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34)
233화.
어둠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황색 여우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사내.
사실 사내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키르르르르륵!”
저 정신 나간 웃음소리에서 추측되는 성별이 남자라 생각될 뿐이었으니까.
정체가 무엇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제정신은 아닌 사람이었다.
“나를 봤어? 나를 본 거야? 정말로?”
여우 가면의 사내가 키득키득, 거리며 말했다.
그 웃음 안에서 정신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광기가 느껴졌다.
아니, 잠깐.
…광기?
시우는 가만히 여우 가면을 바라봤다.
감각을 날카롭게 벼리며 여우 가면을 살폈다.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 아니다.
외형은 인간처럼 보이나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인간이 아니었다.
절대로 인간에게서 느껴지는 종류의 기운이 아니다.
그렇다고 생소한 기운은 아니었다.
언젠가, 시우가 한 번 느껴본 적이 있는 기운이었다.
내면의 본능을 자극하는 악(惡).
릴리트(Lilitu).
서울의 재앙 당시, 한채린의 몸을 지배하려 했던 악마.
지금 여우 가면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릴리트의 기운과 상당히 유사했다.
하여, 시우는 여우 가면의 정체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악마….”
악마(惡魔).
저 여우 가면은 인간이 아니라, 악마다.
“와!!!”
여우 가면이 정말 놀랐다는 듯 소리쳤다.
가면 속에 감추어진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놀람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어? 응? 내가 악마인 걸 어떻게 알았어??”
여우 가면이 크게 소리치며 물어 왔다.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는 걸까.
아니면 숨길 필요가 없다는 걸까.
“그럼 혹시 내 이름이 뭔지도 알아? 내가 악마인 걸 알면 내 이름이 뭔지도 알겠네? 응? 맞춰 봐! 내 이름이 뭐~~~게?”
여우 가면은 퀴즈를 내듯 장난스럽게 말했다.
시우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악마라는 사실만 알았다 뿐.
어떤 악마인지까지 알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솔직히 악마라는 것도 확정된 사실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이는 여우 가면의 행태.
“모르는 거야? 내 이름이 뭔지 모르는 거야?”
악마인 척, 시우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수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가르쳐 주까? 가르쳐 주까? 가르쳐 주어?”
여우 가면이 낄낄, 거리며 눈을 흘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안 돼. 안 돼.”
여우 가면이 도리도리,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 인색한 너구리가 화낼 거야. 있지, 잘 들어 봐. 인색한 너구리는 인색해서─. 크히히히힛!”
갑자기 여우 가면이 웃음을 터트렸다.
두 손으로 입까지 틀어 막으며 웃음을 참았다.
그러나 도무지 참을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거렸다.
“인색한 너구리는 인색해! 인색한 너구리는 너어어무 인색해!”
캬하하하하하핫!
미친 여우.
절로 그런 생각이 드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저 미친 소리를 더 이상 듣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꽈득!
시우는 오리할콘 권갑을 움켜쥐었다.
여우 가면의 정체가 악마든 뭐든.
제정신이 박힌 존재든 아니든.
일단 허락없이 던전에 들어온 것부터가 좋은 의도를 지닌 것은 아닐 터.
꽈드드득!
쥐어지는 주먹과 함께 괴력[怪力](SS)의 힘이 전신으로 솟아올랐다.
“싸우게? 나랑 싸우게? 퍄하하하하!”
그러자 여우 가면이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웃어 보였다.
정신 나간 웃음에는 가소롭다는 기색 또한 만연해 있었다.
“안 돼. 안 돼. 나랑 싸우면 안 돼.”
여우 가면이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 보였다.
당연하게도 시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왜 안 되는 줄 알아?”
그러나 가면으로 가려진 얼굴 속.
“네 예쁜 여동생이 위험하기 때문이야!”
일순간 시우의 움직임이 뚝, 멈춰 섰다.
동시에 시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크히히히힛! 키히히히히히히힛!”
여우 가면이 웃겨 죽겠다는 듯 광소를 터트렸다.
“혹시 이거 알아보겠어?”
이윽고 여우 가면이 시우에게 물어 왔다.
그와 동시에 사아아아아─!
산들거리는 자연의 기운이 여우 가면에게서 느껴졌다.
시우에게 상당히 익숙한 힘.
“태극?”
태극[太極](SS)의 힘이었다.
지금 여우 가면이 사용하는 힘은 분명한 시우가 사용하고 있는 태극[太極](SS)의 힘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걸…?
“와! 너 정말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잖아!”
여우 가면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놀라?
본인의 힘이 아니라는 건가?
“하지만 이상해. 완전히 복제가 안 돼.”
이윽고 여우 가면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가면에 가려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느껴지는 기색은 그러했다.
그리고 복제라는 말.
그것은, 시우에게 잊고 있던 한 존재를 떠올리게 했다.
“…이예준?”
S급 헌터, 이예준.
지난 날 시우에게 오리할콘 권갑을 강탈하러 왔던 이예준.
그러나 한채린에게 박살이 난 뒤로 행적이 묘연한 이예준.
그 이예준의 개성이 바로 저 복제였다.
“퍄하하하하하!”
여우 가면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지금 상황이 즐거워 미칠 것 같은 기색으로 소리쳤다.
“나랑 계약했어! 너를 죽이고 싶다길래 나랑 계약하게 해 줬어! 보다 강한 힘을 얻으려면 악마와 계약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키히히히히힛!
들려오는 여우 가면의 웃음.
그 안에는 새까만 광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 * *
SH병원의 라운지.
운동장보다 커다란 라운지는 대한민국 제1의 병원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대한민국 제1의 병원이라는 걸까.
“여긴 언제 와도 사람이 많네.”
커다란 라운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김이준은 고개를 한 번 흔들고는 특특실의 병동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죄송하지만, 특특실의 환자분은 허락된 인원 외에 면회가 안 됩니다.”
특특실의 간호사가 김이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김이준은 살짝, 손사래를 쳐 보이며 말했다.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래 봬도 시우 형님과 호형호제 하는 사이입니다.”
“혹시 성함이?”
“김이준입니다.”
김이준의 답에 간호사가 전산 차트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죄송하지만, 면회 허락 명단에 이름이 없습니다만.”
“…예?”
김이준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었다.
면회 허락 명단에 이름이 없다니?
“그, 그럴 리가요. 다시 한번만 확인해 주시면 안 됩니까?”
김이준은 당황하며 소리쳤다.
간호사는 다시 타닥, 탁.
“몇 번을 찾아봐도 김이준이라는 이름은 없습니다.”
단호히 고개를 저어 올 뿐이었다.
“이, 이게 왜….”
김이준은 절대 그럴 리 없다며 다시 말했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형님께서 제 이름을 깜빡하신 것 같은데….”
“죄송하지만 허락된 인원이 아니면 면회가 불가능합니다.”
“…….”
김이준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말마따나 명단에 없다는데 떼를 쓸 수도 없지 않은가.
시우의 카메라맨이긴 했다만….
세공남 채널의 카메라맨을 증명하는 증명서나 자격증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김이준은 결국 발걸음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터덜터덜, 발걸음을 되돌리던 그때.
“거긴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돼요!”
한쪽에서 크나큰 소란이 일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엔 웬 사내가 특특실의 병동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주변의 간호사들이 만류했지만 사내는 개의치 않았다.
“말이 안 들립니까!?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된다고요!”
결국 경호원들이 나서서 사내의 앞을 막아섰다.
그럼에도 사내는 개의치 않았다.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특특실의 병동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이러시면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다못한 경호원들이 사내의 팔을 붙잡았다.
그 순간.
“위험해!”
김이준이 크게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콰직─!
강렬한 파육음과 함께 푸확!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뭐, 뭐야…!”
“꺄아아아아아악!!”
갑작스러운 상황에 병동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병동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사내를 저지하려 했던 경호원들이 당황했다.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크윽…!”
이윽고 들려온 격통 어린 신음.
잘린 팔에서 피를 쏟아 내는 김이준의 모습을 발견한 뒤에야 경호원들이 정신을 차렸다.
“괘,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무슨 일이….”
잘린 팔에서 쏟아진 피가 바닥에 웅덩이를 형성했다.
김이준은 이를 까득, 깨물며 초재생[超再生]의 힘을 끌어내었다.
꾸르르륵.
잘린 팔이 재생되며 피가 멈췄다.
“좋은 힘을 가지고 있군.”
그리고 들려온 정체불명의 목소리.
김이준은 그때서야 이 사태의 원흉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사내였다.
“이, 이예준?”
S급 헌터, 이예준.
“다, 당신이 대체 왜…?”
김이준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그러나 이예준은 그에 따른 답을 해 주지 않았다.
덥썩.
이예준이 김이준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끄아아아아악!!”
김이준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단순히 목이 짓눌린다는 고통이 아니었다.
마치 생명력이 빨리는 듯한 고통.
그것이 김이준의 정신을 헤집어 놓았다.
“끄아아아아악!”
김이준의 정신이 끊어질 듯 아려 왔다.
붙잡힌 손아귀에 벗어나려 했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벗어날 수가 없었다.
점점 흐려지는 정신.
이윽고 정신이 완전히 끊어지려던 순간.
서걱─!
날카로운 절삭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스륵, 쿵.
김이준을 붙잡고 있던 이예준의 팔이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허억…! 허억…!”
김이준은 그때서야 생명의 호흡을 내뱉을 수 있었다.
그런 김이준의 앞으로 터벅, 묘령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분홍색 환자복.
흑단을 곱게 빗어 놓은 듯한 흑발의 미녀.
“하, 한채린 누님?”
한채린은 말없이 김이준의 앞을 막아섰다.
괜찮냐는 말조차 없었다.
싸늘하리만치 차가운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한채린의 냉혹한 시선은 오롯이 이예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크크크큭…!”
이예준이 비릿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예준의 잘린 팔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고통에 정신 미쳐 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크하하하하하하!”
이예준이 광소를 터트렸다.
이 상황을 너무도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왜 저러는 건가, 싶은 생각도 잠시.
꾸르르륵.
이예준의 잘린 팔 절단면이 끓어올랐다.
이윽고 순식간에 새살과 뼈가 만들어지며 잘린 팔이 복구되었다.
“재생…!”
김이준이 놀라 소리쳤다.
하물며 그냥 재생이 아니었다.
잘린 신체를 순식간에 복구하는 절대적인 힘.
초재생[超再生].
김이준의 개성과, 똑같은 힘이었다.
“어, 어떻게…!”
김이준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지난 날의 미치광이 사내처럼 개성을 접목시키기라도 한 것이란 말인가?
그러나 이예준은 답을 하지 않았다.
한채린 역시 별다른 말이 없었다.
말없이 검을 들어 보일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사아아….
산들거리는 바람이 불어왔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대자연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무슨 힘인지는… 잘 모르겠다.
왜인지 익숙한 힘이라는 사실만 김이준은 어렴풋이 인지될 뿐이었다.
그렇기에 김이준은 한 가지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이건…”
차마 인간의 힘이라 부를 수 없는 힘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힘이다.
단언컨대 S급 헌터도 감히 어찌할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김이준이 알고 있는 한채린은 이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그 짧은 사이에 S급 헌터를 넘어섰다는 말인가.
김이준은 왜 한채린이 세기의 천재라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건 이예준도 어찌할 수 없다.
이예준 역시 S급 헌터.
인간의 정점이라 불리나 결국은 ‘인간의 정점’일 뿐이다.
사아아아아아─!
지금 한채린의 힘은 인간을 뛰어넘었다.
“크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
그럼에도 이예준의 웃음은 꺾이지 않았다.
되려 광포한 웃음으로 변질되어 있을 뿐이었다.
“가소로워.”
이예준의 웃음이 악의로 번들거린다.
그리고 잠시.
사아아….
산들거리는 바람이 불어왔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
그것은 대자연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채린에게서 비롯된 힘이 아니었다.
“……!”
한채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김이준 역시 두 눈을 부릅, 떠 보였다.
“이건…!”
같은, 힘이다.
다름 아닌 이예준에게서 느껴지는 힘.
그건 한채린의 힘과 똑같은 힘이었다.
한편으로는 다른 힘이기도 했다.
실로 크나큰 악(惡).
이예준은 더 이상 인간이라 볼 수 없었다.
“어떻게…!”
김이준의 경악이 터져 나왔다.
지난 번의 미치광이 사내때와는 경우가 완전 다르다.
이건 가히….
콰아아아아아아─!!
보다 강한 힘이 한채린의 힘을 물어뜯어 버렸다.
이길 수… 없다.
김이준의 머릿속으로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윽…!”
한채린의 기세가 밀린다.
비집어 새어 나오는 한채린의 입가로 주륵,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 사이로 터벅.
“고작 이따위 힘으로 내게 수모를 줬던 건가?”
이예준이 다가온다.
그것은 공포가 형상화되어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이 압도적인 공포 앞에서 김이준은 차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바라본 한채린 역시 몸을 떨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으드득!
김이준은 안쪽의 볼살을 씹었다.
아찔한 통증과 비릿한 혈향이 퍼지며 굳었던 몸이 조금씩 풀렸다.
움직여야 한다.
뭐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할 수… 있을까?
김이준이 이예준을 향해 억지로 발걸음을 떼던 순간이었다.
크르르르!!
귓가에 스치듯 들려오는 울부짖음.
자그마한 흑색 강아지가, 김이준의 옆을 지나쳐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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