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35)
234화.
김이준의 옆을 스치듯 지나간 흑색 강아지.
강아지는 어느덧 한채린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흑돌이…?”
김이준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시우가 키우는 강아지, 흑돌이.
흑돌이는 자그마한 이빨을 드러내며 크르르…!
이예준은 향해 명백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짓눌리는 듯한 압도적인 공포에도 흑돌이는 털을 곤두세우며 이빨을 들이밀었다.
우스운 모습이었다.
고작 새끼 강아지 따위가 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흑돌이는 건장한 성인 남성의 발길질도 버티지 못할 것처럼 연약해 보였다.
하물며 이번 상대는 인간의 정점이라 불리는 S급 헌터다.
동시에 느껴지는 악의는 더 이상 인간이라 볼 수조차 없었다.
크르르!
그렇기에 보기에 참으로 딱한 처지였다.
그러나 김이준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으니까.
저 귀여운 생김새와 이름 뒤에 숨겨진 흉악함.
서울의 재앙 당시, 시우의 집으로 쏟아지는 마물들을 모조리 물어뜯어 버리던 포악함.
직접 두 눈으로 보고, 경험한 흑돌이의 강함을 김이준은 모르지 않았다.
그 때문일까.
크르르르…!!
작게 울부짖는 하울링에 담긴 흑돌이의 분노.
그것은 김이준을 잠식한 공포를 일시에 날려 버렸다.
* * *
판데모니움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상처급 간부.
통칭 미친 여우.
미친 여우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즐겁고 신이 났다.
릴리트를 소멸시키고 붉은 그림자와 대적한 맹시우라는 인간.
인색한 너구리는 참고 기다리라 했다.
해야 할 일이 우선이라며 절대로 맹시우와 접촉하지 말라 경고했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을 이유가 뭐란 말인가.
이 재밌고 신나는 걸 어떻게 참고 기다린단 말인가.
“동생이 있잖아. 응? 너한테는 소중한 여동생이 있잖아!”
미친 여우는 이 즐거움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말해 줬어. 네 동생을 죽이라고! 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생을 죽여 버리라고! 그럼 너는 끝없는 절망에 허우적거릴 거라고!”
시우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미친 여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악독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
“하지만 괜찮아! 나는 악마니까. 악마니까 악독해야 돼. 악마니까 정말로 악독해야 해!!”
쿠히히히히힛!
“빨리 가지 않으면 죽어 버릴 거야! 늦으면 네 소중한 여동생의 사지가 찢겨질 거야! 눈알이 뽑히고! 혀가 출렁거릴 거야! 너는 오체분시된 여동생의 모습을 봐야만 할 거야!”
미친 여우는 얼른 가 보라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하지만 당연히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은 없었다.
애걸복걸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시간을 질질 끌어갈 수 없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제발 뭐든지 할 테니 보내 달라고.
발가락이라도 핥게 해 달라고 빌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 얼마나 재밌을까!
“캬하하하하하핫!”
미친 여우는 참을 수 없는 즐거움에 몸을 흔들어 보였다.
그 순간.
“굳이?”
시우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뚝.
미친 여우의 웃음이 끊겼다.
굳이…라니?
“안 갈 거야? 네 동생한테 안 갈 거야? 네 예쁜 여동생이 죽어 버려도 괜찮은 거야?”
미친 여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나.
“굳이?”
시우는 똑같은 대답을 해 보였다.
“네 입을 다물게 한 다음에 가도 늦지 않아.”
그 말과 동시에 꽈꽈꽈꽈꽈꽝!
시우를 구성하는 공간이, 괴악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일그러지는 풍경은 소리조차 들려오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었다.
현상으로 정의할 수 없는 무엇.
“저게 무슨…?”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잠시.
정신이 뚝, 하니 끊어진다.
“…어?”
한 박자 늦은 반응.
뻐엉!
뒤늦은 폭음이 들려오며 미친 여우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미친 여우는 스스로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흐릿한 시야 속.
뜯겨진 살점의 일부가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저것이 누구의 살점인지에 대한 의문은 의미가 없었다.
전신을 찢는 듯한 통증이, 그 주인을 알려 주고 있었으니까.
끔찍한 통증에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뜨거운 피 때문에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커허헉!”
소름 끼치는 격통과 함께 미친 여우의 목구멍 속에서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목구멍 속에서 들끓는 핏물.
미친 여우는 억지로 핏물을 눌러 삼켰다.
그러나 허공으로 쏘아지는 몸은 그 행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미친 여우는 다급히 마력을 끌어 허공에서 균형을 잡았다.
콰앙!
아니, 잡으려고 했었다.
허공을 날던 미친 여우의 몸이 다시금 반대 방향으로 날았다.
전신이 갈가리 찢겨진 것처럼 아파 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뭐로 맞은 건지조차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는 건가?
고작 파열급 수준의 헌터에게?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는 상처급 간부인데! 파열급보다 월등히 뛰어난 상처급인데!!!”
미친 여우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소리쳤다.
그 순간 뚝.
시우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추었다.
상처급 간부.
그 말에 크게 떠진 시우의 두 눈에는 확실한 동요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동요와 놀람은 미친 여우에게 약간의 여유를 안겨 주었다.
“끼이이이이!!!”
치미는 분노가 떠오른다.
감히, 라는 증오가 이성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죽여 버리겠어!!!”
콰아아아─!
미친 여우의 전신으로 악독한 살의가 부풀었다.
불길함을 간직한 붉은 마력이 사방으로 날뛰었다.
그러나 시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방금 전에 멈춘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런 시우의 모습에 가면 속, 미친 여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움직이지 않는 시우의 모습.
저건 미친 여우가 멈추게 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미친 여우 때문에 시우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시우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시우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그로써 틈을 내보인 것이었다.
방심?
아니, 그러한 종류가 아니다.
이 이상으로 힘을 사용한다면, 시우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이다.
미친 여우가 시우의 힘을 감당할 수 없기에 멈춘 것이다.
그 말은 즉.
시우는 미친 여우를 생포하려는 생각이다.
미친 여우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의 발로.
으드드득!
미친 여우의 가면 안으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감히…!
다른 누구도 아닌 상처급 간부인 나를 상대로!
“캬아아아아!!”
미친 여우의 두 눈이 광채로 번뜩였다.
가면 속에 번들거리는 눈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폭발하는 분노.
자신을 무시한 시우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치밀었다.
그것은 미친 여우의 이성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러나 미친 여우를 더 짜증 나고 화나게 하는 것.
그건 아이러니하게도 시우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자신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는 저 시우의 행동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없었다.
정말 이상하다. 너무 이상하다.
지금 보이는 시우의 모습이 너무나도 이상하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훤히 보였다.
설령 틈이 보이지 않는다 한들 틈이야 만들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런데….
자신이 없다.
저 틈을 비집고 들어갈 자신.
시우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확신.
그로써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여유가.
…들지 않는다.
그것이 미친 여우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있었다.
“캬아아아아아아!!!”
미친 여우를 뒤덮었던 마력이 한점에 모인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함이 사방으로 휘몰아친다.
그러나 정작 시우는, 태연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콰아아아아아─!!
한점에 모인 마력의 폭발이 시우에게 쏘아졌다.
시우는 덮쳐오는 폭발을 마주하며 주먹을 어깨 뒤로 젖혔다.
이윽고 가볍게 내질러진 주먹이 쏘아지는 마력과 충돌한다.
꽈앙!
팽창하며, 부풀고 터진다.
마력의 폭발 사이로 파고든 시우의 주먹은 마력의 구조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저게 무슨….”
가면 속 미친 여우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갈가리 찢겨지는 마력의 폭발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도 없었다.
실로 압도적인 무력.
저게…. 저게 정말 인간이라고?
저게 정녕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무력이라고?
“너… 너 뭐야아….”
주춤, 미친 여우 몸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너어… 뭐냐니─.”
말은 완성되지 않았다.
뻐엉!
또다시 터져 나오는 폭음에 미친 여우의 몸이 뒤로 쏘아졌다.
이번에도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크학!”
미친 여우의 입가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목구멍으로 쏟아져 나오려는 피를 억지로 눌러 삼켰다.
그러나 그 압력에 귀와 코, 눈.
입을 제외한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피로 젖은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어 왔다.
흐려진 시야 너머.
시우는 어느샌가 미친 여우 앞에 서 있었다.
가까이서 바라본 시우의 모습은 마치….
뻐어억─!
생각이 끝나기도 전, 시우의 주먹이 가슴을 강타했다.
새빨갛게 물든 시야가 크게 뒤흔들렸다.
미친 여우는 발악을 하듯 양손을 마구잡이로 할퀴었다.
콰자자자작─!!
양손에서 생성된 붉은 마력의 칼날이 사방을 할퀴었다.
공간이 찢겨지는 흉측함 속에서 시우는 두 눈을 감고 있었다.
후우우….
시우가 크게 호흡을 들이마셨다.
이윽고 내뱉어지는 호흡.
“제 1식(第 一式) 융합(融合).”
나지막히 읊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콰콰콰콰콰콰쾅!!
사방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뇌전이 내리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푸른빛을 감도는 거대한 용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파지지지지직─!!
콰아아아아아─!!
현세에 강림한 뇌룡신(雷龍神).
그것은 시우의 회축과 함께, 온 세상을 뒤덮어 갔다.
격(格)이… 다르다.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 압도적인 격차는 미친 여우에게 있어 하나의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
말마따나 이건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격(格) 자체가, 현격히 다르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는 걸까.
어떻게… 어떻게, 한낱 인간 따위가.
버러지 같은 인간 따위와 자신의 격(格)이 다를 수 있단─.
…아.
미친 여우는 그때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저 말도 안 되는 강함의 정체.
도저히 인간이라 볼 수 없는 압도적인 무위(武位).
그 정체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
미친 여우가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비틀비틀 일어나는 몸.
“배신자야…!! 너는 배신자야!!”
가면 속, 미친 여우의 얼굴로 끝없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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