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30)
229화.
치료제 가격, 천 원.
회장실에는 알 수 없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한민아는 머리로 망치를 얻어맞은 표정이었다.
살짝,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우는 그런 한민아에게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유가….”
한민아가 정적을 깨며 입을 열었다.
다만, 충격 때문인지 한민아는 메인 목을 가다듬으며 재차 입을 열었다.
“이유가 뭐야?”
한민아의 충격은 충격과 더불어 의문 또한 품고 있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1억이어도 상관없을 텐데?”
안다.
1억이 뭐란 말인가.
10억을 불러도 살 사람은 살 것이다.
어쩌면 100억을 불러도 살 사람은 살 것이다.
아니, 제발 팔아 달라며 시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것이다.
“돈이 필요하던 거 아니었어?”
이 또한 맞는 말이었다.
물론 장비를 판매함으로써 어느 정도 커버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미쳐 버린 갓튜브의 구독료는 꾸준한 돈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대체 왜…?”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한민아의 표정.
당연히 시우라고 한민아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러려고 했었다.
병원장과 이야기할 때만 해도 그런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럼에도 치료제 가격을 천 원으로 결정한 이유.
“고모님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가난했습니다.”
지금이야 몇억을 ‘고작’ 혹은 ‘따위’라 여기고 있긴 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몇만 원에 손을 벌벌, 떨었다.
“서아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죠.”
솔직히 원망스러웠다.
가족이 아니었으면 싶었던 적도 수십 번.
그냥 버릴까 싶었던 적 역시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고백하건대… 서아가 차라리 죽었으면 싶었던 적이 수도 없이 있었다.
그리고 신께서는 그런 시우의 기도를 들어 준 걸까.
서아가 자살 시도를 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빠의 발목을 붙잡기 싫어서.
자살은 다행히 시도로 그쳤지만, 그건 서아의 의지가 아니었다.
자살을 시도한 곳이 대한민국 최고인 SH병원이었다는 것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깨어난 서아를 보며 시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랬냐. 이유를 묻지 않았고.
그동안 너를 위해서 내가 얼마나! 라며 화를 내지도 않았다.
서아를 안아 주었다.
말없이 안아 주었다.
품 안에 안긴 서아의 몸은 너무도 야위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도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시우만 겪은 일은 아닐 것이다.
마력 피폭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들.
그러한 이들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
그들 모두가 시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리라.
시우는 그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으나, 어디선가 그 누군가는 현재 진행형일 것이다.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은 삶을 이어 나가고 있으리라.
차라리 같이 죽었으면 하는 싶은 나날들의 연속이리라.
치료제값, 1억.
지금의 시우에겐 고작 혹은 따위의 금액.
그러나 과거의 시우에겐 반평생을 바쳐야 겨우 모을 수 있는 금액.
그리고 누군가에겐, 일생을 바쳐도 결코 모을 수 없는 금액.
그래서였다.
그 고통이 어떠한지 너무도 잘 알기에.
그 비참함이 어떠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차마 치료제의 가격을 높게 받을 수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우의 생각일 뿐이다.
“그런 의미로 고모님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치료제를 만들기만 한다고 시우의 생각이 실현되는 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로 유통되어야 비로소 현실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료제를 보관하기 위한 각종 장비가 필요하다.
그에 따른 비용이 지출되는 건 자명한 사실.
그리고 보관 장비는 허공에 구비하는가?
장비를 구비할 수 있는 부지와 공간 또한 만들어야 한다.
또 보관만 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도난 방지 및 유지 관리 보수가 필수다.
이에 따른 인력 및 관련 시설을 구비해야 한다.
이제 전 세계로 치료제를 공급하기 위한 유통망이 필요하다.
단순히 치료제를 만든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당연하게도 천 원으로는 이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무조건적인 적자다.
그래서 한민아를 찾아왔다.
제안이 아닌, 부탁을 하고자 말이다.
“치료제의 가격을 천 원으로 공급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치료제를 만드는 건 시우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유통하는 건 할 수가 없었다.
그러한 능력과 힘이 시우에게는 없었다.
시우는 그렇게 한민아의 답을 기다렸고.
“……..”
한민아는 역시나 답이 없었다.
여전히 멍한 정신.
초점 잃은 한민아의 눈동자는 방금 전보다 더한 충격을 품고 있었다.
적막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정적 속에서 시우와 한민아는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런 건… 협박이잖아.”
한민아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들려왔다.
바라본 한민아의 표정은 굉장히 난처해 있었다.
“무리인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말해 봤자, 난감하기만 할 뿐이라고. 그런데 그 생각이 올바르니까 거절조차 할 수가 없어.”
한민아가 정말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게 협박이 아니고 뭐겠어.”
“저는 그런 의도로 말씀드린 것이….”
시우는 황급히 손사래를 쳐 보였다.
그러자 피식.
한민아가 웃음을 흘려 보였다?
“농담이야.”
그러더니 한민아가 재밌어 죽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건가 싶은 것도 잠시.
“시우, 정말 너는 어디까지 나를 놀라게 할 생각인 건지.”
한민아가 못 말린다는 투로 말해 왔다.
이윽고 한민아가 싱긋,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 제안. 수락할게.”
“…예?”
“왜 그렇게 놀라?”
“아뇨. 그게….”
“설마 내가 제안을 수락할 줄은 몰랐던 거야?”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시우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아무 조건 없이 수락할 줄 몰랐다.
시우가 고모님이라 부르고 있다지만 한민아는 SH그룹의 회장이었다.
SH그룹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이끌어 가는 여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SH그룹이 이런 손해만 보는 사업에 뛰어들 이유는 없었다.
해서 시우는 그 대가로 한민아가 바라는 것을 해 줄 생각이었다.
무엇을 원하든 시우의 능력 선에서 반드시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무 조건 없이 수락을 할 줄은….
“알아. 무조건적인 적자겠지. 치료제를 공급하지 않는 것만도 못해.”
“그럼 왜….”
“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지 않겠다고 다짐했거든.”
뜻을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 의미로 고마워.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줘서.”
되려 한민아가 고마움을 표하는 이유 역시 시우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어….”
이쯤 되자 시우가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 * *
이후 한민아와 치료제 공급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긴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렇게 진행하면 될 것 같네.”
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얼추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사업을 추진하는 것뿐.
“그건 그렇고….”
이에 한민아가 대뜸 물어 왔다.
“채린이랑 연락은 해?”
“…….”
“설마 한 번도 안 한 거야?”
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일부러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치료제 개발에 몰두한다고 정신이 없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병원에서 있었던 일.
한채린이 매혹[魅惑](SR)에 이끌려 벌어졌던 그 일.
그 이후로 한채린을 대하기가 약간 껄끄러웠다.
껄끄럽다기보다는 민망하다고 해야 할까.
“채린이한테 너무 무심한 거 아니야?”
“그게….”
“채린이, 이 기집애도 보나 마나 연락 한 번 안 했겠지. 하여간, 너희 둘은 참….”
한민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시우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채린 씨는 요즘 어떻습니까? 잘 지내고 계십니까?”
그러자 한민아가 눈을 한 번 흘기며 답했다.
“아직 병원에 입원해 있어.”
“예? 아직도요?”
릴리트에게 지배를 당했던 후유증이 큰 건가?
하지만 육체적인 부상은 그리 크지 않았을 텐데?
무엇보다 서울의 재앙 사태 이후로 시간이 꽤 흐른 시점이었다.
그 위중하던 백선제도 퇴원을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한채린이 아직도 입원해 있을 줄은….
“많이 안 좋은 겁니까?”
“많이 안 좋지는 않아. 단지 자꾸 가슴이 짓눌린 것처럼 아프다고 해서 퇴원을 못 하고 있는 거야.”
그게 많이 안 좋은 거 아닌가?
시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민아가 재차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데, 마음에 병이 생긴 거란 뜻이야.”
“마음의 병이요?”
“그래. 그러니 네가 가서 채린이의 상태를 한 번 봐 주는 게 어때? 마력 피폭 증후군도 치료한 시우, 너라면 채린이 병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
시우는 흔쾌히 그러겠다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음의 병은 곧 정신 질환이었다.
그리고 정신 질환은 화타의 신의술[神醫術](S+)로도 치료할 수가 없었다.
“마음의 병은 제가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
한민아가 그건 몰랐다는 듯 눈을 살짝 크게 떠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도 채린이가 앓는 마음의 병은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너밖에 치료할 수가 없을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시우는 한민아의 말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시우의 모습 때문일까.
“너는 눈치가 없는 거니. 아니면 바보인 거니?”
한민아가 참다못해 소리쳤다.
바라본 표정엔 질책과 더불어 답답해 속이 터질 듯한 기색이 만연해 있었다.
“본인과 관련된 일에는 어쩜 이리도 바보 같은지….”
이게 바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인가?
“에휴, 됐다. 그냥 가서 채린이의 상태를 좀 봐 줘.”
“하지만 제가 지금 시간이….”
“이건 내 조건이야.”
“조건이요?”
한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제안을 수락하는 조건. 너도 알다시피 이 사업은 우리 SH그룹의 무조건적인 손해인 거 알고 있지?”
저렇게까지 말하니 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러면 또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차피 뭐.
한채린을 백선평에게 데리고 가야 할 일도 있지 않았는가.
“시간 내서 한 번 들르겠습니다.”
“따로 시간 내지 말고, 지금 가.”
“지금이요?”
“S+급 헌터가 어떻게 시간을 내겠어.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안 가겠지.”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약속을 어기지는 않는다.
단지 화타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제갈공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온 헤라클레스에게 하데스의 답변을 듣고.
실압구독이 얼추 완료되었을 때쯤…?
아마 그때쯤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말이다.
“그러다 채린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아픈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한민아가 그렇다고 하니 안 믿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현재 SH병원에 서아도 입원해 있는 상황.
“…그럼 지금 가 보겠습니다.”
시우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민아는 그때서야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채린이가 마음이 아닌, 몸이 아픈 것일 수도 있어.”
방금 전과는 말이 또 달랐다.
의문이 드는 것도 잠시.
“그러니 채린이 몸을 이곳저곳, 아주 꼼꼼하게 만져… 아니, 살펴보는 거 잊지 말고!”
바라본 한민아의 얼굴은 왜인지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 * *
SH병원 VVIP실.
시우는 슬쩍,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한채린의 모습을 곁눈질했다.
길게 내려앉은 흑발은 마치 고운 흑단을 펼쳐 놓은 것만 같았다.
사슴 같은 눈망울은 옹달샘처럼 맑았고.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는 백옥을 다듬어 놓은 것만 같았다.
여기에 환자복으로도 감출 수 없는 유려한 몸매까지.
‘얘는 볼 때마다 예뻐지네.’
이 정도면 전혀 꿀리지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시우가 만나본 갓튜브의 미녀들.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
미(美)의 여신이라 불리는 이들은 물론.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초월적인 매력 앞에서도 한채린은 전혀 꿀리지가 않았다.
그래서일까.
‘왜 이렇게 어색해.’
진짜 어색했다.
자꾸만 지난 번의 일이 생각이 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지난 번과 상황이 엇비슷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현재 이 병실에는 시우와 한채린밖에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
한민아와 같이 입원했던 한민아는 퇴원을 했다는 것.
해서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방해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곁눈질로 바라본 한채린 시우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감정 하나 보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어색함이 이어졌다.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참다못한 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아래로 내려져 있던 한채린의 긴 속눈썹이 천천히 들려졌다.
그리하여 한채린의 두 눈과 마주한 그 순간.
띠링!
[매혹[魅惑](SR) 숙련도 33.7%[+23.7%]>들려오는 알림음과 함께 두근!
갑자기 시우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