기업.
그런 SH그룹과 정식 계약을 따냈으니 좋을 수밖에.
그리고 그런 정식 계약의 1등 공신.
“시우씨!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지 말만해요!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줄테니까요!”
소은은 말만하면 뭐든지 해줄 사람처럼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보였다.
그 모습이 꼭 강아지가 올려다보는 것 같아 시우는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려보였다.
“전 그냥 장비를 만든 것뿐인데요.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그게 전부라고요! 납기일 안에 물량을 맞추는 건 신뢰의 기본! 거기에 장비 품질까지 완벽! 시우씨가 아니었으면 정식 계약은 꿈도 꾸지 못 했다고요!”
그러면서 소은이 시우의 두 손을 꼭, 붙잡았다.
“그러니 시우씨! 우리 앞으로도 잘해봐요! 아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아니, 뭐….”
“제가 최고의 대우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믿음에 배신하지는 않을게요! 아, 그래! 이렇게 말만 드릴 게 아니라… 잠시만요!”
그러더니 소은이 주머니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이어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계좌 한 번 확인해보세요!”
시우에게 계좌를 확인해보라며 말해왔다.
시우는 뭔가 싶으면서도 곧장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확인했다.
[계좌 잔고] – 284,242,000₩그리고 찍혀있는 금액, 2억 8천 4백.
처음 시우가 있던 돈이 약 5천만 원이었다.
거기에 밀린 월세 내고, 레이드 전에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사고 남은 금액이 약 3천 4백.
한마디로 2억 5천이라는 돈이 입금된 셈이었다.
“대금은 원래 1억 5천… 아니었나요?”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의 뇌물이자, 시우씨의 믿음에 배신하지 않겠다는 제 성의예요!”
그걸 1억이나 더 준다고?
“지금처럼만 해주시면 더 맞춰드릴게요!”
아.
시우는 생각을 확고히 굳힐 수 있었다.
소은 물산이 신뢰와 믿음을 가장 최우선 가치로 두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시우는 소은을 완전히 믿지는 않을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 돈보다 뿌리깊은 나무는 없는 법.
“소은씨. 사랑합니다.”
“저도요 시우씨!”
시우는 소은과 함께 지랄 발광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서팔광.
“염병들을 한다 아주.”
서팔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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