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47)
246화.
로탄이라는 클레오파트라의 말.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탄…?’
로탄의 의미를 파악할 수가 없었으니까.
보아하니, 이 흉물을 보고 말한 것임은 분명했다.
그렇다는 건 이 흉물이 로탄이라는 뜻.
그리고 이 흉물은 판데모니움의 상처급 간부이자 악마.
악마 중에서 로탄이라 하면….
“혹시 사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탄(Satan).
악마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악마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악마.
사탄은 기독교에 등장하는 악마로서 모습이나 특징은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요한 묵시록에 기록된 이야기에 따르면 대천사 미카엘과 싸운 붉은 용.
또한 창세기에 기록된 이야기에 따르면 하와, 즉 이브(Eve)를 선악과로 꼬드긴 뱀이 바로 사탄이었다.
이 세상 모든 악의 근원.
나아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의 문화권에서의 유일신 야훼.
우리에게는 하나님이라 알려진 초월신과 대적하는 절대적인 악(惡)이 바로 사탄이었다.
한 마디로 사탄은 분명 대악마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
“이게… 사탄이라고요?”
이 꾸물꾸물거리는 혐오스러운 흉물이?
아니, 형태는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애초에 사탄은 목적에 따라 그 외형이 제각각이었으니까.
핵심은 어째서 사탄이 시우의 손에 들려 있는가.
즉, 어떻게 지구에 있냐는 것과 더불어 그렇게 허무하게 시우에게 당했냐는 것이었다.
물론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다.
복제의 힘으로 시우가 가진 신(神)의 힘을 마구잡이로 사용했었다.
아마 시우가 본연의 힘을 깨우치지 못했다면, 어려운 싸움이 되었을 터였다.
어쩌면 되려 시우가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상한데.’
그럼에도 이상한 건 사실이었다.
시우가 알고 있는 사탄이라면 더욱 강했어야 하니까.
본연의 힘을 깨우쳐도 이기기 힘든 상대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미친 여우는 지금 시우의 흉물로서 들려 있었다.
혹시 사탄 또한 신격의 부재로 약화되었다는 건가?
[음….]클레오파트라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이윽고 고개를 숙여 유심히 흉물을 관찰했다.
은은히 옷 안쪽이 노출되는 것도 잠시.
[형태가 이래서 애매하긴 한데요….]클레오파트라가 정말로 애매하다는 얼굴로 말해 왔다.
“이게….”
그 때문에 시우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애매하다는 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 말은 즉.
이 흉물이 사탄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게….’
혹시 잘못 들은 건가?
그럴 리가 없었다.
갓튜브의 의사소통은 언어가 아닌 의지로서 전달되는 방식이었으니까.
웬만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오역이 있을 수가 없었다.
시덥잖은 개그도 알맞게 번역하여 소통되지 않았는가.
‘그럼 내가 알고 있는 사탄과 다른 건가?’
이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클레오파트라가 알고 있는 사탄.
시우가 알고 있는 사탄.
이 두 개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었다.
애초에 클레오파트라는 사탄이 아닌 로탄이라 하지 않았는가.
두 개념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일례로 사탄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는 신화마다 더러 있었다.
사탄의 정식 표기 명칭은 사타나스(Statanas).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로마 신화에서의 사투르누스(Saturnus).
즉, 크로노스를 사탄이라 부르기도 했었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Kronos).
크로노스는 한때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최고신이었으나, 자신의 자식들을 태어나는 족족 삼키는 끔찍한 만행을 자행.
훗날, 제우스의 계략에 속아 삼킨 자식들을 모두 토해 낸다.
이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크로노스는 제우스를 죽이고자 티탄 신족들을 모두 소집한다.
제우스는 이에 대항하여 휘하 오트뤼스 신족들을 규합한다.
그리고 세계의 패권을 놓고 펼쳐진 대전쟁, 티타노마키아.
이 전쟁은 장장 10년간에 걸쳐 행해졌고, 그 끝에 제우스가 크로노스를 타르타로스에 봉인하는 데 성공한다.
타르타로스(Tartaros).
지하의 명계 중 가장 최하층에 있는 나락(奈落).
악마들의 지옥이자 다른 표현으로는 판데모니움(Pandemonium)이라 칭한다.
제우스는 판데모니움에 크로노스를 봉인한다.
봉인.
크로노스는 죽지 않았다.
판데모니움에 봉인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뿐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보면….
이 사탄은 크로노스일 가능성이 있었다.
클레오파트라가 말한 사탄이 사투르누스(Saturnus).
즉, 크로노스일 가능성이 분명 존재했다.
‘그랬다면 헤라클레스가 몰라봤을 리가 없었을 텐데?’
헤라클레스는 이 흉물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만일 이 사탄이 크로노스였다면 헤라클레스가 몰라봤을 리가 없었다.
크로노스는 제우스의 아버지였고, 헤라클레스는 그런 제우스의 아들이었다.
족보를 따지면 크로노스는 헤라클레스의 할아버지.
즉, 같은 피가 섞여 있었다.
시우의 달라진 힘을 단번에 알아챈 헤라클레스가 같은 피를 알아보지 못한다?
뭐, 그럴 수는 있었다.
그러나 매우 낮은 가능성이었다.
그렇다는 건 다른 의미를 지닌 ‘로탄’이 있다는 뜻.
해서 시우가 다시 클레오파트라에게 물으려던 그 순간.
[아뇨. 사탄이 아니라 로탄이요.]클레오파트라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방금 전, 애매하던 표정과는 달리 지금은 확고한 표정이었다.
그 때문에 시우는 더욱더 혼란스러워 졌다.
“사탄이 아니라 로탄이라는 말씀은….”
사탄과 로탄.
클레오파트라는 이 둘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지었으니까.
그렇다는 건 사탄과 로탄은 서로 다른 존재란 뜻이 되어 버린다.
그럼 이 흉물의 정체는….
“…아.”
시우는 그때서야 이 흉물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설마, 레비아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레비아탄(Leviathan).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바다 속 심연의 괴물이자 악마.
바다를 지배하는 막강한 악마로서 바다를 지나는 인간들을 무차별적으로 삼켜 버리는 악독한 악마로도 알려져 있었다.
이에 보다 못한 하나님, 야훼께서 칼을 빼어들어 레비아탄을 처단한다.
우리에게는 ‘레비아탄’이라 흔히 알려진 괴물.
그러나 레비아탄의 진명은 다름 아닌 ‘로탄’이었다.
로탄(Lotan)
우가리트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 괴물로서 그 외형과 능력은 구약성경에서 전해지는 것과 동일했다.
그러니까 우가리트 신화의 로탄이 유대교로 전해지며 레비아탄으로 이름이 바뀐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이름으로 많이 알고 계시죠.]역시나 클레오파트라가 말한 로탄은 레비아탄이 맞는 듯 싶었다.
물론 완전히 확신하는 종류는 아니었다.
[천년 정도 전에 갓튜브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전부라 확실하지는 않아요. 무엇보다 형태가 이러해서 로탄… 그러니까 레비아탄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네요.]클레오파트라의 기억이 워낙에 오래 되었으니까.
또한 형태 또한 꾸물거리는 흉물이라 섣불리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클레오파트라가 로탄이라 말한 이유.
더하여 그녀가 갓튜브에서 레비아탄과 마주칠 수 있었던 이유.
[그쪽 문화와 우리 이집트는 여러모로 복잡한 관계가 있어서요.]이어진 클레오파트라의 말에 시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다 정확히는 유대교 쪽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이집트와 유대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일례로 홍해를 반으로 가른 출애굽의 위대한 영도자, 모세.
모세는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왕자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음….’
시우는 깊은 고민에 잠겼다.
정말 이 흉물의 정체가 레비아탄인 것일까.
물론 레비아탄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나 그 강함 때문이었다.
미친 여우는 너무 약했다.
물론 시우가 스스로의 힘을 각성했기에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객관적으로 미친 여우는 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레비아탄의 이름에 어울리는 강함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미친 여우가 레비아탄이라면 그렇게 쓰러져서는 안 되었다.
레비아탄은 바다의 지배자이자 바다 그 자체인 악마.
오죽하면 하나님이신 야훼께서 직접 나서야 했을까.
그런 레비아탄에 비하면 미친 여우는 너무나 약했다.
혹시 신격(神格)의 부재 때문에?
‘음….’
애매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쉽사리 확신하고 단언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제대로 확인을 해 봐야 겠다.’
아무래도 이건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러니까 유대교 문화권에 속해 있는 갓튜브의 인물들.
유대교의 인물들에게 직접 이 흉물이 레비아탄이 맞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클레오파트라의 증언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었다.
유대교와 연관이 있다고는 하나, 그녀는 어디까지나 이집트 문화권의 인물이었으니까.
‘그럼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갓튜브에는 유대교 문화권에 속한 인물들이 많았다.
지혜의 왕이라 불리는 솔로몬.
앞에서 말한 출애굽의 위대한 영도자, 모세.
얼마 전, 헤라클레스 채널 댓글에서 보인 골리앗 역시 유대교 문화권의 인물이었다.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만큼 수많은 유대교 문화권의 인물들이 갓튜브에 있었다.
때마침 구독권도 2개가 남아 있는 상황.
‘음….’
시우는 자리에 서 한참이나 생각을 이어갔다.
* * *
다음 날.
SH병원의 특특실.
“그럼 흑돌아, 잘 부탁해.”
왈!
시우의 말에 흑돌이가 펄쩍, 뛰어오르며 짖어왔다.
그리고 넓은 특특실 병실 중앙에 오똑히 서더니 좌로 척! 우로 척!
세상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경계를 해 보였다.
겉보기로는 멋도 모르는 새끼 강아지의 행동으로 보였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었다.
아니, 큰 코가 물어 뜯겨질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글레이프니르가 끊어져서 그런가.
크르릉! 왈왈!
예전보다 더욱 활기차진 흑돌이였다.
흑돌이가 지키고 있는 한 서아의 안전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시우는 흑돌이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주고는 병실 밖을 나섰다.
“어이, 김 씨!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우리가 늦어지면 환자들이 그만큼 더 불편해하니까!”
“알았어!”
병실 밖을 나서자 부서진 병동에 대한 복구로 소란스러웠다.
병실 안에 있을 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건만.
특특실이라 그런지 방음이 완벽했다.
시우는 인부들의 이목을 피해 자리를 이동했다.
그리고는 망막 위로 떠오른 갓튜브를 바라봤다.
‘스마트폰을 안 봐도 되니 편하긴 하네.’
가끔 그 감성이 그립긴 했지만 편리성만 따지면 이쪽이 압도적이었다.
다시는 갓튜브 프리미엄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뭐, 어쨌든.
‘역시나 갓튜브에도 유대교에 속한 인물들이 있긴 한데….’
그리고 그들 역시 갓튜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솔로몬>: 하데스와 염라대왕의 소송 재판! 솔로몬 채널에서 단독 공개합니다!』
『[모세>: 아이를 반으로 가르라는 솔로몬의 판결은 제가 홍해를 가른 것에서 착안한 겁니다.』
물론 갓튜브스럽게 활동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솔로몬이 올린 영상 제목.
‘하데스랑 염라대왕의 소송을 솔로몬이 재판하는 거였어?’
헤라클레스의 말에 따르면, 혼혈을 어느 명계 소속으로 하냐로 소송까지 갔다던 하데스와 염라대왕이었다.
그리고 지금 보아하니, 솔로몬에게 해당 판결을 맡긴 것 같았다.
갓튜브의 신들도 판결을 맡기는 판결의 왕.
그래서일까.
‘역시 솔로몬 쪽이 좋아 보이는데.’
시우 역시 솔로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데스와 염라대왕이 믿고 맡길 정도의 솔로몬.
더하여 솔로몬은 악마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솔로몬의 72악마.
악마학에서 규정하는 72위(位)에 속한 고대의 악마들.
바알, 아몬, 아스모데우스, 단탈리온 등.
하나하나가 마신(魔神)급인 악마들을 솔로몬이 모두 봉인한다.
악마에 대해서 솔로몬은 척척박사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레비아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있을 터.
마침 구독권도 2개가 남아 있겠다.
여러모로 솔로몬에게 물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만날 수가 있어야지.’
솔로몬을 만날 방법이 없었다.
시우가 구독권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솔로몬의 능력뿐.
솔로몬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악마에 대해 ‘묻기’ 위해서는 솔로몬과 직접 만나야 했다.
‘헤라클레스에게 부탁하면….’
어찌저찌 연락이 닿을 수는 있을 터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연락이 닿기만 할 뿐.
‘나랑 만나 줄 리가 없지.’
솔로몬이 시우에게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였다.
물론 혹시 모르는 일이었기에 헤라클레스에게 말은 해 둔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역시나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 쪽에서 먼저 도움을 줘야할 것 같은데.’
화타와 제갈공명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다음 헤라클레스 영상 컨텐츠를 이쪽 가닥으로 잡아야 하나.’
시우는 솔로몬의 영상을 확인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 간의 걸음을 옮겼을까.
“시우 님, 오셨습니까.”
누군가 시우를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SH병원 정문의 주차장.
바라본 그곳엔 한채린의 개인 비서, 김민재가 서 있었다.
다름 아닌 검선께 같이 가자는 한채린과의 약속.
“차에 타 계시지요.”
김민재는 고급 세단의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
시우는 망막에 떠오른 갓튜브의 알림창을 끈 뒤, 두리번두리번.
한채린이 보이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김민재에게 물었다.
“채린 씨는 아직 안 오셨나 보네요.”
“아가씨께서는 지금 물리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물리 치료?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무슨 물리 치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혹시 이예준과의 전투에서 다친 건가?
“채린 씨가 많이 다치셨나요?”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왜 물리 치료를…?”
시우가 묻자 김민재가 세상 결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병을 물리치료구.”
그러면서 김민재가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씰룩씰룩거리는 입가는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을 품고 있었다.
방금 발언이 세상 위트 있고, 센스가 넘치는 말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오랜만이긴 하네.’
오랜만에 들으니 나름 신선했다.
무엇보다 클레오파트라한테 써먹으면 자지러지다 못해 까무러치지 않을까.
어쩌면 숨이 넘어가다 못해 기절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다음번에 만나면 한번 써먹어 봐야겠다.’
다음 번 만남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김민재의 시덥잖은 개그를 곱씹고 있자니.
“먼저 와 계셨네요.”
뒤쪽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아니나 다를까.
한채린이 걸어오고 있었다.
분홍색 환자복이 아닌 깔끔한 사복 차림의 한채린.
“잠시 일이 있어서 조금 늦었어요.”
한채린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말해 왔다.
평소 다를 바 없는 한채린이었다.
평소 다를 바 없이 예쁜 한채린이었다.
“…….”
그런데 한채린을 바라보는 시우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
물론 온오프 기능이 추가된 매혹[魅惑](SR)이었기에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우는 왜인지 한채린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한채린의 얼굴을 바라볼 때면 자꾸만 클레오파트라의 말이 떠올랐으니까.
괜시리 머쓱해지는 심정.
“물리 치료는 잘 받으신 건가요?”
시우는 딴청을 피우며 한채린에게 말했다.
“물리 치료요?”
그러자 한채린의 작은 얼굴이 좌로 기울어졌다.
물리 치료 같은 건 받은 적이 없다는 얼굴이었다.
시우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건가 싶어 김민재를 바라보자.
“큼! 크흠!”
김민재가 과도하게 헛기침을 반복하며 시우의 눈을 피했다.
…빌드 업이었던 건가.
반응을 보아하니 그런 것 같았다.
“어, 어서 타시죠. 바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김민재가 황급히 운전석에 탑승해 버렸다.
그로써 시우와 한채린 둘만 남게 되어 버렸다.
얼떨결에 마주치는 시선.
[쉽게 말하면, 시우 님이 성욕을 갖는 대상에게만 매혹의 힘이 발동된답니다.]갑자기 클레오파트라의 말이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시우를 놀리려는 말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왜인지 한채린의 눈을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시우는 다급히 한채린의 시선을 피하며 후다닥.
열린 뒷좌석에 탑승했다.
혼자 남게 된 한채린.
“……?”
한채린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 * *
흔들거리는 차 안.
시우는 슬쩍, 바로 옆 좌석에 앉아 있는 한채린을 바라봤다.
한채린은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로써 보이는 한채린의 옆모습.
띠링! 띠링! 띠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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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정말이지 정신이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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