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5)
25화.
번쩍.
떠지는 두 눈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이 비쳐보였다.
허름하다 못해 낡은 집.
풍경 자체는 굉장히 익숙했다.
그러나 어딘가 시야각이 상당히 낯설었다.
마치 바닥에 드러누워서 보는 듯한….
“아.”
시우는 그때서야 자신이 바닥에 쓰러져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씩 돌아오는 정신.
시우는 손을 짚어 몸을 일으켰다.
“아윽…!”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시우가 누워있던 바닥은 검붉은 무언가로 얼룩져있었다.
콧잔등에는 비릿한 혈향이 느껴지고 있었다.
흘러내린 코피가 굳어져 눌러붙은 것 같았다.
“기절했었나….”
시우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절이라는 숙면을 취했기 때문일까.
머리는 깨질듯이 아파왔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몸은 굉장히 개운했다.
그 때문인지 몸에는 별 다른 이상은 없었다.
두통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단순히 피로가 누적되어 벌어진 사단인 것 같았다.
“다행이네.”
시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여기서 병원에 입원이라도 했다가는 큰일이었으니까.
비단 병원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투브와 장비 제작, 던전 레이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모두 중단해야만 했다.
그래도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덕분인 걸까.
강화된 신체는 다행히 기절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었다.
시우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누르며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각] – 04:31새벽 4시 31분.
기절하기 전에 시우가 확인한 시간은 새벽 4시 32분이었다.
한마디로 시간이 1분을 역행해있었다.
기절하면서 1분 전으로 회귀라도 한 것일까.
당연하게도 그럴 리가 없었다.
“24시간을 기절해있었다고?”
정확히는 23시간 59분이라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하루를 그대로 날려먹은 격이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이라도 움직여야했다.
“후우….”
하지만 시우는 그러지 않았다.
일으켜 앉은 몸을 벽에 기대며 시우는 한숨을 내뱉었다.
유투브 채널을 시작한 이후.
시우의 일과는 가히 살인적이라 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영상을 위한 컨텐츠를 기획한다.
관련한 몬스터들을 분석하고 적당한 몬스터를 선별한다.
관리국에 찾아가 선별한 몬스터의 던전을 받아온다.
던전을 레이드하면서 영상을 촬영한다.
레이드하고 난 뒤, 몬스터 사체에서 장비 재료 파밍한다.
파밍한 재료를 가져와 서씨 공방에 들러 장비를 제작한다.
제작한 장비를 소은에게 넘겨준다.
물건을 넘기고 집에 돌아와 찍은 영상을 편집한다.
새벽까지 편집을 마치면 다시 던전 레이드를 하러 간다.
이 과정에서 눈을 붙일 시간이 없었다.
“이대로는 안돼.”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보였다.
고집 같은 걸 부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이번엔 기절하는 것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할 수는 없었다.
사실 지금조차도 괴력으로 인해 신체가 강화되었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진즉에 쓰러지고도 남았을 스케줄이었다.
“일거리를 줄여야 해.”
하지만 막상 줄이자니 막막했다.
그러면 돈을 벌 수단이 줄어드는 것이었으니까.
시우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한 두푼도 아니고 무려 억대의 수익을 필요로 했다.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억대의 수익을 벌어야만 했다.
그러니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가 없었다.
유투브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했다.
장비 제작을 쉬자니 지금 당장 먹고살 길이 없다.
던전 레이드는 유투브 영상과 장비 제작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여기에 소은 씨가 이제 곧 약재들을 구해 올 텐데….”
그러면 신의술[神醫術](S+)의 숙련도를 올릴 시간도 따로 빼놓아야한다.
“그런데 이러다 쓰러지면 병원비가 더 나올 테고.”
여러모로 일거리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시우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일거리를 줄여야 했지만 줄일 수 있는 일거리는 없었다.
던전 레이드, 유투브, 장비 제작.
그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일손을 덜 수는 있었다.
던전 레이드와 장비 제작은 당연 시우가 직접해야만 했다.
그러나 유투브는 아니었다.
정확히는 시우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하나 있었다.
“편집자를 뽑자.”
시우는 곧바로 편집자 모집 공고를 작성했다.
* * *
인근의 한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머금자 입 안으로 알싸한 향이 퍼져나갔다.
“이렇게 지원자가 많을 줄 몰랐는데.”
편집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올린 시우.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이력서를 보내왔다.
신생 채널이고 속된 말로 하꼬 채널이었다.
그럼에도 지원자는 굉장히 많았다.
“페이가 쎄서 그런가.”
기본급 300에 조회수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
솔직히 파격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신생 채널에서 내걸 수 없는 조건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수익 창출이 되지 않고 있는 지금.
사실상 땅에다 돈을 버리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우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어중이 떠중이로 고를 수는 없으니까.”
편집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고 있으니까.
편집의 실력이 영상의 재미를 결정한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긴 했다.
기본적으로 영상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
하지만 편집은 그마저도 초월할 수 있었다.
형편없는 영상들조차 명작으로 만들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신의 기술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간 시우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편집에 할애했다.
공략 채널의 특성상 대사마다 자막을 넣어야하지.
장면 연출은 물론 효과음, 특수 효과 그리고 적절한 밈의 활용까지.
그야말로 하루 대부분을 편집만 했다.
던전 레이드, 재료 파밍 및 장비 제작.
이 모든 것들을 더한 것보다 편집하는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갔다.
해서 시우는 잠깐이나마 갓튜브에서 편집 관련한 개성을 배울까, 생각했다.
갓튜브에서 편집 관련한 개성을 습득한다면 한결 수월해질테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편집의 신과 같은 존재는 없었다.
그나마 굳이 꼽을 수 있는 이가 바로.
『[셰익스피어>: If물, 그 두 번째 시리즈!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 남매였다면?』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리고 영상을 잠깐 본 바.
확실히 연출 부분에서는 감탄이 새어나왔다.
특히나 서로 남매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의 연출은 실로 기가 막혔다.
그 과정의 빌드업까지 박수가 절로 쳐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뿐.
영상 편집과는 거리가 멀었다.
애초에 셰익스피어는 극작가이지 않은가.
그리고 확실히 작가는 작가라는 것일까.
“If물 첫 번째 시리즈가 ‘줄리엣이 NTR 당했다면’ 이었나.”
제목 어그로만큼은 진짜 기립 박수가 터져나왔다.
저 제목을 보고 어느 누가 클릭을 안 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우도 한 수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저런 단어는 대체 어디서 배워 온 거야?”
일본 신(神)들인 스사노오나 아마테라스한테서 배웠나?
하여간, 이 갓튜브는 아무리 봐도 제정신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이 편집의 과정만 누군가 대신해 준다면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해서 지금.
“실력이 괜찮단 말이지.”
시우는 스마트폰의 영상을 바라봤다.
편집자 지원자들이 보내온 수많은 편집 영상 샘플들.
그 수많은 영상들 중 시우의 이목을 사로잡은 편집 영상이 하나 있었다.
보기 편한 자막 폰트.
적절한 효과음과 약간의 개그 요소가 들어간 밈 활용까지.
여기에 영상의 재미 포인트를 뽑는 안목도 훌륭했다.
“센스가 상당한데.”
확실한 건 시우보다 편집 실력이 뛰어났다.
사실 시우는 편집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강도철 밑에서 편집자로 일했지만 주된 요소는 몬스터 분석과 공략이었으니까.
편집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가 시우의 편집 실력이라 할 수 있었다.
해서 시우는 이 영상의 편집자를 직접 만나기 위해 카페에 나와있었다.
흔히 말하는 면접.
“왜 안 와?”
그런데 어째 오지를 않고 있었다.
“이름이… 박덕구라 했었지.”
시우는 연락처의 이름을 확인.
어제 나눴던 메신저의 내용을 확인했다.
내일 오후 1시.XX카페에서 뵐 수 있을까요?
오후 12:10
알겠읍니다.
오후 12:11
확실히 읽었고 답장까지 받았다.
그렇다는 건 모르고 있지 않다는 뜻인데….
[현재 시각] – 13:03“그런데 왜 안와?”
시우는 박덕구라는 사람의 점수를 깎았다.
편집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감 시간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
벌써부터 이 모양인데 유투브 업로드 시간을 지킬 수나 있을까.
“이름이랑 말투를 보면 나이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읍니다 체를 쓰는 걸 보아 50대는 되어보였다.
모르긴 몰라도 최소 40대 후반.
뭐, 유투브 편집자에 나이는 상관 없었다.
편집만 잘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사회물을 먹을대로 먹은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시우는 박덕구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어디신가요?
오후 13:04 1
메시지를 보내고 잠깐 기다렸다.
그러나 1이라는 숫자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말은 즉, 읽지 않았다는 뜻.
“급하게 오고 있나?”
메시지를 읽지 못할 정도로 급히 오고 있다면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낚시질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면접본다 해놓고 오지 않는 상황.
“……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시우는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다 마실 때까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한 모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머금던 바로 그때.
“야, 이번에 SH그룹에서 S-등급의 던전 레이드 한다는 소식 들었냐?”
시우의 귓가로 익숙한 단어가 들려왔다.
시우와 그리 멀지 않은 자리.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두 사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SH그룹? 아. 이번에 한채린이 레이드한다는 던전이 S-등급이었어?”
북적이는 카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던 소리였다.
정확히는 신경쓰지 않았던 대화였다.
하지만 한채린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시우의 귀가 두 사내의 대화 소리에 집중했다.
“그런데 한국에 언제 S-등급이 생겼다냐. 저번에 S등급 던전이 생긴지 얼마나 되었다고?”
“요즘 상위 던전들이 많이 생긴다고 하더라. 그 때문인지 던전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고 하던데.”
“하긴, 요즘 뉴스에도 던전 브레이크가 자주 발생한다고 보도하더라.”
요 근래 일에만 너무 치여살아서 그런 걸까.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한채린 아직 A급 헌터 아니었나? S-등급 던전을 레이드 해도 되는거야?”
“원래는 안 되는데. 이번에 팀으로 레이드한다해서 협회에서 허가를 해줬나봐.”
“팀이라면 SH헌터 길드?”
“그런가 봐. 그리고 솔직히 한채린이잖냐. S+급을 바라보는 천재인데 뭐가 문제야.”
“뭐, 그건 그렇긴 하지. SH그룹의 손녀딸이면서 S+급 헌터. 심지어 얼굴도 존예 중의 존예. 한채린은 누구랑 결혼할까?”
“같은 돈많은 재벌가 아닐까? 아니면 같은 S+급 헌터라든가.”
“같은 S+급 헌터가 어디에 있어?”
“몰라. 누군가는 한채린이랑 결혼하겠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진짜 개부럽다.”
두 사내는 그렇게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이어나갔다.
시우는 그 이야기를 듣다가 관심을 꺼버렸다.
‘내 일이나 잘 해야지.’
시우는 완전히 신경을 꺼버렸다.
그런 의미로.
‘아니, 진짜 왜 안 와?’
여전히 박덕구는 오질 않았다.
확인한 시간은 어느덧 1시 15분이었다.
메신저는 아직도 읽지 않고 있었다.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거의 다 마셔가고 있었다.
‘20분까지 안 오면 그냥 가야겠다.’
시우는 한 모금 정도 남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입 안에 털어넣었다.
그리고는 시간도 보낼 겸.
갓튜브(GodTube)에 접속했다.
“야야. 저기. 밖에 봐봐.”
“왜… 오?”
“진짜 존예지 않냐?”
『[헤파이스토스>: 자진모리 장단 vs 굿거리 장단. 두 리듬의 망치질 장단점. 딱 정리해드립니다.』
‘별 걸 다 영상으로 만드네.’
그런데 재미는 있어 보였다.
꾹.
“엄청 귀여운데?”
“한채린이랑 쟤랑 동시에 고백하면 누구 선택함?”
“와… 고민되는데?”
“고민은 무슨. 당연히 한채린 아니냐?”
“여러 배경 조건들을 생각하면 닥 한채린인데. 외모만 보면 솔직히 고민되는데?”
“그런데 뭘 저렇게 허둥지둥대냐.”
“남친이랑 데이트 약속에 늦은 모양인 듯?”
“부럽다. 저런 애 남친은 뭐하는 사람일까? 보나마나 돈많고 존잘이겠지? 몸도 막 개쩔고.”
“그러겠지. 하… 인생.”
“응? 여기 카페로 오는데?”
“그러게? 여기서 남친이랑 만나기로 했나?”
딸랑.
“누구를 찾는 것 같은데?”
“진짜 여기에 남친이 있나봐.”
우웅!
일순간 시우의 스마트폰이 작게 울려왔다.
시우는 시청 중인 헤파이스토스의 영상을 잠시 멈추고 메신저를 확인했다.
어디신가요?
오후 13:04
저 도착했읍니다.
오후 13:18
1이라는 숫자가 사라지고 답장이 와 있었다.
시우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카페의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보인 한 여인.
시우의 고개가 저도 모르게 갸웃거렸다.
여인은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었으니까.
설마하는 심정.
시우는 여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박덕구 씨…?”
그러자 여인이 화들짝, 놀라보였다.
그리고 우물쭈물, 시우의 눈치를 살피더니.
“느, 늦어서 죄, 죄송해요..!”
여인이… 아니, 박덕구가 고개를 숙여보였다.
카페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시우에게 집중되었다.
갖가지 감정이 담긴 눈빛.
그 시선들에 담긴 주된 감정은 ‘대체 왜 저런 애랑…?’ 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의 멍한 시선으로 보이는 박덕구의 모습.
나이는 아무리 봐도 20대 초반 정도로 밖에 안 보였다.
서아와 비슷한 또래.
많아 봐야 한 두살 정도 위?
급하게 뛰어왔는지 얼굴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허둥지둥하며 당황하는 표정은 청순한 외모에 귀여움을 더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 동생들 소풍이라서… 도시락을 싸 주느라 느, 늦었어요..! 죄, 죄송해요!”
50대 남자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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