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시우는 한동안 그 자리에 박혀 있었다.
정신이 고장 나 버린 것처럼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의 흐름조차 인지하지 못한 어느 시점이었다.
[하지만 괜찮아요.]클레오파트라의 목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바라본 클레오파트라는 싱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는 다 이해할 수 있답니다.]뭘 이해할 수 있다는 걸까.
시우가 멍하니 바라보자 클레오파트라가 후훗,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시우 님의 두 번째로 만족할게요.]두 번째는 무슨 두 번째를 말하는 걸까.
멍하디 멍한 정신은 제대로 된 사고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많이 아쉽네요. 시우 님의 첫 번째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클레오파트라는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도 괜찮아요. 두 번째도 감지덕지죠.]언제 그랬냐는 듯 싱글거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실체화된 클레오파트라이기 때문일까.
미소 짓는 클레오파트라는 확실히 예뻤다.
[아, 혹시, 두 번째도 빼앗기는 건 아니겠죠? 그건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그러더니 클레오파트라가 짐짓 화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화내는 표정 또한 어쩜 저리 예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시우는 퍼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제가 시우 님의 첫 번째 아내를 양보한다는 말씀이죠. 누군지 모르겠지만, 시우 님이 욕정을 품는 그 여인에게요.]그리고 클레오파트라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클레오파트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아내라니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뭐 어때서요?]클레오파트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게 떠진 두 눈동자는 정말 뭐가 문제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생각해 보면….
클레오파트라는 고대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였다.
파라오(Pharaoh).
고대 이집트의 최고 통치자이자, 현존하는 신으로서 추앙받았던 존재.
[아내를 여럿 두는 건 흔한 일이잖아요.]고대 이집트에서 일부다처제는 흔한 일이었다.
클레오파트라의 경우엔 일처다부제였겠지만 아무튼.
그건 어디까지나 고대 이집트에서의 일.
“여기선 절대 흔하지 않은 일입니다만.”
현대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시우에게는 결코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시우 본인부터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을뿐더러 무엇보다 씹선비….
아니, 고상한 선비 정신인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이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잠깐.
과거, 유교 문화에서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시우는 맹렬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떠오르는 생각에 이를 으득, 깨물었다.
절대로.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시우는 두 명의 여인에게 정을 줄 생각이 없었다.
“저는 두 번째 아내를 둘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부인들끼리 싸울까 봐 그러시는 거예요?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이래 봬도 굉장히 순종적인 여자랍니다?]“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면 제가 매력이 없는 건가요?]그러면서 클레오파트라가 훅, 얼굴을 들이밀었다.
시우의 코앞까지 다가온 클레오파트라에게서 아찔한 꽃향기가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정신을 스며드는 매혹의 힘.
그러나 이는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이 지닌 정신 방벽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쌍방의 마음.
그러니까,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시우의 마음이 없기 때문일까.
“제가 정을 주는 두 번째 여인은 하늘이 무너져도 없습니다.”
시우는 단호히 클레오파트라의 매혹[魅惑](SR)을 떨쳐 낼 수 있었다.
[…너무해요.]그러자 클레오파트라가 입을 비죽거렸다.
축, 쳐진 가녀린 어깨.
정말로 서운하다는 표정.
이 모든 것들이 단순히 화면이 아닌 실체화된 모습으로 보이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저는 진심으로 시우 님을 좋아하는데.]클레오파트라가 느끼는 감정이 더 확, 와닿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도 매혹[魅惑](SR)의 힘인 걸까.
‘…울어?’
클레오파트라가 울먹거리고 있었다.
어째, 한채린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물론 등을 돌린 탓에 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미약하게 흔들리는 가녀린 어깨와 훌쩍거리는 소리를 보아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채린과 달리 클레오파트라의 눈물은 그 의도가 뻔히 보였으니까.
그래도 우는 여자를 윽박지르는 건 좋지 못한 일.
“오해가 있으셨던 것 같은데. 제 말은 클레오파트라 님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시우는 천천히 클레오파트라에게 다가갔다.
[그럼 저를 두 번째 아내로 맞아 주시는 건가요?]그러자 클레오파트라가 눈을 반짝거리며 소리쳤다.
고개를 든 클레오파트라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만.”
[방금은 제가 매력적인 여자라면서요.]“그건….”
[혹시 여자의 눈물에 약하신 편?]클레오파트라가 약점을 하나 알았다는 듯 요염하게 웃어 보였다.
이에 시우가 뭐라 한 소리 하려던 찰나.
[매혹의 힘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클레오파트라가 뜬금없이 말해 왔다.
“갑자기요? 아니, 매혹을 컨트롤할 수 있는 거였습니까?”
[원래는 안 알려드리려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첫 번째를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저 두 번째는 진짜 절대 양보 못 하거든요.]클레오파트라가 새침한 눈으로 시우를 흘겨봤다.
[그러니 저 없을 때, 어디 가서 아무 여자나 홀리고 다니지 마세요!]그러더니 짐짓 화난 표정으로 소리치는 클레오파트라였다.
누가 들으면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것처럼 들릴 말이었다.
“그런 짓 안 합니다. 그리고 전 두 번째 아내를 둘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네네~. 서방님.]아주 제멋대로인 클레오파트라였다.
* * *
뉴욕에 위치한 UN 본부 청사.
똑똑.
UN 사무총장, 매버릭은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매버릭 사무총장님. 에버든입니다.
그리고 들려온 에버든이란 이름.
“들어오게.”
매버릭은 보고 있던 서류들을 정리하며 말했다.
이윽고 달칵.
총장실의 문이 열리며 날카로운 군인 인상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UN 평화 유지군의 군단장, 에버든.
“다우 신 사야마 님께서 UN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군인답게 곧바로 용건부터 말하는 에버든이었다.
그리고 다우 신 사야마(Daw Shin Sayama).
그녀는 과거, 마왕의 목을 베어 냈던 13인의 영웅 중 한 명이었다.
물론 나이가 나이인지라 과거의 영광은 없었다.
또한 위독한 병에 걸려 오늘내일 하고 있는 다우 신 사야마였다.
그럼에도 13인의 영웅은 13인의 영웅.
그녀는 S급 헌터조차 감히 어찌할 수 없는 강함의 소유자였다.
“설마, 붉은 그림자가 움직였나?”
매버릭은 물었고 에버든은 살며시 고개를 저어 보였다.
“판데모니움이 움직였지만, 붉은 그림자의 행방 여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음.”
매버릭은 작은 침음을 흘렸다.
붉은 그림자가 움직이지 않은 판데모니움.
판데모니움이 인류 최악의 공적인 것은 맞았다.
그러나 13인의 영웅과 비교할 바는 못 되었다.
13인의 영웅을 어찌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붉은 그림자뿐.
그럼에도 다우 신 사야마가 UN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
“다우 신 사야마 님의 상태가 많이 위중한가 보군.”
매버릭은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과거를 호령했던 영웅들의 은퇴.
나이가 들어 흙으로 돌아가는 건 자연의 섭리였으나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마냥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
에버든은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네모반듯한 태블릿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매버릭은 태블릿 화면 위로 떠오른 내용을 확인했다.
펼쳐진 세계 지도.
그 위로 각 국가마다 새빨간 반점들이 찍혀져 있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싶은 생각도 잠시.
“판데모니움이 분포한 국가들 아닌가.”
매버릭은 금방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태블릿 화면 위에 그려진 세계 지도에 찍힌 빨간 반점들.
아시아, 유럽, 호주, 아메리카, 아프리카.
전 세계의 암흑가 패권을 장악한 판데모니움.
판데모니움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직 딱 하나.
동쪽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만이 깨끗하게 표시되어 있을 뿐이었다.
“이게 어쨌단 말인가?”
매버릭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판데모니움이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것이야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매버릭이 눈을 치켜들자 에버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판데모니움이 움직인 국가를 표시한 겁니다.”
“……!”
매버릭의 두 눈이 일시에 크게 떠졌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내려 책상 위의 태블릿 화면을 바라봤다.
아시아, 유럽, 호주, 아메리카, 아프리카.
전 세계에 찍혀 있는 빨간 반점.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아무래도 판데모니움이 전면전을 시작하려는 것 같습니다.”
* * *
띠링!
[부동심(不動心)을 습득했습니다.> [매혹[魅惑](SR)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망막 위로 떠오르는 알림창.
[매혹[魅惑](SR) 숙련도 52.4%[+18.7%]>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70.63%[+8.8%]>이윽고 관련한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림창이 재차 떠올랐다.
‘군자심의 숙련도는 왜 올라가는 건데.’
하물며 상승 수치 또한 낮지 않았다.
무려 8.8%
아무래도 부동심(不動心)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부동심(不動心).
직역하자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매혹[魅惑](SR)의 힘에도 시우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온오프 기능이 추가된 셈이었다.
어쨌든.
“그보다, 아도니스 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사교계의 입성으로 문제가 되었던 아도니스.
클레오파트라의 입김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의 방해로 여러 문제가 있던 상태였다.
[잘 해결되었어요.]클레오파트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해 보였다.
그리고는 끝이었다.
그 이상으로 그에 대해 말을 해 오지 않았다.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가 생각보다 끈질겼나 보네.’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해서 시우도 그에 관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클레오파트라 채널의 영상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었다.
어쨌거나.
아도니스가 사교계에서 정보를 얻어 오는 건 문제가 없는 상황.
그런데 음.
‘클레오파트라가 알고 있는 것들도 있는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아도니스가 모아 오는 정보는 사교계에서 들려오는 소문들이었다.
그리고 사교계의 마드모아젤, 클레오파트라.
클레오파트라는 사교계의 소문들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시우가 궁금해하는 사실들을 알고 있지 않을까.
잠깐의 고민.
“혹시 판데모니움에 대해 알고 계신 게 있는 겁니까?”
시우는 클레오파트레에게 물었다.
[글쎄요….]클레오파트라는 쉽사리 답을 해 오지 않았다.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뜸을 들이는 건지.
[여인의 비밀을 자꾸 캐묻는 건 실.례.라고요.]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여자였다.
[하지만 제 남편한테는 뭔들 못 알려 드리겠어요. 제 몸에 있는 점의 개수도 전부 알려 드릴 수 있는걸요?]그러더니 클레오파트라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가녀린 어깨 사이로 아찔한 쇄골이 엿보였다.
[어떻게, 직접 확인해 보실래요?]…에휴, 됐다.
시우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관련한 사실을 클레오파트라가 알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
설령 알고 있더라도 클레오파트라는 순순히 알려 줄 생각도 없어 보였다.
시우는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 그 답을 대신했다.
[…정말 너무해요.]그러자 클레오파트라가 너무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체 어떤 부분에서 너무하다는 건지 원.
“너무한 김에 그럼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시우는 그 말과 동시에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꾸물꾸물, 거리는 묘한 감촉의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한때는 미친 여우라 불렸으나, 지금은 존재성을 잃어버린 흉물.
[어머.]“혹시 이게 뭔지 아시─.”
[촉수물을 좋아하셨군요?]진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말문이 막혀 버렸다고 해야 하나.
그것도 그냥 막힌 게 아니라 아주 꽉, 막혀 버렸다.
물론 이 흉물이 보는 각도에 따라 촉수처럼 보이긴 했다.
헤라클레스도 보자마자 촉수 괴물이라 하지 않았는가.
[아무리 저라도 이건 너무 하드한데요….]그런데 어떻게 하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평소에 대체 어떤 일상들을 보내고 있길래?
…에휴, 됐다.
이 여자랑 무슨 말을 섞는단 말인가.
행여나 기대라는 것을 한 시우가 바보였다.
시우는 흉물을 다시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런 시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클레오파트라는 눈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의외네요.]이번엔 또 무슨 정신 나간 소리를 하려는 건지.
어떤 종류든 별로 듣고 싶지 않았다.
기껏 배운 부동심(不動心)이 세차게 흔들릴 것만 같았다.
시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영상 통화를 끊을 준비를 했다.
[로탄이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그 순간 들려온 클레오파트라의 목소리.
“예…?”
로탄?
시우의 영상 통화를 끄려던 손짓이 뚝, 하니 굳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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