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49)
248화.
형편없다는 백선평의 신랄한 평가.
뚝.
한채린의 움직임이 그대로 정지했다.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 아버지…?”
그 사이로 백선제의 당황 어린 말이 들려왔다.
백선평의 평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백선제의 두 눈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채린의 검은 결코 형편없지 않았으니까.
“네 검은 엉망진창이다.”
그러나 백선평은 개의치 않았다.
노쇠한 두 눈으로 일갈하듯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어디서 그런 어쭙잖은 힘을 얻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세요.”
한채린이 백선평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무표정한 한채린의 얼굴은 차가운 냉기를 품고 있었다.
“저를 향한 평가라면 겸허히 받아들이겠어요. 하지만.”
한채린이 냉혹하리만치 싸늘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시우 씨의 가르침까지 함부로 폄하하신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한채린은 백선평을 향해 명백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쟤가 왜 저래?’
이쯤 되자 당황스러운 건 시우였다.
평소 한채린과 너무 다른 모습에 시우가 도리어 당황스러웠다.
“어쭙잖은 힘을 어쭙잖은 힘이라 말한 것뿐이다.”
“아무리 검선이시라도─.”
“너 따위가 사용하기엔 어쭙잖은 힘이다.”
일갈하듯 소리치는 백선평의 두 눈이 매섭게 빛났다.
어쭙잖다.
보통은 서투르고 어설프다.
혹은 아주 시시하고 보잘것없다고 알려진 단어였다.
그러나 어쭙잖다의 뜻 중에는 ‘비웃음을 살 만큼 분수에 넘친다’라는 뜻도 있었다.
하여, 백선평이 말한 어쭙잖다의 의미.
“걷지도 못하는 이가 날려고 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이어진 백선평의 말에 시우는 살짝, 놀랐다.
이는 백선평이 태극(太極)의 힘을 알아봤다는 것과 동시에 한채린이 겪고 있는 한계 역시 바로 알아봤다는 뜻이었으니까.
그 때문인지 반대로 백선평 역시 꽤나 놀란 눈치였다.
다름 아닌 시우가 가르쳐 줬다는 태극(太極)의 힘.
말마따나 그 힘의 가치를 알아봤으니 말이다.
그 때문인지 시우를 바라보는 백선평의 눈.
그 안에는 상당한 이채가 서려 있었다.
이윽고 백선평이 다시 한채린을 바라봤다.
한채린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인정할 수 없다는 눈치로구나.”
그러나 백선평은 그 안에 담긴 한채린의 생각을 읽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선제, 네 검을 잠시 줘 보거라.”
“…아버지.”
백선제가 당황하며 백선평을 말려 왔다.
백선평이 무얼 하려고 하는지 아는 눈치였다.
그러나 확고한 백선평의 의지에 백선제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백선제는 허리춤에 찬 검을 풀어 백선평에게 건네었다.
‘저거….’
시우에게도 상당히 익숙한 검.
한민아가 시우에게 구매한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이었다.
검을 받아든 백선평이 다시금 놀란 눈을 떠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저 검은 도플갱어의 안면 근육을 활용.
사용자의 행동, 습관 등을 완벽하게 맞춰 주었으니까.
거기에 날이 상하지 않는 기능까지.
“이 검도 선제, 네게 어쭙잖은 검이군.”
“하하….”
백선제는 멋쩍게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이윽고 백선평이 대청마루를 가로질러 마당으로 내려왔다.
“네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알려 주겠다.”
그리고는 한채린을 도발하듯 말했다.
그런 백선평의 말에 한채린이 상당히 놀라 보였다.
“저와 비무를 하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방금 백선평의 말은 이와 다르지 않았으니까.
허나, 백선평은 모든 힘을 잃었다.
지금의 백선평은 평범한 노인에 지나지 않았다.
“네 검이 내게 털끝이라도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럼에도 백선평은 확고했다.
“말했지 않느냐.”
백선평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려 주겠노라고.”
폭발하는 광역 도발.
…솔직히 감탄스러웠다.
그러니까 저 광역 도발에 시우는 놀람보다는 감탄을 해 보였다.
동시에 헤라클레스한테 저 도발을 써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헤라클레스 님의 근육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려 주겠다.
이렇게 도발한다면….
‘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가뜩이나 4D 입체 영상 화질로 어느 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은가.
시우는 헤라클레스의 근육이 얼마나 괴랄한지 체험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그만큼이나 백선평의 도발은 감탄이 터져 나올 정도의 광역 도발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야말로 알려드리겠어요.”
한채린이 저 도발에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검선님이 시우 씨보다 못하다는 사실을요.”
그래도 맞받아치는 수준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쟤는 왜 자꾸 날 끌어들이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백선평과 한채린.
마당에 선 두 사람이 일정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숨 막히는 정적.
그것은 채린의 진각과도 같은 발걸음과 함께 깨어졌다.
쐐액!
맹렬한 기세를 담은 검이 백선평의 목덜미를 향해 쇄도해 갔다.
그래도 모든 힘을 잃은 노인이라는 건 알고 있는 걸까.
쏘아지는 한채린의 검에는 별다른 기세가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코, 힘없는 노인이 막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카앙─!
백선평은 한채린의 검을 가볍게 튕겨 내었다.
“……!”
한채린의 두 눈이 일시에 크게 떠졌다.
이렇게 허무하게 자신의 일격이 막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말했지 않느냐.”
이윽고 들려온 백선평의 목소리.
“네 검은 형편없다고 말이다.”
다시 한번 폭발하는 백선평의 도발에 한채린의 기세가 일변했다.
사아아아─!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한채린의 흑단과 같은 머릿결이 이리저리 휘날렸다.
한채린은 본격적으로 태극(太極)의 힘을 검에 담았다.
하지만.
캉! 카앙!
한채린의 검은 끝내 백선평에게 닿지 못했다.
옷깃 하나는 물론 백선평의 호흡조차 흐트러지게 하지 못했다.
13인의 영웅.
비록 백선평은 모든 힘을 잃었으나, 그 세월의 무게까지 잃은 건 아니었다.
백선평이 얻은 깨달음과 경험.
그건 지금의 한채린이 감히 넘볼 수 있는 종류는 아니었다.
“하아…! 하아…!”
끝내 한채린이 지쳐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하아…!”
한채린의 패배였다.
충격적인 결과에 한채린의 표정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차갑기만 하던 표정이 충격으로 물들어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무였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생사결.
즉, 목숨을 걸고 싸웠다면 당연히 한채린이 이겼을 터였다.
그러나 거친 숨을 내뱉는 한채린.
“하아…! 하아…!”
한채린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지쳐 쓰러진 한채린의 머리 위.
“네가 가진 힘은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종류이나, 네가 가진 재능은 충분히 그 힘을 담아 내고 있다. 허나, 네가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백선평의 목소리가 내리꽂히듯 들려왔다.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하거라. 재능만 가지고는 이류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저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별채를 비워 두겠다. 당분간은 그곳에서 생활하며 지내거라.”
백선평은 한채린을 가르치기로 한 것 같았다.
말은 형편없니 뭐니.
신랄하게 비판했어도 백선평 역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한채린이 지닌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말이다.
그로써 자신이 조금만 다듬어 준다면 어떤 괴물이 탄생할지도 말이다.
‘천무지체가 평범한 재능은 아니니까.’
어쨌든.
검선의 가르침이라면 시우도 안심할 수 있었다.
아니, 시우보다 더 한채린을 잘 가르쳐 줄 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백선평의 말은 제갈공명의 가르침과 엇비슷했다.
그 짧은 비무를 통해 한채린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리라.
과연 검선(劍仙)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싫어요.”
일순간 들려온 한채린의 목소리.
“채린 씨?”
“그게 무슨 말…?”
시우와 백선제가 동시에 놀라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저는… 이곳에 남지 않을 거예요.”
시우는 쟤가 대체 뭔 소리를 하나 싶었다.
백선제 역시 ‘아? 아아?’ 하는 바보스러운 말과 함께 정신이 고장 나 버렸다.
오직 한 명.
백선평만이 그런 한채린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리는 없을 터.”
이윽고 백선평이 시선을 돌려 시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한채린을 바라보더니.
“너희 둘은 잠시 나가 있거라.”
백선평이 한채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시우와 백선제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 * *
시우는 백선제와 함께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거리를 걸었다.
하지만 좀처럼 걸음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자꾸만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한채린 양이 걱정되는가?”
“…조금은요.”
들려온 백선제의 말에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채린이 겉보기엔 차갑고, 냉혹하고, 감정 하나 없고, 얼음덩어리에 로봇처럼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직 21살밖에 되지 않은 여자애.
마냥 약하지도, 마냥 강하지도 않은 여자애였다.
흔히들 말한다.
있는 자들은 자본으로 리스크를 짊어지고, 반면에 가난한 자들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런 의미로 시우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채린은 다른 이들보다 많은 것들을 배웠을 터였다.
남들은 해 보지 못한 것들.
한채린은 수없이 많이 배우고 터득했을 터였다.
지식으로만 따지면 시우보다 한채린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해 봐야 아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이라고 하던가.
한채린은 세상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다.
21살은 세상을 경험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나이였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걱정이 조금 되었다.
‘채린 씨라면 잘 이겨 내겠지.’
그래도 한채린이라면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보다 국장님. 그 검. 사용하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신가요?”
한민아에게 판매한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
“전혀 없네. 마치 잃어버린 연인을 만난 기분이야.”
백선제는 아주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말로 연인이라도 되는 양,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을 쓰다듬었다.
“민아 씨가 목숨을 구해 준 보답으로 주었는데, 어찌나 기쁘던지.”
그러면서 아주 행복에 겨워하는 백선제였다.
그게 뭐든지 싹둑싹둑 썰어! 검을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 때문인지.
아니면 한민아가 선물을 주었다는 사실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만.
“…….”
느낌이 묘했다.
부럽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얄밉다고 해야 할까.
마치 헤라클레스가 코르누코피아를 돌려받을 때와 그 느낌이 비슷했다.
시우는 괜시리 약간의 심술이 나 백선제에게 말했다.
“그런데 시찰국장이라는 분이 그런 선물을 받아도 되는 겁니까?”
그도 그럴 것이 시찰국은 행정 안전부 산하 조직이었다.
하여, 시찰국의 가더라 함은 공직에 있는 국가 공무원.
객관적인 사실만 놓고 본다면 국가 공무원이 사조직으로부터 1,000억짜리 뇌물을 받은 격이었다.
“그, 그게…?”
백선제 역시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듯싶었다.
그런데 뭐.
‘고모님이 알아서 잘 처리했겠지.’
한민아가 어련히 처리했으려고.
SH그룹의 회장이 이런 부분을 모를 리가 만무했다.
무엇보다.
“아내가 남편한테 주는 선물인데 문제가 될까 싶긴 하네요.”
딱히 문제가 될 일이 아니기도 했다.
“으, 음?”
“아내가 주는 선물이 불법 청탁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사랑으로 주는 선물이지.”
“무,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백선제가 크게 당황하며 소리쳤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허우적거리는 손이 꼭 물에 빠진 사람 같았다.
이게 어딜 봐서 중년 아저씨인지 원.
시우는 낄낄거리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자네….”
그런 시우의 모습에 백선제는 그때서야 장난임을 깨달은 듯 해 보였다.
그리고 시우에게 반격이라도 하려는 걸까.
백선제가 시우를 향해 입을 열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ဘေးဆန်းရဲ့အိမ်မှာ မည်သည့်တည်နေရာကိုလား။.”
실로 기상천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응?”
마주 보던 시우와 백선제의 고개가 동시에 기울어졌다.
시우와 백선제의 얼굴은 공통된 물음이 떠올라 있었다.
갑자기 들려 온 기상천외한 목소리.
“ဘေးဆန်းရဲ့အိမ်မှာ မည်သည့်တည်နေရာကိုလား။.”
그러니까 지금 이 목소리.
이 목소리의 정체에 대해 시우와 백선제는 무구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아니, 의문이라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응?”
“응?”
정신이 벙쪄 있다고 표함이 정확했다.
시우와 백선제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들려온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신묘(神妙).
시우의 머릿속으로 떠오른 하나의 개념이었다.
시우의 시선에 담긴 이는 한 명의 노녀(老女)였다.
쉽게 말하면 할머니.
그러나 할머니라 표현하자니 그녀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신묘(神妙)했다.
그녀는 방울 달린 지팡이를 짚으며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딸랑.
청명한 방울 소리가 울려 퍼지며 마음이 평안해졌다.
가까이서 바라본 그녀의 모습은 백발의 머리가 무성했다.
잔뜩 주름진 얼굴은 그녀의 나이를 짐작게 했다.
동시에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그녀의 직업을 어림짐작게 했다.
흰색 무복(巫服)에 검붉은 저고리.
청색과 노란색이 엉켜 있는 긴 아우바이.
그녀는 무녀(巫女)와도 같았고, 주술사(呪術師)와도 같았으며, 한편으로는 신을 모시는 사제(司祭)처럼 보이기도 했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녀의 모습은 달리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녀가 영적인 존재와 소통하는 누군가라는 것이었다.
그 때문일까.
“သင့်သည် အရင်ဆုံးမဟုတ်ဘူးသောကြောင့်ဖြစ်သလား။.”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외계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과장 하나 섞지 않고 머리털 나고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다.
아니, 저게 말(言)이 맞는 걸까?
물론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이니 말(言)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하는 말이 맞는 걸까?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이는 정체불명의 노녀(老女)의 모습.
확실하진 않았지만 영적인 존재와 소통하는 이처럼 보였다.
그러니 저 말은 즉.
사람이 아니라 영혼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혹시, 다우 신 사야마 님…?”
일순간 백선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우 신 사야마(Daw Shin Sayama).
이는 시우도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비단 시우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알고 있는 이름이라 할 수 있었다.
“설마, 13인의 영웅이신 다우 신 사야마 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녀는 과거, 마왕의 목을 베어 냈던 13인의 영웅 중 한 명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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