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33)
232화.
제갈공명에게서 온 DM메시지.
이때다 싶을 정도로 타이밍이 정말 잘 맞아떨어진 상황이었다.
“이제 얼추 상황이 정리된 건가.”
사실 그 전부터 시우가 먼저 연락하고자 한 시도는 있었다.
그럼에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관리자 계정은 DM메시지 사용이 불가합니다.>관리자는 채널의 주인에게 DM을 보낼 수 없었으니까.
같은 이치로 시우는 갓튜브의 채널을 운영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최초 DM은 반드시 저쪽에서 먼저 해 주어야 했다.
그 이후, 연락처를 교환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시우가 먼저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그것도 갓튜브 DM이 아니라 연락처로 직접 연락하는 방식이었다.
한마디로 시우는 갓튜브의 DM으로는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외에도 고객 센터에 문의할 수 없는 것까지.
어째, 권한보다는 제약이 더 많았다.
“이게 무슨 관리자 계정이야.”
그런데 음.
생각해 보면 관리자라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관리자는 어디까지나 갓튜브가 잘 운영되도록 하는 직책.
권한을 남용하여 특혜를 얻는 직책이 아니었다.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런 의도로 막아 놓은 것 같았다.
아무튼.
“그래도 타이밍이 잘 맞긴 했네.”
시우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수락 버튼을 눌렀다.
꾹.
터치와 함께 팟.
화면이 바뀌며 익숙한 사내의 모습이 비쳐 보였다.
긴 도포. 손에 든 부채.
정갈한 수염과 서생과도 같은 인상.
“처음 뵙겠습니다, 제갈공명 님.”
천재 지략가, 제갈공명.
사실 처음 보는 건 아니었다.
갓튜브 영상으로 매일 같이 보던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제갈공명 입장에서는 처음이었다.
[아, 혹시 시우 선생님 되십니까?]제갈공명이 점잖게 시우에게 물어왔다.
그간 시우가 대화해 본 갓튜브의 인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헤라클레스가 왜 샌님이라 말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좋은 쪽으로 말이다.
[이야기는 그 산해경의 마물에게서…. 아니, 음.]제갈공명이 실수했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헤라클레스라는 분께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제갈공명이 재차 입을 열었다.
그런 제갈공명의 말에 시우는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산해경(山海經).
산해경은 중국 선진시대에 쓰여진 책으로서 세상 바깥 것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사흉수(四凶獸)라 알려진 괴물들도 산해경에 기록된 마물이었다.
그리고 사흉수 정도면 굉장히 양반이었다.
산해경의 마물들은 그야말로 세상 바깥 것들.
전신에 1,000개에 달하는 항문이 있어 시도 때도 없이 배변을 싸지르는 요괴.
말, 소, 양, 개, 닭 등.
서로 다른 온갖 생물의 생식기가 모두 달려 있어 스스로 음욕을 품고는 끔찍한 혼종을 잉태하는 마물.
인간의 이성으로는 차마 이해할 수 없는 세상 바깥 것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리고 헤라클레스도 그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세상 바깥 것.
쉽게 말해 제갈공명은 헤라클레스를 이해하지 않기로 한 것 같았다.
[어떤 분인지 잠깐 알아봤습니다만, 정말로… 굉장하신 분이더군요.]놀람과 경악, 충격과 공포.
제갈공명의 표정에는 갖가지 감정이 혼합되어 있었다.
삼국지의 인물이 바라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그 심정이 어떠할지는, 시우도 좀처럼 예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덕분에 삼국통일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주군께서도 굉장히 기뻐하시고 말입니다.]이윽고 제갈공명이 시우를 바라봤다.
[저희를 도와주신 연유가 있으시겠지요.]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이었다.
그리고 그 함축된 의미가 향하는 바는 하나.
제갈공명은 헤라클레스의 뒷배에 시우가 있음을 모르지 않는 것 같았다.
뒷배라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모든 걸 시우가 계획했음을 모르지 않는 것 같았다.
[저를 만나고 싶어 하신 연유 또한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제갈공명은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
시우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핵심을 짚을 뿐이었다.
과연 제갈공명이라는 걸까.
시우 역시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
“제갈공명 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차분한 제갈공명의 대답.
시우는 관련한 사실들을 제갈공명에게 모두 말해 주었다.
* * *
상당히 긴 이야기.
그럼에도 제갈공명은 차분히 시우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 과정에서 제갈공명은 시우가 신(神)의 힘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란 표정을 내보이긴 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었다.
그 사실을 의심하거나, 별다른 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쯤 되자 시우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제 말씀을 믿으시는 건가요?”
[믿는다기보다는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제갈공명은 차분히 답을 해 보였다.
[불가능을 제외하고 남은 것이 아무리 믿을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반드시 진실인 법이니 말입니다.]이 말은 즉.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건가.’
과연 제갈공명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더 들려주실 이야기는 없으신 겁니까?]“아, 네. 드려야 할 말씀은 다 드렸습니다.”
제갈공명은 그때서야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선생님께서 제게 묻고자 하시는 바는 두 가지라 생각됩니다.]제갈공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숙련도가 100%에서 오르지 않는 이유, 그리고 저의 통찰력이 예지 능력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 이 두 가지가 맞으신지요.]“…정확합니다.”
시우는 감탄 섞인 답을 해 보였다.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 막힘이 없지 않은가.
숙련도와 같은 시스템을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아도 제갈공명은 알아서 이해하고 알아서 답을 해 보였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
‘유비가 왜 삼고초려를 했는지 알 것 같네.’
삼고초려면 그야말로 거저나 다름없었다.
천고초려 아니, 만고초려 정도는 해야 수지타산이 맞았다.
[먼저 숙련도가 100%에서 오르지 않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그야말로 속전속결.
시우는 강력한 탄산음료를 마신 듯한 기분으로 이어질 제갈공명의 말을 기다렸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빌려 온 힘이기 때문입니다.]빌려온 힘.
그 의미를 곱씹고 있자니 제갈공명이 다시 말해 왔다.
[숙련도 100%라 함은 완전함을 의미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저의 통찰력과 시우 선생님의 통찰력. 이 둘에는 차이가 없습니다.]현재 시우의 통찰력(S+)은 숙련도가 100%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말 차이가 없냐 한다면 그건 아닙니다. 같은 힘이라도 어떻게 사용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니 말입니다.]그러면서 제갈공명은 관련한 설명을 더해 주었다.
상당히 난해한 설명.
“그러니까….”
시우는 제갈공명의 설명을 머릿속으로 한 번 정리하며 말했다.
“제가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은 100%가 되지 못해도 숙련도 시스템이 판단한 바, 이미 그 힘은 100%로서 인정되고 말씀이신 거죠?”
제갈공명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러나 시우는 확실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같은 통찰력(S+)의 힘이었음에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의미로 시우의 통찰력과 제갈공명의 통찰력.
이 둘은 같은 힘이나 다른 힘이라는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숙련도 100%를 넘어선 힘은 왜 그런 건가요?”
괴력[怪力](SS)과 신[神]의 야금술(SS).
제갈공명의 말에 따르면 숙련도 100%가 한계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둘은 숙련도 100%를 넘어서고 있었다.
[빌려 오지 않은 힘이기 때문입니다.]빌려 오지 않은 힘.
[보다 정확히는 융합된 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아.”
시우는 이 말만큼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괴력[怪力](SS)과 신[神]의 야금술(SS)은 단순히 그 힘만이 깃들어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일단 신[神]의 야금술(SS)은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이 깃들어 있었다.
그 힘과 융합하여 헤파이스토스를 뛰어넘는 힘으로써 작용되고 있었다.
괴력[怪力](SS)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의술[神醫術](S+)로 강화된 신체와 더불어 시우는 조금이나마 환골탈태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덕분에 괴력[怪力](SS)이 갖는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었다.
[숙련도 100%를 넘어선다는 건 빌려 온 힘으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합니다.]그것은 새로운 힘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건 헤파이스토스의 것도, 헤라클레스의 것도 아닌 시우만이 갖는 본연의 힘.
[시우 선생님만의 고유성이 생기는 셈이지요.]시우는 조금씩 제갈공명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저 둘 말고는 다른 힘은 숙련도 100%를 넘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불가능합니다. 허나, 시우 선생님만은 가능합니다.]어디선가 들어 본 제갈공명의 답.
“제 고유성의 본질은 여전히 무(無)이기 때문이겠죠?”
[그렇습니다.]제갈공명이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해서 산해경의 마물…. 아니, 음.]그러다 실수했다는 듯 제갈공명이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헤라클레스가 여간 충격적이긴 했던 모양이었다.
[헤라클레스라는 분께서 이미 답을 주셨습니다.]헤라클레스가 이미 답을 줬다고?
그 근육 괴생명체가 언제….
“아, 설마. 실압구독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제갈공명은 바로 맞혔다는 듯 말을 이었다.
[두 힘을 융합하여 새로운 힘을 창조하는 것. 그것은 오로지 시우 선생님만이 사용 가능한 힘입니다. 그건 빌려 온 힘이 아닌, 시우 선생님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성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그렇다는 건….”
[산해경의 마물…. 아니, 헤라클레스라는 분께서는 여기까지 내다보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시우는 새삼 헤라클레스에게 감탄해 보였다.
어쩐지.
머리 아픈 말들을 하며 실압구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싶었다.
보이는 모습만 괴생명체일 뿐이라는 걸까.
[죄송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떻게 그 일을 가능케 할지는 답을 드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제갈공명조차 실압구독에 대해서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특별 커리큘럼이다 뭐다 하는 말들이 마냥 호들갑이 떠는 것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질문에 대한 답이 되셨는지요.]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마따나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으니까.
[그럼 두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을 드리겠습니다.]제갈공명은 뜸 들일 것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두 번째 의문 역시, 첫 번째 의문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제 통찰력은 예지 능력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예지 능력으로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힘이니 말입니다.]하지만.
[시우 선생님이라면 가능합니다. 이는 제 힘이기도 하거니와, 제가 생각해 낸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산해경의 마물분이 사용하시는 실압구독과는 다릅니다. 실압구독에서 힌트를 얻기는 했지만 말입니다.]이제는 대놓고 산해경의 마물이라 부르는 제갈공명이었다.
[제가 선생님께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러면서 제갈공명이 진지한 서생 모드로 돌변했다.
* * *
서생 모드로 전환된 제갈공명의 이야기는 정말로 길었다.
그러니까 설명충도 이런 설명충이 없었다.
그리고 단순히 길기만 했다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아윽…!”
머리가 지끈거리다 못해 찢어질 것 같았다.
과도한 지식의 주입으로 두뇌가 뜨겁다 못해 타오르고 있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아….”
역대급.
제갈공명의 설명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같은 통찰력(S+)을 사용하기 있기 때문일까.
제갈공명은 아주 난해한 이야기만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시우가 이해할랑 말랑한 수준을 기가 막히게 지켰다.
그 때문에 대충 흘려들을 수조차 없었다.
주입식 교육.
“어떻게 머릿속에 강제로 지식을 욱여넣을 수가 있는 거지?”
문자 그대로 주입식 교육이었다.
하물며 이번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
“다음 수업이 언제였더라….”
정말이지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뭐 어쩌랴.
시우는 찢어질 듯한 머리를 붙잡으며 던전 밖으로 나갔다.
멈칫.
아니, 나가려던 그때였다.
시우의 감각으로 낯선 인기척이 느껴졌다.
시우가 알고 있는 종류의 인기척이 아님과 동시에 의도적으로 숨겨진 기척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시우가 있는 이곳은 ‘혼드 데몬(Hond Demon)’이라는 몬스터가 출현하는 S등급의 던전이다.
바깥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던전 안.
기척을 숨기고 들어왔다는 의도는 강도철 때만 생각해 봐도 답을 알 수 있었다.
필시 좋은 의도는 아니리라.
시우는 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가만히 바라봤다.
가려진 어둠 너머.
“쿠히히히히힛!”
여우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사내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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