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48)
247화.
망막 위로 수없이 떠오르는 알림창.
스마트폰으로만 확인할 수 있을 때야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직접 화면을 확인을 하지 않으면 알림창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웬걸.
띠링!
[부동심(不動心)이 매혹[魅惑](SR)의 힘을 억제합니다!>알림창이 망막 위로 떠오르는 탓에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었다.
띠링, 띠링! 띠리링!
알림창이 시야를 마구잡이로 어지럽혀 왔다.
그것이 가뜩이나 어지러운 정신을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후우….”
시우는 크게 심호흡을 내쉬었다.
정신 차리자.
괜히 클레오파트라의 말에 휘둘려 흔들리지 말자.
클레오파트라의 말이 진실이리란 보장도 없었다.
그 말도 안 되는 매혹[魅惑](SR)의 조건이 사실일 리 없지 않은가.
“후우….”
시우는 계속 심호흡을 반복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 순간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갑자기 심호흡을 가다듬는 시우가 이상했던 걸까.
어느샌가 한채린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띠링!
[부동심(不動心)이 매혹[魅惑](SR)의 힘을 억제합니다!>…이놈의 채널은 빨리 구독 취소를 하든가 해야지 원.
시우는 망막 위로 떠오른 알림창을 끄며 한채린에게 말했다.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그러자 한채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상해요.”
이윽고 작은 입이 열리며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바라본 한채린은 백옥 같은 두 손을 살포시 모아 가슴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지난 번에도 그렇고, 시우 씨랑 같이 있을 때는 왜인지 가슴이 하나도 아프질 않아요.”
한채린의 표정은 정말로 신기하다는 얼굴이었다.
그런 한채린의 표정 때문일까.
[매혹은 한쪽만이 갖는 일방적인 마음으로는 발동되지 않아요.]클레오파트라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었다.
클레오파트라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매혹[魅惑](SR)의 힘은 양방의 마음이 일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매혹[魅惑](SR)의 발동 조건.
이 말은 즉.
시우는 물론 한채린 역시….
‘…그럴 리가 없잖아.’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저 얼음덩어리 같은 여자애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감정 하나 없는 로봇이 그런 욕망을 지니고 있다니.
아니, 설령 그렇다 해도 이상했다.
한채린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상했다.
저렇게 돈 많고, 재능 넘치고, 얼굴은 여신처럼 예쁜 애가 왜 나를…?
‘…….’
시우는 고개를 거세게 흔들었다.
무엇보다 시우 역시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한채린을 보면 가슴이 떨린다던가.
한채린을 어떻게 하고 싶다던가.
그러한 마음과 충동이 전혀 일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말한 의지의 범주는 넓고, 그중에는 무의식도 포함된다고요.]자꾸만 떠오르는 클레오파트라의 말.
“다행입니다.”
시우는 그렇게 답을 하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앞에 한채린이 무슨 말을 했었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았다.
한채린은 그런 시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시우에게 무언가 할 이야기 있는 걸까.
곁 시야로 본 한채린은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한채린은 아쉬운 기색을 삼키며 본인 쪽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
“…….”
서로 등을 돌린 채 아무 말도 없는 둘.
그 광경을 백미러로 지켜보던 김민재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대판 싸우고 난 연인 사이에 어거지로 끼어 있는 듯한 어색함.
“…….”
“…….”
김민재는 백선평의 본가에 도착할 때까지, 이 숨 막힐 듯한 어색한 공기에 짓눌려야만 했다.
* * *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고즈넉한 시골 마을.
적절한 산세와 펼쳐진 논밭의 풍경은 도심의 풍경에 찌든 눈을 한순간에 정화시켰다.
시우는 폐부에 가득히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를 느끼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 간을 걸었을까.
저 멀리, 고풍스러운 기와집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휘황찬란할 정도의 고풍스러움은 아니었다.
고즈넉한 시골 풍경에 비해 고풍스러울 뿐.
전반적인 느낌은 소탈한 기와집이었다.
13인의 영웅이 사는 거처라고 하기엔 상당히 초라했다.
“저기가 정말 검선님의 본가인 건가요?”
한채린이 의아한 듯 물어 왔다.
SH그룹의 손녀딸이 보기엔 이해가 안 되는 듯 싶었다.
“알려 준 주소는 분명 여기가 맞습니다만….”
그리고 한채린의 비서, 김민재 역시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오직 한 명.
“아마 맞을 겁니다.”
시우만 확신을 하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백선평의 이명, 검선(劍仙).
시우가 본 백선평은 갓튜브의 신선들보다 더 신선다운 존재였으니까.
가까이 다가간 기와집은 역시나 특별할 것이 없었다.
여타 다른 기와집보다 초탈하다면 특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13인의 영웅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시우는 큰 소리로 안쪽의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끼익.
기와집의 대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선선한 인상의 미중년.
“국장님?”
시찰국장, 백선제.
“누군가 했더니, 자네였구만.”
백선제가 선선한 미소를 지으며 시우를 반겨 왔다.
“국장님이 왜 여기에…?”
“업무 복귀 전에 아버지께 지도 가르침을 받고 있다네.”
지도 가르침?
“아.”
생각해 보니 병실에서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갔던 적이 있었다.
아무튼.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자네 덕분에 많이 나아졌네.”
으레 인사치레하는 말.
“말도 안 되는 회복이라며 의사들이 어찌나 놀라던지. 자네의 특출난 의술에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들도 혀를 내두르더군.”
그러나 백선제는 진심이었다.
“그런 의미로 자네, 듣자 하니 그새 또 한 건 했다지 아마?”
“제가요?”
“또 모르는 척하는 겐가?”
추궁하는 백선제의 말에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백선제는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마력 피폭 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았나.”
“아.”
시우는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거 벌써 소식이 퍼진 겁니까?”
동시에 의문스러운 심정이었다.
치료제를 개발하긴 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전 세계로 유통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절차가 있기 마련이었다.
해서 한국 식약청과 더불어 미국 FDA 승인을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정식 발표가 나지 않았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찌라시로써만 돌고 있는 내용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백선제가 어떻게?
“민아 씨에게 전부 들었다네.”
“아.”
딱 한 문장으로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둘이 매일 같이 연락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조만간 열애설 터지는 거 아닌가 몰라.’
SH그룹의 회장과 시찰국장의 열애설.
발칵 뒤집힐 언론이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그보다 자네는 여긴 어쩐 일인가?”
참 빨리도 묻는 백선제의 물음.
시우는 실소를 한 번 흘리고는 말했다.
“국장님과 마찬가지로 검선님의 지도 가르침을 받으러 왔습니다.”
“응? 자네가? 자네는 그때 분명….”
“제가 아니라 채린 씨요.”
“한채린 양 말인가?”
백선제는 그때서야 시우 뒤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우두커니 서 있는 한채린을 발견.
“아, 그때 그랬었지.”
병실에서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백선제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한 눈치.
“누굴 찾으시는 겁니까?”
“…응? 아, 아니네. 아무것도.”
백선제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누가 봐도 별거인 모습이었다.
“고모님을 찾고 계신 건 아니고요?”
“그, 그런 거 아니네.”
그러자 백선제가 당황한 듯 살짝 말을 더듬었다.
이에 시우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놀리려던 찰나.
“자네가 왔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리겠네.”
백선제가 후다닥, 안쪽으로 사라졌다.
시우는 입맛을 쩝.
“가시죠.”
우두커니 서 있는 한채린을 데리고 정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 * *
한채린과 함께 안쪽으로 들어가자 덜컹.
대청마루 앞쪽에 있는 방문이 거세게 열렸다.
열린 방문 안으로 터벅터벅, 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
여기저기 헤져 있는 삼베옷.
하얗게 쇠어 버린 백발.
주름진 피부.
그러나 결코.
노쇠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강대한 존재감.
검선(劍仙), 백선평.
서울의 재앙 사태로 모든 힘을 잃은 백선평.
지금의 백선평은 평범한 노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우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강대한 기운은 사라졌으나 백선평은 결단코 쇠약하지 않았다.
“내가 늙어 죽은 뒤에 올 생각인 줄 알았건만.”
백선평은 혀를 한 번 차 보였다.
“이런저런 일이 있는 바람에….”
시우는 멋쩍게 웃음을 흘려 보였다.
그 때문인지 백선평은 그에 대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딱히 책망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듯 싶었다.
이윽고 백선평의 시선이 시우 뒤쪽의 한채린에게 향했다.
“네가 한태산의 손녀더냐.”
“정식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한채린이라고 해요.”
한채린은 백선평에 대한 정중한 예를 표했다.
서울의 재앙 당시 둘은 짧게나마 마주친 적이 있었다.
백선평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입을 열었다.
“긴말하지 않겠다. 네 모든 것을 보여 봐라.”
한채린은 답을 하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우를 바라봤다.
감정 하나 보이지 않는 한채린의 눈빛.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채린이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날카로운 쇠음과 함께 마스터 오렐리안이 제작한 237억 원짜리 검이 햇살에 반짝였다.
그리고 잠시.
쐐액!
한채린의 검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휘둘러졌다.
검의 궤적이 잔상을 남기며 허공을 수놓았다.
쐐애액!
한채린의 검은 공간을 찢어발기는 듯한 기세를 품고 있었다.
뒤이어 한채린의 기세가 일변했다.
동시에 사박, 한채린의 발걸음이 마당의 흙을 내리밟았다.
맹렬한 기세가 터져 나오는가 싶더니 콰앙!
어느덧 한채린의 검이 벼락처럼 쏘아져 나갔다.
잔상조차 따라오지 못하는 속도.
쐐액!
오직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만이 그곳에 무언가 지나갔음을 알려 올 뿐이었다.
“무슨…!”
그 순간 한쪽에서 경악의 외침이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백선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경악하고 있었다.
뚝.
어느새 휘둘러진 검의 궤도가 뚝, 떨어졌다.
그리고 기이한 방향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한채린의 검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휘어지고 꺾여진다.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그 흐름을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다.
태극(太極)의 힘을 지닌 한채린의 검은 풍경에 녹아들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어, 어떻게 저런….”
백선제의 충격은 계속해서 그 세기를 더해 갔다.
“지금 당장 나와 싸워도 문제가 없을 수준이라니….”
백선제는 한채린의 수준에 순수한 감탄을 터트렸다.
한채린의 나이 고작 21살.
실로 압도적인 재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물론 지금 선보이는 한채린의 수준은 정말로 뛰어났다.
서울의 재앙 이후, 병실에만 입원해 있던 터라 실력이 녹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쐐액!
한채린의 검은 전보다 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러나 백선제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시찰국장, 백선제.
한국에 백선제를 넘어서는 실력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백선제의 말은 어느 정도 과장이 섞여 있다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냥 과장만 섞여 있는 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싸운다면 백선제가 반 수 내지는 한 수 정도 앞설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 당장’이었다.
1년. 아니, 반년.
어쩌면 수개월.
이 격차는 순식간에 줄어들 것이다.
천무지체(天武肢體).
역사상 유일무이한 재능이 갖는 압도적인 성장이었다.
백선제 역시 그러한 재능을 보고 하는 말일 터.
“허어….”
아니나 다를까 백선제의 입은 다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채린의 검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퍼석, 내려치는 검에 공기가 내려앉는다.
콰앙, 휘둘러지는 검에 공기가 비산한다.
쩌─엉!
한채린이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게 마당의 흙바닥을 짓눌렀다.
허공을 수놓는 한채린의 검은, 세상 그 무엇도 가를 듯한 기세로 뻗어 나간다.
“허어…!!”
그럴 때마다 백선제의 경악은 더해져만 갔다.
하지만.
‘음….’
시우는 백선제와는 생각이 달랐다.
한채린의 검무는 훌륭했다.
수준만 따지면 S급 헌터 중에서도 상위.
당장 S급 헌터들을 데려와도 한채린을 당해 내지 못할 터였다.
이제 막 성인의 반열에 든 한채린을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였다.
그러나.
‘막혀 있어.’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더 뻗지 못하고, 나아가질 못하고 있었다.
제갈공명의 가르침으로 스스로의 힘을 깨우친 시우.
시우는 한채린의 상태가 명확하게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한채린이 태극(太極)의 힘을 검(劍)에 담아내지 못한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마냥 그러한 문제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오렐리안과 비슷해.’
오렐리안은 스스로의 재능에 삼켜져 신(神)의 벽과 맞닥뜨렸다.
그리고 신(神)의 벽에 좌절하여 망치를 놓아 버렸었다.
다른 이와의 경쟁에선 항상 이겼던 오렐리안.
그러나 정작 처음 싸워 본 자기 자신에게는 무참히 패배했던 오렐리안.
그리고 지금.
“하아…! 하아…!”
한채린에게서 당시 오렐리안의 모습이 엿보였다.
스스로의 재능에 삼켜진 한채린의 모습이 엿보였다.
한채린의 태극(太極)은 분명 완성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완성되지 못했다.
그 미묘한 간극의 차이.
아니나 다를까.
“형편없군.”
백선평의 신랄한 평가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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